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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29화 (2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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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인 코넨과 만난 다음 날.

대한고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첫 실전이나 다름 없는 첫번째 수행평가를 마친 신입생들을 배려해 오전의 필기수업만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1학년들은 학교가 일찍 끝난 것에 매우 들떠있었지만, 몇몇 열정 넘치는 학생들은 각자의 실력을 단련하기 위해 연습장을 향했다.

“하아아암...”

선일은 그런 열정적인 학생이 아니다.

현실세계의 강선일도.

악사영 안의 이선일도 말이다.

요 며칠간 선일은 모범생을 연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상은 악사영의 세계 안에서 자신이 알아낸 정보들을 정리하는데 집중했다.

피식.

‘참 머리도 좋은 놈이 책읽기를 싫어하다니.’

실없는 생각에 실소를 뱉은 선일은 하늘을 보았다.

특히 자신이 빙의한 이선일의 몸은 세계관 내에서도 지능이 뛰어난 편인데 책만 보면 왜 그렇게 졸린지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필기성적은 1학년 최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는 것을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뭐 성적만 잘 받으면 괜찮지 난.’

새하얀 구름이 군데군데 수놓아진 아름다운 푸른 하늘에게서 고개를 내린 선일.

그가 멈췄던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 순간.

잠들어있던 직감으로부터.

무언가가 느껴졌다.

섬짓!

‘살기!’

100명 가까이 되는 학생 중에서 오직 선일만을 노린 날카로운 살기.

감각증폭과 늘어난 스텟 덕에 원래도 예민하던 그의 직감은 미래 예지나 어느 정도의 격을 획득한 헌터들의 공간장악과 비슷할 정도로 정확했다.

휙.

“오늘 외출할래?”

“좋다좋다! 전에 가고싶었던 파스타집 있었는데.”

“단련장 같이 가자.”

“간 김에 대련으로 내기?”

뒤를 돌아본 선일의 귀에는 오전 수업에 들뜬 학생들의 대화소리만 들려왔다.

그들의 표정은 그 누구라도 살기를 날렸다고 생각할 수 없이 기분이 좋아보였다.

이상함을 느낀 선일은 마력을 끓어올렸다.

‘도대체 누구지.’

시각과 청각, 마지막으로 후각까지.

마력으로 강화한 3개의 감각에 감각증폭까지 더해진 결과, 선일이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은 순간적으로 학생의 수준을 벗어났지만.

딱 그 정도일 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젠장.

속으로 혀를 찬 선일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목뼈가 돌아가며 달라지는 시야에는 여전히 그와 같은 1학년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살기를 날린 장본인이 확실히 숨었다는 것을 깨달은 선일이 한숨을 쉬었다.

“하아.”

선일이 다시금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갑자기 뒤에서 하윤이 말을 걸었다.

“왜 한숨을 쉬어요?”

“어? 너 기숙사로 안 돌아갔어?”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낡은 고서를 선일의 눈 앞에 들었다.

“아 잠깐 도서관 좀...”

선일은 말꼬리를 흘리는 하윤이 보물처럼 소중하게 품에 안은 낡은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표지에 적혀있는 책의 제목을 보며 조금 놀란 선일.

타이밍 좋게 자동으로 발동한 표정숨기기가 진심을 감추기 시작했다.

“페르나의 개혁론?”

“잠깐 읽어봤는데 되게 괜찮더라고요. 이게 악마라는 종족과 인간의 마력을 혼용해서 쓰는 개량법을 연구한 건데...”

그녀도 확실히 평생을 세상의 신비와 진리를 구별하며 연구해가는 마법사라는 종족이었다.

어제 저녁부터, 아니 그 전부터 관련된 지식들만 나오면 평소의 무표정이 붉게 물든 채 입을 바쁘게 움직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며 간단하게 맞장구를 쳐주는 선일.

원작자인 그가 책의 내용을 모를 리가 없었다.

‘페르나라면... 분명 악마와 인간의 혼혈이었지.’

언젠가 등장할 에피소드의 등장인물인 페르나.

500년 전부터 살아왔던 마인(魔人)인만큼 그의 존재는 지금 시점에서는 대적할 수 없는 적이나 마찬가지이다.

원작의 중반부인 이선월이 세계의 강자 중 한 명으로 인정을 받은 성인 때도 페르나를 직접 몰아붙이기만 했을뿐 숨통을 끊지는 못했으니.

아마도 강력함으로 따지면 전성기의 밤피르와 호각 아니, 그 이상일 것이다.

‘생각해보니까 페르나의 혈육이 대한고에 다닌다는 설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일단 나중에 알아봐야겠네.’

“근데 선일씨는 어디 가세요?”

“나?”

하윤은 어느새 자신이 정신을 잃고 떠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붉게 달아오른 뺨이 더더욱 뜨거워진 것 같았다.

내리쬐는 태양빛과 붉은 빛의 하윤이 너무나 어울려서 선일은 스스로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동시에 그는 표정숨기기를 이용해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비밀.”

***

삐빅.

-1학년 B반 이선일 학생 출입 허가합니다.

무언가 열리는 것 같은 기계음에 이어서 익숙한 기계적안 여성의 목소리가 어둠을 가득 채웠다.

“후우.”

그가 오늘 발을 내딛은 곳은 다름 아닌 대한고 내부에 있는 연습장.

한숨을 내쉰 선일이 가방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방 한 구석에 있던 스위치를 눌렀다.

딸칵.

화악!

한 순간에 밝아진 방.

대한고의 체육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나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연습장과 그 안에 놓여있는 여러 형태의 표적들과 목각인형들은 대강 눈대중으로 보기에도 단단해보여 무슨 짓을 하든 괜찮을 것 같았다.

예민한 헌터의 감각이 순식간에 어둠이 사라져버린 공간에 적응했고, 이어서 선일은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쓰기 시작했다.

꽈악...!

그가 꺼낸 것은 반장갑이었다.

찬란하다는 수식어가 이런 느낌일 것만 같은 하얀빛의 장갑.

오른쪽에는 화려한 붉은색이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황금색이, 왼쪽에는 고요한 푸른색이 조용하게 채워져가는 보라색이 아름답게 수를 놓았다.

그리고 손바닥 안쪽에는 각각 황금색과 보라색으로 이루어진 기하학적인 문양이 존재했다.

툭툭.

왼손으로 오른손 손바닥을 가볍게 내려치던 선일이 어젯밤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

코넨과 나쁘지 않은 인사를 마치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온 선일.

자신과 같이 갔던 하윤과 유리, 두 사람과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통금 시간인 9시에 가까워지기 시작했었고, 그 전에 도착하기 위해 전력으로 달렸다보니 온몸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나오는 상태였다.

다행히 방 안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해 수건으로 땀을 가볍게 닦아낸 선일이 의자에 몸을 던졌다.

그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던 가방을 던져버리고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코넨에게 받았던 운석을 꺼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쓰는거지?”

태양의 힘을 머금은 운석.

분명 만변무형이 좋아할 것이라고 대장장이인 코넨이 말했으니 거의 확실할테지만.

“원작에서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는데..?”

그 말대로 선일은 몇 번이나 원작을 둘러보았지만 만변무형이 좋아한다는 내용은커녕 운석과 관련된 말은 단 한번도 나온 적이 없었다.

제발 빙의자인 자신이 적지 않았던 설정들은 기본적으로 알려줬으면 좋았을테지만...

[...]

선일의 살기 어린 눈빛에도 설계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거리던 선일은 이어서 인벤토리에서 만변무형을 꺼냈다.

우웅.

“뭐야. 너 왜 갑자기 움직여.”

나오자마자 이상한 소리를 내는 낡은 상자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허탈한 표정을 짓는 선일.

평범한 아티팩트와는 다르게 스스로 의지를 갖고있는 만변무형은 원작에서 스스로 의지를 표현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주인인 이선월도 녀석과 제대로 소통하려 한 적이 없었다.

원작자인 선일도 그런 사실을 알고있었기에 코넨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좋아한다는 의미가 이런 뜻이었구나.’

덜컹.

덜커덩!

“그렇게 좋냐?”

운석을 앞에 둔 채 덜컹거리는 만변무형.

가볍게 진동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본체를 흔드는 상자가 선일의 눈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퍽 귀여웠다.

스륵.

춤을 추다 말고 미믹처럼 아가리를 여는 만변무형.

동시에.

와작!

마력으로 빨아들인 운석을 삼키기 시작했다.

차칵.

콰득.

단단한 돌이 가루가 되는 소리가 인간의 귀에는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인간의 눈으로 봐도 행복해보이는 만변무형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서 운석이 부서지는 소리가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했고, 이어서 완전히 침묵하자 설계자가 그의 눈 앞에 텍스트를 띄었다.

[만변무형이 태양을 통과한 운석과 접촉합니다.]

이어지는 텍스트들.

선일은 자신의 시야 아래로 사라지는 푸른 글자들을 보며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인의 의지를 담은 무기는 이제 태초의 생명력과 열기를 다룰 수 있습니다.]

[만변무형의 최소 개방조건이 감소합니다.]

[만변무형(미정)-스스로의 의지를 따라 주인을 결정하고 형태를 결정하는 무기. 태초의 불꽃을 흡수해 무기에 성질[태양]이 추가됩니다.]

(최소 개방조건:모든 스텟레벨 4 이상.)

변화를 선일은 단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었다.

“미친.”

직후 선일은 만변무형을 개방시키기 위해.

파아앙!!!!!!!

마력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

선일은 어젯밤을 다시 생각하며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힘없이 웃었다.

“하하... 설레네.”

아무리 개방조건이 낮아졌다하더라도 개방에 드는 마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물론 의지 즉 에고를 가진 아티팩트이니 녀석이 만족할만한 마력을 쏟아야했었다.

밤피르와 싸운지 12시간도 채 되지 않다보니 마력은 회복되었어도 몸에 남아있는 피로감은 사라지지 않았었던 선일은 그런 피곤한 몸상태에도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만변무형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작업은 결국 기숙사에서 해가 뜨는 동시에 끝났고, 결국 선일은 오늘 밤을 샜어야만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헌터인 선일의 몸은 고작 하루를 샌 것으로는 무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인지 기분은 죽을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 몸이 개운했다.

씁쓸하게 웃은 선일.

“진짜 많이도 처먹었네.”

그의 심장에서 붉은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웅-!

장갑 안쪽에서부터 피어날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거대한 마력을 심장으로 느낀 선일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타올라라.”

여명.

그리고.

황혼.

촤자자작-!

흰색의 반장갑이 마력을 머금자 순식간에 단단한 건틀릿으로 변해간다.

동시에 오른손에는 일출을 머금은 붉은색이, 왼손에는 일몰을 머금은 푸른색이 조금씩 흘러들어간다.

천공건틀릿과는 다른 느낌의 건틀릿.

어제까지 썼던 천공건틀릿이 망치와 비슷한 느낌이라면.

‘여명과 황혼은 날카로운 검 같은 느낌.’

선일은 판단했다.

이미 적일권을 가지고 있었기에 공격력은 충분하다.

그렇지만 속도는?

“너무 느려.”

스킬을 얻은 순간부터 몸에 새겨진 적일권은 총 10가지 초식을 가지고 있지만 준비동작이 매우 큰 편에 속한다.

그만큼 파괴력 하나는 발군.

제일 약한 1초식도 A급 헌터의 공격과 필적하고 특히 마지막 3개의 초식은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경우 전성기 시절 밤피르 정도는 쉽게 죽일 수 있을테지만.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지.’

그렇기에 선일은 초식을 쓰지 않는 빠른 공격이 필요했고 만변무형은 그에게 맞춰 빠르고 날렵한 형태에 너클이 달린 건틀릿으로 변화했다.

게다가.

“물론 이거는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약점.

아니 무투가라는 종족의 약점.

거리의 차이.

이런 특징이 붙을지는 원작자인 선일조차 알 수 없었기에 생각할 수 없었지만.

주인이 누군지 또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

이 모든 특징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만변무형은, 아니 여명과 황혼은 거리라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게끔 만들어줬다.

촤악.

선일은 손가락을 움크렸다.

마치 무언가를 잡는 것처럼 말이다.

이어서.

츠즈즈...

모래처럼 고운 입자가 합쳐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건틀릿의 손바닥 쪽에 새겨졌던 기하학적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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