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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75화 (7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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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콰아앙-!!!

순식간에 쏘아진 선일의 주먹은 그대로 이지운의 명치에 적중했다.

“커헉...!”

검을 든 상태 그대로 날아가는 이지운이 거친 피를 토했다.

붕대로 감은 주먹에 느껴지는 불쾌한 감촉을 느낀 선일은 그의 갈비뼈가 주먹에 닿자마자 부서진 것을 깨달았다.

날아가던 도중 강한 충격 때문에 손아귀의 힘이 빠진 이지운이 검을 놓쳤다.

푸욱.

바닥으로 떨어진 검은 다행히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신 정확히 땅바닥에 박힐 뿐.

그와 더불어 이지운은 날아가던 중에 갑자기 아래로 떨어졌다.

마치 무언가에 막힌 것처럼.

이어서 들려오는 털썩거리는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흙바닥에 쓰러진 이지운은 이주아가 확인하기 전부터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후우... 끝났네.”

내지른 주먹을 거둔 선일이 가볍게 호흡을 내쉬었다.

그러나 여전히 주먹을 휘감은 마력은 그의 감각을 날카롭게 만들고 있었다.

산호아(山虎牙).

산군의 어금니.

조금 전 선일의 맨주먹에서 산의 주인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가 구현되었다.

“성강 이 자식... 제대로 가르쳤군.”

선일이 이지운에게서 승리를 따내는 광경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 있던 이천야가 작은 웃음을 지었다.

허나 그의 웃음은 아들이 잘 성장했다는 대견함과 자신이 아닌 성강이 가르쳤다는 점에서 일어난 아쉬움 등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섞여 있었다.

‘질투하시는군.’

가주의 비서로 많은 시간을 보낸 이주아는 그의 표정을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다.

그의 복합적인 감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안도감이라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조용히 선일을 바라보았다.

“...”

갑자기 생각에 빠진 듯 정면을 주시하는 선일.

어딘가 편안해 보이는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린 이주아가 입을 열었다.

“첫 번째 대련은 이선일 도련님이 승리하셨습니다.”

이주아의 작은 입가에서 터져 나오는 선언에 선일은 자리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주변에 대기하던 의료진들이 몰려든 이지운 쪽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

쓰러진 손자에게 빠르게 달려온 이무룡을 쳐다보았다.

부들거리는 손을 보니 늙은 장로는 엄청나게 분노한 듯 보였고, 이어서 시선을 느꼈는지 선일과 눈을 마주쳤다.

싱긋.

상쾌해 보이는 웃음을 이무룡에게 날리는 선일.

다들 이지운에게 시선이 돌아간 틈을 타 선일은 소리를 내지 않고 입을 움직였다.

‘저런 쓰레기로 헛짓거리하지 마세요.’

선일만을 죽일 듯이 바라보던 이무룡은 곧바로 그의 입 모양을 읽었고, 직후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분노 탓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 표정을 천천히 감상하던 선일.

그의 머릿속에서 오늘 처음 봤을 때부터 이무룡에게 들었던 말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니까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됐지.’

‘이 쓰레기 자식이...!’

이무룡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다시 자리에 돌아가자 이천야가 입을 열었다.

“고생했다.”

“감사합니다.”

가벼운 웃음으로 그에게 대답한 선일은 바로 전음을 날렸다.

-잘 봤지 형? 이제 끝난 거다.

-...

선일의 전음에 대답은 없었다.

그는 조용히 정면만을 주시한 채 조용히 허리춤의 달미르를 매만지고 있을 뿐이었다.

선일은 평소 감정표현이 거의 없는 그의 눈에는 열망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그러지? 설마 내가 성강의 제자라는 것이 확실해져서?’

성강에게 무수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이선월이라면 그럴 만도 하다.

이렇게 생각한 선일은 이럴 때 감정을 알 수 없는 점이 아쉬웠다.

설계자가 알려주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은 선일과 그를 주시하는 사람이 서로 보고 있어야만 알 수 있었으니까.

‘쩝... 뭐 별 신경 안 써도 되겠지.’

주인공인 이선월의 열망이 변해 자신에게 향하는 비수가 되지만 않으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선일은 시선을 남은 네 명에 집중했다.

멈칫.

이지운이 당하는 것을 똑똑히 바라본 그들은 모두 어정쩡한 자세로 주춤대고 있었다.

마치 대련을 피하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허나 천검이가의 일원은.

아니, 아주 조금이라도 검을 배운 무인이라면 적어도 자신의 행동거지와 말에 책임을 지어야만 한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천야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럼 다음은...”

“가주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천야의 말을 끊은 인물은 다름 아닌 선월이었다.

“무엇이냐.”

“남은 세 사람은 저 혼자 상대를 하면 안 되겠습니까.”

달미르의 칼자루를 툭툭 건드리던 선월은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

아버지이기에 알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선월이는 불편한 일이 생기거나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검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아마 가주이자 아버지인 자신의 앞이라 최대한 참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검을 가만히 두지를 못했다.

‘선일이에게 자극을 받은 것 같군. 원래는 성강에게 제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던 아이였으니까.’

이어서 이천야는 과거의 선일이 형인 선월에게 자극을 받았던 것을 떠올렸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입장이 반대되었지만, 부모의 처지에서는 너무나 좋은 관계이다.

생각을 끝낸 이천야는 결국 가주가 아닌 아버지로써 선월의 손을 들어주기로 결정했다.

“대련이기에 원래는 안 되겠지만, 딱히 문제 될 것은 없겠지.”

“저... 저희는 이선일 도련님과 붙고 싶습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허가를 내린 이천야의 앞에서 한 소년이 소리쳤다.

표정이 이상하게 급해 보이는 것이 그도 이무룡과 장로들의 명령을 받고 선일에게 망신을 주려 했던 것 같았다.

딱 봐도 머릿속에 재생되는 빌어먹을 노친네들의 계획에 이천야는 무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선일은 이미 너희 중 가장 강하는 자를 상대로 승리하며 실력을 증명했다. 설마 이걸로도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허... 허나!”

“이선월 역시 강화도에서 악마숭배자들을 상대했던 일원이다. 설마 이선일의 실력은 시험하면서 그는 실력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헛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

‘젠장!’

소년은 이천야가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것을 깨달았다.

한 번은 어린 나이를 핑계 삼을 수 있지만.

두 번이라면 가주의 명에 불복하겠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꿀꺽...

무거운 침묵 속에서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만 들려왔다.

문제는 더 없는 것을 확인한 이천야가 무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른 항의는 없는 것 같군. 이선월 준비해라.”

“예.”

스릉...

달미르가 검집에서 뽑히며 맑은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신들의 심장이 쿵쿵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던 남은 이들은 선월의 손에 서슬 퍼런 검날이 달빛을 반사하는 것을 보았다.

아니, 달빛이 반사되는 것이 아니었다.

웅웅웅웅!

검에서 달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었다.

강렬한 검기에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검을 뽑았다.

“준비됐나 보군.”

직후.

소년들은 깨달았다.

“그럼 시작하지.”

자신들이 상대하는 소년은.

천재 따위가 아닌 괴물이라는 사실을.

***

풀썩!

선일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졌다.

옷을 갈아입기도 귀찮다.

“진짜 더럽게 피곤하네.”

천장을 바라보기 위해 몸을 돌린 선일이 말했다.

이어서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구슬을 꺼냈다.

“이걸 줄 타이밍을 못 찾았네.”

선일이 손으로 들고 있는 것은 역천의 빛이었다.

원작에서는 망령 제사장을 토벌한 엘레나가 선월이 가진 특별한 힘을 느끼고 망설임 없이 그에게 주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손에 있었다.

“아니, 근데 이거 없어도 강한 것 같던데...”

이어서 선일은 방금 전에 보았던 남은 이들의 대련을 떠올렸다.

아니.

그걸 대련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확실히 압도적이었지.”

이지운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을 상대로 싸운 선월은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분명 원작에서 얻은 기연들 몇 가지들을 선일이 가져갔음에도 분명하고 그의 성장은 압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주인공이라고 해도 아니, 주인공이라서 가능한 건가?”

흐음, 선일은 역천의 빛을 눈앞에 가까이 대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선월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지고 싶었다.

설계자라면 이것을 흡수할 방법을 알려줄지도 모르니까.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미래에 이선일을 죽이는 장본인인 이선월이 강해지는 속도를 아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고, 동시에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그러나 선일은 역천의 빛을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다.

“그래도 이건 나한테 안 맞아.”

애초에 선일은 현장체험 에피소드에서 망령 제사장을 죽여 운명보정이라는 스킬을 얻었다.

원작의 이선월이 제사장의 핵을 흡수하고 운명을 거스르는 힘을 얻었던 전개를 떠올리면 운명보정과 역천의 빛은 거의 같은 결의 힘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운명보정은 그와 마찬가지로 운명에 간섭하는 스킬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하윤이나 유리한테 이걸 주자니 둘은 성향 자체가 안 맞을 테고.”

하윤은 악마의 힘, 그리고 유리에게는 정령의 힘이 존재한다.

역천은 그 둘도 아닌 어떻게 보면 이질적인 힘.

가뜩이나 서로 힘을 완전히 개화한 상태가 아니기에 역천의 힘은 독이라고 생각했다.

“에휴... 나중에 줘야겠다.”

풀썩.

베개에 머리를 놓은 순간 갈아입지 않은 무복에서 꾸리꾸리한 땀 냄새가 올라왔다.

하지만 피곤함을 이기지 못한 선일은 신경 쓰지 않고 이불을 덮었고, 그대로 눈을 감기 시작했다.

“그냥 나중에 줘야겠다. 언젠가 시간이 생기겠지.”

격렬하게 육체와 정신을 침범하는 수마에 선일이 잠에 빠지려는 순간.

삐빅! 삐빅!

“뭐야.”

손목에서 빼지 않은 워치가 요란하게 울리며 잠기운을 물리쳤다.

기분 좋은 순간 울리는 알림에 잠이 달아난 선일은 눈가를 찡그렸다.

곧바로 손목의 워치를 풀던 선일은 알림의 정체를 확인했다.

“...이선월?”

알림의 정체가 선월의 문자인 것을 보며 눈을 비비던 선일은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

곧이어 메시지의 정체를 확인한 그의 눈이 더없이 커졌다.

-지금 당장 야외 대련장으로 나와라.

영문을 알 수 없는 메시지에 당황한 선일은 곧바로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

-갑자기? 무슨 일 있어?

이유를 묻는 문자에도 선월의 답장은 없었다.

그저.

-기다리겠다.

자신이 기다리겠다는 말만 남겼을 뿐.

이후 더 이상의 문자는 없었다.

동시에 선일의 감각은 주인에게 말했다.

만약 가지 않는다면.

일은 매우 성가셔질 것이라고.

“하아...”

이러려고 옷을 갈아입지 않았던 걸까.

그냥 들어오자마자 자는 게 나았다고 생각한 선일은 그대로 방문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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