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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59화 (5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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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B급 헌터 김철민.

며칠 뒤면 강화도에 온 지 3년 차가 되어가는 그는 지금 갑자기 일어난 긴급 상황에 머리가 터지기 직전이었다.

“하아...”

3년 차라 해도 아직 헌터들 사이에서 막내 라인이었기에 학생들을 인솔하는 번거로운 일을 맡았었고, 풋풋한 소년소녀들을 보며 귀엽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귀찮다고 생각했었다.

학생들에게 미개척 지대에 소개를 하던 중 갑작스러운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났고, 초소에서 쉬고 있던 다른 헌터들은 곧바로 현장으로 뛰쳐나갔다.

그렇게 선배들이 바쁜 와중에도 김철민은 견학을 온 학생들만 지키면 됐고, 그런 사실이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 물론.

“예?!”

그것도 직전까지의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포탈이 안 된다고요?”

“그래. 갑자기 연결이 이상하더라?”

포탈을 관리하는 중년의 헌터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김철민의 표정은 어두워져갔다.

김철민의 낯빛이 어두워지다 못해 새하얘지자 포탈 앞에 서있던 김수철은 그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비릿하게 웃었다.

“크크 괜찮아! 강화도를 클리어 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설마 무슨 일 있겠냐?”

타악!

“이거 놔요. X발.”

이번 몬스터 웨이브를 그저 잠시 지나가는 해프닝처럼 여기는 김수철의 손을 강하게 걷어낸 김철민.

자신이 강화도에 존재하는 헌터들 중에서 막내였지만 이 사람은 선배 대우해 줄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야 미쳤냐? 이게 어디서 선배한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어이가 없었지만 김철민은 내색하지 않았다.

그에게 꼰대처럼 말을 하는 김수철도 과거엔 김철민과 같은 강화도를 경계하는 헌터였지만 지금은 그저 포탈을 관리하는 한낱 관리인일 뿐이었다.

‘말이 관리인이지, 그냥 현장 출입을 못 하게 한 거지만.’

꽤나 실력 있던 김수철이 그렇게 된 것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고작 자신보다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후배들에게 여러 가지 부조리를 강요했다.

크게는 후배들이 가진 귀중한 아티팩트들을 억지로 빼앗는 갈취.

작게는 퇴근하고 나서도 후배들을 하인처럼 부렸다.

빠드득.

김철민은 이를 갈았다.

물론 그 정도로 끝났으면 이처럼 현장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징계는 당하지 않는다.

‘1년 전에도 따로 던전을 클리어하겠다며 후배들을 쉬는 날에도 불러 노예처럼 사용했지.’

성공으로 끝났다면 가벼운 징계만 받고 말았을 일이다.

그러나 그 던전에서 자신의 동기 한 명이 죽었고, 결국 그 일로 인해 이렇게까지 떨어진 것.

어떻게 보면 원수나 다름없는 사이였지만 김수철은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해서 낄낄거렸다.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한 김철민이 그에게 입을 열었다.

“조용히 하세요! 지금 사태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뒤에서 조용히 경계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들리지 않게끔 말했지만 그렇다 한들 학생들이 둘 사이의 불온한 분위기까지 모르지는 않았다.

“야 이거 X된 거 아니냐?”

“몰라 X발.”

“우리 다 죽는 거 아냐?”

“어떻게 해.”

학생들 사이에서 불안한 분위기가 퍼져나갔다.

전염병처럼 빠르게 전파되는 불길함 속에서도 몇몇 학생들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선일이는 어디 간 거야..?”

“...잘 모르겠어요.”

물론 그 이유가 전투 때문은 아니었다.

유리와 하윤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은 다름 아닌 사라진 선일.

하윤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금방 돌아온다더니.”

“그러게 말이야.”

에휴.

하윤이 무의식적으로 뱉은 말에 마찬가지로 무의식적으로 대꾸한 유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손은 손목에 부착된 워치를 계속해서 매만졌다.

‘연락을 준다더니 지금까지도 없고 도대체 어디 간 거야.’

답답했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그 정체를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유리의 눈은 신뢰로 가득 차 있었다.

‘뭐... 언젠가는 말해주겠지.’

유리가 잠시 생각을 멈췄을 때, 저 앞에서 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포탈 열렸다!”

“뭐?”

“진짜?!”

그 말에 맞춰 학생들은 포탈 앞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분명 아무런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어째서인지 지금은 가동되는 포탈에 이상함을 느낄 새도 없이 유리와 하윤은 인파에 휩쓸렸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포탑 앞으로 걸어간 유리와 하윤.

그들을 제제하며 곧바로 포탈을 확인하기 위해 걸어간 김철민의 감각에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직후 누군가가 문을 강하게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덜컹!

덜컹!

덜컹!

정상적인 포탈에서 들릴 일 없는 소리였기에 학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뒷걸음질 쳤다.

쩌적.

포탈에 작은 실선이 일어났다.

비현실적인 광경에 포탈 앞에 있던 이들은 모두 공통된 감정을 느꼈다.

꿀꺽.

공포.

일반인보다 배는 뛰어난 헌터의 감각이 그렇게 말했다.

그 감정에 곧바로 반응하지 못한 학생들을 향해 김철민이 소리쳤다.

“얘들아 포탈에서 물러나!”

그러나 학생들은 움직일 수 없었다.

속에서부터 일어난 본능적인 거부감에 감각이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하윤아.”

유리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본능적으로 올라오는 거부감을 자각했고, 망설임 없이 팔찌에서 가져온 무구들을 꺼냈다.

빠르게 금빛이 도는 마력으로 무구들을 활성화시킨 유리.

작은 충격만 주면 그대로 깨질 것 같은 포탈을 향해 마력 코어를 극한까지 회전시킨 유리가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도망쳐.”

어느새 작은 실선으로 이루어져 있던 더욱 커졌던 균열들은 거미줄처럼 완전히 퍼졌고.

콰앙-!

“꺄아악!”

거대한 포탈이 폭발하며 학생들의 비명이 강화도를 가득 채웠다.

***

화아아...

옥처럼 맑은 초록빛을 내뿜는 공간.

그 사이에서 선일이 깊은숨을 내뱉었다.

“후우!”

이마에 맺힌 땀을 가볍게 털어낸 선일은 앞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자신이 일으킨 광경을 확인한 그의 눈이 조금 커졌다.

“이건... 대박인데?”

사아아...

선일이 서있는 숲속에는 나무와 풀, 그리고 선일 스스로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직전까지 그를 덮치려 했던 언데드들의 흔적인 썩은 시체와 삭은 뼈는 물론, 생자에게 거부감을 일으키는 사기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확인한 선일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생각이 맞았어.”

선일이 썼던 악사영에서는 우르슬라가 등장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그녀가 썼던 힘인 비취색의 기운까지.

그렇기에 비취색의 기운은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아 물론.

그가 경험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이어서 선일은 설계자를 확인했다.

[최초로 요정의 맹약을 발동했습니다. 칭호 《요정의 총애를 받는 인간》을 획득합니다.]

[첫 번째 맹약 내용을 확인합니다!]

[요정공주 우르슬라의 비취색을 대여합니다! 일시적으로 특수 스텟 요기가 개방됩니다.]

비취색의 힘을 다루는 것은 원래 세웠던 계획에도 있었지만 이로 인해 칭호를 얻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선일은 빠르게 칭호의 효과를 확인했다.

[칭호-요정의 총애를 받는 인간(특이): 당신은 요정을 대표하는 지도자의 친우입니다. 요정들은 당신에게 친밀함을 느끼고 행운을 빌어줍니다.]

“특이 등급이면 나쁘지 않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종족에게는 경계심을 놓지 않는 요정.

그들에게 친밀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나중을 생각하면 꽤나 유용한 효과였다.

‘그런데 행운을 빌어준다라... 이건 좀 애매한데.’

행운을 얻는 것이 아닌 그저 빌어준다라는 두 번째 효과.

요정이 행운의 의미를 가진다는 말은 사람들에게 유명했다.

선일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악사영의 설정에도 나와 있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그렇다 한들 그들이 진짜로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말은 아니었다.

“뭐 이건 천천히 나오겠지.”

새로운 칭호와 일시적으로 요정의 기운, 일명 요기(妖氣)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선일이 가볍게 팔을 휘둘렀다.

이어서 손에 쥐어져있던 야누스의 가면을 확인하려 했을 때, 당황한 것 같은 우르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일님》

“응?”

아무것도 모르는 선일이 반문하자 우르슬라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커졌다.

《그거 어떻게 하신 거예요?!》

“아 이거?”

그제서야 그녀의 질문이 이해가 된 선일이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되던데?”

《...네?》

어이없어하는 우르슬라.

그런 우르슬라의 반응을 보며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

“농담이고 저번에 네가 나한테 해준 치유 있잖아. 그 힘이 대충 이해가 돼서.”

《그게 더 대단한데요?》

진심으로 놀라는 우르슬라를 보며 선일은 당연하다 생각했다.

그가 다룬 것은 요정만이 다룰 수 있는 기운.

그중에서도 상위의 요기인 비취색을 인간인 선일이 다루었으니까.

《당신과 맹약을 맺은 일은 아마 제가 떨어진 이후에 했던 선택 중 가장 좋은 선택이었네요.》

“그렇지?”

선일의 입에서 가볍게 쿡쿡거리는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같이 있지 못해 그 모습을 보지 못한 우르슬라는 아주 살짝 아쉬워했지만, 선일에게 내색하지 않았다.

이어서 그녀는 조금 진중해진 목소리로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잠들어 있던 존재가 깨어나려 하는 것 같아요.》

“...”

《아무리 선일님이어도 위험할 것 같은 기운이 이곳까지 느껴져요.》

걱정하는 목소리.

선일은 그녀가 무엇을 지칭하는지 알고 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전개되는 세상 속에서 이번 에피소드에서 엘레나를 위협하는 그 녀석.

전성기 시절의 그녀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적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녀 역시 악사영에 등장했던 악마강림 때 같이 싸웠던 다른 천외천들과 마찬가지로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괜찮아.”

선일은 자신의 계획이 이루어질 것을 믿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었다.

애당초.

“내가 아니면 안돼.”

《네?》

아마 우르슬라는 무슨 의미인지 모를 것이다.

어째서 선일이 아니면 안 된다는 건지.

그 말의 의미는 그를 제외한 이 세상 그 누구도 알지 못할 거니까.

콰앙-!

선일의 시선이 있는 아래쪽에서 지금까지 만났던 언데드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한 사기가 느껴졌다.

동시에 보였다.

새하얀 빛으로 가득한 폭풍이 사기가 퍼지지 않도록 막고 있는 것을.

쓰윽.

선일은 자신이 왔던 길 끝을 바라보았다.

아직까지 잠잠한 것을 보니 마체병기가 나타나지 않은 것 같지만 그쪽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번 현장체험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인 하윤.

그녀가 악마의 힘을 쓰지 않게 만들려면 저 아래에 있는 녀석부터 처리해야 한다.

동시에.

‘두 번째 목표인 엘레나의 상처가 더 깊어지지 않도록 만들어야 해’

그래야.

‘그녀의 타락은 없는 일이 되니까.’

언젠가 소설 속 거악이 되는 악사영의 등장인물.

너무나 강한 탓에 그녀를 막을 힘은 지금 내겐 존재하지 않지만.

적어도 그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라는 것은 안다.

그러니까.

키이잉-!

단전을 향해 정화된 마력이 몰려 들어오기 시작한다.

빙의 후 처음 얻었던 스킬, 자연체.

이어서 어느새 뜨거워진 태양의 힘을 심장에 담았다.

그리고 그 마력을 선일은 흘리는 마력 없이 다리 쪽으로 이동시켰다.

화악!

피가 끓는다는 말이 이런 뜻일까.

선일은 다리 안에서 열기를 주체할 수 없는 태양의 마력을 느꼈다.

동시에 자신감이 샘솟는다.

지금이라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

“쓰읍...”

눈을 감은 채 깊게 숨을 들이마신 선일.

마치 스포츠카가 달리기 직전, 엔진을 예열하는 것처럼 선일은 쉼 없이 빠르게 호흡을 나누기 시작했다.

스스로가 인지하는 감각이 느리지만 집중되는 것을 깨달은 선일은 자신의 몸이 완전히 예열이 된 것을 느꼈다.

직후.

...화륵!

그는 인간의 몸으로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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