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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44화 (4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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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후우.”

야심한 시각.

달이 구름에 가려져 평소보다 어두운 밤에도 성강은 그가 안착한 집무실의 불빛을 키지 않았다.

사용인이 퇴근하기 위해 들어왔을 때만 제외하고 입을 열지 않았던 성강.

그때, 지그시 눈을 감고 있던 성강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설마.”

그는 맹수처럼 으르렁거리며 낮에 봤던 한 시체를 떠올렸다.

이름 미상, 신원 미상.

유일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은 남자는 악마 숭배자 라는 것.

게다가 그가 죽은 후, 사체에서 올라오는 마기의 질과 양으로 보아서는...

‘적어도 전도사, 아니 사제(Priest) 중에서도 상급이었다.’

A급 헌터인 이상철은 절대 약하지 않다.

수많은 베테랑 헌터 중에서도 베테랑.

아직 S급으로 올라가기에는 시기 상조지만 재능은 있다.

그런 그를 상대로 가볍게 이겼다는 마인의 상처는 오직 단 하나.

“심장을 관통한 일격...”

저격.

마인은 공격이 지나가고 나서야 자신의 죽음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저격의 마력은 불꽃이었는지 꿰뚫린 마인의 심장 주변은 열기로 인해 살짝 탄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성강은 그런 형식의 공격이 너무나 익숙했다.

“...이선일.”

성강은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떠오른 한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이선일이 학교에서 쓰레기라고 모욕을 듣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다른 인물들은 생각나지 않았다.

부스럭.

성강은 자신만이 알고 있는 부서진 연습실을 떠올렸다.

분명 연습실을 부셨던 기술과 비교했을 때, 마인을 죽인 일격의 화력이 훨씬 강력했다.

하지만 성강은 추측이 아닌 확신했다.

마인을 죽인 인물은 이선일이라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마력.

“이질적인 불꽃.”

불꽃 속성을 개화한 헌터들은 이 세상에 수없이 많지만 평범했다.

말 그대로 뜨겁다는 생각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천검이가의 둘째, 이선일의 경우.

이선일의 마력을 성강, 그 스스로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강하다거나, 많다거나.

이런 일차원적인 판단이 아니다.

말 그대로 고차원.

그리고 이런 고차원적인 마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선일의 형도 쓸 수 있었지.”

그리고 천야씨도...

성강은 이제는 멀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과거를 회상했다.

이선일이 배치고사를 시작하기 전에 했던 말.

피는 물보다 진하다.

이 말을 증명하듯 천야씨는 젊은 시절, 자신과 대화하면서 똑같이 말했었다.

단 일격으로 천상급 미개척 지대의 보스를 베어내던 그를 향해 자신은 감탄했다.

‘극한까지 버려진 하늘의 검술은 확실히 대단하군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군.’

그 말을 들었던 나는 무의식적으로 반문했다.

‘예?’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천야씨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해주었다.

‘천검이가는 검가가 아니다. 무가다. 다만 나와 천검이가에 속한 많은 자들의 재능이 검일뿐.’

그 말의 의미.

성강은 이선일의 첫 대련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천검은 확실히 무가라는 것을.

***

선일은 뭐라 할 수 없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에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강이 보였다.

그저 마력을 조금 흘리고 있는 그의 태도에 선일이 입을 열었다.

“설마 시험이었습니까?”

“그래.”

“...하하.”

선일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성강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갑자기 시험이라니.

악사영의 내용 중 이런 전개가 있었으면 선일은 그의 진의를 대충 눈치챘을 테지만 지금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도대체 뭐지?’

‘역시 확실히 재능이 있어.’

그러나 성강의 눈은 무언가를 파악하는 것처럼 선일을 빠르게 훑었다.

자신이 아무리 마력을 뿜어 공격의 전조를 미리 알려줬다지만 이렇게 빠르게 반응할 줄은 기대하지 않았다.

단 0.1초.

게다가.

‘공격을 미리 깨닫고 곧장 자세를 취한 것도 합격점이다.’

확실히 천검이가 사람답게 전투 센스는 천부적이다.

아직 마력을 제어하는 기술은 미숙해 보이지만 그의 평가 기준은 현역에서 활동하는 A급 헌터으로 잡았다.

이 정도면 이미 프로라고 볼 수 있는 3학년을 제외하면 1,2학년 중에서도 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평가를 마친 성강은 확신할 수 있었다.

어째서 이런 능력을 가지고도 이선일이 학교 내에서 돌아다니는 헛소문을 해명하지 않고, 능력을 숨기는지 말이다.

‘다음 천검이 되려고 이빨을 갈고 있는 건가.’

수많은 가문에서 시행되는 후계자 경쟁.

현 세대의 대표적인 천재, 이선월처럼 자신의 능력을 그대로 입증하며 입지를 다지는 후계자들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자신의 능력을 일부러 숨기는 경우도 있었다.

‘그 방식은 세력을 만들기는 힘들어도 확실히 경쟁에 있을 견제를 피하기는 좋지. 동시에 힘을 기르기도 편하고.’

선일이 이 말을 직접적으로 들었다면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을 게 분명했지만 성강은 알지 못했다.

아무리 현 천검의 동료이자 친구였지만 따지고 보면 그는 외부인.

그를 친애하는 모습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보인다면 천외천인 자신이 선일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그렇기에 성강은 말을 조심했어야 했다.

이어서 그는 마력을 가라앉힌 후, 선일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방금 저 녀석의 자세.’

이어서 성강은 자신을 향해 마주 보던 선일의 자세를 떠올렸다.

그가 사용하는 무술이 뭔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눈으로 파악했을 때는 꽤나 뜻밖이었다.

‘분명 역공을 취하려는 것만 같았다.’

스무 살도 안 된 앳된 소년이 어째서 격 자체가 다른 강자에게 방어나 도주가 아닌 반격을 준비했다.

이선일이 상대와의 수준 차이를 모르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어찌 보면 더욱 아이러니한 상황.

그러나 성강은 그 이유를 대강 예상할 수 있었다.

‘이전에 봤던 이선일의 자세들과 기술들 모두 내 눈에는 조금 이질적이었다.’

무술은 전부 공세와 수세의 형식이 나눠져있다.

물론 그 비율이 균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리 공격적인 무술이라 하더라도 방어자세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선일의 무술은 다르다.

후를 기대할 수 없는 극공(劇攻)의 무술.

폭발적인 파괴력에 초점이 맞춰져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그를 향하는 공격은 대부분 회피.

이선일의 반격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물론 모든 자세를 본 건 아니다.

오로지 감.

그러나 성강은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는 법이 없었다.

‘확실히 욕심이 나는군.’

엘레나의 제자인 성강은 그녀와 닮아있었다.

기술과 성격은 물론.

하물며 제자 욕심까지.

‘2년 전에 입은 내상만 없었다면 조금 더 여유롭게 생각했을 테지만...’

2년 전, 악마 강림 사건 때 입게 된 상처.

그 상처는 스승인 엘레나도 모를 정도로 철저하게 숨기고 있었지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가 없다.

결혼도 하지 않아 자식도 없었기에 만약 자신이 죽는다면 그대로 끝.

성강이 빠르게 제자를 물색할 때, 이선일이 나타났다.

“천검이가는 검가가 아니야. 무가지.”

그가 가진 주먹의 재능은 성강에게는 너무나 끌렸다.

그러나 한 가지 걸리는 점.

그를 전면에서 제자로 들인다고 가정했을 때.

‘어떻게 보면 천검이가의 후계자가 외부인을 끌어들이는 상황이 된다.’

그렇게 되면 만에 하나 현 천검인 이천야를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성강은 방법이 있었다.

‘몰래 가르치면 된다.’

말 그대로 몰래 가르치면 된다.

헌터의 세상에도 이런 말이 있지 않았는가.

‘안 걸리면 합법.’

헌터들에게는 다른 의미이기는 했겠지만, 성강에게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어서 그는 허탈해 보이는 표정의 선일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이선일.“

“왜 그러십니까.”

“시련과 달리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은 명령이 아닌 제안이다.”

왠지 모르게 굳어진 얼굴.

짙은 결의가 느껴지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성강의 눈빛에서 선일은 마른침을 목으로 넘겼다.

“...어떤 제안이시길래 그러십니까?”

“이선일, 내 제자가 되어라.”

“예?”

소리를 인지하자마자 반문한 선일.

‘뭐지?’

악사영을 쓸 때, 자신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전개에 선일은 무슨 반응을 해야 될지 고민했다.

제자가 되라는 소리는 아예 처음 들었다.

선일이 적었던 성강이라는 캐릭터는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학생들을 지키는데 관심이 있었다고 설정을 해뒀으니까.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때, 성강은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네 재능은 뛰어나다.”

“아 그런가요?”

일단 선일은 평소처럼 부드럽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반응했다.

그런 반응을 할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선일에게 성강은 피할 수 없는 말을 꺼냈다.

“네가 이번 시련에서 마인을 죽인 것을 안다.”

“...제가 말입니까?”

처음 듣는 말처럼 당황하는 선일.

판단을 확신한 성강도 순간적으로 잘못 생각했나라고 자신의 감을 의심할 정도로 티 없는 연기였다.

하지만 성강은 마음을 다시 잡았다.

“네가 쏜 일격은 내가 봤던 공격과 매우 닮아있었다. 거의 같은 공격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

선일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완벽했던 연기도 살짝 깨져 당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네가 뭘 하든 상관이 없다. 그저 원하는 것은 제자일 뿐.”

“그런가요.”

쓰윽.

잠시 말을 끊은 성강이 선일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바닥 위에는 얼굴을 완전히 감싸는 형식의 가면이 있었다.

정중앙을 기준으로 한쪽은 슬피 우는 남자를 반대쪽은 환하게 웃는 여자를 연상케하는 신비로운 가면.

가면은 아티팩트였는지 마력이 느껴졌는데 지금까지 본 아티팩트 중에서는 가장 강렬했다.

악사영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이 세계를 살아가다 보니 뉴스를 자주 확인하는 선일은 눈앞에 있는 가면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야누스의 가면이다. 그 정도면 괜찮겠지.”

“이거... S급 아티팩트 아닙니까?”

야누스의 가면(S)의 효과는 다름 아닌 변장.

단순히 외모만 바꿔주는 다른 변장 아티팩트들의 효과를 가볍게 뛰어넘어 마력의 성질조차 다른 속성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아티팩트였다.

“네가 만약 내 제자가 된다고 한다면 이걸 주겠다. 누구보다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만.”

잠시 가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선일이 천천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야누스의 가면은 가지고 있으면 미래가 편해져.’

최상급 아티팩트인 만큼 다른 인물들, 특히 앞으로의 전개에 있을 적들에게 이선일이라는 본모습을 들키지 않는 것이 편하다.

그러기 위해서 일부러 괴롭힘도 해명하지 않고 힘도 쓰지 않았으니까.

확실히 이 정도만 봤을 때는 이득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제자가 되면 야누스의 가면 말고도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천외천인 성강의 가르침을 받는 거니까.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은.

‘내가 이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만약의 상황이 아직은 추측이 안돼.’

미래의 불확실성.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반대쪽에서 거대한 태풍을 만들 듯, 어떤 영향이 올지는 모른다.

아직까지는 산들바람 정도의 리턴이었으나, 그 모든 일들은 원작을 아주 살짝 비튼 정도.

그러나 지금 이 제안은 완전히 원작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어떡하지.’

선일이 잠시 고민하던 그때.

설계자의 알림이 울렸다.

띠링!

[@*$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히든 에피소드:강철은 태양을 벼린다.를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

알림을 확인한 선일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지만 몇 번을 확인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알겠습니다.”

그의 제안은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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