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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66화 (66/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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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쓰윽.

하윤이 나간 뒤, 잠시 눈물을 흘렸던 선일의 손이 얼굴로 올라갔다.

“하아...”

마른 손으로 고양이 세수를 하며 눈물 자국을 닦은 선일이 깊게 숨을 내쉬었다.

손에서 뺨에 말라붙은 눈물자국을 느껴진다.

“...진짜 X팔리네.”

부끄러웠다.

아직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지금 옆에 있는 하윤이 절망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에 안심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러웠고.

기억 속에 남아있던 하윤이 말이라는 흉기가 가득한 절망 속에 남겨졌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 역겨웠다.

“괜찮아.”

스륵.

말을 마친 선일이 몇 차례의 심호흡 후에 얼굴을 가리던 손을 쓸어내렸다.

이번 기억을 보고나서 어째서인지 감정의 변화가 격해졌지만, 그는 이유를 알지도 못했고, 알 생각도 없었다.

‘후우...’

처음과 달리 안심한 얼굴을 봤다고 무너지려 하던 눈빛은 어느새 온데간데없고 강철처럼 단단하게 굳어있었다.

“내가 바꿀 수 있어.”

아니.

나만 바꿀 수 있다.

그건 이 세계의 미래를 알고 있는 내게 쥐어진 의무니까.

그것과 별개로.

“이선일의 죽음도 막아야 돼.”

선일이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악사영의 미래를 바꿀만한 영향이 되는 것은 이미 깨닫고 있었다.

직전에 보았던 기억부터.

그가 해왔던 모든 일들은 이미 암울한 원작의 결과와는 달라졌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일은 아직 이선일의 미래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선일은 이번 기억을 보면서 이선일이 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지금의 이선일은 바로 그였다.

“...일단 보상부터 확인하자.”

머리에서 맴도는 찜찜한 기분을 애써 잊어버린 선일은 설계자의 알림을 확인했다.

띠링.

[메인 에피소드:묘지기의 재앙과 씨앗의 개화 종료.]

[에피소드 보스‘망령 제사장’을 처치했습니다.]

[감당하지 못할 적과 맞서 승리했습니다! 스킬 운명보정(?)을 획득합니다!]

[‘절망의 아이 신하윤’ 안에 존재하는 씨앗의 개화를 막았습니다! 친화력이 상승합니다.]

“...애걔?”

설계자의 알림을 확인한 선일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꽤나 힘들었던 현장체험이었던 만큼 보상도 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의외로 보상이 적다는 사실에 탄식을 뱉었다.

“아니, 이번 건은 특히 개고생했는데 이것밖에 안 준다고?”

[...]

선일의 투정에도 설계자는 평소와 같이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나 어째선지 설계자의 침묵은 이상하게 불편해 보였다.

그런 기색을 느낀 선일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성장한 스텟도 없고...”

물론 친화력도 그의 스텟이었으나 딱히 상승에 따른 변화가 느껴지지도 않았고, 애초에 상승한 이유를 알지도 못했다.

그나마 얻은 것이라고는 운명보정이라는 스킬.

아티팩트인 만변무형과 같은 물음표 등급이었기에 동일하게 성장형 스킬일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으나.

‘그래도 정확한 효과를 알기 위해서는 확인해야지.’

아마 이름에서 추측하건데, 망령제사장과 싸울 때 들어왔던 운명의 힘이 이 스킬에 담겼다는 사실은 확실한 것 같았다.

이어서 선일은 운명보정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스킬-운명보정(?): 소유자의 운명을 좀 더 유리한 쪽으로 끌어갑니다. 미래에 다가올 위험에 대해 단편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물음표 스킬이라기에는 문구가 너무 짧았다.

내용이 단순한 만큼 얼마나 유리하게 변화시키는지, 또 위험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한다는 말은 분명히 사기적인 스킬은 맞다.

운명의 힘을 다룬다면 원래 수준으로는 대응은커녕 가만히 서있는 것조차 불가능한 적에게 아주 미약하게나마 맞설 수 있으니까.

다만 애매한 점은.

“이거 기연이랑 겹치는데?”

이번에 얻은 운명보정의 효과는 원작에서 선월이 얻을 현장체험의 기연과 거의 흡사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그 기연은...

“내 인벤토리에 있는데... 어떡하지.”

잠시 고민하기 시작한 선일은 메시지를 치우고 눈을 감았다.

“쓰읍... 그럼 일단 만들어나 볼까?”

고개를 한두 차례 끄덕거린 선일이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스륵.

그가 꺼낸 것은 다름 아닌 구슬.

이어서 눈을 뜬 선일이 검푸른 빛을 내뿜는 구슬에 시선을 가져다 대자 그의 눈에만 보이는 텍스트가 나열되기 시작했다.

[제사장의 핵(A+): 묘지기의 재앙, 강화도. 그 저주받은 땅을 이끌었던 망령 제사장의 핵. 하늘을 거스르는 역천의 힘에 물든 제사장의 기운을 흡수했을 때, 미약하지만 운명을 거스를 수 있다.]

선일은 구슬의 설명을 읽고 나서 오만가지 표정을 지었다.

“으윽 역하네.”

제사장의 핵을 맨손으로 들고 있던 선일은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오려는 것을 힘겹게 참았다.

본능적으로 생자와 맞지 않는 기운이기 때문일까.

이어서 선일은 오른손의 여명을 건틀릿으로 변형시키는 동시에 곧바로 마력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치이익...

표면을 태우는 태양의 마력에 핵의 안쪽에서 불길한 빛이 커져갔다.

동시에 제사장의 핵은 본질적으로 자신과 상반되는 기운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태양의 마력으로 구슬을 둘러싼 선일은 그나마 역한 기운이 덜해지며 속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야 좀 낫네. 그럼 이제 부숴볼까...!”

그는 이어서 더욱 강하게 태양의 마력을 일으키며 주먹을 쥐기 시작했다.

반대되는 태양이 안으로 침범하자 핵이 비명을 질렀다.

끼기기긱...

선일의 악력과 온갖 부정한 것들의 카운터나 마찬가지인 태양의 힘.

그 두 가지가 합쳐지자 핵의 표면에 아주 작은 균열이 수없이 많이 생겨났다.

선일은 중요한 타이밍인 것을 깨닫고 손에 힘을 살짝 빼기 시작했다.

직후.

“흐읍!”

처음에 줬던 힘보다 배는 강한 힘으로 쥐어짤 듯이 주먹을 쥐었다.

그 순간, 태양을 밀어냈다고 잠시 방심하고 있던 핵은 갑자기 직전보다 강해진 선일의 힘에 적응하지 못했고.

결국.

콰작.

제사장의 핵은 완전히 박살 나며 안에 있는 검푸른 빛이 액체처럼 흘러나왔다.

어느새 입고 있던 옷이 땀으로 푹 젖어버린 선일은 곧바로 빛의 정체를 확인했다.

[역천의 빛(S): 고대의 망령이 된 강화도의 제사장. 그는 하늘의 뜻을 알 수 있는 제사장임에도 불구하고 인신공양으로 죽음이라는 운명을 거스르는 금기를 취했다. 그러나 운명에 의해 제사장은 소멸했고, 죽음의 기운은 태양이 정화했다. 이 빛을 소유한 자는 미세하게나마 운명을 거스를 수 있다.]

스르륵.

빛은 순식간에 말리며 제사장의 핵처럼 변했다.

그러나 절대 역한 기운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선일은 역천의 빛을 바라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아깝긴 하네.”

선일이 아쉬워했을 때, 그의 귀에는 다시금 기계음이 들려왔다.

이어서 알림의 정체들을 확인한 선일의 입에서 어이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허?”

[‘질투의 교단’이 대한헌터 고등학교를 적대시하기 시작합니다.]

[‘연구자 엘레나’가 당신에게 거대한 욕망을 느낍니다!]

[‘빙의자 강선일’이 일정 침식률에 도달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세계의 분기점이 시작됩니다. 대비하세요!]

갑작스레 떠오른 다섯 개의 알림들.

이 모든 것들이 위험을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곧이어 선일은 갑자기 이런 메시지가 떠오른 이유를 대략적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이게 운명보정의 효과인가?”

운명보정의 효과 중 하나가 분명 자신에게 닥쳐올 위험을 단편적으로 알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이 이런 의미인 줄은 몰랐지만...

“근데 뭐지?”

연구자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침식률이 상승해 자신이 위험해졌다는 사실도.

허나 다른 두 가지의 메시지는 그조차 의미를 알지 못했다.

‘분명 이번 현장 체험에 관여한 악마숭배자들은 전부 탐욕의 교단이었을 텐데..?’

그 말대로 아인스, 츠바이, 드라이 형제는 레크라와 같은 탐욕에 속한 마인이었다.

애초에 이런 일을 벌인 주동자가 그녀였으니까.

그러나 지금 설계자의 알림은.

탐욕이 아닌 다른 교단이 주조연들의 무대에 적의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세계의 분기점은 또 뭐야.’

세계의 분기점.

침식률과 마찬가지로 처음 듣는 단어였으나 선일은 본능적으로 다섯 개의 메시지 중 이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직감했다.

‘설마 곧 있을 에피소드 중 하나가 분기점이라는 건가?’

분기점이 언제 올지는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으나 메시지의 처음부터 빠른 시일이라고 써져있었기에 대충 예상은 할 수 있다.

직후 선일의 눈앞에 처음 보는 붉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분기점에서는 운명이 변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곧바로 올라오는 굵은 메시지를 보자마자 그의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섬뜩.

이런 적은 처음이다.

대놓고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이곳에 와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그러나 회피하지는 못할 것이다.

분기점에 대한 메시지가 뜨기 전에 나온 문구들이 자신을 향해 경고했다는 점부터 이미 대비를 하라는 말이니까.

“...젠장.”

그래도 곧바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시간이 꽤 남아있었다.

“현장체험 끝나고 다음 에피소드가 분명 팀 단위 훈련이었지 아마.”

만약 팀 훈련 에피소드가 분기점이라고 하면 남은 시간은 대략 10일 정도.

분기점의 때가 확실하지 않은 이상 10일 안에 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장비, 그리고 주연들의 성장.

선일이 계획을 짜는 사이, 손목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지이잉-!

메시지가 왔다는 것을 눈치챈 선일이 손가락으로 손목에 워치를 조작했다.

그리고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그의 눈가가 반달처럼 휘어졌다.

“타이밍 좋네.”

위치의 내용을 확인한 선일이 부드럽게 웃었다.

“설마 이것도 운명보정의 효과 인건 아니겠지?”

물론 설계자가 그에게 대답을 해줄 리가 없었으나 선일은 침묵을 긍정으로 들었다.

한결 편해진 표정의 선일이 퇴원 준비를 하려고 일어났을 때, 한 번 더 워치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지이잉-!

선일은 메시지의 발신자를 확인했다.

“유리?”

이어서 선일은 유리가 보낸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내일부터 일요일까지 1학년들은 휴교래!

-그래? 좋네.

물론 원작자인 선일은 미리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그러나 다음 메시지를 보며 선일의 눈이 커졌다.

-약속 기억하지? 내일 시간 비워놔라?

-응?

갑자기 시간은 왜지.

선일은 곧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너 하윤이랑 저번에 따로 저녁 먹으러 갔다며? 그럼 내일은 나랑 놀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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