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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42화 (4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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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또각.

두꺼운 구두굽이 고급스러운 대리석 바닥과 부딪히며 리드미컬한 소리를 자아냈다.

번화가 길거리만 가도 익숙하게 들을 수 있는 평범한 소리였지만 기이하게도 교실 안에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그들의 눈동자에 천천히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장신 여성이 비쳤다.

옆구리에 가벼운 서류 뭉치를 끼고 들어오는 그녀가 학생들을 보며 매혹하는 미소와 함께 손을 살랑댔다.

“... 미쳤다.”

한 학생의 입에서 꾸밈없는 본심이 툭 튀어나왔지만, 그건 이 교실 안에 있는 학생들 모두의 감상과 같을 것이다.

그녀 역시 학생의 말을 못 들을 수 없었다.

짧은 한 마디의 속뜻을 이미 깨달았던 여성이 고혹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안녕~ 1학년들은 날 처음 보지?”

세상 물정 모르는 소년, 소녀들을 유혹하는 것처럼 레크라의 입에서는 끈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성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학생들이 목소리 한 번 내는 것조차 어려운 농염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평범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에도 학생들은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

교탁 앞에 선 여성은 침묵만 가득한 교실의 반응이 너무나 익숙했다.

그녀가 일부러 만들어낸 침묵이었기에.

자신에게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매력적인 외모와 몸매.

그리고.

압도당할 수밖에 없는 기운.

사아아..

여성은 교실에 처음 들어오기 전부터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마기를 퍼트리면서 들어왔다.

추기경의 마기는 고작 학생의 수준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하지만 그녀의 이명은 다름 아닌 [연구자]

그녀가 가진 욕망은 탐욕 중에서도 지식을 채우고 싶어 하는 지식욕!

‘흐음~’

여러 생체 실험을 통해 그녀는 가진 마기를 마력과 한없이 비슷하게 변형시킬 수 있었고, 그건 그녀의 연구 중에서도 꽤나 성공적이었다.

아무리 오대 가문의 가주라 하더라도 구별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스스로 자신한 연구자가 교실을 둘러보았다.

‘별로 관심이 가는 애는 딱히 없네~ 역시 다 쭉정이였어.’

흥미를 끄는 학생들이 없다.

자신의 지식욕을 채우고 싶어 하는 연구자가 일순 실망한 눈빛을 띠었지만 이내 그녀는 여유로운 웃음으로 감췄다.

‘예상은 했었지만 아쉽네. 그래도 뭐 그 애가 있으니까.’

최근 몇 년 새에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었기에 연구자는 일부러 수업을 맡지 않았다.

그랬던 그녀가 원래 있었던 교사를 죽이는 귀찮은 일까지 하며 이 수업을 담당한 이유는 단 하나!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쭉정이라 평가한 학생들에게서 시선을 돌린 연구자가 마기를 거둬들임과 동시에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레크라라고 해. 다들 이름은 들어봤죠?”

레크라가 한 행동을 눈치채지 못한 학생들은 마기가 사라지고 나서야 본능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개를 끄덕거리는 학생들을 자연스레 스쳐 지나가던 레크라가 꽤나 앞자리에 앉아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뺨에 길게 상처가 난 귀여운 소녀.

그러나 그런 소녀의 몸속에서 느껴지는 힘은 다름 아닌 그녀와 동류의 기운이었다.

‘악마의 씨앗이라... 이건 못 참지.’

연구자는 속으로 웃었다.

2년 전, 강림한 악마.

[분노]

그녀가 섬기는 [탐욕]과 동일선상에 서있는 일곱 군주 중 한 명이 현계로 강림하며 남긴 씨앗.

자신들이 섬기는 악마에 대해 더욱 깊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보물이나 아티팩트보다도 아름다운 실험체!

분노를 섬기는 마인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당장이라도 연구자를 찢어 죽이고 싶을 테지만...

‘그 미친 분노놈들은 평생을 가도 씨앗이 있는 곳을 알 수 없겠지!’

절대 지식을 채우고 싶은 욕망을 참지 못하는 그녀가 가장 무서운 점은

지금이라도 당장 그녀의 몸에 심어진 씨앗을 분석하고 싶은 본능을 이성으로 애써 멈춘 연구자가 입을 열으려는 순간!

꿈틀.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말 그대로 느낌이었지만 레크라는 악마 숭배자가 되면서 영혼 깊숙한 곳에 받아들인 악마의 본능이 꿈틀거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지?’

레크라는 이 울렁거림이 자신의 지식욕을 끌리게 만드는 실험체를 보았을 때, 느끼는 본능이 아니라는 것을 곧바로 깨달았다.

만약 이 감정을 정리한다면 마치...

‘천적..?’

물론 그 기운 자체는 너무나 미약했기에 그녀에게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리 피식 자라 할지라도 고작 태어난 지 며칠밖에 안되는 포식자에게 겁을 먹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하지만 그렇기에 본능을 누르는 거대한 욕망이 떨렸다.

그녀의 악마가 말한다.

자신의 두뇌, 심장, 온몸.

신체 모든 곳에...

두근두근...!

다시 한번 지식을 채우고 싶다.

앞에 있는 어린아이들 중 어떤 이인지.

그 아이가 어째서 이런 힘을 가지고 있는지..!

그 모든 것이 궁금했다.

‘하하하.. 이걸 어떻게 참아!’

악마의 씨앗이 들어왔을 때보다 더욱 커다란 지식욕이 느껴진다.

100년이 넘어가는 세월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에 그녀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어디일까나~’

악마의 본능을 압박한 기운 자체는 금방 사라지는 신기루처럼 착각으로 치부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식욕이 타오를 때의 레크라는 이 세상의 존재하는 그 어떤 존재보다도 감이 예민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예민한 감은.

‘저기구나!’

씨앗을 가진 아이.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갈색 머리와 검은 눈동자가 매력적인 소년.

레크라도 그에 대해 대충은 알고 있었다.

‘천검이가의 둘째인 이선일이었나.’

이선일의 쌍둥이 형인 이선월은 분명 실험할 가치가 있는 학생이다.

마기와는 다른 음의 기운을 띄우는 달의 마력을 지닌 것으로 유명했으니 언젠가 꼭 실험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지만 지금 앞에 있는 이선일.

‘흐음... 아무런 느낌이 들지는 않는데?’

그녀 역시 1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으니 천검이가의 인간과 싸워본 적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 싸웠던 천검이가의 인간은 무척이나 괴물 같았지만...

‘얘는 이상하게 평범하네?’

전투를 하는 마인으로써 천검이가의 둘째를 판단하자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아무런 흥미도 끌리지 않는 그저 그런 인물.

들어올 때 느꼈던 감상과 마찬가지로 여러 쭉정이들 중 하나.

그러나.

두근두근 두근두근...!

악마의 본능이 말하고 있다.

지금 당장 그를 죽이라고.

‘얌전히 있어.’

악마의 본능을 가볍게 억누른 레크라.

이어서 지식을 탐구하는 학자의 감각이 그녀에게 말한다.

이 소년은.

지금까지의 모든 실험체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존재라고.

씨익.

레크라는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

동시에 레크라는 본능적으로 자각했다.

내 안의 지식욕은 지금 저 소년의 비밀을 알고 싶다고.

***

‘어라?’

선일은 눈을 의심했다.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금 눈앞에 떠있는 설계자의 메시지.

그건 선일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으니까.

[칭호-선을 지탱하는 자(특이)가 활성화됩니다.]

분명 선을 지탱하는 자의 설명에는 전투에 들어갔을 때, 악마 숭배자들이 위압감을 느낀다고 적혀있었다.

평화로운 수업이 어째서 전투라고 인식했는지 선일은 알고 있었다.

‘레크라는 수업에 들어올 때, 조용히 마기를 퍼트리며 들어왔지.’

다른 학생들은 아름다운 레크라의 분위기에 압도되었다고 생각했겠지만 선일은 이미 알고 있었다.

게다가 S급 스킬인 초현실 저항이 그의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다.

교실에 미세하게 퍼져있는 악의.

거의 같다고 느낄 정도로 마력과 흡사한 마기였다.

‘생각해 보면 시련에서 마력을 차단한 기술도 레크라가 만든 거였지.’

아마도 선을 지탱하는 자는 주변에 펼쳐진 마기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전투라고 판단한 것 같았다.

‘꽤 괜찮은데? 잘하면 기습도 알아차릴 수 있겠다.’

꽤나 좋은 정보.

만족스러운 칭호의 효과에 기분 좋은 웃음을 지은 선일의 미소가 굳어지기 시작했다.

‘...잠깐. 설마 이거 레크라가 인지할 수 있으면...?’

불안한 생각에 선일은 곧바로 칭호를 해제했다.

쳇.

선일은 바로 옆에 있는 하윤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혀를 찼다.

격의 차이가 있어 들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띠링!

선일의 생각은 설계자의 알림 소리 한 번에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다시금 떠오르는 텍스트.

떨리는 눈으로 텍스트를 읽은 선일은 욕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X발.’

[‘레크라’가 당신을 보며 깊은 호기심을 느낍니다.]

악마 숭배자나 악인에게는 꽤나 강력한 효과를 가진 칭호.

마기나 악의를 자동으로 인식해 켜진다는 점은 매우 큰 메리트였으나.

‘아니 진짜 억울하네!’

상대도 그것을 인식한다는 것은 메리트를 그냥 무시하는 커다란 페널티였다.

물론 상대가 레크라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앞면에선 최고의 유망주 또는 마법계의 샛별이라고 불리는 마법사.

그러나 그 정체는 다름 아닌 한 교단의 2인자라고도 할 수 있는 추기경이었으니까.

게다가 레크라가 섬기는 악마.

[탐욕]의 특성은 욕망에 충실하면 충실할수록 능력이 점점 강해지는 것!

그런 점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레크라가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느꼈다면 욕망이 조금씩 힘을 불어넣는다.

레크라의 욕망은 지식.

현재의 지식도, 과거의 지식도, 그리고 미래의 지식조차도 그녀가 알지 못하는 모든 지식들을 알기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간단히 버릴 수 있으니까.

‘벌써 눈에 띄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는데.’

낭패였다.

자신이 썼던 악사영의 레크라는 이 학교에서 악마의 씨앗을 가진 하윤에게만 관심을 가지니까.

물론 그녀에 의해 이선일은 마인이 되지만, 그 시기는 졸업 직전.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자신의 형을 이겨본 적 없는 소년의 질투가 욕망이 되었을 때, 그제서야 레크라는 이선일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 이후는 뭐...

‘죽음.’

이제는 이선일의 몸엔 자신이 들어와있기에 마인이 되는 멍청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지만.

‘레크라의 관심은 절대 받았으면 안 됐는데.’

그녀의 호기심은 헌터든, 마인이든 모든 존재를 불행으로 이끌어가니까.

그렇다고 이슈탈처럼 암살할 수도 없다.

연구자라는 이명처럼 그녀의 능력은 분석, 또는 창조에 더욱 특화되었지만 전투능력 또한 뛰어났기 때문이다.

‘진짜 X됐네.’

빠져나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일은 멈추지 않았다.

유일하게 좋은 머리를 애써 굴리며 악착같이 활로를 찾으려는 순간, 레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 수업 시작 전에 미리 말할게 하나 있어요. 제가 요즘 조수를 구하고 있는데 혹시 여러분 중에 하고 싶은 사람 있나요?”

원작과 마찬가지로 조수를 구한다는 말에 여러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그중에서는 하윤도 있었다.

악사영의 장면을 무기질적인 눈으로 바라보던 선일의 머릿속에서.

한 가지 방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굳이 빠져나가야 하나..?’

게다가 원작대로라면 하윤은 그녀의 조수로 들어가게 된다.

물론 학교 선생을 연기하는 동안, 레크라는 그저 관찰을 주로 했지만 종종 하윤을 향해 악마의 씨앗에 대해 언급한다.

동시에 그녀의 씨앗을 개화시키기 위해 여러 행동들을 하고, 감정의 고통이 점점 커져가 씨앗의 개화가 극히 일부 남았을 때.

‘이선월이 중간고사에서 씨앗을 처리하게 되지.’

이후 분노한 레크라는 유일한 샘플을 없애버린 선월을 죽이려 하지만, 그때 레크라의 정체를 깨달은 다른 이들에 의해 제제당한다.

그랬던 전개를 만약...

‘내가 한다면..?’

그녀의 정체가 드러나는 시간을 일찍 당겨올 수 있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강해질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물론 레크라의 관심은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확실히 가능성은 있어.’

어떻게 보면 유일한 활로나 마찬가지이다.

레크라가 스스로 정체를 밝힌 이후부터 전 세계적으로 악마 숭배자에 대한 경계를 올리니까.

선일은 결정했다.

‘신하윤과 같이 레크라의 조수로 들어가 씨앗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만든다.’

이선일이 졸업 직전에나 그녀의 선택을 받는 원작대로라면 조수로 들어가는 것은 매우 힘들었을 테지만.

빙의자인 나는 가능하다.

‘지금 나는 연구자의 호기심을 받고 있는 상태니까..!’

생각이 끝난 직후.

번쩍!

선일은 망설임 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속을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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