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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70화 (70/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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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저벅저벅.

복도에 울리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선일의 눈에는 빙의한 날에 보았던 거대한 문이 비쳐왔다.

가주이기 이전에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

그렇기에 짐을 풀지도 않고 곧장 만나러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 선일은 끌고 왔던 캐리어를 깨어났을 때, 있었던 방 안에 놓고 왔다.

이선일의 영혼과 섞여지는 동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첫날의 기억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서 그래서인지.

천검이가를 떠나온 지 한 달 반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기에 길을 잃을 줄 알았지만 다행히 방을 찾아가는 길은 선일의 기억에 남아있었다.

멈칫.

선일은 어느새 다다른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문의 최상단에 위치한 천검이라는 글자를 바라보며 속에서 무언가 올라오려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이선일의 감정임을 깨달은 선일이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

‘하아... 좀 진정 좀 돼라.’

선일이 이상하게 복받치는 감정을 추스를 때, 옆에서 선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서 뭐 하는 거냐.”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튀어나오는 선월에게 당황한 선일이었으나, 표정숨기기는 그런 당황한 표정을 타이밍 좋게 가려주었다.

그는 희미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대답했다.

“오랜만에 이 문 앞에 서니까 느낌이 다른 것 같아서.”

“그런 쓸데없는 감상을 느낄 시간에 들어가라. 아버지가 너를 부르신 지 한참 지났다.”

“형은 그걸 어떻게 알아? 설마 여기서 기다렸어?”

그런 말을 들은 선월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이후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선일을 향해 입을 열었다.

“먼저 들어갔을 때, 아버지가 말하시더군. 네놈이랑 같이 오라면서 밖에서 기다리라고.”

“아, 그래? 난 또 형이 기다...”

읍.

선일은 무의식적으로 말을 멈췄다.

자신이 말을 하는 동안 선월의 표정이 점점 싸해졌기에.

그가 만약 이어졌을 뒷말을 입 밖으로 내었다면 저 정도로 안 끝났을 수도 있다.

“헛소리는 그만해라.”

귀로 들어오는 선월의 목소리에서 서늘함이 느껴졌다.

힘들었던 시련과 현장 체험을 같이 보냈기에 원작과 비교해서 조금은 가까워졌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차가운 선월의 반응에 선일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들어갈까?”

“그러지. 아버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너라.”

드드드득.

예전에 봤던 것처럼 문을 지키는 이는 아무도 없었음에도 스스로 열렸다.

익숙한 광경에 둘은 망설임 없이 문 안쪽으로 발을 넘겼다.

동시에.

쿠구구구....

‘이게... 무슨 기운이야!’

선일과 선월은 문 안쪽에 느껴지는 엄청난 존재감을 그대로 마주했다.

지금까지 보았던 인물들에게는 느끼지 못했던 차원이 다른 기운에 선일이 가볍게 쥔 주먹 안에서 땀이 흘러나왔다.

이를 악물은 선일이 이어서 옆에 있는 형을 돌아보았을 때, 그는 잠시 동안 어이가 없었다.

‘허! 무슨 얼굴의 표정 하나 안 변하냐?’

그 말대로 선월은 변화가 없었다.

이런 거대한 존재감이 자신에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닐 터인데.

‘아니, 이거 밸런스 맞는 건가?’

악사영의 단 하나뿐인 주인공과 수많은 엑스트라.

그런 엑스트라 중에서도 그의 손에 퇴장하는 악역의 차이는 아무리 기연을 먹어도 좁혀지지 않는 것 같았다.

허나.

‘어라?’

선일의 생각은 조금씩 빗나갔다.

그의 눈에 비치는 선월의 목에서 아주 흐릿한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주륵.

선월의 뒷목에 작은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한 변화였으나 이 정도로도 둘의 간격은 좁혀졌다는 의미였다.

그것을 깨달은 선일은 평소에 짓는 미소가 아닌 알 수 없는 웃음을 얼굴에 매달았다.

선일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형 가자.”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한 선월.

동시에 두 사람이 각자 앞을 향해 한 발자국 내디뎠다.

투욱.

선일과 선월이 그들을 옥죄는 존재를 향해 움직였을 때.

스으으으...

언제 그런 기운이 있었냐는 것처럼 강렬한 존재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경직됐던 몸을 가득 채웠던 긴장감이 풀리면서 선일은 힘이 빠졌으나 그렇다고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선일은 저 앞에 앉아있을 아버지 이천야를 향해 움직였다.

선일 옆에서 같이 보폭을 맞춰 걸어가던 선월은 어느새 앞에 서있었다.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향해 가볍게 목례한 선월의 입이 열렸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그래, 오랜만이구나.”

아들들을 향해 대답하는 이천야의 말투는 한 달 전과 마찬가지로 무뚝뚝했다.

그러나 표정만은 달랐다.

쓰윽.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난 이천야가 둘을 향해 다가왔다.

여전히 거대한 덩치였으나, 선일과 선월은 떠날 때보다 지금 보이는 이천야의 키가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이천야가 작아진 말은 아니었다.

두 사람이 집을 떠나 각자 바쁘게 시간을 보내며 성장했다는 의미였다.

키 같은 육체적인 부분만이 아닌 정신까지.

“안 본 사이에 많이 자랐구나.”

두 아들을 쳐다보던 이천야의 눈에 대견함이 묻어났다.

동시에 아쉬움이 몰려왔다.

“일단은 자리에 앉거라.”

이대로 조금 더 자식들의 변화를 보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시간이 부족했다.

최근 늘어난 범죄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악마숭배자들의 움직임, 그리고 며칠 전에 일어난 강화도 사건 등.

두 아들이 본가를 벗어났던 한 달 반 동안 일어난 많은 변화에 천검이가도 그에 따른 방책을 세워야 할 때였으니까.

하지만 아들들과 대화를 나눌 아버지의 시간은 억지로라도 만들 수 있었다.

이어서 선월과 선일이 소파에 앉는 것을 본 이천야는 그들의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다.

“꽤나 강해졌더구나.”

쓰고 있던 안경을 내려놓은 이천야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을 들은 선일은 느껴졌던 거대한 존재감이 이천야가 뿜어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찬이십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칭찬에 고개를 깊게 숙인 선월이 말했다.

뒤이어 선일도 그를 따라 이천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직은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천야의 눈을 마주한 선월이 공손하게 말했다.

같은 나이대의 아이들 중에서는 선월을 따라잡을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을 이미 오래전에 깨달은 이천야의 얼굴에 만족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무인은 극에 달하기 전까지는 언제나 부족한 법이지. 나조차 아직은 부족함을 느끼고 있으니까 말이다.”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덜컥.

아들들의 가감 없는 반응에 흐뭇한 표정을 지은 이천야가 고풍스러운 찻잔을 들어 입에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보니 내가 너희들을 아직 어린애로 보았던 것 같구나.”

홀짝.

말을 마친 이천야는 앞에 있는 따스한 차를 한 모금 목으로 흘려보냈다.

이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선월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침묵만이 감도는 부자간의 자리.

그 시간은 매우 짧았으나, 선일에게는 너무나 어색해 견디기가 버거웠다.

달칵.

찻잔을 내려놓은 이천야는 잠시 생각했던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허나 방금 전이 아버지의 입장에서 말을 했었더라면, 지금 꺼내는 말들은 아들과 아버지가 아닌 한 가문의 가주와 그에게 속한 인물의 대화였다.

“너네들이 수원과 강화도에서 했던 일은 익히 들었다. 시련에서는 마인을 저지하고 강화도에서는 그들이 만든 새로운 괴물을 잡았다고.

“그렇습니다 가주님.”

그 사실을 깨닫고 호칭을 바꾸는 선월.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하는 큰아들의 모습이 어딘가 어릴 때의 자신과 닮았기에 이천야는 쓴웃음을 지었다.

허나 그 웃음도 잠시.

선월과 선일이 표정의 변화를 눈치챌 시간도 주지 않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돌아온 이천야가 계속해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너네들이 지금까지 이뤄왔던 일들을 치하하기 위해 오늘 저녁 연회가 열릴 것이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얼굴이 살짝 굳어있는 이천야를 향해 선일이 물었다.

“어떤 것인가요?”

“나는 너희의 아버지이면서 동시에 거대한 천검의 가주이다. 그렇다 보니 애초에 너희들을 본가가 아닌 대한고로 보낸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편애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장로들에게서 나왔지.”

“그렇군요.”

선일은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원래라면 천검의 자제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는 본가에서 배워야 하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으나 이천야는 그렇지 않았다.

세상이 조금씩 변화하는 광경을 보면서 지냈던 이천야는 자제들이 본가에서만 배워야 한다는 규칙은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없던 구시대의 악습이라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두 아들들은 본가에서만 배울 수 있는 지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와 함께 올해 대한고에 입학을 시킨 것이었는데...

‘그걸 다른 장로들은 특권이니 뭐니 하면서 떠들어댔지만 이천야는 무시했다.’

아무리 장로들의 목소리가 강하다 한들 이천야는 가문의 가주.

그의 결정에 쉽게 반발을 하지는 못했으나 여전히 장로들은 불만을 표출했다.

‘애초에 천검이가의 장로 대부분이 이천야를 싫어했지.’

장로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저지르는 비리들과 인사권과 같은 장로들의 권한을 대폭 줄였으니...

자신들의 힘을 줄여버린 이천야를 장로들이 좋게 볼 리가 없었고, 마찬가지로 이천야도 그런 장로들을 본가를 좀먹는 벌레 취급을 했었다.

선일이 빠르게 사고를 굴리고 있는 동안 이천야가 다시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연회를 시작하면서 내가 미리 생각해놓았던 상을 듣는다면 아마 반발하는 자가 몇몇 있을 것이다. 아직 어린 너희에게는 분에 넘치는 보상이라면서 나를 방해하겠지. 허나 그것을 막기 위해 나는 연회 중간에 간단한 대련을 열 것이다.”

오소소...

선일의 뒷목이 차가워진다.

분명 온도는 그대로였으나 이런 기분은 한두 번 느껴본 것이 아니었다.

이제 이천야의 입에서 나올 말은 간단하다는 말과는 다를 게 분명하다고 선일은 생각했다.

‘에이... 아니겠지.’

“만약 장로들이 내가 넘길 보상이 분에 넘친다고 말을 한다면, 너희는 힘으로 증명하면 된단다.”

쿠웅.

어째서 불길한 생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빗나가지도 않는지...

이천야가 말을 마치자마자 선일의 표정이 무너져 내릴 뻔했으나 다행히 표정숨기기는 정상적으로 발동하고 있었다.

본가에 가볍게 다녀온다는 생각에 별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선일은 돌아온 것을 급격히 후회하기 시작했다.

귓가에 익숙한, 그러면서 듣기 싫은 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곧바로 떠오르는 새파란 텍스트로 이루어진 문장은 딱 하나였다.

선일은 설계자의 문장을 보는 순간, 짜증이 솟구쳐 오르려는 것을 깨달았다.

‘아 혈압...’

“알겠습니다 가주님.”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는 선월은 수긍하며 대답했고, 겉으로 티를 낼 수 없던 선일 역시 긍정적인 대답을 뱉었다.

“알겠습니다!”

직후.

[서브 에피소드: 니가 알던 내가 아냐가 시작됩니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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