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25화
타악.
홍염권이 적양권으로 진화하면서 열파강권이 홍일강권으로 변화했다.
1초식을 제외한 다른 기술들은 아직 써보지도 못했기에 진화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선일은 이곳을 들어온 순간부터 자신과 상성이 좋은 기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마력소모가 더럽게 큰 것은 그대로라 만전의 상태일 때도 힘들었던 열파강권의 진화형을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그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에 힘을 주며 애써 바닥에 착지했다.
치이익...!
그대로 홍양강권을 맞은 바닥을 바라본 선일은 눈을 의심했다.
땅이 녹아내리면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는지.
그런 현상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이게 되는구나.’
그것도 나 혼자의 힘으로.
자신의 주먹이 만든 경이로운 광경에 선일이 넋을 놓고있었을 때, 발 밑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의 방향을 따라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린 선일.
주황색으로 밝게 빛나는 용암 속에서 사람의 얼굴이 반쯤 사라진 것만 같은 역겨운 물체가 입을 열고있었다.
선일은 눈가를 싱긋 둥글게 만든 뒤 사람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밤피르.”
이름을 부르자 밤피르, 아니 밤피르라 불리었던 얼굴이 분노를 쏟아냈다.
“이 나를…! 시대를 호령한 밤의 공작인 나를!!!!!!!”
“뭐.”
물론 그런 분노조차 이 세계에서 원작자가 가지는 능력을 진정으로 깨달은 선일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사고는 이미 밤피르를 죽은 자로 판단했고, 감각에서 느껴지는 그의 기척은 세찬 북풍이 불어오는 겨울에 홀로 위태롭게 흔들리는 촛불처럼 꺼져갔다.
아마 밤피르도 그걸 알고있으니 저렇게 악착같이 내게 저주를 퍼붓는 중이었겠지.
‘저렇게 기력을 빼면 죽음을 더욱 빠르게 진행시키는 것이나 다름없을 텐데.’
시체나 다름없는 밤피르를 뒤로 한 채, 선일은 여전히 쓰러져있는 유리쪽으로 걸어갔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는 것 같네.’
원작의 주연을 지켜서 그런건지.
아니면 가장 애정을 많이 쏟았던 캐릭터를 지켜서 그런건지.
선일은 그녀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주변의 장애물들을 전부 치워버린 그는 유리의 몸을 반듯하게 눕혔다.
그녀가 썼던 검은 화려한 자태를 가진 칼리번 말고는 모조리 부서져있었다.
마지막 공격인 아발론.
무기 안에 마력을 터질 때까지 쏟아붓는 그녀의 필살기에 무기에 예리함과 속도를 더하는 칼리번의 마법이 합쳐지니 성검형 아티팩트 중 하나인 칼리번을 제외하고 전부 과부화로 박살나버린 것 같았다.
화악…!
유리 안에 침투한 사악한 기운을 정순한 불꽃으로 모조리 연소시킨 선일은 황금빛 머리카락을 옷 위로 올렸다.
이제 옆에 앉아서 그녀를 기다리려하는데 갑자기 이상한 말이 들렸다.
“…어째서.”
직감이 울렸다.
이선일의 몸에 새겨진 전투의 직감이 아닌.
강선일이 악사영을 집필할 때의 직감.
중요한 장면이 생각날 때마다 터져 나온 감각이 울린다는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
파앗!
본능을 거부할 수 없엇던 선일의 발걸음을 밤피르 쪽으로 향했다.
유리를 치료하는 시간은 아주 짧았을 텐데, 그의 기척은 동굴 한 구석에 있는 작은 동물만큼 미약해져있었다.
이제는 자신의 죽음을 인정한 듯 눈빛에는 분노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흐려져가는 핏빛 보석에는 탁한 원망만이 가득 했고, 입에서는 영문 모를 말들만 뱉고있었다.
“너…네는…어찌… 세…계의 총…애를 받…는 것…인가….”
너네.
선일 혼자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 말에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밤피르를 봉인한 남자가 자신과 관련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악사영을 썼을 때, 그저 설정으로만 남겨뒀던 봉인의 남자에 대해 자세히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본능적인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 사실을 깨닫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의문이 솟아나왔다.
이제는 형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녹아버린 밤피르에게 선일이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세계의 총애는 뭐고!”
“….”
그러나 선일이 소리쳤을 때는 이미 밤피르의 영혼은 거의 다 소멸되어버린 상태였다.
직후 눈에 익숙한 텍스트가 들어왔다.
[서브 에피소드: 피에 미친 괴물 종료.]
이미 존재가 사라진 밤피르.
아마 완전한 상태가 아니라 봉인에서 해제된 직후 약해져있을 때의 영혼을 소모해 전성기의 격을 일부나마 불러온 것이었으니, 윤회는 불가능할 것이다.
화아아…
던전의 주인인 보스가 죽어 던전이 클리어 되었다는 증거로 선일과 유리가 있던 동굴이 점점 화한 빛의 입자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광경에 눈을 떼지 못하는 선일의 머릿속이 갑자기 타올랐다.
“끄으윽…!”
고통 어린 침음을 애써 삼키는 선일.
점점 흑백으로 흐려지는 시야 속에 설계자의 또 다른 텍스트와 비하인드의 말이 떠올랐다.
[‘강선일’의 동화가 재시작합니다.]
[흐음... 그래도 잘 됐나보네?]
비하인드는 다시금 격통에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바라보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럼 이제 기억을 볼 차례야.]
팅…!
처음 원작과 대면했을 때처럼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들리자 머리를 좀먹던 고통이 사라졌다.
동시에 선일의 시야가 암전했다.
***
“아드님들이 재능이 뛰어나다 들었는데 부럽습니다.”
“특히 큰 아드님은 가주님과 판박이던데 아주 행복하시겠습니다?”
답답하다.
이렇게 거대한 연회에서 우리들과, 아니 정확히는 우리 형과 먼저 연을 만들어 놓으려는 썩은 욕망이 보인다.
‘지긋지긋하네.’
어차피 관심을 받는 건 우리 형이니까 나는 들어가도 되겠지.
저벅저벅...
아버지인 이천야에게 아프다는 이유로 들어가도된다는 허락을 맡은 후 인기척을 최대한 죽여 조용히 통로로 빠져나온 이선일.
그는 포마드로 단정하게 만든 머리카락을 헝크러뜨리며 자신의 방으로 얼른 들어갔다.
방금 불빛을 본 것 같은데...
눈이 살짝 잘못되었나 생각했던 선일은 목에 매인 넥타이를 신경질적으로 풀어버리며 입을 열었다.
하아.
“이런 자리 싫은데 그냥 조촐하게 하지….”
무슨 관습이 이래.
뒷말을 뱉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불만은 불만이었다.
그 순간, 그의 뺨으로 살랑거리는 마력이 느껴졌다.
“뭐지…?”
뜨거우면서도 단단한 마력.
마치 금속과도 같은 느낌에 선일은 쓰고있던 안경을 벗고 손으로 마력을 조작했다.
붉은색이 은은하게 감도는 마력.
불꽃의 속성마력까지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열기가 느껴졌다.
이어서 마력에 기운을 불어넣어 점점 더 밝게 만들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윽.”
앳된 목소리.
선일은 목소리의 방향이 난 쪽으로 조용히 걸어갔다.
터엉.
뭔가가 걸렸다.
물리적인 느낌이 아니라 마력 특유의 신비로움이 느껴진 것을 보니 아마 그 소리의 주인은 여기있을 것이다.
‘가문의 어른들이 이렇게 했었지.’
선일은 손에다 마력으로 강기를 둘렀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지만 딱히 어려움은 없었다.
물론 가문의 장로들이 봤다면 마력술보다는 권의 재능이 뛰어나니 자신의 파벌로 끌어들이려 했을테지만 지금 이곳은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
마음을 가라앉힌 선일은 수도로 마력의 베일을 갈랐다.
파삭.
마치 모래알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마력 안쪽에 숨어있던 소녀가 들어났다.
가녀린 체구, 길지만 어딘가 어색해보이는 황금빛 머리카락과 그녀의 눈 속에 들어있는 아름다운 사파이어.
순간적인 미모에 당황한 선일이었지만 그는 누구보다 자신을 감추는 것을 잘한다.
“너 뭐야.”
“어…….어어?”
당황한 탓에 말을 더듬는 소녀를 보며 다시 한 번 물었다.
“너 누구냐고.”
“아! 나는 유…….”
그녀는 말을 하다말고 선일에게 물었다.
“혹시 네가 이선일이야?”
누구보다 자신을 숨기는 것을 잘하는 선일에게 사람의 표정을 읽는 것은 매우 간단했다.
‘회피한건가?’
“응.”
갑자기 이 소녀가 말을 회피한 이유를 쉬이 추측하지는 못했지만 선일은 일단 질문에 대답했다.
그제서야 그녀는 가슴을 살짝 쓸어내리며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나는 유리나라고 해.”
이런 이름이 있었나?
미리 찾아본 명단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이름을 듣자마자 의심은 오히려 증폭된 선일은 금방이라도 마력을 일으킬 수 있게 경계하며 물었다.
“근데 이 방까지는 어떻게 온 거야?”
“사실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정신없이 들어왔다가 길을 잃었거든.”
“아 그래?
뻔한 변명.
어린 아이조차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지만 선일은 상대의 비밀을 캐기 위해 약간 경계심을 푼 것처럼 연기했다.
선일의 표정을 보자마자 유리나의 표정에서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너 연회로 안 돌아갈 거면 나랑 같이 도망칠래?”
자신을 어떻게든 꿰어내겠다는 생각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아서 웃겼다.
입꼬리를 부드럽게 말아올린 선일의 표정을 보자마자 눈에 띄게 밝아지는 유리나의 얼굴.
그 표정이 너무나 아름다워 순간적으로 그러자라고 할 뻔 했지만 다행히 이성을 찾을 수 있었다.
“싫어.”
유리나의 푸른 눈망울이 충격으로 가득찼다.
그게 얼마나 심했냐면.
쿠웅.
마치 이런 효과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진심이 담긴 웃음이 살짝 나왔다.
“풋.”
“왜 웃어?!”
유리나는 선일이 지은 웃음이 자신이 바보 같아서라고 생각했는지 얼굴이 붉어져있었다.
그 모습이 되게 예뻤지만 그래도 경계는 했어야 했기에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동시에 유리나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기 싫었기에 선일은 생각했다.
‘흐음…. 거기는 괜찮지 않을까.’
좋은 장소가 생각났다.
자신이 힘들 때,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헛소리들을 듣고 나서 우울해진 기분일 때 갔던 곳.
선일은 눈꼬리를 자연스럽게 내리며 이상한 말을 중얼대는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웃음소리를 내면서 선일이 말했다.
“아니야. 나가고 싶으면 나 따라올래?”
갑자기 다가온 얼굴이 부담스러웠는지 유리나의 얼굴이 더더욱 붉어졌다.
새하얀 도화지에 붉은 꽃이 핀 것처럼 아름다웠던 그녀가 되물었다.
“응?”
선일은 그런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며 방 밖으로 나왔다.
손을 맞잡은 둘은 이어서 미로 같은 천무궁의 복도를 왼쪽, 오른쪽 계속 돌았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하나의 방이었다.
방금 전 봤던 선일의 방과 비슷한 형태였기에 유리나는 어째서 이곳에 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여긴 그냥 평범한 방이잖아.”
그녀의 삐죽 나온 입을 바라보며 선일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한번 마력을 일으켜볼래?”
선일의 말에 맞춰 황금빛 마력을 일으키는 유리나.
그제서야 그는 이 소녀가 누군지 완전히 감을 잡았다.
‘분명 남자라고 들었는데 원래는 여자였구나.’
오는 길에 몇 마디 말을 나눠봤기에 적은 아닌 것은 알았다.
물론 천검이가의 본가에 쳐들어올 그리 간 큰 인간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이 소녀는 아니었다.
정체가 확실해지고 나서야 경계심을 완전히 풀은 선일.
그 옆에서 유리나가 아니, 유리가 탄성을 뱉었다.
“우와….”
그녀의 마력에 맞춰 열세개의 검과 황금으로 빛나는 원탁이 천장에 새겨졌다.
방 안에 특수한 장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선일은 자신과는 다른 문양에 살짝 놀라워했다.
탐구심이 다시금 샘솟기 시작하는 심장의 고동을 가라앉힌 그의 옆에서 유리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소리쳤다.
“여기 뭐야? 되게 신기하다!”
“나도 몰라.”
시니컬하게 대답한 선일도 붉은 기가 감도는 마력을 일으켰다.
유리의 마력과 마찬가지로 넓찍한 천장 한 구석에는 거대한 태양이 그려졌다.
별처럼 새겨진 아름다운 그림들을 바라보며 서로에 대해 궁금해진 둘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마력은 이런 식으로 운용할 수 있어.”
“이런 것도 되는구나.”
각자가 소속된 곳에서 배운 것들부터.
“나는 피쉬 앤 칩스를 좋아한다?”
“그거 맛있어?”
평범한 이야기.
그리고.
“…나는 우리 집이 싫어. 분명 무가인데 검에 너무 치중되어있으니까 다들 형한테만 관심을 보여.”
“나도나도! 고귀한 왕국은 왜 남자만 후계자가 되는 거야 하아….”
어린 아이였던 그들의 속에 갇혀있던 답답한 이야기들까지.
하염없이 이야기를 나누다 유리가 시간을 바라보니 어느새 12시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옷도 갈아입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했다.
유리가 일어서자 선일도 마저 일어섰다.
“일어나지마. 나 혼자 가볼게. 어차피 너 아프다고 했다며. 가만히 있어.”
그를 바라보며 살짝 웃은 그녀.
순간 심장이 멈추는 듯한 기분을 느낀 그에게 유리가 말했다.
“2년 뒤에 나는 여기 한국의 대한고에 입학할거야.”
“뭐?”
“그러니까.”
유리가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는건지 알 것 같았다.
나도 같은 마음이었으니까.
“너도 그 때 와.”
쿵쿵….
심장이 떨렸다.
서로가 많이 닮았기 때문일까.
‘아니다. 이건….’
감춘 얼굴이 아닌 진심으로 선일은 웃었다.
“그래. 그 때 보자.”
살짝살짝 떨려오는 선일의 목소리를 들으며 밝게 웃은 유리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 때도 이 이름으로 불러줘.”
이후 방을 나간 유리를 보며 선일은 결정했다.
만나겠다고.
그렇게.
선일의 기억은 끝이 났다.
***
“미친…”
그제서야 첫만남에 유리가 실망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한참을 욕하던 강선일을 옆에서 지켜보던 비하인드가 텍스트를 띄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지 마라.. 돌아가면 아는 척 좀 해야겠네.”
이를 꽉 다문 채 악사영의 프롤로그 이전 시점들이 존재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며 다른 인물들의 과거도 궁금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비하인드 근데 세계의 총애가 뭐야?”
[…어디서 들었어.]
방금까지만 해도 계속 웃던 그의 표정이 사라졌다.
이상하게 살벌한 분위기에 선일은 순간 숨을 들이삼켰다.
비하인드는 한숨을 내쉬더니 어딘가를 가리켰다.
[하아… 일단 그건 잊어. 지금의 너는 감당하지 못해.]
“뭐?”
[동화도 딱 끝난 것 같네.]
그 말처럼 선일의 시야에 동화가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뜨며 다시금 시야가 암전하기 시작했다.
비하인드의 얼굴이 어째 사람처럼 변한 건 기분탓일까.
진지한 선일의 표정을 바라보며 비하인드가 손가락을 튕겼다.
팅…!
화악!
순식간에 공간이 달라졌을 때 선일의 눈에 보이는 것은 새하얀 천장이었다.
“허억…!”
숨을 급하게 들이쉬던 선일이 이곳이 대한고의 양호실인 것을 깨달았을 때, 자신의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짧아진 황금빛의 머리와 깊은 사파이어 눈빛으로 자신을 처음처럼 바라보고 있는 소녀.
그녀의 눈은 밤피르와 싸울 때처럼 물기가 촉촉이 젖어있었다.
다행히 왜곡의 힘은 느껴지지 않아 안심한 선일이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유리.”
“…왜 그랬어.”
“미안.”
지금의 선일은 2년 전과는 다르지만 누구보다 감추는 것은 잘한다.
그렇기에 선일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표정숨기기가 발동 중입니다.]
“미안 유리나.”
“….”
충격 받은 표정이었다.
유리는 주르륵 흘러내려오는 눈물을 닦고서는 그의 손을 잡았다.
동시에 그녀의 어깨를 자기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 선일이 생각했다.
이선일로 살아가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