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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48화 (48/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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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치잇!”

방 안을 가득 채우는 적의에 혀를 찬 선일은 몸을 깊숙이 숙였다.

원작의 전개처럼 타락한 여왕과의 계약을 시도하려 했던 선일은 갑작스레 달라진 상황에 양손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다짜고짜 공격이냐?”

악사영의 설정이 변하는 것에 당황해 순간적으로 방심해 공격이 온다는 것을 머리로 인식하지 못했지만 천부적인 전투 센스와 증폭된 감각이 본능적인 회피 동작을 만들었다.

가장 먼저 심장을 노린 공격들을 전부 피한 선일은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무게중심을 앞으로 쏠리게 만들었다.

휘릭!

숙인 자세 그대로 땅바닥을 구른 선일.

자신이 만들었던 설정이 변화하는 광경을 처음 보는 탓에 의도치 않게 방심을 하기는 했지만 선일은 곧바로 정신을 다잡았다.

구르는 속도를 이어서 뛰어오르듯 일어난 선일이 건틀릿으로 남아있던 왼손의 황혼을 권총으로 변형시킨 뒤 여명과 함께 정면을 겨눴다.

선일은 자신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흑색의 기운들을 정확히 바라보며 쉼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텅텅텅텅-!

밝게 빛나는 여명과 황혼의 총구에서는 권총이 아니라 마치 샷건 탄환을 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기의 마력을 완벽히 충전시켜 탄수를 늘리는 것보다 파괴력을 증가시키는 것에 집중한 선일의 팔이 강하게 튕겼다.

흑기에게서 알 수 없는 위험함을 느꼈기에 선일이 선택한 방법.

치이이익...!

마력을 과하게 집어넣어 훨씬 강력해진 태양의 총알은 검은 기운들과 마주할 때마다 흔적도 없이 소멸시키며 속도를 멈추지 않고 에리얼을 향해 나아갔다.

단 한발이라도 스치기만 하면 맨몸으로 태양의 불꽃에 닿은 것처럼 온몸을 불타오른 것이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넘실거렸다.

직후 총탄이 방어는커녕 피할 생각도 하지 않는 에리얼에게 정통하려는 순간, 선일은 그녀의 표정을 보았다.

다가오는 불꽃을 여유로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그녀가 순간 손가락을 튕겼다.

틱.

뒤이어 총탄에 사라졌던 흑기가 에리얼의 앞에서 거대한 막을 만들었다.

마치 석유와 같이 새까만 장막은 고체와 액체의 중간인 젤라틴처럼 꿀렁거렸다.

이후 검은 장막과 닿은 불꽃들에게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라졌 아니, 검게 변했다?’

장막에 닿은 불꽃들은 곧바로 흑기가 만들어낸 검은빛으로 변했고 이어서 새까만 심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마냥 완전히 소멸했다.

에리얼이라는 요정이 사용하는 기이한 흑기에서 익숙한 느낌을 받은 선일이 머리를 굴렸다.

‘마기..? 뭔가 조금 다른데?’

검은빛으로 변하며 떨어지는 불꽃의 잔재를 무시한 채 선일만을 바라보던 에리얼의 입이 열렸다.

「침입자를 죽여라.」

그녀는 누군가를 향해 조용히 속삭였다.

「플라운더.」

스으으...

희미한 흑색의 바람이 선일의 뒷목을 스쳐 지나갔다.

바람에 짙게 베인 죽음의 냄새를 느낀 걸까.

‘위험하다!’

본능에 몸을 맡긴 선일은 망설임 없이 여명을 건틀릿으로 바꾸고 주먹을 들어 뒤를 후려쳤다.

평범한 요정이었다면 단숨에 머리가 깨져 즉사할 위력이었지만.

채앵-!

선일의 귀에는 파육음 대신 강철과 강철이 맞붙었을 때 나는 경쾌한 소리가 들어왔다.

검과 맞닿은 주먹이 조금씩 저려오는 것을 느낀 선일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강하다.’

천외천인 엘레나나 성강 정도의 괴물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상철과 비슷하거나 약간 아래인 상대!

선일은 혼자 남은 권총 형태의 황혼도 여명과 마찬가지로 건틀릿으로 변형시키며 상대와 거리를 벌렸다.

시련 때처럼 넓은 공간이 아니었기에 검을 든 상대로는 권총은 효율이 떨어졌다.

이어서 선일과 마찬가지로 상대도 거리를 벌린 상대는 주인인 에리얼을 향해 존중의 의미로 고개를 숙였다.

자신을 공격한 상대를 확인한 선일의 뒷목에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묵빛 투구와 가벼워 보이는 판금 갑옷, 칼자루에 나비 문양이 들어간 레이피어. 마지막으로 플라운더라는 이름...’

기억났다.

에리얼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었던 그였지만 다행히 플라운더라는 이름은 곧바로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 녀석이다.’

타락한 요정 여왕의 유일한 수호자 플라운더.

악사영에서 꽤나 높은 비중으로 등장했던 캐릭터.

여왕의 기사이자 수호자인 플라운더는 악과 선, 두 개의 가치에 소속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악사영에 등장했던 여러 인물 중에서도 꽤나 매력적이었던 캐릭터.

플라운더가 중립이라고 설정은 했어도 그의 행보는 아이러니하게 빌런에 가까웠다.

‘타락한 요정 여왕이 자신과 계약한 인간에게 플라운더를 붙여줬지.’

다만 그 인간이 마인이었을 뿐.

악사영에서 등장한 플라운더는 연구자의 테러에 도움을 준 다른 마인과 함께 학생들을 습격했고, 이후 그를 막았던 인물은 다름 아닌 주인공 이선월이었다.

플라운더의 강함을 떠올린 선일이 침음을 삼켰다.

‘그 시기의 플라운더는 무술인 백천창월류의 비기까지 익힌 이선월에게 절대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현계로 오느라 힘이 제한되지 않았다면 그가 더 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선일에게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었다.

‘근데 어딘가 좀 약해 보이는데?’

분명 대한고 테러를 할 때의 플라운더는 S급 헌터와 동급이라고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방금 잠시뿐이지만 플라운더와 대치해 본 선일의 생각은 달랐다.

이어서 그는 조용히 감각을 마력으로 강화한 뒤 요정 기사의 기척을 살폈다.

‘확실해.’

그의 시선에 들어오는 플라운더는 강하다.

그건 분명한 사실.

그러나 강화된 감각이 선일에게 말하기를...

‘절대 S급은 아니야.’

아무리 많이 쳐줘봐야 A급 중상위.

그가 어째서 이렇게 약한지 알 수 없지만 이 정도면 상대할만하다.

타앗!

선일은 중간 자세도 없이 곧바로 진각을 밟으며 플라운더를 향해 주먹을 들었다.

그 역시도 공세를 취하는 선일을 향해 손가락 두 마디쯤 되는 레이피어를 휘두르며 다가왔다.

슈욱!

동시에 거리를 좁히는 두 무인 중에서 먼저 선공을 취하는 인물은 바로 플라운더.

그는 달려가는 가속도를 이용해 레이피어를 빠르게 찌르며 들어왔다.

타격 지점을 일 점으로 축소하는 만큼 공격력도 강하고 반응하기도 힘든 검격!

스칵!

그러나 선일은 플라운더의 공격을 눈으로 반응하자마자 얼굴을 살짝 비틀었다.

푸슉...!

그럼에도 완벽히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는지 뺨에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

아려오는 통증에도 불구하고 선일은 절대 눈을 감지 않았다.

‘찌르기는 확실히 무서운 공격이지만 한 점만 노리는 만큼 반응한다면 회피의 난이도도 낮아지지!’

아무리 찌르기에 특화된 검이 레이피어라 했어도 그것은 벗어나지 않는 법칙.

아마도 플라운더는 주먹과 검의 리치 차이를 이용해 일격에 숨을 끊으려 했겠지만

‘그건 안 통해!’

평범한 권사였다면 상책이었겠지만 천부적인 전투 센스와 더불어 스킬로 인해 감각이 일반 사람들보다 예민한 선일에게는 하책 중에서도 하책이었다.

이어서 플라운더가 주먹의 사정거리에 닿을 만큼 가까워지자 선일은 곧바로 오른팔을 휘둘렀다.

특히나 공격을 회수하기 힘든 찌르기였기에 플라운더의 레이피어는 여전히 앞으로 뻗어있었다.

완벽한 기회.

투욱.

그러나 플라운더는 찌르기를 한 후 검을 회수하지 않고 그대로 손을 아래로 내려 검을 비스듬히 세워 선일의 라이트 훅을 막아냈다.

다만 급하게 방어를 하기 위해 억지로 관절을 비튼 만큼 플라운더의 자세는 불안정했고, 선일은 막힌 오른손이 아닌 왼손의 황혼으로 빠르게 어퍼컷을 날렸다.

“크윽..!”

투구를 강하게 올려치자 플라우던의 시선은 일순 위로 향했고, 선일은 뱀처럼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플라우던 역시 반격하기 위해 검을 휘둘렀지만, 어느새 황혼을 회수한 선일은 검을 튕겨냈다.

균형이 무너짐과 동시에 완벽히 열린 플라우던의 몸.

그대로 선일은 마력으로 강화한 여명을 꽂아 넣으려 했을 때.

「에이~ 이러면 재미없지?」

에리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섬짓!

동시에 본능이 온몸에 신경에게 경고하기 시작했다.

막아야 한다고.

“...!”

쾅! 쾅! 콰앙!

본능에 의문을 가질 시간도 없이 선일은 플라운더에게 향하던 여명으로 날아오는 검은 기운들을 쳐냈다.

견제의 의도가 다분한 공격들을 쳐내자 직후 자세를 다시 잡은 플라운더의 검이 그의 목을 노리고 내려왔다.

“치잇..!”

한순간의 방심으로 공세를 날리던 입장에서 수세로 입장이 역전된 선일.

계속해서 쏘아지는 빠른 검격들을 회피하는데 바빠진 선일을 보며 에리얼은 장난기가 넘치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왜 그래? 혹시 나는 무시했던 거야?」

플라운더라는 강적이 등장하자마자 순간 에리얼을 잊었다는 것을 깨달은 선일이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한순간 보인 플라운더의 틈에 다리로 밀쳐낸 선일이 뒤로 크게 뛰었다.

순식간에 1 대 1 상황에서 2 대 1로 변하자 선일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생각해 보니까 잊고 있었네. 네가 있었구나...?”

그의 적의에도 여전히 웃음을 지우지 않는 에리얼.

「여왕의 기사가 싸우고 있는데 여왕이 모른 척 해서야 되겠어? 그럼 여왕하면 안되지!」

“....”

조용히 이를 깨문 선일이 단전에 남겨두었던 마력을 모조리 심장으로 끌어올렸다.

이대로는 무리라고 판단한 선일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아껴두었던 자연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킬:자연체가 활성화됩니다.]

[신체에 생동감 넘치는 생기가 깃듭니다.]

“아직 아파서 안 쓰려고 했는데.”

자연체가 활성화되며 주변의 마력을 흡수하자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단전이 비명을 질렀다.

배꼽 아래가 찢어질 것만 같은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선일은 다시금 여왕과 기사를 향해 태양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

같은 시각, 에리얼의 앞에 인형처럼 서있던 유리안의 눈이 조금씩 원래 빛을 찾아갔다.

평소에는 앞으로 나오지 않던 에리얼이 전투에 들어갔기 때문일까.

육체에서 떠나간 영혼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은 기이한 기분에 정신을 차린 그녀가 앞을 바라보았다.

『..저 분은?』

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앳된 얼굴이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어딘가 익숙하다.

어째서일까.

백색 머리의 소녀는 금방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황금색 불꽃... 그분이야!』

그녀는 떠올렸다.

과거 요정의 세계에 들어왔던 하얀 인간.

다른 파벌의 지도자들은 그를 재앙 취급했지만, 그럼에도 그 인간은 자신들의 세계를 구했었다.

그 후 곧장 사라진 사내를 소녀는 잊을 수 없었다.

『..날 구하러 오신 거야! 아아!』

소녀는 작은 탄성을 질렀다.

과거 사내가 사용했던 고귀한 불꽃.

타락자들로부터 요정들을 구했던 그 힘이.

이제는 자신을 구할 것임을.

진짜 요정 여왕 우르슬라는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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