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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46화 (46/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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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침입자를 향해 적개심을 휘감은 채 날아오는 인간형태의 몬스터.

선일과 몬스터들 사이에는 꽤나 멀다고 할 수 있을만한 거리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선일의 눈은 정확한 형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평범하게 생겼네.”

작은 체구에 맞는 어린아이의 얼굴.

선일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아이들은 검은색과 하얀색의 풀만 존재하는 이 초원처럼 저마다 흑색과 백색의 비단옷을 몸에 둘러싸고 있었다.

분명 이쁘다고 말할 수 있는 광경이었지만 몬스터들의 순진한 얼굴에는 보기 흉한 증오심이 느껴졌다.

선일은 그들의 주인의 정체를 생각해 보면 그 증오심이 당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던전의 보스가 요정이니까 당연한가?”

색을 잃은 요정의 집.

지금 선일이 들어온 이 던전의 이름이다.

원작인 악사영에서는 색을 잃은 요정의 집에 대한 정보는 딱히 자세히 적혀있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악사영에 써져있는 문장은 딱 세 마디였으니까.

“죽어라 인간!”

“죽어!!”

선일이 잠시 머릿속으로 악사영을 펼치느라 눈을 떼는 동안, 두 마리의 꼬마들이 흉흉한 기운을 내뿜으며 덮쳐왔다.

준비 자세도 취하지 못한 선일의 상태는 무방비!

당연히 달려드는 요정들도 빈틈투성이인 선일을 노리고 달려든 것이었다.

그러나.

티익!

선일이 편하게 들고 있던 권총에서 불똥이 튀었고 동시에.

오른손에서는 적금색의 불꽃이.

왼손에서는 보라색의 불꽃이.

순식간에 달려드는 요정들의 몸을 동시에 꿰뚫었다.

타앙-!

“키에엑..”

“크륵!”

제일 먼저 달려들었던 요정들에 가슴팍에 성인의 주먹 크기만 한 구멍이 생기며 피가 솟아올랐다.

온통 무채색이었던 요정은 피도 무채색이었는지 하얗거나 새까만 피였다.

“조금... 적응 안 되네.”

현실에서도, 빙의한 악사영의 세상에서도 생명체의 피는 유색인만큼 무채색의 피는 괴리감이 느껴졌다.

선일은 다시 세상을 적응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 기분은 아주 찰나만 머리를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스으으...

사격을 마친 여명과 황혼에서 각각 적금색과 보라색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저번에는 조금 정신이 없어 깨닫지 못했지만.

‘...총 쏘는 거 은근히 재밌네?’

여명과 황혼을 각각 정면을 향해 들고 있는 상태 그대로 쓰러진 두 몬스터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입가는 웃음을 짓고 싶어서 근질거렸지만 동족의 죽음을 그대로 지켜본 요정들의 입장은 달랐다.

“동족을 죽였다!”

“찢어 죽일 거야! 꼬챙이로 꿰뚫어서 죽일 거야!”

동족을 죽인 인간에게 격렬한 분노와 증오의 말을 퍼붓는 요정들!

여명과 황혼.

두 개의 태양에서 쏘아지는 총알이 두 마리를 동시에 꿰뚫었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제야 시작이지.’

캬아악!

선일을 향해 달려드는 요정들이 흉포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몇몇은 손에 녹이 잔뜩 슬었지만 예기는 죽지 않은 무기를 들었고,

몇몇은 멀리에서 부러진 스태프나 금 간 오브로 마법을 캐스팅했다.

아무리 그들의 주인이 타락하여 고유의 색을 잃었다지만 권속이나 마찬가지인 그들 역시 본질은 요정.

모든 요정들의 공격에는 헌터가 쓰는 마력과 비슷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 이젠 마력이 아니었지?”

만일 기세에 느껴지는 흉흉함만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마력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떼로 보일 만큼 많은 수의 공격이 그를 향해 쇄도했지만 그렇다고 선일은 당황하지 않았다.

씨익.

오히려 거세게 자신에게 저항하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면서 입가에는 살벌한 웃음이 떠올라있었다.

‘이렇게 나와주면 나야 땡큐지.’

권속의 힘은 주인에게서 나온다.

그 말은즉슨.

‘권속을 죽일수록 주인의 힘이 사라진다는 말이지.’

“쏴!”

“주인의 색을 되찾자!”

생각을 하는 동안, 근접 공격을 맡은 요정들은 열 발자국이면 맞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선일은 자연스레 총을 아래쪽으로 향했고.

투투투투-!!

그들을 향해 쉼 없이 방아쇠를 당기며 무기에 들어있던 마력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죽음조차 불사하고 달려드는 몬스터의 공격성은 매우 높았지만 요정이란 종족답게 몸이 매우 약했다.

물론 선일이 강한 것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단 한 번이라도 불꽃을 맞으면 그대로 요정들은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쏴라!”

선일에게 거리를 좁히던 동족들이 쓰러지는 것을 바라본 요정들의 손이 떨렸다.

이어서 그의 무기가 잠시 멈추자 요정들은 제각각 캐스팅을 마친 마법을 쏘아보냈다.

자신들의 터전에 침범한 인간을 향해 흑백색의 불꽃이나 바람, 얼음 같은 원소 마법들이 날아갔지만.

타다다당!!!

여명과 황혼은 각각 주인의 손을 따라 움직이며 불꽃을 쏘아내며 마법을 모조리 요격했다.

전투라 보기에도 너무나 일방적으로 진행되어갔다.

아무리 수호자급인 요정의 역량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쉬운 난이도에 선일은 이질감을 느꼈다.

‘악사영을 썼을 때, 이렇게 약했었나?’

확실히 원작에 적혀있던 내용에 비하면 눈에 띄게 요정들의 수준이 낮았다.

그러나 전개가 비틀렸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어딘가 거슬린다는 느낌.

마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잃어버린 듯한 감각이다.

“잠깐. 생각해 보니...”

아까 전에 게이트로 들어오기 직전 느낌과 비슷하다.

선일은 뒷말을 삼켰다.

분명 느껴지는 마력의 파장만큼은 매우 강렬했지만, 던전 입구인 게이트가 개방되고 나서는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 미약했다.

자신의 소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선일은 어딘가 찜찜했다.

‘어째서지?’

“주인의 적을 죽여라!”

요정들은 선일에게 제대로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고 달려들었다.

그런 요정들에게서 선일은 이상함을 느꼈다.

‘이 녀석들도 어딘가 이상하다....’

요정들에게는 계급제가 존재한다.

다만 그 계급 제도가 과거처럼 복잡하지는 않다.

오직 주인인 요정들의 왕 또는 여왕.

그 아래에는 기사 계급인 수호자가 존재하고 바로 아래에는 모두 권속이다.

‘어떻게 보면 요정 왕이나 요정 여왕은 그 자식들 입장에서는 유일한 지도자라고 말할 수 있었지.’

그렇기에 권속들이 주인을 위해 충성을 바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지도자를 목숨을 바치며 수호할 정도로 그 충성심이 강하지는 않을 텐데..?’

작가였기에 그들의 특성은 그 무엇보다 잘 알고 있었다.

순진하고, 또 유약하며 친절한 종족인 요정.

그러나 그 성질이 모두 약한 자신들의 몸을 강자에게서 지키기 위한 본능이다.

자신의 목숨을 보전할 수만 있다면 어제까지만 해도 친구였던 인물에게 칼을 꽂을 수 있고, 요정들을 이끄는 지도자의 심장을 꿰뚫을 수 있는 비열한 종족이 요정이란 종족이었다.

그러나...

‘이 녀석들의 눈에는 광기와 공포가 서려 있다.’

선일은 달려드는 요정들을 향해 여명을 난사하며 추측을 이어갔다.

세뇌를 당했다거나 아님 정신 공격을 당한 듯한 눈은 아니었다.

초현실 저항이라는 스킬을 가졌기에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전부 제정신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목숨을 이렇게 쉽게 가져다 버린다.

자신에겐 상대가 절대로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 말이다.

그렇기에 선일은 보스인 요정 여왕의 전력을 깎는 것을 포기하려 마음먹었다.

‘원래 계획은 천천히 수호자 급이 나올 때까지 버티는 거였는데...’

키이잉.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마력이 심장에서 불꽃의 힘으로 치환된다.

온몸의 혈관과 신경을 모조리 타고 흐르는 마력과 그에 따라 느껴지는 충만감!

적양권의 기운을 활성화시키면서 신체능력이 강화되었다는 것을 자각한 선일이 양손에 들고 있었던 권총들을 건틀릿으로 변형시켰다.

선일은 야누스의 가면이 만들어준 변장 또한 해제했다.

S급 아티팩트는 등급이 등급인 만큼 꽤나 많은 마력을 잡아먹는다.

아무리 야누스의 가면이 애초에 보조용 아티팩트라지만 등급이 낮은 전투용 아티팩트인 여명과 황혼에 들어가는 마력과 비슷했다.

게다가 지금은 던전 안에 들어온 사람은 선일이 유일했다.

‘생각해 보면 변장을 할 필요가 없지.’

원래의 얼굴로 돌아온 선일은 야누스의 가면에 들어가던 마력을 모두 적양권의 기운으로 치환시켰다.

갑자기 자신을 학살하던 인간의 모습이 변하자 순간 당황한 요정들!

그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선일은 상체를 가볍게 비틀며 허리를 살짝 숙였다.

마치 스케이터가 빙판을 미끄러지기 직전처럼 부드럽게 자세를 잡은 선일의 다리에서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후우.”

조용히 숨을 내쉬며 선일은 감각을 집중했다.

권속들은 그를 조금씩 경계하면서 적에게 다시 한번 공격을 퍼부으려 했지만 선일의 시선은 저 멀리에서 느껴지는 아주 작은 기척에만 집중했다.

권속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목표는 그들의 여왕.

그 속셈을 알지 못하는 요정들이 자기들끼리 조용히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저 인간 뭐 하는 거지?”

“모르겠어! 모르겠어!”

“죽여야 돼... 빨리 죽여야 돼!”

“설마 여왕에게 가려는 거야?!”

후방에서 낡고 부러진 완드를 겨누고 있던 검은색의 요정이 소리쳤다.

그 말에 자신들의 터전에 쳐들어온 인간의 눈이 자신들을 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다른 요정들이 다시금 흉흉한 기운을 일으켰다.

“어떻게든 막아!”

“못 막으면 그 녀석한테 죽게 될 거야!”

“마법을 발사해라!”

요정들은 각자 들고 있는 무기에서 흑백색의 기운이 동시에 발사되며 선일을 향해 퍼부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서 느껴지는 공포가 더더욱 커져가는 것을 차갑게 바라본 그가 강하게 소리쳤다.

“하아!”

쿠구구구..!

선일의 몸에서부터 짙은 열기가 퍼져 나오자 그를 향해 달려들었던 요정들의 힘으로는 대응할 수 없었다.

그에게 닿는 모든 것들은 모조리 재로 변했고, 그들의 마법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소멸되었다.

말 그대로 붉은 태양赤陽

인간이든 인외든 또는 신이든 그 어떤 존재가 오더라도 태양에게는 닿지 못한다.

선일은 자신의 본능에 박혀있는 적양권의 묘리를 요정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태양...”

적양권에 타기 직전, 신성한 붉은빛에 몸이 녹아내리던 한 요정이 작게 목소리를 남겼지만 아무도 그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다.

“....됐다.”

조용히 정신을 집중하던 그가 다시금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야에서는 아직 보이지 않지만.

“정확히 보인다.”

그대로 선일은 태양의 마력을 하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태양의 묘리를 그대로 구현한 권술, 적양권.

적양권의 창시자가 도대체 누구인지 아직 선일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슈우우...

하체에 있는 많은 근육이 풀어짐과 동시에 증기기관차 마냥 열기를 뿜어낸다.

그와 반대로 다리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신경들은 한 가지 명령만을 수행하기 위해 긴장한다.

아이러니하고 또한 신비로운 신체의 현상.

그러나 이것은 선일이 일부러 의도한 것이었다.

‘적양권에 존재하는 초식들은 전부 다 다른 뜻을 의미한다...’

1초식 홍일강권은 거대한 태양을 주먹에 싣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장 근본이 되며, 또한 가장 위대한 주먹이 될 수 있다.

그러나 2초식의 태양을 달랐다.

홍일강권이 태양 그 자체를 담았다면.

‘2초식은 천천히, 그렇지만 눈치챌 수 없이 빠르게 다가오는 시간을 의미한다.’

시간은 절대적이지만, 누구나에게 상대적이다.

어떤 이는 누구보다 빠르게 지나가고.

또 다른 이는 보다 느리게 지나간다.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만드는 태양.

적양권의 2초식은 그런 역설적인 태양을 내포하고 있다.

선일은 묵직하게 진각을 밟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제 2초식.”

일천시보(日天時步)

화르륵-!!!!

태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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