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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74화 (7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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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쓰윽.

누군가의 고개가 아래를 향해 가볍게 내려간다.

그의 눈에 보이는 평평한 모랫바닥.

아까까지만 해도 그가 있는 공간의 바닥은 마치 사막처럼 건조했었다.

그러나 지금 보면 이상하게도 주위가 물기에 젖어있다.

또옥.

누군가의 귀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집중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작은 소리였으나 신체의 오감이 평범한 인간의 수십 배 이상 예민한 그에게는 톡톡히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끄으으윽...!”

바로 아래에서 사람의 비명소리가 그들이 있는 공간에 가득 울려 퍼졌다.

신경을 전부 쥐어짜는 비명에는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못한 앳된 소년의 목소리가 남아있었다.

‘슬슬 시간이 됐군.’

손목에 있는 워치를 확인한 사내, 성강이 나지막한 목소리를 내었다.

“이선일.”

“갑자기 왜 부르시는 겁니까!”

그가 소년을 부르자 아래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아하아, 스승의 부름에 대답을 하면서도 선일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어서 성강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시금 말했다.

“일어서라.”

“....후우.”

그 말이 나오기를 계속해서 바랬던 듯, 선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땅에 짚고 있던 두 손을 들었다.

아아, 인간이란 이족 보행에 감사해야 할 줄 아는구나.

마치 포승줄로 온몸을 감싸 뜨거운 땅 위에서 구르는 것 같다.

선일은 몸을 가득 채운 극심한 피로와 고통에 사고가 잘 굴러가지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자신이 두 개의 발로만 땅을 설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감사합니다, 땅님. 아니 내 몸뚱어리 님.”

“...”

이상한 헛소리를 뱉는 선일.

정신을 놓아버린 듯한 제자를 바라보면서도 성강은 이상하게도 말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하는 것이 맞으리라.

성강은 선일의 몸을 바라보았다.

온몸의 근육, 그 안에 존재하는 근섬유를 모조리 빈틈없이 꼬아버린 듯한 육체는 그야말로 완벽한 예술품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그가 놀라는 이유는 몸 때문이 아니었다.

‘...저런 성장이 말이 되는 건가.’

자신의 제자가 되기 전만 해도 선일의 몸은 저렇지 않았다.

다른 평범한 무술가들처럼 적당히 단단하고 적당히 탄력이 있었다.

그랬던 선일 저런 육체를 얻은 시간은 고작해야 2주 안팎이었다.

‘내가 어릴 때 스승님하고 수련할 때도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물론 자신의 훈련이 워낙 빡빡하다는 것은 성강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선일의 나이는 고등학생 1학년.

성인이 되기 전에는 외부로 나가지 못하는 천검이가가 아니었면 이제 갓 중학교를 졸업한 나이였다.

아무리 고등학생이 무엇을 먹어도 전부 소화할 수 있는 성장기고, 또 육체의 능력이 같은 수준의 다른 헌터들보다 뛰어난 천검이가의 자제라지만 저건 말이 안 된다.

‘천야씨의 피를 이었기 때문인 건가.’

선일이 설계자라는 미지의 존재를 통해 성장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로써 유일하게 추측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성강은 그의 아버지인 이천야가 육체와 실력이 순식간에 성장하는 광경을 옆에서 꾸준히 보았었으니까.

같다고는 할 수 없으나 거의 비슷한 성장 속도를 보이는 선일을 보며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검의 재능은 이선월이, 육체의 재능은 이선일이 각자 물려받은 건가.’

자신의 생각에 완전히 납득한 성강.

이어서 그는 훈련하는 동안 뭉친 몸을 가볍게 풀던 선일을 불렀다.

“이리로 오너라.”

“넵.”

선일이 가까이 다가오자 성강은 그에게서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는 희미한 기운을 느꼈다.

그 어떤 존재가 오더라도 부러지지 않을 것처럼 단단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을 전부 포용할 수 있는 부드러움을 갖췄으며.

절망과 역경이 동시에 덮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진 기운.

“...최소한의 조건은 갖춘 것 같군.”

“...예? 최소한의 조건이요?”

선일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인간이 아닌 사족보행 동물처럼 이곳을 기어가게 해놓고서는 이제야 최소 조건이라니.

표정 숨기기 또한 발동할 의지가 없었는지 선일의 표정이 썩어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그래.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대충은 전수할 수 있겠군.”

성강은 어이가 없어 하는 제자의 얼굴을 보며 담담히 말했다.

‘허!’

그 얼굴이 어딘가 웃음처럼 보이는 이유는 내 눈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그의 가르침이 이제 시작이라는 것에 사고를 잃어버린 것일까.

어찌 되었든.

‘X 됐네?’

젠장, 야누스의 가면을 포함한 여러 가지 혜택에 혹했으면 안 됐다.

그렇게 생각한 선일이 후회하기 시작했을 때, 성강이 조용히 기운을 일으켰다.

쿠구구구...

그들이 있는 훈련장의 땅이 울렸다.

땅의 기운을 몸으로 받아들이던 성강이 묵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직 완전한 조건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시작해도 시간이 조금 부족할 것 같구나.”

쿠쿠쿠쿠...!

땅의 울림이 더욱 심해졌다.

이제는 균형을 잡기도 힘들다.

직후.

“지금부터 네게.”

태산격무(太山擊武)를 전수하겠다.

***

‘뭐야, 이건!’

자신의 올려치기가 막혔다는 사실에 이지운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그와 반대로 선일의 얼굴에는 당황이라는 감정이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다.

‘이게 되네?’

성강이 그에게 전수한 태산격무라는 무술.

이름만 들었을 때는 한없이 공격적인 기술들 같으나 실상은 정반대였다.

‘대부분의 기술이 방어기인 한없이 수비적인 무술.’

그의 이명인 강철도 이 무술로부터 비롯되었다.

강철처럼 아무도 뚫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시작되었으니까.

그리고 선일이 지금 이지운의 검을 막은 방법도 그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거대한 바위처럼 공격을 손바닥으로 막고 있던 선일.

이어서 그는 발을 들어 올렸다.

쿠웅...

그가 밟은 진각에 대련장의 작은 여진이 생겼다.

아니, 사실은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여진은 일어나고 있었다.

그 힘이 너무나도 미세했기에 이지운이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드드드드...

선일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단전의 코어에서 마력을 꺼낸 선일은 평소와는 달리 심장의 코어를 거치지 않았다.

그 대신 손이 아닌 하체를 중심으로 마력의 흐름을 일으켰다.

동시에 선일이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은 산을 지키는 호랑이.

산군이었다.

쿠구구구....

멎지 않던 여진이 더욱 강해졌다는 사실은 선월과 이천야, 그리고 이주아 셋만 깨달았다.

선일이 한 일을 알고 있는 이천야가 얼굴의 힘을 미세하게 풀었다.

‘호오? 이 자식 처음 공격을 피할 때부터...’

성강이 선일을 향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 사이, 이지운이 움직였다.

그는 지금 일어나는 여진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랐으나 저 쓰레기가 지진을 일으켰다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어서 선일과 마찬가지로 마력을 일으킨 이지운이 빠르게 검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까가가각...!

날카로운 환도가 선일의 손바닥을 스치며 지나갔으나 들려오는 소리는 처음과 같은 불쾌한 소음이었다.

그를 우습게 본 탓에 지금까지는 제대로 실력을 보이지 않았지만, 생각과 달리 성가시다.

선일이 이 정도 힘으로는 뚫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한 이지운이 빠르게 검을 내질렀다.

화아아...

이지운이 다루는 천재검은 환검이다.

검으로 극한의 속도를 만들어내는 쾌검이나 힘으로 부숴버리는 강검과는 달리, 환검은 기술로 상대의 눈을 현혹한다.

그렇기에.

‘상성이 나빠.’

선일이 처음부터 사용한 기술인 산군역(山君域)은 말 그대로 산군의 구역을 연상케 한다.

아무리 속임수를 쓰고, 눈을 어지럽게 하더라도.

산을 지배하는 산군은 그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

‘오른쪽.’

촤악!

선일이 생각하는 순간, 타이밍 늦게 검이 들어온다.

그의 예상대로 이지운의 검은 선일의 오른 어깨 옆 공간을 가른다.

‘이번엔 위쪽.’

스윽.

가볍게 숙인 머리 위로 곧장 날카로운 검이 지나가지만 선일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전부 알고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이지운의 공격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예상했지만, 산군역을 제대로 발동한 시점부터는 근육의 움직임 하나하나만으로도 전부 알 수 있다.

“이익!”

아무리 연속적으로 공격을 날린다 한들 그의 검은 선일의 옷깃, 아니 그 옷깃에 튀어나온 실밥 하나조차 스칠 수 없었다.

처음에 앞섬을 자를 수 있었던 것은 선일의 여유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의 속에서 격한 감정이 용암처럼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검조차 다루지 못하는 본가의 쓰레기가 자신의 공격을 전부 피한다는 사실에 참아왔던 분노가 이성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만약 그가 이성을 찾아 좀만 침착했다면 그는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선일은 단 한 번도.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실히 잘 어울려.’

처음 실전에서 기술을 사용해본 선일은 원래 자신이 다루던 적양권과 태산격무의 조합이 꽤나 어울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머릿속에 적양권의 초식들이 각인된 순간부터 그 스스로 자각하고 있었다.

적양권의 기술들은 일출의 벽을 제외하고는 전부 뒤를 보지 않는 극한의 공격들이다.

그러나 태산격무는?

‘대부분의 기술이 극한의 수비에 걸맞은 기술들.’

적양권을 쉽게 표현하자면 상대를 쓰러트리면 그것이 곧 방어였고.

반대로 태산격무는 표현하자면 내가 쓰러지지 않는 것이 곧 공격이었다.

극공과 극방의 무술.

둘을 극한까지 다루면 이론적으로는 완벽에 가깝지 않을까.

이지운의 검을 피하며 선일은 생각했다.

이어서 선일은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는 이지운에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슬슬 끝내볼까. 이제는 피곤하니까 좀 쉬러 가야지.”

“뭐라고?”

선일의 말이 어이가 없었는지 이지운의 입에서는 다시는 존댓말이 나오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검을 지루하다고 표현하는 쓰레기에 대한 분노.

동시에 자랑스러운 자신의 검이 단 한 번도 통하지 않았다는 것에 울분.

그 모든 감정이 그의 이성을 삼켰을 때, 그는 쓰레기를 처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휘우웅.

이지운의 검이 허공에서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어서 재가 연상되는 회색빛 마력이 검날을 타고 피어올랐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다.

천재는 안 되지만 수재에 속하는 이지운의 재능.

그 재능이 지금 본가의 직계를 향해 이성을 마비시킨 분노와 함께 터지려 하고 있었다.

‘미쳤군.’

지금 이지운이 사용하려는 기술이 살초임을 파악한 이주아.

그녀가 자신의 검을 뽑아 이지운을 제재하려 했을 때.

-막지 말게.

-가주님?

이천야의 목소리가 담긴 전음이 그녀의 귀에 닿았다.

순간 의문을 품은 이주아였으나 곧바로 그녀는 그가 어째서 그런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여유롭다.’

이주아의 생각대로 선일의 얼굴을 편안했다.

허나 눈은 뜨겁다.

그가 무언가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검자루를 쥐었던 손을 풀었다.

직후.

스스스스슥!

잿빛 마력을 품은 환도가 선일을 향해 날아들었고.

이지운은 이렇게 생각했다.

동시에 선일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끝이다, 쓰레기!’

‘끝이네.’

방어만 하고 있었던 선일이 그 순간, 처음으로 자세를 잡았다.

선일은 하체에 집중되던 마력을 일부분 분리했다.

다리를 땅에 단단히 고정시킨 그는 분리해낸 마력을 복부, 흉부를 넘어 양팔로 옮기기 시작했다.

고고고고...

이어서 그는 양손을 허리 안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러면서 오른쪽 손등은 위를, 왼쪽 손등은 아래를 향하게끔 주먹을 만들었다.

동시에 사고를 가속한 선일이 자신을 향해 점점 다가오는 검을 넘어 이지운을 바라보았다.

‘저건 맞으면 좀 아프겠네.’

지금 그의 검은 분명 살초다.

살초란 상대를 죽이기 위한 기술이고.

그런 큰 기술에는 마찬가지로 거대한 빈틈이 생겨난다.

세상 무엇이든 대가는 존재하니까.

이어서 그 사실을 몸으로 깨닫고 있던 선일은 볼 수 있었다.

이지운의 몸이.

활짝 열렸다는 사실을

그 순간.

크어어엉-!!!!!

산을 울리는 호랑이의 포효와 함께.

선일의 주먹이 이지운을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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