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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21화 (21/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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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철퍽.

발에 신은 전투화 바깥에서부터 느껴지는 불쾌한 차가움이 느껴졌다.

불을 발견한 순간부터 어둠을 꺼려한 인간의 눈은 아주 작게 빛나는 황금빛 하나에 의지해 끝도 보이지 않는 암흑을 개척하고 있었다.

쏴아아…….

동굴 안에서 안이라 하기에는 건조하고, 밖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축축한 바람이 뺨을 스쳤다.

답답한 공기가 코와 입 속으로 들어오며 꿉꿉한 냄새가 났다.

기분 나쁜 환경에 눈살이 자연스레 찌푸려지자 옆에 있던 유리가 말했다.

“마력으로 빛을 밝혔는데도 되게 어둡다.”

***

몇 시간 전.

뜻밖의 인물이 말을 걸어오자 선일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커졌다.

‘유리가 왜 나한테 온 거지.’

그녀와는 배치고사 날 이후로 거의 처음 얼굴을 마주쳤다.

그 전까지는 조금씩 문자만 나누던 사이였는데 갑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파티신청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선일과 유리가 함께 파트너를 맺을 정도로 친분이 있었던 건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몇 번씩이나 머릿속에 각인된 원작을 읽어보지만 그런 내용은 단 한 문장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거겠지.

‘내가 알지 못하는 과거.’

악사영의 프롤로그.

그 이전의 과거에서 맺었던 인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 선일은 동시에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하윤이한테는 조금 미안하지만 이번에 내가 들어갈 던전은 유리와 함께 파트너를 맺는 게 훨씬 편할거야.’

반에서 유일하게 친한 그녀에게 살짝 미안해진 선일은 조심스럽게 저 멀리에 보이는 하윤에게 눈을 흘겼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깨까지 오는 단발이 휘날리는 하윤은 이미 그에게서 고개를 돌린 뒤, 누군가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뜨끔.

어딘가 씁쓸했다.

빙의 후 몇 번이나 느꼈던 이상한 감정이 몽글몽글 씨앗을 내리려던 찰나, 앞에 있던 유리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할래?”

잠시 고민하던 선일.

저 멀리서 그를 증오심 넘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여러 여학생들이 조금은 무서웠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언젠가는 그에게 걸맞은 최후를 맞아야만 하는 이선일이라는 캐릭터의 끝이었다.

결국 선일은 선택했다.

“그래 하자.”

꽈악.

둘의 손이 하나로 겹쳤다.

***

걸어가면서도 한참동안 과거를 떠올리기 위해 노력해보는 선일.

여전히 그의 과거는 강선일이 차지했기에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직감이 울렸다.

다음 동화는 알 수 있을 거라고.

집중하는 선일의 옆에서 유리가 작은 숨결을 뱉으며 목소리를 내었다.

“꽤 춥다.”

선일은 소름이 돋는 팔을 쓰다듬듯 껴안은 유리 펜드래건을 향해 한차례 눈을 돌린 후, 입을 열었다.

“그러게.”

“얼른 끝내고 가야겠……. 에취!”

몸이 얼마나 허약한 건지…….

그녀는 뛰어난 능력을 지닐 헌터임에도 감기에 걸린 것처럼 코를 훌쩍이며 재채기를 했다.

‘아 맞다. 얘, 허약체질이었지.’

강선일이 캐릭터를 설정할 때 애정을 제일 많이 쏟아 부은 캐릭터.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천재 마법사는 몸이 약하다는 생각으로 만든 그녀에게 넣은 스킬.

아마 지금도 이렇게 덜덜 떠는 이유가 바로 허약체질 때문이다.

[설정]

-명칭: 유리 펜드래건

-칭호: 왕의 스승이 될 재목(유일),정령의 사랑을 받는 자(희귀),남장여자(보통)

-근력:LV1

-마력:LV8

-민첩:LV1

-체력:LV1

-지능:LV5

-정령력:LV3

-스킬

부르미(A),왕의 재능(A+),허약체질(D),???(?)

스텟을 보자마자 중학생 때 추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악사영을 집필할 때, 가장 재밌다고 느꼈던 시기가 바로 유리의 설정을 정할 때였다.

마법에 있어서 천재라는 점을 나타내 듯 극단적으로 마력에 치중된 스텟과 평범한 인간은 가질 수 없는 스텟인 정령력.

그리고 빙의 후 처음 보는 물음표스킬.

‘아 처음은 아니구나. 이선일도 있었지.’

물론 비하인드가 개방시켜주긴 했지만.

‘근데 진짜 덮어쓰기는 도대체 어떤 스킬이지?’

원작자인 그로써도 처음 들어보는 스킬.

저번 일주일동안 어떻게든 사용해보려 온갖 시도를 했지만 단 한 번도 응답해준 적은 없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덮어쓰기의 설명을 일부 추측한 것이 끝.

[덮어쓰기(?)- 침*&을 A모@ 이 세%의 #칙$을 변@&니다.]

스킬창의 내용 중 초반부만 대충 추측해봤을 때, 침식율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깨달았다.

침식율이 상승해야 써지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조건이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선일은 이번 기연을 얻기 전에는 사용이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걸 사용하면 이 던전의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니까.’

최대한의 방비를 했음에도 살짝 불안해진 선일.

그는 여러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며 유리에게서 고개를 돌린 선일은 등에 지고 온 가방을 열었다.

지익.

지퍼가 열리는 동시에 선일은 인벤토리 속에 넣어뒀던 체온조절 마법이 인챈트된 바람막이 자켓과 손수건을 꺼냈다.

그 물건들을 모두 기침을 멈추지 못하는 유리에게 건네자 그녀가 물었다.

“뭐야?”

“추워보여서. 이거 입어. 손수건은 코 좀 풀고.”

파악.

마력으로 그 물건들을 낚아채간 유리.

열까지 나는 건지 얼굴이 조금 붉어져있었다.

선일은 허약체질인 그녀가 한번 아프면 얼마나 오래 가는지 알고 있었다.

“괜찮아?”

순식간에 선일의 얼굴이 주먹 하나면 가득 찰만큼 가까워지자 유리의 얼굴이 더더욱 붉게 타올랐다.

귀까지 불긋불긋해지자 선일은 걱정 어린 눈빛을 지으며 그녀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열은 안 나는데.”

“…….어?! 나 괜찮아!”

파닥거리며 손사래를 친 그녀가 선일을 급하게 밀어냈다.

이제는 완전히 붉어진 유리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때, 천검이가 특유의 감각이 아주 미세한 무언가를 감지했다.

크륵.

쿠르룩..!

그 소리를 듣지 못한 유리는 여전히 화끈한 얼굴에 부채질을 하고 있었지만 곧 선일의 표정이 살짝 굳은 것을 보고 마찬가지로 감정을 가라앉혔다.

조금씩 심장에서 몸으로 단단한 탑처럼 세워지는 황금빛 마력을 운용하던 유리.

그녀가 조심스럽게 소곤거렸다.

“몬스터?”

손에 낀 반장갑에 마력을 불어넣은 선일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동시에 은빛 건틀릿으로 변한 왼손 주먹에서 손가락을 전부 폈다.

그 의미는 간단했다.

‘5마리.’

깨닫자마자 유리는 자신의 아공간 팔찌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녀가 꺼낸 것은 다름 아닌 두 자루의 검.

물론 악사영 내에서 검과 마법을 같이 쓰는 마검사가 없지는 않다.

주인공인 이선월도 올해 2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한국의 유일한 마탑에 수련을 하게 되니까.

그러나 유리는 검사가 아니다.

‘오히려 아서의 딸인 만큼 검에는 재능이 하나도 없지.’

유리가 갑자기 아공간에서 검을 꺼낸 이유는 그녀가 배운 마법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아공간에 보관되어 있었기에 상태가 새 것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좋은 검.

적을 베고 부수기 위해 태어난 도구를 유리는 어두운 땅바닥에 던졌다.

쿠웅...!

앞으로 가야할 길과 지나왔던 길만 존재하는 동굴이라 그런지 소리가 울려퍼졌다.

저 멀리에 있던 적들도 그것을 감지한 건지 점점 기척이 가까워진다.

분명 그것들의 울음소리는 들리지만 발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선일이 심장에서부터 홍염을 일으켰다.

화르륵.

온몸을 상기시키는 불꽃 특유의 열과, 마력이 근육과 감각을 강화시키자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고양감이 느껴진다.

후우, 깊은 심호흡을 하자 불꽃이 조용히 심장 아래쪽에 진하게 뭉쳐지며 가라앉는다.

일주일 새에 자연체를 사용하지 않고도 스텟들이 전부 3을 넘어서 그런지 저번 주 마력을 일으켰을 때보다 배는 강렬한 활력이 느껴진다.

‘이놈들을 상대로 자연체까지 쓸 필요는 없겠어.’

선일의 몸 밖으로도 흘러나오는 홍염에 동굴이 직전보다 밝아지자 이제야 적들의 모습이 보인다.

소름끼치는 악마의 날개에 달려있는 날카로운 발톱.

건장한 성인 남성과 비슷한 크기의 몸통과 역겨운 쥐를 닮아 구토감을 일으키는 면상.

그리고 면상 속에 박혀있는 핏빛의 외눈.

“사이클패트(Cyclopat)?!”

“맞아.”

칠흑을 제 집처럼 누비고 살아있는 생명체의 피를 주식으로 하는 몬스터인 뱀파이어.

그 것들이 남긴 생명체의 시체에서 남겨진 열성인자로 태어난 놈들이 바로 저 사이클패트이다.

닮은 것 하나 없는 뱀파이어와 사이클패트의 유일한 공통점.

“마력을 가진 인간의 피를 진미로 여긴다는 점이지. 온다!”

선일이 말을 마친 직후, 그의 목덜미를 찢으려 다가온 한 마리의 사이클패트.

무술가 특유의 감각에서 이어진 신경의 집합체들을 뇌는 순식간에 판단한다.

‘오른쪽.’

순식간에 선일의 목을 관통하려는 누런 이빨.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인간을 보며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내는 사이클패트는 볼 수 있었다.

어느새 사라진.

자신의 장기들을.

쿠룩?

사이클패트가 방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붉은 외눈을 커다랗게 떴을 때.

역겨운 얼굴이 은빛 불꽃에 의해 완전히 분쇄되며 푸른 피를 허공에 흩뿌리기 시작했다.

동족이 살해당했다는 것을 이해한 다른 4마리의 박쥐새끼들은 시끄럽게 두 어린 인간들을 향해 하울링하며 달려들었을 때.

파삭.

바닥에 떨어져 있던 강철 검이 그제야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은 표면에 금빛 오로라를 부드럽게 감싼 채.

한 소녀가 외쳤다.

“글로리(Glory).”

순식간에 의지를 가진 것처럼 화려하게 날아오르는 검을 선일은 눈에 담았다.

“저게 바로.”

영광스러운 왕의 첫 번째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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