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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20화 (20/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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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아차!’

유리는 자신이 우아한 소녀로 변한 –원래도 여자아이였긴 하지만 말이다- 자신의 모습에 취해 밖을 신경 쓰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맘이 급해진 그녀는 문소리가 들리자마자 순식간에 빛을 밝히던 마력의 불빛을 회수했고, 동시에 숨을 죽이며 마력으로 몸을 감췄다.

직후, 방 안으로 들어온 소년은 신경질적으로 넥타이를 벗어던졌다 조용히 뇌까렸다.

“이런 자리 싫은데 그냥 조촐하게 하지...”

어둑하니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자신과 비슷한 또래처럼 보였다.

...살랑

“뭐지..?”

이어서 어렴풋이 느껴지는 마력의 기척을 감지한 소년.

그는 쓰고 있던 동그란 안경을 벗으며 마력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화악...!

“윽.”

한순간에 밝아지는 빛 때문에 순간 유리의 입에서 순간 침음이 튀어나왔다.

마력을 이용한 아티팩트들의 불빛 때문에 방 안이 대낮처럼 밝아지자 그제야 유리는 방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깨끗한 것도 깨끗한 거지만 주변에 위치한 물건들은 대부분 최고급품이었다.

최신형 전자기기와 그 사이에 쌓여있는 여러 고서적과 손등 부분에 강철이 덧대어져 있는 검은 반장갑 한 짝.

그러나 방 안에서 가장 빛이 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잘생겼다.’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자아내는 갈대밭처럼 윤기 나는 갈색 머리칼과 검은 어둠 속에서 같이 있어도 혼자 존재를 달리하는 흑요석처럼 고급스러운 검은 눈동자.

세기의 미남 같은 느낌과는 다르지만 부드럽게 안착한 입꼬리는 순간 유리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근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눈에 익은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유리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 연회에 오기 전 아버지가 전해준 사진 속에서 한 번쯤은 봤던 것 같은데…….

정확히 떠올리지는 못했지만 천무궁의 방 안으로 들어온 것을 보면 천검이가의 자제 중 한 명인 것 같았다.

점점 자신 쪽을 향해 걸어오던 소년의 정체가 문득 궁금해진 유리가 기억을 뒤지고 있는 찰나, 소년은 손에 붉은 빛의 마력을 흐릿하게 둘렀다.

동시에.

파삭!

그녀의 위치를 숨기고 있던 마력이 한순간에 커튼처럼 걷혔다.

아무리 급하게 만들긴 했어도 강제로 해제될 줄은 몰랐는지 유리의 눈이 토끼처럼 커졌다.

자신의 마법이 들키자마자 탓에 입을 틀어막은 유리.

영롱한 사파이어 눈과 마주친 흑요석 눈이 마주치자 소년이 물었다.

“너 뭐야.”

“어…….어어?”

많이 놀랐는지 말을 더듬는 유리.

그런 그녀를 향해 소년은 목소리를 깔며 다시 한 번 물었다.

“너 누구냐고.”

“아! 나는 유…….”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대답하려했던 유리가 말을 하던 도중, 그녀의 머릿속에서 이상한 생각이 지나갔다.

‘얘가 나를 알면 어떡하지..?’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자신은 꽤 유명인이다.

검술에는 이선월, 마법에는 유리 펜드래건이 이끌어나갈 미래가 기대된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세계는 천재들을 반긴다.

그렇게 생각하며 미리 정해놨던 가명을 말하려 던 유리의 뇌리에서 검은 빛이 지나갔다.

차앙.

생각해보니 오늘의 주인공은 이선월 혼자만이 아니다.

정확히는 현 천검의 직계인 쌍둥이의 생일.

유리가 사진으로 봤던 맏이인 이선월은 검은 머리와 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던 반면, 그의 동생인.

이선일.

그는 갈색 머리와 검은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유리는 소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동시에 입을 열어 그에게 물었다.

“혹시 네가 이선일이야?”

흑요석을 지닌 소년은 그녀의 질문에 짜증을 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선일은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눈에 한순간 귀찮다는 듯 흐릿한 빛을 지었다.

“응.”

“나는 유리나라고 해.”

자신의 추측이 맞아 떨어졌다는 것을 안 유리가 곧바로 원래 생각하고 있던 가명을 입 밖으로 뱉었다.

의심스러운 눈빛을 지은 이선일은 그녀를 향해 경계심 넘치는 목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근데 이 방까지는 어떻게 온 거야?”

이런 질문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유리는 이선일의 질문에 자연스러운 변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실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정신없이 들어왔다가 길을 잃었거든.”

“아 그래?”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하는 선일.

그러나 유리는 생각했다.

처음과는 달리 조금은 옅어진 소년의 짙은 눈빛에 다행이라고.

이어서 이선일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연회에서 도망친 것을 눈치 챈 유리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너 연회로 안 돌아갈 거면 나랑 같이 도망칠래?”

아버지 몰래 로맨스 영화를 감명 깊게 보며 자신의 버킷리스트에 넣어놨던 말.

그 질문에 이선일은 눈웃음을 지으며 부드러운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의 표정을 딱 보니 희망이 보이는 유리가 밝게 웃었다.

이선일이 말했다.

“아니.”

***

[유리이 일어나아아~]

“우웅...”

목덜미에서 살짝살짝 느껴지는 따끈한 촉감에 눈을 뜬 유리.

17년의 시간 속에서 가장 설렜던 기억.

제일 중요한 타이밍이 끊겨 아쉬워진 유리가 가볍게 목을 풀었다.

켈룩.

깜빡 잠에 들었는지 목이 살짝 잠겨있었다.

침대에서 허리를 일으킨 그녀는 핸드폰을 들더니 저녁시간이 지난 것을 깨달았다.

깜빡 졸았을 줄 알았는데.

꽤 깊은 잠에 빠졌나보다.

“어쩔 수 없이 저녁은 굶어야겠네...”

밥을 먹지 못했어도 대충 끼니를 때울 수단은 있었다.

그러나 방 밖으로 나가려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남장이 귀찮았던 유리는 다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이어서 그녀는 자신을 깨운 존재를 불렀다.

“이리 와 노움.”

포옹-!

[유리이~]

작은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경쾌하면서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그녀의 손 안에 안착한 작은 두더지.

몸에서 발광하는 짙은 노란빛 털이 너무나도 매력적인 노움은 다름 아닌 정령.

손에서 부드럽게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노움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한 유리가 그를 쓰다듬었다.

백옥처럼 부드러운 손이 기분이 좋은지 고양이처럼 그르렁거리는 노움.

정령의 애교를 한참동안 즐기고 일어난 그녀가 기분 좋게 스트레칭을 했을 때, 공중에 떠있는 노움이 유리의 핸드폰을 가져왔다.

[아까아~ 이거어~ 울렸어~]

“응?”

노움이 전해주는 핸드폰을 보니 알 수 없는 번호로 문자가 하나 와있었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한두 번 하더니 핸드폰을 열었다.

직후 문자를 보러 들어간 유리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대한고에서 1학년 학생들 전원에게 보낸 문자.

앞으로의 커리큘럼을 설명해주는 내용에 내심 아쉬하면서도 자세히 읽던 유리의 폰이 다시 한 번 울렸다.

지이잉-!

이번에도 알 수 없는 전화번호로 온 문자였다.

도대체 무슨 문자가 이리 많이 오는 건지.

갑자기 급 귀찮아진 유리가 핸드폰을 대충 침대에 던지려했을 때, 문자가 눈에 띄었다.

-나 이선일이야. 늦어서 미안.

곧바로 던지려던 핸드폰을 다시 눈앞에 가져다댄 유리.

그녀를 걱정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던 노움이 말했다.

[유리이~ 얼굴이 빨개애~ 열 난다아~]

***

배치고사를 보고 일주일이 지났다.

어제까지만 해도 오전에는 헌터에 관한 과목을 교실에서 공부하고, 오후에는 체육관으로 모여 마법사는 마법사끼리, 무술가들은 무기가 겹치는 무술가들끼리 따로 모여 체력단련과 마력을 쓰지 않는 가벼운 대련을 시행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오늘 성강은 어째서인지 아침부터 체육관으로 학생들을 불렀다.

그것도 A반과 B반의 학생들을 동시에 말이다.

이게 도대체 뭔 일일까.

학생들 대부분이 궁금한 눈치로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때, 그들의 주위로 강력한 파장이 날아왔다.

파앙!

이제는 A반 B반 모두에게 익숙해진 파동의 정체는 성강의 마력이었다.

일주일 만에 처음보다 아주 약간은 버티는 것이 가능하게 된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성강이 보기 드문 웃음을 지었다.

물론 매우 흐릿했고, 또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말이다.

그는 자연스럽게 성대를 마력으로 강화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오늘 너네들을 부른 이유는 별 거 없다. 이 학교가 무슨 학교지?”

-대한헌터고등학교입니다!

“그래. 그럼 헌터의 본분은 무엇인가.”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던전과 미개척지대로 들어가 몬스터를 사냥하고 그들이 사회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외침이 체육관을 진동시킬 정도로 울리자 성강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잘 알고 있군. 헌터의 본분은 던전과 미개척지대의 힘이 커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너희도 헌터인 만큼 각오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학생들의 귀에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 들려왔다.

“오늘 너희는 던전을 들어갈 것이다. 그것도 단 두 명으로 말이다.”

-예?!

학생들 대다수가 당황함에 반문하자 성강은 눈을 찌푸렸다.

그 눈빛에 담겨있는 기세가 너무나 날카로워 학생들은 입을 억지로라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그는 여전히 평온해 보이는 몇몇 학생들을 대충 흘겨본 뒤, 말을 이어갔다.

“너희도 알다시피 최하급 던전인 지하(地下)급이라도 D급 헌터는 최소 7명, C급 헌터는 최소 5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너희의 수준은 D급 이하라고 판단할 수 있지. 던전은 마력하나로 클리어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기세는 괜찮아졌지만 여전히 전투 기술은 거의 성장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차가운 독설을 퍼부었다.

겉으로 티나지는 않았지만 약간 우울해진 분위기를 보며 성강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은 수행평가다. 동시에 너희한테 클리어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고작 최하급 몬스터 몇 마리만 잡아오는 것이 오늘 평가에 조건이지. 부담되거나 무섭다면 들어가지 않아도 되고, 또 나 말고도 너네의 담임들까지 근처에 있을 예정이니 정 안된다면 포기하면 된다. 다만 점수가 조금 안 좋게 나올 뿐이지.”

평가의 난이도가 조금 내려가자마자 밝아진 학생들.

이어서 성강의 말이 끝나자 학생들은 각자 원하는 팀원을 찾기 시작했다.

‘누구로 해야 되지?’

그 시각, 이 평가에 얻어야 할 첫 번째 기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선일은 움직이지 않았다.

원작에서 이번에 얻게 되는 기연은 자신의 약한 스텟을 다시 한 번 커버할 만한 중요한 것이었기에 그는 이번 평가에서 같이 할 팀원 한 명을 신중히 생각하고 있었다.

웬만하면 하윤과 하겠지만 이번에는 같이 가면 안 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 능력이 있는 던전이 동굴이라 화력이 강한 신하윤을 데려가며 더욱 위험해질 거야. 그냥 대충 아무나 데려가야 하나.’

어차피 나 혼자 깰 수 있으니까.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고민했을 때, 하윤이 그를 보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선일씨...?”

동시에 그녀는 보았다.

자신이 팀원을 청할 소년 앞으로 다가온 아름답다는 수식어가 잘 어울릴 미소년을.

한참을 집중하던 선일도 그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앞에 서있던 유리의 황금처럼 찬란한 금발이 찰랑거렸다.

“할 사람 없으면 나랑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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