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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35화 (3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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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하아...”

조용히 숨을 내뱉는 선일.

마치 암살자처럼 기척을 최대한 감춘 그는 눈을 마력으로 강화시켰다.

안 그래도 좋았던 시력이 마력에 의해 몇 십 배는 더 증가하자 선일은 저 멀리에서 보이는 두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작됐나?”

흐릿하게나마 들리는 천둥소리.

그리고 노란 번개를 검게 덧칠하는 짐승의 울음소리.

날카로운 검격이 전부 막히는 둔탁한 쇳소리까지.

제각각 다른 여러가지 소리가 들렸지만 선일은 그 소리들이 모두 같은 전개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역시 강하네. 게다가 2년 전에 당한 부상이 낫지도 않은 상태라니.’

물론 마력으로 강화한 자신의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검격을 수십 번이나 날리는 이상철도 강한 것은 사라지지 않는 사실이다.

이상철도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는 S급 아티팩트, [벼락장군의 갑주]를 가지고 오지 않았으니 완벽한 상태라고 할 수는 없었다.

언뜻 보면 비등해 보이는 전투.

그러나..

‘이슈탈은 흑랑으로 방어만 하고 있을 뿐.’

그의 능력이라면 진작에 끝낼 수 있던 전투였겠지만.

‘이슈탈의 성격 상 아마 공격하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거겠지.’

잠시 동안 둘의 전투를 쳐다보던 선일은 뒤쪽에서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새로운 신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호찬이 이상철을 향해 블링크를 쓰면서 달려오고 있는 것을 확인한 선일이 손을 오므렸다.

화아아...

금빛과 보랏빛의 입자가 각각 오른손, 왼손에 모여 들면서 만들어지는 무기.

처음에 봤던 투박하고 날카로운 건틀릿과는 다르게 ㄱ자로 꺾어진 형태.

지금 손에서 만들어지는 무기는 악사영처럼 헌터도, 몬스터도, 마인도 아무것도 없었던 세계에서 살아왔던 선일에게도 익숙한 물건이었다.

바로..

철컥.

자동권총.

손에서 느껴지는 어색한 그립감에 선일의 입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만변무형에서 권총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악사영의 세계에서 총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부분의 총기가 몬스터에게는 통하지 않을뿐더러, 어느 경지에 올라간 강자라면 탄의 속도는 쉽게 따라잡고 그 이상의 공격도 가능하기 때문에 총기는 거의 사라져가는 추세였다.

여러 가지 총기 중에서도 만변무형이 권총으로까지 변한 이유는 아마도...

“내가 전투 중에 사용할 원거리 공격이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챈거겠지.”

만변무형이란 물건이 의지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넓은 범용성.

게다가 권총과 똑같이 생겼다고 헌터에게는 통하지 않는 총기의 화력을 생각하면 안 된다.

말 그대로 마총.

평범한 납탄 대신에 마력으로 탄을 대신하는 여명과 황혼.

쌍둥이 같은 두 자루의 권총을 바라보는 선일의 눈엔 자연스럽게 설정창이 열렸다.

[여명(A+): 에고를 가진 만변무형이 소유자의 의지에 맞춰서 변화한 건틀릿 겸 자동권총. 시작을 의미하는 일출의 화염을 다룬다. 특수스킬-프로미넌스 레이 사용가능.]

[황혼(A+): 에고를 가진 만변무형이 소유자의 의지에 맞춰서 변화한 건틀릿 겸 자동권총. 끝을 의미하는 일몰의 화염을 다룬다. 특수스킬-래피드 플레어 사용가능.]

선일의 시야를 가득 채우는 텍스트.

악사영 속에 존재하는 아이템의 특징대로 정확한 수치는 적혀있지 않았으나, 선일은 자신이 처음 연습장에 갔던 때를 떠올렸다.

단 한 번의 사격으로 연습장을 파손시켰던 공격.

물론 평범한 공격이 아니라 여명이 가진 특수 스킬이었지만 파괴력 하나는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카드득!

이슈탈과 이상철이 싸우는 공간에서 쇳조각을 박살내는 불쾌한 소음이 귀를 찔렀다.

그 소리가 시발점이자 미리 생각해놨던 신호탄.

선일은 인벤토리에서 작은 물병 몇 개를 꺼냈다.

“후 긴장되네.

선일이 꺼낸 것은 다름 아닌 포션이었다.

통칭 APX 포션.

효과는 단순하다.

순간적인 마력 증폭.

‘다만 거의 폭주와 마찬가지인 효과라 반동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 단점이긴 했지만.’

다행히 이 시기의 APX 포션은 프로토타입 수준이라 효과와 반동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란 단점 때문에 시중으로는 구하기 매우 힘든 불법약물이었지만 원작자인 선일에게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하... 그럼에도 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말이야.”

말을 마친 선일이 병에다가 입을 갖다 댔다.

꿀꺽.

병 안에 들어있는 투명한 액체를 입 속으로 한 번에 털어 넣자 단전에 마력의 양이 순간 늘어난 것을 느꼈다.

무색무취라 맛도 안날 줄 알았는데.

매우 씁쓸한 뒷맛에 선일은 표정을 찡그렸다.

“으으... X나 쓰네...”

포션이 흘러내려가자 목에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단전의 코어 안에 들어있던 마력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자연체를 사용했을 때보다 훨씬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선일의 입에서 신음이 자연스럽게 새어나왔다.

그렇지만.

‘이슈탈을 잡는 일은 적어도 내 몸 하나 정도는 엉망이 될 생각을 가지고 해야 돼.’

왼손의 황혼을 장갑의 형태로 되돌리며 여명만으로 저 멀리에 보이는 공간을 조준한 선일.

선일은 자연체를 활성화시키며 단전으로 주변의 마력을 빨아드렸다.

[스킬:자연체가 활성화됩니다.]

[신체에 생동감 넘치는 생기가 깃듭니다.]

평범한 던전보다 훨씬 강력하고 짙은 마력이 존재하는 시련.

그래서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거친 마력에 단전이 찢어질 것처럼 아파왔지만 선일은 마력운용을 멈추지 않았다.

“정면승부였다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였겠지만.”

화륵!

“아무도 모르게 목숨을 끊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지.”

조용히 숨을 들이키는 선일의 심장에서 천천히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스킬:적양권이 활성화됩니다.]

[신체와 마력에 강렬한 태양이 떠오릅니다.]

선일은 자연체를 통해 흡수한 마력들이 무지막지한 속도로 심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의식할 수 있었다.

S급 스킬이 되며 마력 소모가 A급 스킬인 자연체로는 버거웠지만 애써 무시한 선일은 아껴놨던 스킬을 꺼내들었다.

지잉.

[스킬:필중일발이 활성화됩니다.]

[원거리 공격에 명중률이 증가합니다. 연계스킬-비장의 한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재능충의 기회로 얻은 B급 스킬인 필중일발.

명중률 증가라는 단순하고 효과적이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연계스킬.

비장의 한 발이라는 이름대로 그 효과는 다름 아닌.

[특수스킬-비장의 한발: 하루에 한 번, 소유자의 원거리 공격을 아무도 감지하지 못합니다.]

비정하게 상대의 숨통을 끊는 저격수의 일발이었다.

“크윽...!”

스킬을 사용하자 한차례 더 빨라진 마력소모.

선일은 온몸에서 느껴지는 부하에 식은땀을 흘렸다.

자연체로 최대한 채우고 있는 동시에 여러 개의 스킬을 동시에 활성화시키니 마력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말이 안 된다.

까드득...!

선일은 이를 꽉 깨물었다.

이미 온몸 곳곳에 끊임없이 퍼져있는 탈력감을 애써 정신력으로 누른 그가 조금씩 방아쇠에 손을 집어넣었다.

이슈탈을 이곳에서 살려 보내 만전의 상태로 마주하는 것보다 내 몸이 상하더라도 여기서 끝을 내는 것이 훨씬 쉽다.

미래를 알고 있었던 그가 손가락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꾸욱..

단전에서 자연체를 통해 들어오는 마력이.

심장에서 붉은 태양의 기운으로 변해.

손을 통해 여명의 탄창을 채워간다.

키이잉-!

마력의 양을 빠르게 가속시킨 그는 장갑뿐이던 왼손으로 오른손을 받혔다.

이후 한쪽 눈을 감고서 저 멀리에 보이는 이슈탈을 천천히 가늠쇠에 맞췄다.

“후우...”

이후 숨을 멈추면서 몸의 떨림을 멈춘 선일.

원작 스토리에 크게 간섭하는 것에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는지, 심장의 고동은 너무나 거슬렸다.

집중에 방해가 되는 잡음에게서 신경을 돌린 그는 눈앞에 설정창을 띄웠다.

[특수스킬(여명)-프로미넌스 레이: 쌍둥이 무구인 황혼이 존재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여명에 충전된 마력을 전부 소모해 아침이 오기 직전, 모든 것을 시작하는 여명의 탄을 단 한 발 발사한다.]

이번 공격의 마스터키.

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강의 파괴력을 지닌 탄이.

지금.

...덜컥.

쏘아졌다.

파아아아앙!!!

여명의 총구에서 한 줄기 금빛 불꽃이 터져나가며 반동에 선일의 손이 크게 튕겨났다.

“미친!”

단전과 심장에 차있던 마력이 거의 바닥이 보일 정도로 강력한 공격!

푸슉-!

직후 몸을 가눈 선일은 금빛 불꽃이 순식간에 마인의 심장을 꿰뚫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거대한 충격에 이슈탈의 몸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완전히 확인하고 나서야 선일은 모든 스킬을 해제하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후우...APX는 함부로 쓰면 안 되겠다..”

진짜 X나 아프네...

뒷말을 애써 삼키며 선일은 남은 APX 포션을 다시 넣었다.

여명을 반장갑형태로 되돌린 선일.

서브 에피소드를 해결했을 때의 보상도 쏠쏠했으니 아마 메인 에피소드는 그 이상일 것이라는 예상은 되지만....

“....근데 왜 에피소드 종료가 안 뜨지?”

악사영에서는 분명 정확히 이상철의 검이 부러지기 전에 성지연을 쓰러뜨리고 달의 축복을 받았을 텐데...?

갑자기 선일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원작에서는 이선월은 성지연의 공격을 미리 감지해 반격에 나섰다.

그 이유는 바로...

“초감각, 아니 감각증폭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아?”

점점 에피소드가 클리어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점점 초점이 맞춰갔다.

“설마 내가 감각증폭을 뺏어서..?”

악사영의 주인공인 이선월이 죽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은 든다.

성지연의 능력은 밤피르를 죽인 후 얻을 수 있는 감각증폭이 있어야만 잡을 수 있다.

이유?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가 없는 말이지만...

[색욕의 마인인 성지연. 대한고 3학년 정도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평신도였지만, 색욕의 마인이 가진 능력은 전투력이 높더라도 매우 성가신 편에 속한다. 왜냐하면...]

그냥 내가 그렇게 설정해뒀으니까.

[그들의 능력은... 환상을 일으켜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X발!”

부드러운 입가와는 어울리지 않는 거친 욕지거리를 뱉은 선일이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그는 거의 탈진 상태와 비슷한 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정신이 흐려졌지만 선일은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씹어 머리를 깨웠다.

‘내가 살아야 된다는 생각에 잠시 잊고 있었어.’

환상과 혼란.

색욕의 악마가 가진 최고의 무기이자 최악의 무기.

원작에서는 성지연이 보여주는 환상을 초감각으로 간파하지만 지금의 이선월은 그러지 못한다.

적어도 감각증폭을 가진 자신이 도와야한다는 것을 깨달은 선일이 다시금 여명과 황혼을 불러냈다.

‘잠깐...’

미리 권총에 마력을 채워넣으면서 선일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자신의 실수로써 만들어진 원작 주인공의 위기.

그러나 다르게 보자면.

‘이건 기회일 수도 있어.’

나는 미래가 예정된 죽음을 거역해야만 한다.

이선일의 마지막은 이선월이 이루는 만큼 천검이가의 형제는 어긋나있다.

그러나 만약 형제의 어긋난 관계를 되돌릴 수 있다면?

‘이선일의 죽음은 그대로 사라질 수도 있다.’

새로운 가설.

동시에 강하게 드는 확신.

관계를 되돌리는 것은 부수는 것보다 훨씬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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