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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31화 (31/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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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시련이요?”

“그래. 천검이가 출신이니 모르지는 않겠지?”

성강의 말을 듣자마자 선일은 속으로 슬픈 웃음을 지었다.

‘알다마다.’

시련이란 그가 악사영을 쓸 당시 3일동안 머릿속으로 거대한 탑을 상상해가며 적어갔던 거대한 던전이었다.

주인공인 이선월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힘을 자각하게 되는 에피소드이면서.

‘대한고 안에 숨어있는 악마숭배자의 존재가 들어나는 에피소드.’

였나..?

흠칫!

선일은 순간 머릿속에 본능처럼 박혀있던 원작 속 기억들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을 느꼈다.

‘동화 때문인가.’

침식율이 상승할 때마다 현실의 기억과 원작의 기억이 융화되는 동화.

어찌보면 현실의 강선일을 원작 속 이선일의 영혼이 덮어지는 현상이 진행되면서 자신의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지는 현상을 자각하자 이상하게도.

‘편안해진다.’

영혼이 사라진다는 현상은 너무나 무서운 일이지만 어째서인지 선일은 더욱 이성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라볼 수 있었다.

마치.

세계가 그의 감정을 일부러 막아버린 것처럼,

‘나 지금 뭐래냐.’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은 선일.

아직 정체도 알 수 없는 미래보다는 거의 코 앞에 닿을정도로 가까워진 미래가 더욱 신경쓰였던 그는 곧장 원작을 빠르게 읽기 시작했다.

촤르륵..!

귓가에서 울리는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시련의 에피소드가 조금씩 다가온다.

직후.

[그들은 알지 못했다. 성장의 씨앗에 물을 내릴 시련에서 인륜을 저버리고 거대한 악을 섬기는 악마숭배자와 같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말이다.]

‘역시 맞네.’

악마숭배자.

통칭.

마인魔人.

이 세계에 살아가는 수많은 존재들 중에서도 특히 강력한 격을 지닌 악마에게 영혼과 몸을 판 존재들.

마인들은 인간이나 이종족과는 달리 마력을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웬만한 무투계 B급 헌터 이상의 신체 능력과 재생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마인들이 숭배하는 악마에 따라 다른 종류의 권능까지.

‘물론 마인들이 사용하는 권능들은 대부분 오리지널이 매우 약화된 열화판에 불과하지만.’

몇몇 특수한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고작 D급, 아무리 잘 쳐줘야 C급 최하위 헌터와 비슷한 학생 수준으로는 매우 위험했다.

‘시련을 클리어하면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엄청나게 탐나긴 하지만...’

선일은 원작에 등장한 시련의 보상은 던전의 특수성에 의한 보상과 기연이었다는 것은 기억하고있었다.

다만 그 기연이 악사영의 주인공이었던 이선월의 힘과 관련되어 있었다.

‘아마 내가 가도 이번 기연은 얻을 수 없겠지.’

선일은 조용히 생각했다.

그가 설계한 기연의 대부분 선착순이었지만 몇몇 중요한 에피소드에서는 이선월만 얻을 수 있다고 설정했었다.

빙의자 강선일의 목적이 이선일이라는 등장인물의 죽음을 바꾼다는 하드한 난이도의 퀘스트인만큼 최대한 안전하게 해야한다.

‘물론 그런 것 치고 밤피르를 목숨 걸고 사냥하긴 했지만.’

그러나 선일이 평범한 마인 이상의 강적인 밤피르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덮어쓰기라는 규격 외의 스킬 덕분이었다.

이후로 감각증폭과 적일권, 여명과 황혼이라는 특별한 무기에다가 스텟까지 꽤 많이 성장했지만.

‘그래도 기연이 없는 곳까지 갈 위험은 감수할 필요가 없지.’

아무리 보상이 좋았어도 시련은 넘기는게 맞다고 판단한 선일이 조용히 거절의 의사를 내비치려는 순간.

-띠링!

‘설계자?’

조용하던 설계자가 갑자기 울리는 알림음에 선일이 당황했을 때, 성강은 누구보다 빠르게 그 표정을 읽었다.

자신의 입으로 한 제안이 아직 신입생인 소년에게는 당혹스러웠다고 생각한 것인지, 그는 곧은 결의로 굳어있던 눈빛을 조금은 부드럽게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했나보군.”

“솔직히 조금 당황했어요.”

말과 달리 선일은 애써 침착하게 대답했다.

다행히도 직후 활성화된 표정숨기기가 그의 흔들리는 동공을 고정시켰다,

그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열기에 자신과 동류라고 생각한 성강이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너가 잘못 생각했군. 이건 제안이 아니다.”

선일은 성강을 바라보는 척하며 자신의 눈앞에만 보이는 파란 텍스트를 읽었다.

[새로운 가능성이 열립니다. 서브 에피소드가 활성화됩니다.]

[세계의 특수성에 따라 이번 에피소드는 거절이 불가능합니다.]

[세계의 특수성에 따라 에피소드의 난이도가 메인으로 승격됩니다!]

[메인 에피소드: 마를 숭배하는 자가 시작됩니다.]

‘뭐?’

주르륵 나열되는 텍스트에 적힌 문장들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저번처럼 에피소드가 시작된다는 말이었다.

다만 그 앞에 달린 수식어가 달랐을 뿐.

이후 성강의 몸에서 어두운 갈색의 마력이 터져 나왔다.

푸화악!!!!!!

‘젠장. 거절 불가가 이런 말이었냐!’

“이선일 내가 너한테 시련을 갔다 오라고 한 말은 제안도, 부탁도 아니다. 그저.”

교관의 명령일 뿐.

쿠우웅...

약한 자는 절대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묵직한 마력.

모든 생명의 시초 또는 신의 육체라고 불리는 대지 속성을 머금은 채 떨어지는 마력은 너무나도 무거웠지만 어째서인지 선일에게는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다.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어.’

선일은 자신을 짓누르는 마력 때문에 쓰러지기 직전이었던 몸에 힘을 주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교관이 갑작스럽게 마력을 방출하는 이유를 알지는 못했지만 맥없이 쓰러지기에는 그의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았다.

“딱 봐도 거부권은 없어보이..네요!”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는 듯한 거대한 마력에 맞춰 선일도 심장에서 존재하는 태양으로 주변을 모조리 태워버릴 만큼 회전시켰다.

키이잉!!

그에게만 들리는 거친 소리와 함께 심장에서부터 그 존재감을 발하는 불꽃이 성강의 기세를 무뎌지게 만들었다.

태양의 마력에 의해 몸에 활기가 돌자 조금씩 굽혀지던 선일의 무릎이 펴져갔다.

감각 하나는 헌터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위치한 성강의 눈에도 선일의 몸 안에서 피어나는 붉은 빛의 마력이 느껴졌다.

선일의 마력색은 평범한 불꽃과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금색이었다.

‘불꽃에서 파생된 속성인 것 같지만 정확히는 모르겠군. 다만 확실한 것은 신체능력과 잘 어우러져 꽤나 쓸 만하다.’

자신이 임의로 일으킨 마력파를 저렇게 버텨낸 점에 꽤나 감탄한 성강.

그는 이어서 뿜어내던 마력을 다시금 거둬들였다.

“하아하아...”

직전까지 뛰었던 것처럼 숨을 헐떡이는 선일을 보며 성강은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방금까지 보여준 마력이 시련의 평범한 몬스터들의 기운이다. 확실히 너는 쉽게 버틸 수 있는 것 같군.”

“이게... 허억... 쉽게 버티는 거라구요?”

“그래.”

미쳤네.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려는 뒷말을 삼킨 선일이 허리를 곧게 세우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저 글로만 썼을 때는 C급 헌터들에게도 힘든 편이라고만 적어 체감이 되지 않았는데 선일은 직접 헌터가 되어보니 학생 수준으로 시련은 어려운 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행히도 마력을 제대로 다룰 줄 안다면 방금 성강의 마력을 버틴 것처럼 괜찮을 것 같지만 진짜 문제는 남아있었다.

‘원작의 마인과의 전투를 피하는게 제일 베스트이기는 하지만 그건 힘들겠지.’

생각해두었던 것과 달라진 미래.

한숨이라도 내쉬어 속 안에 박혀있는 불쾌한 기분을 조금이라도 덜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야속했다.

그나마 시련이 시작되는 날까지는 아직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남았기에 적당히 준비는 할 수 있는게 다행이었다.

“그리고 체벌은 오늘로써 끝이다. 들어가서 내일 있을 던전 탐사에 준비하도록.”

“예...”

***

체력이 방전된 선일이 체육관 밖으로 나갈 때까지 눈을 떼지 않던 성강.

터덜거리는 가벼운 발소리가 사라지며 완전히 침묵으로 가득찬 체육관 안을 떠나지 않은 성강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오십시오.”

스르륵.

“회의도 같잖은 변명으로 참석 안 하고 뭘 그렇게 재밌게 보나 했더니. 저 녀석이냐?”

성강의 뒤에서 안개와도 흡사한 무형의 기운이 흩어지며 엘레나의 신형이 천천히 들어났다.

기척도 내지 않는 스승의 모습이 익숙한지 성강은 그녀를 보지도 않고 간단히 대꾸했다.

“예.”

마찬가지로 오랜만에 본 제자의 무덤덤한 모습이 익숙했던 엘레나는 방금까지

“저 녀석... 주먹질에는 확실히 네 눈에 들 만한 재능이 있구나. 하지만 진정한 재능은 그게 아니다,”

엘레나는 자신화 머리 두 개는 차이 나는 성강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와 그의 가슴에다가 손을 대었다.

심장.

마력을 저장하는 단전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마력을 제어하며 속성을 부여하는 마력원.

“그 자식, 천검의 둘째아들의 재능은 바로 마력이다.”

“예?”

엘레나와 거의 같이 생활하며 배움을 받아왔던 그였기에 예전부터 가끔 스승이 자신의 감이라는 헛소리를 하는 것을 알고있었다.

대부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지만 간간히 무시할 수 없는 말이 있었다.

‘지금 스승님의 말도 이상한 느낌이 드는군.’

“그렇습니까?”

그러나 엘레나는 성강의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보면서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엘프, 그 중에서도 나 같은 하이엘프의 눈은 무엇이든 꿰뚫어볼 수 있지. 그리고 너도 그런 눈을 가지고 있고.”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하십니까.”

그녀는 여전히 무덤덤한 목소리를 유지하는 성강을 과거처럼 그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네 녀석의 눈으로 완전히는 아니어도 대강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성강은 순간적으로 잡아떼는 식으로 말했지만 그녀가 말하는 것이 대충 감은 잡을 수 있었다.

단전이 아닌 심장을 가리킨 모습.

그 이유는 아마도...

‘불꽃과 매우 흡사하던 마력의 성질.’

피식.

작은 웃음을 마지막으로 입가에 맴돌던 웃음기를 지운 엘레나가 진중하게 말을 이어갔다.

“감을 잡았구나. 방금 나간 저 녀석은.”

화륵.

지금 시대에서는 태양의 힘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

미개척지대는 국가에 속해있기도, 또는 그밖에 존재하기도 한다.

그 중 대한민국과 가장 가까운 미개척지대.

들어오는 순간, 모든 빛을 모조리 빼앗기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나른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피곤하군.”

어둠 속에서도 존재를 잃지 않은 사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득 메운 어둠이 사내를 조금씩 좀먹으려 하는 중이었지만.

“...귀찮게 하지마라.”

콰직!

나른한 목소리로 나직하게 뱉은 한 마디에 사내의 몸에서 터져나온 더욱 큰 악이 어둠을 난폭하게 베어물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의 애완동물이 먹이를 먹는 모습을 졸린 눈으로 바라보던 사내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이슈탈 뭐하구 있어?”

이슈탈이라고 불린 사내에게 말을 건 여성이었다.

사내와 마찬가지로 온몸에 어둠이 가득했지만 신경 쓰지 않는 여성은 오히려 자신의 몸매가 그대로 들어나는 어둠이 맘에 드는지 조금씩 키득거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이슈탈은 온몸에서 새어나오는 귀찮음을 숨기지 않으며 대꾸했다.

“뭐지 아스모.”

“그냥 우리 이슈탈 보러 왔지!”

아스모는 말하면서 어둠 속에 가려졌음에도 존재감이 압도적인 흉부를 이슈탈에게 내밀었다.

그녀가 모신 악마의 특성 상 저런 유혹을 평소에도 느꼈던 이슈탈이 힘없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물어.”

그 말과 동시에 주위에서 어둠을 물어뜯던 오드의 사냥개들이 아스모를 향해 달려들었다.

곧이어 아스모의 몸에 짐승의 형태를 가진 악이 닿았을 때.

끼이이익...!

아스모가 가지고 있던 악이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면서 이슈탈의 악을 막았다.

콰작!

짐승에게 물어뜯기는 여인의 악.

푸욱...

거대한 바늘에 찔리는 사내의 악.

어느 한 곳이 무너지지도, 무너뜨리지도 못하는 상태.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서로를 죽이지 못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이슈탈은 귀찮은 표정을 지은 채 먼저 목소리를 내었다.

“그만하자. 근데 웬일로 이곳까지 찾아온 거지.”

“흐음.”

직후 먼저 힘을 거두는 이슈탈을 비릿한 웃음과 함께 쳐다본 아스모.

이어서 그녀는 기분 좋은 콧소리를 내면서 가져왔던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너 그때 상처는 다 나았잖아? 복귀하라는 조직의 명이야.”

“귀찮다.”

아스모가 가지고 온 명령을 단칼에 거절하는 이슈탈.

그런 그의 모습을 미리 예상했던 아스모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네가 정 복귀하기 싫으면 이번 임무만 들으라던데? 더 이상 귀찮게 안하겠다는 상부의 명이야.”

“뭐지?”

섬기는 주인의 성격처럼 세상의 모든 것을 귀찮아하는 이슈탈이 거절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던 아스모.

웃음기를 머금은 채 다시금 이슈탈에게 달라붙은 그녀가 이슈탈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암살임무. 위치는 대한헌터고등학교.”

“대상은?”

훗.

오랜만에 보는 이슈탈의 순종적인 모습에 정복감을 느낀 그녀가 웃었다.

그녀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말했다.

“일단 고귀한 왕국의 후계자랑 악마의 씨앗 그리고...”

미래의 천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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