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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76화 (76/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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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저 멀리, 조금 전까지 마력의 뜨거운 열기와 차가운 검들이 교차했던 대련장 앞에 긴 장발을 질끈 묶은 소년이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두어 번 심호흡한 선일은 그 소년을 향해 다가가며 인기척을 내었다.

저벅.

자신과는 전혀 다른 발자국 소리를 들은 걸까.

선월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왔군.”

“왔어, 형.”

스릉.

철컥.

아침에 봤던 것처럼 선월은 지금도 눈을 감은 채로 검을 빼었다 넣는 행동을 반복했다.

아까 전 대련 때부터 심기가 불편해 보였는데 아직도 풀리지 않은 것 같았기에 선일은 조금 불안한 감정이 들었으나 다행히 티를 내지는 않았다.

선일이 입을 열었다.

“갑자기 왜 부른 거야?”

어째서 이런 야밤에, 그것도 연회가 모두 끝난 조용해진 틈을 타 부른 것일까.

대략적인 이유라도 알기 위해 선일이 물었지만 선월은 담담히 대답했다.

“별건 아니다.”

그 순간, 선일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스르릉.

첫 번째는 선월의 허리춤에 있는 달미르가 조금 많이 빠져나왔다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우우웅...

“그저.”

그렇게 뽑힌 달미르가 다시 검집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강씨가 제자로 받았다는 네놈의 실력을 내 손으로 직접 느끼고 싶을 뿐이다.”

“...뭐?”

이 늦은 밤에 불러서 이게 무슨 소리인지.

순간 사고가 멈춘 선일은 말을 잃었으나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제정신으로 그의 말을 이해하려 해도 똑같이 머리가 아픈 것은 마찬가지였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선일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형 왜 굳이 지금이야?”

“늦은 시간은 상관없다. 네 주먹을 보는 데에 딱히 방해되는 것도 아니니까.”

“아니, 내가 상관있다고...”

선월의 동문서답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째 대련이 끝나 충분히 달라짐을 보여준 것 같았음에도 에피소드가 끝난다는 알림이 오지 않았다.

그 사실을 기억해낸 선일이 조용히 손을 내렸다.

‘설마 이것까지 알고 에피소드 종료가 안 된 것은 아니겠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

그러나 선일은 그 가능성을 부정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설계자의 의도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더욱 화가 날 것 같았다.

“뭐하는 거지.”

선일이 대련 준비는커녕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자 둘 사이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굳어갔다.

앞에 있는 주인공의 기세가 강해지자 선일은 곧바로 잡생각을 떨쳐버렸다.

이어서 다시 한 번 아까 전 압도적인 모습을 떠올리며 설정창을 불렀다.

‘설정창.’

띠링!

상황과 맞지 않는 경쾌한 기계음과 함께 선일의 눈앞에 새파란 텍스트들이 가득했다.

[설정]

-명칭:이선월

-칭호:주인공(유일), 신수의 계약자(특이)

-근력:LV9

-마력:LV9

-민첩:LV9

-체력:LV9

-지능:LV6

-스킬

하늘이 내린 검의 재능(S+), 백천창월류(S), 천검의 피(S), 영혼을 보는 눈(S), 전장을 보는 눈(S), 성장 보정(S), 명경지수(S)

‘진짜 미쳤네.’

자신이 설계했던 악사영 주인공의 스텟을 보자마자 선일은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

올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지능을 제외하면 스텟이 전부 9다.

십 단위의 스텟이 한 차례 벽을 깨야만 성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선월은 지금 첫 번째 벽에 도달했다는 말이지.’

그 말은 즉슨 단순한 스텟만으로도 평범한 대한고의 학생들은 그를 상대하기는커녕 범접하지도 못한다는 말이었다.

게다가 그가 가지고 있는 일곱 개의 스킬들은 전부 S급 이상이었다.

원작대로라면 지금 시기의 선월에게는 밤피르를 잡고 얻은 초감각이 있어야 했으나 그 기연은 작가인 선일이 얻은 상태였다.

‘다행... 인 건가?’

그렇다 하더라도 선월과 싸웠을 때의 승률은 극히 낮다.

솔직히 말해 선일이 숨겨놓은 스킬들과 권총 형태의 여명과 황혼을 쓸 수 있다면 쉽게 지지 않는 것은 물론 승률 또한 조금은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선일은 애초에 생사가 결정되는 전투도 아닌 대련에서 그것들을 쓸 생각이 1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힘들을 숨겨야 하는 상황이지.

무협 소설에도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상대와 싸울 때, 적어도 3할의 힘은 숨기라고.

“후우...”

선일은 허공을 바라보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형을 노려보는 눈동자가 차갑게 변했다.

이어서 선일은 끼고 있던 장갑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촤르륵!

어차피 언젠가 한 번은 닥칠 일이었다.

선일은 그때를 대비해 자신의 힘이 주인공에게 어느 정도 통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먹을 들었다.

주인의 마력에 금속들이 부드럽게 손을 덮어갔다.

여명과 황혼이 완전한 건틀릿 형태로 변하자 선일은 자세를 잡았다.

“좋아, 덤벼 형.”

“그럼 간다.”

고개를 가볍게 끄덕거리는 선월.

그의 손에 잡혀있는 달미르에게서 청명한 울림이 들려왔다.

웅웅웅웅!

직후.

타앙-!

총알 같은 소리와 함께 선월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혹한에 피어나는 달처럼 차갑지만 깔끔한 검로를 그리며 빠르게 다가오는 선월을 향해.

콰앙!

선일 또한 마찬가지로 발을 구르며 달려갔다.

‘절대 검을 휘두를 거리를 주면 안 돼.’

원래 검은 주먹에 비해 리치가 배 이상은 길다.

이지운과 싸울 때는 그의 검이 전부 보였기 때문에 자리를 지키며 들어오게끔 한 것이지만.

‘아까와는 달라!’

이지운과 같은 환도지만 그렇다고 해서 같은 방식으로 싸우면 안 된다.

같은 검사라 한들 둘의 실력은 하늘과 땅의 차이라고 할 정도로 확연히 다르니까.

순식간에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둘은 각각 마력을 운용했다.

촤앙!

달미르에서는 달을 본뜬 푸른 검기가 피어올랐고.

화륵!

여명과 황혼에서는 태양을 닮은 붉은 권기가 타올랐다.

스슷!

검이 닿을 간격을 절대 주지 않겠다는 의도를 파악한 선월이 먼저 달미르를 휘둘렀다.

강력한 마력이 깃든 검기가 가속도와 합쳐지니 달빛의 검은 더욱 매섭게 그 빛을 뿜었다.

‘미친!’

아래에서 쏘아지는 검을 확인한 선일도 아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으나 타이밍이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한 호흡, 아니 반 호흡 정도만 느렸거나 빨랐으면 방어 후 곧장 반격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선월은 그 절묘한 순간을 노렸다.

직접 맞붙게 되자 몸소 깨닫게 되는 천부적인 재능에 선일이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칫!”

까앙!

검과 건틀릿이 맞붙자 듣기 싫은 쇳소리가 대련장에 울렸다.

선월은 선일의 황혼에 튕긴 달미르를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튕겨 나온 힘으로 강력한 연격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슥.

어깨의 무복 위로 달미르가 스쳐 지나간다.

너무나 예리한 선월의 검기 탓에 선일은 무복 아래에 살점까지 그대로 베였고, 그 자리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게다가 그런 상처가 한둘이 아니었다.

주르륵.

선일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거리를 벌리거나 다가가고 싶어도 그보다 빠른 속도로 자신의 검만 닿을 거리를 유지한다.

‘어떻게 하지.’

뚫고 나갈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슈화악!

선월은 그가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잡생각을 떨쳐낸 선일은 힘겹게 공격을 피했고, 이어지는 연속 공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다음 공격은 오지 않았다.

갑자기 공격을 멈춘 것에 이상함을 느낀 선일이 의문을 표하려던 순간, 어느새 거리를 벌린 선월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째서 성강씨의 기술은 쓰지 않는 거지.”

“뭐?”

“왜 성강씨에게 전수 받은 기술을 쓰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게 무슨...”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불러서 자기 마음대로 다 해줬더니 이제는 요구하는 것이 많아진다.

그러나 이 뭣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은 그 말에 따라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선일에게서 강력한 기세가 터져 나왔다.

쿠구구구....

“그럼 형 말대로 한 번 느껴봐.”

그들 사이의 땅에서 울림이 일어나는 순간, 선월의 얼굴이 차갑게 식어간다.

동시에 선일이 말했다.

“산군역.”

크어엉-!

선일의 진짜 실력을 본 선월의 눈에 불편한 기색이 느껴졌다.

이지운에게 사용했을 때와는 그 크기부터 다르다.

귀에는 거대한 호랑이의 포효가 들려오는 듯했다.

“후우...”

맹수에 앞에 서면 오금이 저리 는 것처럼 감각이 경직된다.

그렇게 큰 경직은 아니었지만 절대 만만히 볼 힘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경계해야 하는 힘이다.

‘....위험하군.’

가볍게 자세를 잡은 선월은 평소에 쓰던 우수식이나 좌수식 정도로는 저 기운을 깨트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꽈악.

선일은 주먹을 허리 뒤로 당겼다.

그가 지금까지 성강에게 배운 기술은 산군의 형(形), 그중에서도 산군역과 산호아 단 두 개뿐이다.

타앗!

그대로 달려들던 선월은 달미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마치 검도의 머리치기와 같은 형태에 선일은 마력을 운용했다.

화아앙!

화르륵.

푸른 검기가 강해짐에 따라 붉은 권기도 더욱 강해진다.

선일은 곧 있으면 마주칠 주인공과의 공방에 침을 삼켰다.

이어서.

촤아악!

드드드득...!

달빛을 휘감은 용은 빠르게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태양을 머금은 호랑이는 어금니를 다듬었다.

‘빠르다.’

사고를 가속했음에도 검의 속도는 거의 줄어들지 않는 듯 보였다.

직후 선일은 깨달았다.

‘저건 위험하다.’

그것도 엄청나게.

어느새 용이 선일의 머리 바로 위까지 다가온 순간.

“흐읍!”

호랑이는 용을 물기 위해 입을 열었다.

까가가각!!!

검과 건틀릿이 부딪히자 불똥이 엄청나게 튀었다.

얼핏 보면 대등한 힘겨루기였으나 둘의 표정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공격을 막으려는 선일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고.

방어를 뚫으려는 선월의 얼굴은 더없이 평온했다.

‘이러다가는 뚫린다!’

선일이 건틀릿에 마력을 미친 듯이 집어넣자 그제야 검이 천천히 올라갔다.

그대로 힘을 주어 확실하게 밀어내려 했을 때.

“젠장.”

비속어가 선월의 입가에서 튀어나왔다.

선일은 달미르를 자신이 밀어낸 것이 아니라 그가 거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야, 형.”

“이 정도면 충분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선일은 의문을 표현했지만 선월은 그저 충분하다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이어서 그는 달미르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철컥!

몸을 돌린 선월이 달미르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선일은 그의 표정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왜 이렇게 씁쓸해 보이지?’

분명 결과만 보면 선월이 승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나 그의 얼굴은 여전히 불편해 보였다.

선일은 그가 불편해하는 이유는 분명 자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후 선월이 입을 열었다.

“성강씨가 널 제자로 삼은 이유가 있군.”

“응...?”

방금 잘못 들은 건가.

선일은 귀를 의심했다.

지금 선월이 하는 말.

정확하게 말하지는 않았으나 분명 선일을 인정한다는 말이었다.

‘뭐지?’

그렇기에 원작에서는 경멸하던 자신의 동생을 그가 왜 인정했는지 선일은 이해할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좋은 타이밍이다.’

휘익!

그 순간, 선일은 선월에게 작은 구슬을 던졌다.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인벤토리에서 꺼낸 역천의 빛이었다.

파앗.

등을 돌리고 있었음에도 선월은 정확하게 역천의 빛을 잡았다.

이어서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푸른빛의 구슬을 보며 선월은 고개를 작게 갸웃거렸다.

“이건 뭐지.”

“별건 아니고 영약 같은 거야.”

“이걸 갑자기 왜 나한테 주는 것이냐.”

방금 자신을 인정했던 사람이라기에는 눈이 차갑다.

그러나 선일은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과의 의미. 약속 안 지키는 사람 싫어하잖아. 그냥 영약 같은 거니까, 명상하기 전에 먹으면 돼.”

선월은 선일의 말이 끝났음에도 아무 말 없이 구슬을 만지작거렸다.

이후 역천의 빛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고맙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선일은 확실히 그가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어서 선월이 떠나고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정리하는 선일의 귀에 설계자의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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