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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47화 (47/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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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화악!

선일의 몸에서 퍼져 나온 열기에 다가오던 요정들이 모조리 재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학살의 광경을 모조리 시선에 담은 또 다른 요정들의 눈에 경악이란 감정이 실린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요정들의 머릿속을 한순간에 공포가 잠식했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선일의 기세를 본 요정들은 전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괴...괴물.’

자신들의 터전에 갑자기 쳐들어온 인간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저 연두색 머리의 인간이 들었던 무기.

활보다 훨씬 빠르고, 마법보다 배는 강력한 공격 하나에 동족들이 터져나갔으니까.

격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했다.

저 인간을 대응하려 나온 요정들의 수준은 고블린, 아니 평범한 짐승조차 일대일로 맞붙기 힘들어했으니까.

이길 수 없는 것은 인간이 주인의 땅으로 처음 들어온 순간부터 깨달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건 마주 볼 수도 없어...’

이전부터 잠식했던 그 녀석에 대한 공포는 사라진지 오래지만 그들은 몸의 떨림을 막을 수 없었다.

요정들에 뇌리에 박혀있는 공포는 더 큰 공포에 삼켜졌을 뿐이니까.

인간이 땅에 지탱한 발을 조금씩 앞으로 움직일 때마다, 요정들의 발은 뒷걸음칠을 쳤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간은 처음의 열기만 퍼뜨린 채 발만 움찔거리고 큰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선일의 건너편에 서있었던 요정들 중에서도 그나마 오랜 시간을 지낸 녀석들은 천천히 눈치채기 시작했다.

저 인간의 눈은 분명 우리들을 똑바로 주시하는 것 같았으나.

다른 쪽, 정확히는 저 뒤에서 싸우고 있을 우리의 주인에게 향해있다는 것을.

재앙과도 같은 사실을 깨달은 요정들이 동시에 외치기 시작했다.

“저놈이 우리의 주인을 노리려 한다!”

“막아야 된다!”

누구보다 빠르게 그 사실은 눈치챈 요정들은 곧바로 인간을 향해 자신들의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고, 그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요정들은 여전히 공포에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그들을 지휘하는 대장급 요정들이 어떻게든 소리를 치며 정신을 일으키려 했으나, 이미 거대한 존재감에 압도된 이들은 자신들의 주인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과 그들의 유전자에 가장 큰 본능으로 박힌 생존 사이에서 머뭇되고 있었다.

저 남자를 막든, 아니면 도망치든 어차피 죽는 것은 똑같을 터인데.

조삼모사나 별다를 것이 없는 결말은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지금의 안위만 생각하는 꼴을 보며 나이 든 대장급 요정들은 과거 그들의 주인이 타락했을 때를 겹쳐보았다.

“바보 같은 녀석들!”

한 요정이 그들을 보며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어떻게든 공포를 이겨낸 요정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인간을 막으려 했을 때.

“일천시보.”

태양의 힘을 다루는 소년은 조용히 단어 하나를 속삭였다.

파아앙-!!

작디작은 목소리와는 다르게 일순, 선일의 몸에서 수증기처럼 짙은 연기와 함께 거대한 기파가 터져나가며 요정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움직임이 조금 늦은 요정들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즉사는 면했지만 적어도 신체 어느 곳이든 하나 이상씩 용암에 닿은 것처럼 녹아내렸다.

살아남은 요정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요정이 선일의 기술을 보고 기억의 저편으로 잊어뒀던 한 기억을 떠올렸다.

“저건 설마...?”

아주 오랜 과거, 정령들과 요정의 세계로 들어왔던 사내.

티 없이 맑고 새하얀 옷을 입은 남자.

남자가 다루는 기운은 지식을 수집한다는 특징이 있는 요정들에게도 알지 못하는 힘이었다.

그러나 그의 힘을 본 요정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었다.

신과 가장 가까울 정도로 고귀하고.

하늘을 발아래 둘 정도로 오만하며.

대해를 전부 태울 정도로 뜨거운...!

조금 시간이 지나고 선일의 몸에서든 파동이 수그러들자 계속해서 경계를 하던 요정들이 조금씩 다가왔다.

연기가 가라앉자 그들의 시야에는 시간이 멈춘 듯 직전까지의 모습 그대로 서있는 선일이 있었다.

흠칫!

강렬했던 기억을 자신이 정신을 놓은 사이 어렸을 때 잊어버렸던 기억을 떠올렸던 요정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위험하다!”

다가가지 마라!

야속하게도 요정의 뒷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경고를 다 마치기도 전에 공격을 날린 요정들이 갑작스러운 화염에 의해 재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화염이 가신 직후, 요정의 시선에서 선일은 사라져있었다.

마치 불꽃처럼 조용히 사라진 그는 어느샌가 요정의 뒤편에 있었다.

그 역시 멈춰있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자세가 조금 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전의 자세가 달리기 직전의 말과 같았다면, 지금 선일이 취한 자세는 한창 질주하며 태양을 즐기는 말이었다.

어쩌면 마법과도 같은 힘.

요정은 확신했다.

터전에 들어온 인간은.

백의를 입은 남자를 잇는 후계자라는 사실을.

“절대로 그 인간에게 가까워지지 마라! 순식간에 몸이 터져나갈 것이다!”

이어서 그의 정체를 확신한 요정은 곧바로 소리치며 요정들을 막았다.

그의 외침이 끝나면서 멈춰있는 남자에게 다가가면 죽는다라는 사실을 인지한 다른 요정들이 남자를 무시하며 주인에게로 돌아가려는 순간.

「안되지 안 돼.」

그들의 머릿속에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냘프지만 어딘가 장난기 넘치는 소녀의 목소리에 동시에 요정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지금 이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인간을 막으라며 요정들을 사지로 내보낸 장본인.

원래 같았으면 그녀는 목소리가 요정들을 막을 수는 없었을 텐데..!

‘이 배신자가!’

나이 든 요정은 부서질 정도로 강하게 이를 갈았다.

지금 그녀가 요정들을 멈춘 기술은 다름 아닌 그들의 지도자, 여왕이 가지고 있는 권능.

어떻게든 저항을 하려고 했던 요정이지만 여전히 몸은 돌처럼 굳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오히려 억지로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마음이 꺾이는 것만 같았다.

마치 순종적인 아이가 부모를 거역하려는 것처럼..!

자신의 주인인 그녀가 권능을 내릴 때만 해도 이렇게 불쾌한 적은 없었다.

요정의 눈에 공포를 누른 분노가 차올랐다.

‘생각보다 찬탈의 진행속도가 빠르다!’

여왕도 아닌 일개 요정이 이만큼의 제어를 할 수 있다는 말은 생각보다 훨씬 진행속도가 빠르다는 것!

여왕의 권위를 고스란히 빼앗으려는 찬탈의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에 요정의 머릿속에는 절망이 가득찼다.

그 생각을 하는 나이 든 요정의 귀로 다시 한번 찬탈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네는 내 의식이 끝날 때까지 저 인간을 막아야 돼.」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여전히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

그러나 후에 이어지는 말에는 더 없는 탐욕과 더불어 살기가 넘실거렸다.

「너넨 모두 스스로 심장을 뽑는 경험을 하게 될 거야~」

그 말을 시작으로 요정들의 몸에서 흉흉한 기운이 넘실거렸다.

동시에 몸에서는 강철로 만든 기계를 기름 없이 억지로 움직이며 나는 불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끼기긱...

‘젠장!’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종군은 강제가 아니었지만.

이제부터는 강제가 되었다.

그 목소리를 들은 요정들은 모두 멈춰있는 선일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고, 그들의 얼굴에는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죽음이라는 미지의 공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저항을 해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는 몸.

나이 든 요정은 절망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떠올렸다.

과거 이제는 사라진 고향을 찾아왔던 하얀 사내를 떠올리며 그는 기도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자신들의 여왕을 구해달라며 말이다.

***

그 시각, 선일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무채색의 초원은 이미 지나온 지 오래였고, 떼거지처럼 몰려왔던 요정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시선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 무채색의 수풀로 만든 오두막.

느껴지는 유일한 기척도 저 기이한 오두막에서 느껴졌다.

가볍게 몸을 풀은 선일은 망설임 없이 오두막 안으로 발을 들이려고 했을 때, 갑작스레 온몸이 욱신거렸다.

선일은 자신의 몸이 비명을 지르는 이유를 금세 깨달았다.

“으윽! 이건 아직 무리구나. 처음보다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선일은 지금 극심한 근육통을 느끼는 이유가 적양권의 2초식, 일천시보를 쓴 부작용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선일의 몸이 확실히 빙의 후보단 강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적양권의 초식들은 여전히 그가 감당하기 힘든 기술들이었다.

두 번째 기술인 일천시보가 그나마 소모가 덜한 보법이라고 하지만 그 괴랄한 속도와 파괴력을 가진만큼 그 소모는 홍일강권과 비슷하면 비슷했지 그 이하는 아니었다.

‘이럴 거였으면 속도 좀 줄일 걸 그랬나?’

생각은 그렇게 하지만 만약 일천시보를 쓰지 않았다면 선일은 분명히 후회했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처음부터 오두막에 도착한 지금까지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으니까.

“지금부터라도 마력을 조금씩 모아둬야겠다.”

두어 번 주먹을 쥐었다가 펼친 선일이 난폭하게 움직이는 마력을 가라앉히며 자연체를 활성화시켰다.

키이잉.

자연체를 활용할 때마다 매번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소리로 어떻게든 흘려보낸 선일이 오두막 문을 열었다.

끼익!

부드럽게 열리는 문안에는 백발의 소녀가 있었다.

자신을 마주한 요정들보다는 조금 더 컸지만 아주 미세한 차이였다.

소녀의 뒤편에는 지금까지 마주쳤던 요정들에게 없는 특징이 있었다.

‘거대한 나비 날개.’

던전의 이름인 색을 잃은 요정의 집.

그 요정이 지칭하는 말이 저 소녀인 게 분명했다.

수많은 동족 중에서도 저렇게 화려한 나비 날개를 가지고 있는 요정은 단 하나니까.

‘여왕이군.’

타락한 요정 여왕.

그것이 이 던전의 주인이었다.

이어서 선일은 요정족의 여왕에게서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근데 날개가 왜 이렇게 투명하지?’

분명 그가 만들었던 요정 여왕의 설정은 타락하며 색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왕의 날개는 짙은 아름다운을 가진 흑백색이라고 적혀있다.

근데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여왕의 날개는 거의 사라졌다고 무방비할 정도로 투명했다.

악사영의 설정을 여러 번 봐도 그가 잊은 점은 없었다.

순간 정보를 착각했다고 생각한 선일은 곧장 그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너구나? 우리 집에 들어온 불청객이?」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는 멍한 표정으로 서있는 소녀의 뒤에서 들려왔다.

경계심을 올림과 동시에 마력을 일으킨 선일은 권총 형태의 여명을 바꾸고 목소리의 주인에게 겨눴다.

“누구냐.”

「너무 경계하지 마~」

총구에서 느껴지는 살벌한 마력에도 목소리의 주인은 전혀 떨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습이 우스운지 가벼운 웃음소리와 함께 모습을 들어냈다.

“..?!”

소녀의 뒤에서 나온 목소리는 요정 여왕과는 또 다른 면모가 있는 이쁘장한 검은 머리의 소녀이었다.

또 다른 특징이라고는 멍한 요정 여왕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모양의 반투명한 나비 날개가 있다는 점일까.

‘무채색의 여왕이 두 명?’

선일은 악사영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등장인물에 살짝 당황했지만 타이밍 좋게 활성화된 표정 숨기기가 속내를 감췄다.

뒤이어 나온 여왕은 허리까지 흘러내려오는 검은 머리를 손가락으로 배배 꼬면서 말을 이었다.

「흐음~ 아 미안! 제대로 맞이했어야 했는데. 슬슬 작업이 끝나가서 기분이 너무 좋았거든!」

“넌 뭐지?”

여전히 경계심을 들어낸 선일이었지만, 검은 여왕은 개의치 않고 마이페이스로 말을 이어갔다.

「나는 에리얼! 너무 짧지? 거기다가 수식어를 더 붙이면 차기 여왕이라고 하면 돼!」

“여왕?”

에리얼이라고 소개한 소녀가 스스로를 가리키며 차기 여왕이라고 하자 하얀 여왕이 흠칫 몸을 떨었다.

“차기 여왕?”

「응! 이 덜떨어진 년한테서 여왕의 자리를 뺏는 중이야!」

태생적으로 정해진 요정족의 여왕.

그 고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지에 대해 순간적으로 의문이 들자, 떠올리지도 않았던 악사영의 설정이 선일의 눈앞에 띄어졌다.

-요정족의 왕 또는 여왕은 그 파벌마다 단 태생적으로 축복받은 한 명뿐이며 그들은 동족들에게 극진히 대우를 받는다.-

수십 번이나 봤던 문장.

갑작스러운 설계자의 행동에 선일이 의구심을 풀지 않은 순간.

텍스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요정족의 왕이 타락해 파벌의 권좌가 비게 된다면 타락한 종족에게는 아주 큰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타락한 왕을 죽이고 그 날개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왕을 죽이고 날개를 흡수한 자는 새로운 지도자로 추앙받으며, 동시에 새로운 권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잔혹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포기하기 힘든 기회.-

선일의 눈앞에 텍스트가 새겨져감과 동시에 에리얼은 더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텍스트와 맞춰서 노래처럼 들려오는 목소리.

「나는 곧 있으면 여왕이 돼서 저 날개로 날아오를 거야! 그러니까...」

-요정들은 그 기회를...-

그러나 에리얼의 눈에는 더없는 광기와 욕망이 넘실거렸다.

직후.

「나를 위해 죽어줘!」

-찬탈이라고 부른다.-

“...!”

여러 개의 강력한 공격이 그의 심장을 노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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