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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68화 (68/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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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으음~.”

“그렇게 맛있냐...”

입안에 넣은 피쉬 앤 칩스를 야무지게 씹는 유리.

그런 유리를 작게 뜬 눈으로 쳐다보던 선일은 포크에 찍혀있던 감자튀김을 입속으로 넣었다.

음식을 목 안으로 부드럽게 삼킨 그녀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면서 목소리를 내었다.

“응! 너무 맛있는데?

“다행이네. 예전에 피쉬 앤 칩스 좋아한다고 했잖아.”

“...그걸 기억하고 있었어?”

살짝 놀란 듯, 유리의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

선일은 그런 것이 뭐가 대수라는 어투로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당연하지.”

“...기억 못 할 줄 알았는데.”

“내가 바보냐.”

선일은 당연한 사실을 묻는 유리를 보며 피식거렸다.

유리의 눈 안에서는 그렇게 웃음을 짓는 선일이 2년 전 자신과 처음 만났을 때, 살벌했던 선일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때보다 훨씬 커진 선일이 지금 자신과 데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자각한 유리는 어느새 자신의 볼이 불에 데인 것처럼 뜨거워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목이 좀 마르네...”

그녀는 다급하게 비어있던 유리컵 안에 물을 담은 후, 벌컥벌컥 삼키기 시작했다.

냉수가 목을 적시며 남아있던 짠 내가 스르륵 넘어갔다.

그와 동시에 조금 뺨이 식은 것을 확인한 유리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근데 여기 술집이야?”

마치 주제를 돌리려는 것 같은 유리의 행동에도 선일은 말꼬리를 잡지 않고 넘어갔다.

이어서 유리와 마찬가지로 식당 내부를 천천히 둘러본 그가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럴...걸?”

처음에 이곳을 알아볼 때부터 선일은 이 식당이 정확히 술집인지 아님 식당인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리가 문자를 보냈을 때, 맛있는 식당을 찾아와달라는 요구뿐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나마 유리의 모국인 영국의 식당과 최대한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음식점을 찾았는데...

“근데 뭐 상관없지 않아? 어차피 우리가 술 마실 것도 아닌데.”

“그래도 분위기가 이러니까...”

지금 그들이 있는 식당은 은은한 네온색의 인테리어와 살짝 어두운 조명이 즐비해 묵직한 분위기가 느껴졌고, 그 탓에 평범한 식당이 아닌 펍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충 봐도 낮에 올만한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분명 검색해 봤을 때는 그저 음식만 먹고 가도 된다고 적혀있었다.

“헤헤헤.”

허나 유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헤픈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웃음이 어딘가 이질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선일의 표정이 이상하게 굳어졌다.

이어서 갑작스럽게 불안한 느낌이 들은 선일이 급박하게 입을 열었다.

“...잠깐 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리 선일이 악사영의 작가고, 또한 등장인물들이 가진 대부분의 설정들을 전부 알 수 있다 한들 바로 앞에 있는 유리의 속은 읽지 못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정확히 알았다.

지금 유리가 웃는 이유는 분명 이상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 사실만은 분명했다.

‘불안하다.’

“저기 선일아~.”

선일은 자시의 생각이 맞음을 직감했다.

애교 섞인 목소리를 내는 유리.

그녀가 지금 뱉으려는 말들은 모두 속으로만 생각해야 하는 내용들일 것을 말이다.

“우리 술 마셔보지 않을래?”

“안 돼.”

“아 왜에..!”

역시 선일의 생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한숨을 푹 내쉰 그의 입에서 질책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아... 우리 아직 학생인 거 알지?”

“에이 뭐 어때!”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을 했음에도 유리의 표정은 여전히 해맑았다.

선일은 곧이어 그녀가 어째서 이렇게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지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유리는 일탈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지.’

유리는 고귀한 왕국에서 정확히는 그녀의 아버지, 아서 펜드래건의 아래에서 거의 구속된 채 살아왔다.

다른 또래 여자애들처럼 꽃놀이나 인형 놀이 같은 놀이는 물론이요, 옷차림과 성격.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는 환상이었고, 또한 꿈이었다.

이어서 선일은 동화 때 보았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이선일과의 첫 만남도 유리가 한 일탈 때문이었지.’

선일이 두 번째로 보았던 알지 못했던 기억.

동화의 중심에 서있었던 유리는 분명 지금과 마찬가지로 이선일과 몰래 연회에서 빠져나가 돌아다니는 동안 설레어하는 표정을 지었었다.

그 기억을 되살려보니 마음이 조금 약해지려 했으나.

‘그래도 아직은 안 되지.’

선일은 지금 자신들이 학생이라는 위치를 떠올렸다.

동시에 그가 보육원에서 지냈을 때, 원장님이 항상 하시던 말이 겹쳐졌다.

소년은 청년이 아닌 소년다워야 한다는 말을.

그 말은 선일의 심장 속에 말뚝처럼 박혀있었고,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 한들 어길 생각은 없었다.

‘칫 안 되나?’

선일이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

유리는 그런 선일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언뜻 보면 그녀가 지은 표정은 선일이 보인 단호한 반응에 삐친 것처럼 보였지만.

띠링.

[‘유리 펜드래건’이 당신에게 기대합니다.]

‘...하하.’

설계자는 물론, 선일은 이미 그녀가 한껏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안 되는 건 안 돼.”

“아니, 선일이 넌 술이 어떤 맛일지 궁금하지 않아?”

“어 궁금하지 않아.”

이미 알고 있으니까.

툭 튀어나올 뻔한 뒷말을 다시 입속으로 되돌린 선일은 입가에 희미한 웃음기가 지었지는 것을 느꼈다.

‘안 마신 지 오래되긴 했지...’

빙의한 후 어느새 한 달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그동안 선일은 술은커녕 편의점을 갈 때도 주류 코너는 무시하고 지나갔다.

솔직히 말하면 하루를 잊게 하는 술맛을 기억하는 그의 본능은 술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일은 차갑게 식은 이성으로 붉게 달아오르고 싶어 하는 본능을 가라앉혔다.

왜냐?

‘지금은 유리도 있는 데다가 애초에 이선일의 주량 자체를 모르니까.’

아무리 헌터가 평범한 인간보다 강하다 한들 술에 취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물론 대부분의 헌터가 인간보다는 주량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누구나 한계는 존재하고, 만약 취하게 된다면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른다.

애초에 지금 사용하고 있는 몸은 강선일이 아니라 이선일의 육체다.

그렇기에 술이 몸에 잘 맞는지 알지도 못하고, 지금은 알 방법도 없다.

물론 알고 싶기는 하지만.

꿀꺽.

선일은 앉은 자리 주변에 위치한 냉장고 안에서 영롱하게 비치는 유리병을 바라보며 유리가 눈치채지 못하게 침을 삼켰다.

아니, 침이 스스로 넘어갔다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선일은 스스로 이성이 본능을 눌렀다고 생각했지만 그조차 알지 못하는 본능의 힘은 이성을 현혹시키고 달콤한 유혹을 만들어내기 충분했으니까.

‘생각해 보면 내 정신은 취준생 강선일이잖아?’

선일은 조용히 머리를 굴렸다.

소년은 소년다워야 한다는 말처럼 만약 이 몸의 정신이 이선일의 것이었다면 마실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허나 지금 그의 머릿속에서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나는 소년이 아닌 성인인 거지. 그러니까...’

딱 한 번은 마셔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선일의 사고를 마비시켰으나 앞에 있는 유리 때문에 밖으로 표출하지는 않았다.

이 생각대로라면 만약 술을 마신다 해도 원장님의 말을 어기는 것은 아니다.

순식간에 머릿속을 가득 채운 선일의 생각은 원장님의 말을 교묘히 피해 가는 궤변이나 다름없었지만.

가끔은 그런 궤변이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아주 조금 남은 이성으로 선일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다 먹었으면 일어나자.”

“진짜 안 마셔볼 거야?”

“언젠가 마실 기회가 생기겠지.”

먼저 일어나는 선일을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보던 유리.

선일은 그런 유리를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조용히 대답했다.

“갈까 유리나?”

선일의 웃음에 잠시 넋을 잃었던 유리.

직후.

화악!

그녀의 얼굴이 아까 전부터 훨씬 붉어졌다.

둘이 있었던 식당의 조명이 어두운 탓에 선일은 그녀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응!”

허나 확실한 것은 그녀의 기분은 날아갈 정도로 좋았다는 것이었다.

***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선일과 유리는 기숙사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카페에 들어갔다.

“하아... 피곤하다.”

하품을 내쉰 선일은 기지개를 켜며 졸음을 몰아냈다.

이어서 앞에 있는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신 선일은 정신을 맑게 하는 카페인을 그대로 느꼈다.

“그래도 잘 놀았다 그치?”

그런 선일을 보며 밝게 웃는 유리.

의외로 애들 입맛인지 카페에서 그녀가 시킨 음료는 아이스초코였다.

쪼록.

빨대 사이로 음료가 올라가며 기분 좋은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유리는 창밖으로 보이는 노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저거 보니까 떠오른다.”

“뭐가?”

“연회 때, 너랑 같이 들어갔던 방.”

말을 하는 유리의 목소리는 어느새 추억에 잠겨있었다.

선일도 마찬가지.

“신기했지.”

마력을 집어넣었을 때,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말해주듯 아름답게 표현되는 천장.

그 기억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한들 선일은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아름다웠으니까.’

그 방 안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마력의 흐름도.

그 황금빛의 검과, 불타는 태양의 형상도.

그리고.

족쇄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자유로워 보이던 유리도.

“선일아 나 궁금한 거 있어.”

그의 눈이 조금 감성적으로 변하자 유리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러나 직전과는 달리 그녀의 목소리에는 더없는 진중함이 느껴졌다.

유리가 뭔가 중요한 것을 물으려고 한다는 것을 깨달은 선일의 눈도 무거워졌다.

“뭔데?”

“현장체험 학습 때.”

[안 돼.]

그 순간, 본능이 그에게 말했다.

아니.

비하인드가 말했다.

“너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걸 알았어?”

이 질문에는 대답하면 안 된다고.

동시에.

스으으...

예전에 느꼈던 감각이 몸을 스쳐 지나갔다.

편안해지는 기분과 동시에 내가 아니게 되는 것 같은 기분이 공존하면서 기이한 이질감을 자아냈다.

그 이질감에 따라 선일은 평소와 같은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직후, 선일의 귀에 설계자의 알림이 들렸다.

[표정숨기기가 발동합니다.]

타이밍 좋게 발동한 표정숨기기.

평소와 같은 분위기, 말투, 표정.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 선일은 아무도 의심하지 못한다.

그러나 선일은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말 못 하고 언젠가 말해줄게.”

“그래...?”

그의 대답을 들은 유리는 말을 끌었다.

지금 선일이 짓고 있는 표정은 분명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어째서 뭔가를 숨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걸까.’

이상한 기분.

소중한 사람이 내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기분은 처음이다.

그러나 유리는 강요할 수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럼 꼭 나중에 말해주는 거다?”

신뢰를 주는 일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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