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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57화 (57/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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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띠링!

귀에 시원하게 울려 퍼지는 기계음.

선일은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부터 진정한 의미의 현장체험이 시작되었다고.

파앗!

[메인 에피소드: 묘지기의 절망과 씨앗의 개화가 시작됩니다.]

선일은 설계자를 켜 알림을 빠르게 확인했다.

동시에.

“크륵...”

“우어어어...”

달칵.

달리는 선일의 시야를 가득 메운 스켈레톤과 좀비 같은 언데드들.

바라보기만 했는데 속이 뒤집어질 것 같은 고어한 장면에 선일의 머릿속에는 중학생 때 봤었던 흔한 B급 좀비 영화가 떠올랐다.

“...나 이거 왜 넣었지.”

애써 실눈을 떠가며 영화를 보고서 그 이후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났기에 곧바로 글로 옮겼던 에피소드가 바로 이 현장체험.

“글로 썼을 때는 잘 몰랐는데 실제로 일어나니 눈이 고통스럽네.”

언데드들은 인간의 시체뿐만 아니라 동물의 사체도 존재했고, 그들 모두에게서 풍겨지는 시큼한 냄새가 코를 따끔하게 찔러온다.

단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래, 끔찍했다.

“진짜 토할 것 같네.”

선일은 알고 있었다.

이 정도 수준의 언데드는 자신에겐 전혀 타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세간에서 가장 넓게 알려진 언데드의 약점은 화염과 신성력.

그중 신성과 화염이 둘 다 존재하는 태양의 마력을 다루는 선일은 그야말로 언데들의 천적이나 마찬가지였으나.

그는 주변에서 몰려오는 언데드들을 보고도 마력을 일으키지 않았다.

“인벤토리.”

그저 인벤토리 안에 숨겨놨던 한 가지 물건을 꺼낼 뿐.

선일이 꺼낸 것은 다름 아닌 S급 아티팩트인 [야누스의 가면]이었다.

찰칵.

정반대의 표정이 각각 한 쪽씩 자리한 가면을 선일이 자신의 얼굴에 갖다 대자 마치 그를 위해 만들어졌던 것처럼 착 달라붙었다.

그대로 마력을 운용하자 선일의 몸이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한다.

다만 선일이 변신한 모습은 저번에 요정의 집으로 가는 동안 사용했던 연녹색 머리의 청년이 아니었다.

달그락...!

선일은 지금 사방팔방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스켈레톤이었다.

물론 다른 이들의 눈에만 그렇게 보일 뿐 실제로 변한 것은 아니었다.

야누스의 가면에 존재하는 남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킨다라는 효과.

어떻게 보면 야누스의 가면과 스킬인 표정숨기기와 비슷하지만 결이 조금 달랐다.

‘표정숨기기는 안면 근육을 억지로 만들어 표정을 짓는 것이지만 야누스의 가면은 남들의 감각에 혼동을 주는 방식이지.’

그리고 그 방식은 사람뿐만 아니라 몬스터들에게도 통한다.

야누스의 가면으로 한 변장은 외형뿐만 아니라 기척과 마력까지 모든 것을 소유자 마음대로 변화시킬 수 있으니까.

딱 한 가지 속이지 못하는 것은 몬스터가 가진 본능이었다.

약한 몬스터일수록 더더욱 본능이 강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들이 자신들을 알아채기 전에 먼저 알아채야 하니까.

그렇지만 좀비나 스켈레톤 같은 언데드들은 다들 죽어 있으니...

‘절대 모르지.’

덜컥덜컥.

선일이 뛸 때마다 뼈가 흔들리는 소리가 불쾌하게 감싼다.

그 모습이 너무나 고어해 선일은 속으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냥 쓰지 말고 전부 없애면서 갈 걸 그랬나.’

물론 살짝 후회했지만 선일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더욱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다만 마구잡이로 생명체를 향해 질주하는 언데드와는 달리 선일의 발은 한결같이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 순간.

화아아...

풀 내음 가득한 산들바람이 그의 맨살을 스쳐갔다.

찝찝한 시체 썩은 냄새를 씻어내는 기분 좋은 바람이었지만 스켈레톤으로 변한 선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콰아...

곧이어 조금씩 커지는 소리는 무언가 부러질 때 들려오는 소리와 비슷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선일.

그가 변장한 스켈레톤의 턱이 덜덜 떨려왔다.

이어서 선일이 뒤를 돌아본 순간.

‘미친!’

콰콰콰콰...!

뒤에서 괴물 하나가 선일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아니, ‘향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엘레나는 그저 앞을 향해 달리는 것이니까.

그저 그녀가 달리는 이유는 이쪽에서 무언가 불안한 낌새를 느낀 것이고.

‘그쪽으로 가면서 자신을 방해하는 것은 다 부숴버리는 것이겠지!’

엘레나와 선일 사이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진다.

그녀가 달려오는 속도로 추측했을 때, 엘레나에게 자신이 쓸릴 때까지 남은 시간은...

‘약 3초...?’

휘익.

덜그럭!

답을 도출하자마자 곧장 옆으로 몸을 날린 선일.

그와 동시에 스쳐가는 엘레나.

직후.

콰가가각!

거센 질풍이 땅을 도려내는 굉음이 강화도를 가득 메웠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쿠와아아-!

‘으아아아!!’

간신히 정면충돌을 피한 선일이 들릴 리 없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쳤다.

뒤이어 느껴지는 강력한 돌풍에 몸을 던진 자세 그대로 뒤로 날아가는 선일.

“...크륵?”

“우어어...”

날아가는 길에 있었던 언데드들은 선일과 마주힌 순간, 잔해도 남기지 못한 채 폭사한다.

직후, 선일은 자신이 날아가는 거리의 끝에 우뚝 선 거목의 존재를 느꼈다.

“아니..!”

그러나 여전히 날아가는 속도는 늦춰지지 않았다.

속도를 죽이지 못하면 그대로 부딪힐 것이고, 아무리 그가 강하다 하더라도 꽤나 깊은 부상을 얻을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선일이 거목에 부딪히기 전에 본능적으로 마력을 일으켰다.

화르륵!

야누스의 가면에 들어가던 마력까지 방어에 사용하자 스켈레톤으로 변했던 그의 모습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

휘릭.

인간을 벗어난 움직임으로 허공에서 자세를 바꾼 선일이 장갑 형태였던 여명을 건틀릿으로 변형시켰다.

그 상태로 날아가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주먹을 휘두르기 위해 선일은 오른손을 허리 쪽에서 뒤로 당겼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준비 동작.

이어서 단전의 마력을 심장까지 끌어올린 선일이 여명에 거대한 마력을 담았다.

‘날아가는 속도를 낮춰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한 방이 필요하다.

지금 선일이 할 수 있는 기술 중 조건이 모두 들어맞는 기술은...

“홍일강권.”

조용히 1초식의 이름을 뱉는 것과 동시에 선일의 주먹에서는 붉은 태양이 일어났다.

그가 날아가는 방향과 반대 방향에서 불꽃이 일어나며 반발력으로 속도가 확연히 줄기 시작했다.

화악!

‘효과가 있다!’

확실히 속도가 여명에 들어가는 마력의 양을 늘리자 더더욱 빠르게 감소하는 속도.

곧이어 선일의 눈에 거목의 결이 보일 정도까지 가까워지자 그는 마력을 몸에 둘렀다.

우지직!

선일과 닿은 거목의 몸체에 무수히 많은 작은 실선들이 생겨났다.

직후 거목은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이 나며 폭발음이 숲을 채웠다.

다행히 타이밍 좋게 마력으로 몸을 보호했기에 그리 큰 부상은 없었다.

하지만 통증은 남아있었다.

“끄으...”

마치 거대한 트럭에 치인 것 같은 고통.

순간 숨을 쉴 수 없었던 선일이 힘들게 침음을 삼키며 몸을 일으켰다.

“진짜 X아프네.”

일어난 선일이 조금씩 몸을 풀었다.

몸을 울린 큰 충격 탓에 근육이 굳었을 수도 있었으니.

‘적어도 적이랑 싸울 때는 거슬리면 안 되니까.’

조용히 몸을 푸는 선일의 뒤에서 수풀이 움직였다.

부스럭.

“...”

느껴지는 기척으로 보아서 같은 인간은 아닌 것 같았다.

아마도.

‘좀비이려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덜컥덜컥!

크르르...

살 없이 뼈만 부딪히는 소리와 살아있는 동물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탁한 울음소리.

처음에는 꽤나 작았었던 소리들이 이제는 지척에서 들려온다.

지금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언데드들은 아마 생자의 냄새를 맡고 하나하나 달려온 것이리라.

“하아...”

선일은 한숨을 쉬었다.

꽤나 귀찮았다.

엘레나가 자신 쪽으로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기에 이렇게 된 것이지만.

다시 야누스의 가면을 쓰고 싶어도 날아가는 동안 급하게 마력을 차단해 해제했던 만큼 재사용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린다.

억지로라도 쓰려면 쓸 수 있지만.

‘혹시라도 과부하가 걸리면 안 되니까.’

선일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소멸시키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자신은 언데드들의 천적이나 마찬가지이니.

하지만 싸우기 시작한다면 떼거지로 몰려들 것이 분명했고 그러면 시간이 지체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 꽤나 고전하게 될 엘레나가 제시간에 학생들에게 가지 못한다.

“역시 그걸 써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선일은 답을 정했다.

“그래 쓰자.”

시간을 허투루 허비하기 싫었던 선일이 몸 밖으로 밝은 빛을 내뿜는 화염을 일으켰다.

황금빛의 화염을 느낀 언데드들이 선을을 깨물던 움직임을 멈추고 주춤거렸다.

아무리 생명이 사라진 사자들이라 한들, 저 불꽃에 닿은 순간 본능적으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것을 깨달은 것일까.

확실히 그들이 자신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선일은 마력을 심장에 집중시켰다.

화아...

다만 선일의 마력은 여명이 아닌 심장 쪽에 그려진 계약으로 흘러 들어갔다.

은은하게 빛나는 문양.

아름다운 나비가 부드러운 느낌의 비취색으로 빛나자 선일은 입을 열었다.

“계약에 따라 비취색 여왕 우르슬라는.”

맹약을 지켜라.

선일의 목소리에 응답하듯 더더욱 강한 빛을 내뿜는 나비 문양.

이어서.

『알겠습니다. 당신과 맺은 맹약을 이루겠습니다. 계약자이시여.』

나비 문양에서 우아한 요정의 기운이 느껴지며 그녀가 있는 요정계와 정신이 연결되었고, 곧이어 우르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첫 만남 이후로 대화한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선일님.』

“어어... 조금 바빠가지고.”

왜 삐진 것 같이 느껴지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일단 그건 나중에.’

빠르게 주제를 넘긴 선일이 자신과 대화하는 요정공주 우르슬라에게 말했다.

한껏 무거워진 목소리에 우르슬라는 경청하고 있었다.

“우르슬라 네 힘이 필요해.”

『...그렇군요.』

한순간 진지해진 선일의 목소리에 스스로의 감정을 죽인 우르슬라의 목소리가 딱딱해졌다.

『저와 맺은 맹약 중 한 가지를 여기다가 소비하시는 건가요.』

“응.”

『하아... 알겠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한숨을 내쉰 우르슬라를 보며 작은 미소를 지은 선일.

육체가 아닌 정신만 연결되어 있었기에 선일의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만약 그가 지은 웃음을 보았다면 그녀의 뺨이 붉어졌을 것이 분명했다.

이어서 우르슬라가 말했다.

『그럼 이제 맹약의 내용을 말씀해 주세요.』

“간단해.”

눈앞의 좀비들을 넘어 엘레나의 기척을 감지한 선일이 나직하게 한마디를 뱉었다.

“비취색의 힘. 그걸 나한테 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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