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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먼치킨 동생이 되었다-13화 (1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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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저 이질적인 존재는 말을 하지 못하는지 허공에 텍스트가 떠올랐다.

설계자와는 달리 눈앞이 아닌 마치 만화의 말풍선처럼 무언가의 옆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텍스트가 너무 익숙했던 선일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설계자?”

히죽.

다시 한 번 기분 나쁘게 웃는 존재.

그것은 웃는 표정 그대로 고개를 저으며 또다른 텍스트를 띄었다.

[아니.]

“그래?”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여전히 찜찜한 느낌은 남아있었다.

선일은 계속해서 웃는 무언가와 설계자가 같은 존재 아니, 적어도 비슷한 존재일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말이 통하는 것을 보아하니 악마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지능이 존재한다는 의미.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그가 이지를 벗어난 흉물은 아닌 것 같았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저 녀석이 누군지 알아야할텐데. 어떻게 해야되지?’

교차하는 생각과 동시에 선일이 팔을 휘적휘적 저어가며 무언가에게 조금씩 다가가자 순간적으로 히죽거리던 입가가 닫혔다.

콰직.

‘뭐야..?’

[놀랐어?]

기괴한 장면에 선일이 본능적으로 눈을 가늘게 뜨자 그 존재는 다시 히죽거렸다.

처음과는 다르게 즐거워 보이는 모습이 마치 철없는 어린아이가 어른을 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너무나 이질적이었지만 선일은 티를 내지 않았다.

그 대신 선일은 각인된 원작과 설정들을 최대한 빠르게 읽기 시작했다.

스르륵!

순식간에 넘어가는 페이지들.

그럼에도 앞에 있는 녀석에 대한 설명은커녕 언급 한 번도 되지 않았다.

‘도대체 뭐지...?’

머릿속에서 악사영을 썼을 때의 기억들까지 모조리 회상해봤지만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선일이 계속해서 각인된 원작을 여러 번 보던 중 갑자기 뇌리에서 전류가 흘렀다.

치직..!

‘잠깐.. 설정창으로 보면 확인할 수 있을 텐데. 이 생각을 왜 못했지?’

이 세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는 특전인 설정창.

원작자인 내가 모르는 것이라도 만약 이 세계 안에서 원래 존재했던 것이라면 설정창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띠링!

설정창을 연다는 생각을 하자 선일의 눈앞에 저 녀석의 정보가 순식간에 푸른빛으로 타이핑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페이지 분량만 나왔던 평소와는 달리 한참을 바라봐도 텍스트가 끝나지 않는 설정창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고 선일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설정창]

-?

-?

-?

.

.

.

끝없이 물음표로 나열된 설정창.

능력도 칭호도 스테이터스도.

아무것도 없었지만.

선일은 단 하나 제대로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대체 뭐야.”

그 존재는 계속해서 기분 나쁘게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유일하게 물음표가 아닌 텍스트를 읽은 선일은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비....?”

슈욱...!

말을 뱉기도 전에 그가 영화의 줌인처럼 한순간에 거리를 좁히더니 강선일을 바라봤다.

비하인드의 웃음을 보며 선일은 다시 한 번 이질감을 느꼈다.

그 순간. 푸른빛의 텍스트가 또다시 올라왔다.

[내 이름을 불러.]

꿀꺽.

차가운 긴장감이 맴돌면서 선일의 목에서 침이 넘어갔지만 멈추지 못했다.

그는 조용히 설정창으로 본 그 존재의 이름을 불렀다.

“비하인드.”

그 말을 듣고서 주먹 하나만큼의 공간을 사이에 두고 기쁜 표정으로 웃는 존재.

방금 전까지 히죽거리는 웃음과는 달리 매우 활짝 웃는 그의 표정은 뭐랄까.

마치 자신을 죽인 원수와 지옥에서 마주한 것처럼 아주 후련해보였다.

비하인드는 그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안녕.]

***

-삐빅! 시험종료! 시험종료!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B반에 나눠져 있던 시험지들을 마치 소용돌이처럼 허공에 흩날리더니 한순간에 정호찬의 바로 앞에 척하게 모였다.

그가 순간적으로 사용한 기술은 다름 아닌 파도탑의 마력제어술.

그 기술이 무엇인지 모르는 학생들이었지만 수준급의 기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호찬은 시험지 뭉치를 탁자에 가볍게 툭툭 치면서 정리하는 도중 입을 열었다.

“다들 오전 시험 고생했고 오후에는 이제 실기시험을 할 거야. 여러분은 점심 먹고 오후 종이 울리기 전까지 체육복으로 갈아입고서 체육관으로 가면 돼.”

오늘 아침에 학생들을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르게 목소리에는 딱딱함이 묻어났다.

원래는 대한고의 교사로 부임하고서는 아직 어린 학생들을 편하게 대하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문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정호찬은 갑자기 워치를 가볍게 두드리더니 누군가를 불렀다.

“신하윤, 황신영. 두 사람은 지금 나 따라와.”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두 소녀는 이미 각자의 자리에서 일어나던 중이었다.

“예.”

“네.”

둘은 대답을 듣자마자 고개를 돌린 정호찬의 뒤를 무거운 걸음으로 따라가기 시작했다.

***

저벅저벅...

학생들 대부분이 점심을 먹기 위해 학생식당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복도 위에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정호찬은 마력으로 자신과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던 두 사람 주위를 감싸는 얇은 막을 쳤다.

이어서 막 밖으로 소리가 새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그는 곧장 뒤를 돌아보았다.

눈앞에 서있는 낙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하윤과 오히려 웃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는 황신영.

한국을 대표하는 가문의 직계라 그런지, 잘못을 저지르고도 뻔뻔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는 황신영을 보니 신임교사인 그는 조금 쫄리긴 했지만 교사로서 최소한의 처벌은 해야만 했다.

목으로 불쾌하게 넘어가는 침을 애써 무시한 정호찬이 입을 열려던 순간.

“죄송해요 선생님.”

억지로 끌어올리던 성대의 목소리보다 한 소녀의 말이 더욱 먼저 나왔다.

순간 벙찐 정호찬.

우아한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황신영이었다.

정호찬은 분명 하윤이 먼저 말을 꺼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황신영이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조금 뜻밖이었다.

살짝 당황한 교사의 얼빠진 표정을 보며 조용한 비웃음을 날린 그녀가 계속해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제가 먼저 잘해주고 싶어서 다가갔는데 하윤이가 욱해서 마력을 일으켰어요. 물론 저도 침착하게 행동하지 못하고 마력을 일으켰지만요.”

단편적으로 보긴 했지만 그런 상황이 아닌 것은 알고 있었다.

하윤을 많이 본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욱할 아이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황신영은 여전히 고급스럽게 웃으며 생각하고 있던 말을 꺼냈다.

은근히 오만한 말투가 정호찬의 귀에는 불쾌했다.

“학기 초이기도 한데 사소한 다툼에 설마 저한테 벌을 주시거나 그러실 건 아니죠?”

‘하 이거 봐라?’

은은한 하늘빛의 눈동자 속에 교묘하게 감춰진 감정을 전부 꿰뚫어본 정호찬은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것만 같았다.

그녀가 전하려하는 의미는 이 말이다.

교사에게 혼나러 왔음에도 여전히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그녀는 지금.

자신을 협박하고 있었다.

신하윤만 벌을 주라고.

아무리 자신이 신임교사라고 해도 학생이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이 말이 안 되지만.

‘뒤에 멸악이 있다 이 말이지.’

정호찬이 쫄았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사회적으로 기피당하는 배신자의 딸과, 한국에서 천검이가 다음으로 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가문의 예비가주.

이 둘 중에서 학교 내에서 힘이 있는 쪽은 당연히 황신영이었다.

학생들 뿐 아니라 선생들 사이에서까지 말이다.

그렇지만.

‘옛날 성격 나오려하네?’

자신은 힘이 있으니 넘어가라는 말은 과거 파도탑의 제자였던 그가 가장 싫어하던 말이었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무조건 황신영에게 맞춰주고 설설 기어야하지만 몇 년 전의 과거가 생각난 그는 하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무슨 말이라도 한다면 대충 넘어가줄 수 있을 텐데.’

옆에 서있는 하윤은 여전히 침묵.

짧은 단발머리가 주인처럼 축 늘어진 그녀는 딴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지금 상황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괜찮은 걸까?’

그 생각대로 지금 하윤은 그들의 대화를 하나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신경은 온통 아까 쓰러진 선일을 향했다.

원래 같았으면 이런 일엔 조금의 눈길도 주지 않을 텐데.

‘곧 있으면 오겠지?’

하윤은 선일이 좀 있다가 정신을 차리면 또 평소의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조용하지만 따뜻하게 자신의 곁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녀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을 보며 일단은 교무실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정호찬이 마력을 회수하려던 찰나, 손목에 위치한 워치가 울렸다.

삐빅!삐빅!삐빅!

전화가 왔다는 요란스러운 알림에 정호찬은 대충 끊으려했지만 수신인의 이름을 확인한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너네 잠깐 기다려라.”

슬그머니 혼자 마력장에서 빠져나간 정호찬이 복도 저 멀리까지 한순간에 이동하며 손목을 가볍게 조작해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막 때문에 하윤과 황신영은 들을 수 없을테지만 혹시 모르니 목소리를 낮췄다.

“..네...알겠습니다..네...”

‘뭐지?’

전화의 내용을 들을 수 없었지만 딱 봐도 뭔가 심각해 보이는 상황에 황신영은 이상함을 느꼈다.

곧이어 정호찬은 교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 지었던 힘없는 표정과 함께 막 안으로 돌아왔다.

그는 머리가 아픈지 이마에 손을 탁 짚고서 두 사람에게 말했다.

“신영이 너 얼른 들어가.”

“네.”

우아한 걸음으로 마력장 밖으로 나가는 황신영은

갑자기 어떻게 된 건지.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교사의 표정을 보니 뭔가 있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딱 봐도 가문이 힘을 쓴 것이라 생각했던 그녀가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그는 남은 말을 꺼냈다.

“하윤이도 들어가. 너네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징계야.”

“...죄송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허리를 꾸벅 숙인 하윤은 곧장 어딘가로 뛰어갔고 곧 시야에서 사라지자 혼자 남게된 정호찬은 입을 열었다.

“이러면 된 건가요 교수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정호찬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여자가 대답했다.

-그 정도면 됐어요 호찬군. 고생했어요.

“아닙니다. 제가 뭘.”

하하.

워치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향해 굽신대던 정호찬에게서 마른 웃음이 튀어나왔다.

지금 자신에게 전화한 인물이 어디서 보고 있을지 몰랐기에 그는 신경이 터질 것만 같았다.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전화를 계속하던 정호찬을 가볍게 칭찬한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

-나중에 또 연락하죠.

“알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신 것 있으십니까?”

-아.

짧은 단말마에서 정호찬은 아차하며 당황해했다.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칭찬을 들어서 그랬는지 순간적으로 들뜬 모양이다.

낭패라는 생각으로 얼굴을 구긴 정호찬을 향해 워치 속의 인물이 전화를 끊기 전에 나지막하게 말을 건넸다.

-신하윤 학생의 생활이 어떤지 간간히 보고해주면 좋겠네요.

“예?”

-제 말 못 들었나요 호찬군?

어째서 이런 높으신 분이 고작 고등학생 소녀의 생활을 궁금해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정호찬은 물어보지 못했다.

아니 물어볼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싸늘해진 말투에 온도가 내려간 것을 느낀 그가 급하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일주일마다 보고 드리겠습니다!”

-사흘.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뚝.

그 말을 마지막으로 가차 없이 전화를 끊어버린 여자.

분명 전자기기를 통한 대화였을 뿐인데 정호찬의 등가는 이미 식은땀으로 푹 젖었다.

하아, 한숨을 푹 내쉰 그는 이런 불편한 기분으로는 호텔조리사들이 만드는 대한고의 점심을 먹지도 못할 것이 분명했기에 조금 슬펐지만 결코 티낼 수는 없었다.

‘일단 씻으러 가야겠네...’

결국 오후 평가가 시작하기 전에 찝찝한 땀을 씻으러 정호찬은 발걸음을 옮겼다.

***

시험보다 빠르게 지나간 것 같은 점심시간에 식사를 즐기고 온 B반 학생들은 체육복을 입고 대한관이라 불리는 체육관 안에 모여있었다.

그들의 옷들을 한번씩 훑어본 하윤의 속에서 자신이 입은 체육복을 다시 한 번 비교됐다.

대한고에 다니는 학생들의 부모들이 대부분 알아주는 상급헌터들인만큼 체육복 대부분이 고가의 마도구였지만, 지금 자신이 입고있는 옷은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사용한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이었다.

확실히 이곳에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생각으로 하윤이 살짝 주눅이 들었을 때, 익숙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옷 나랑 똑같네?”

하윤은 들려온 목소리를 향해 몸을 돌렸다.

뒤로 고개를 돌린 그녀의 앞에는 아침과 똑같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선일은 하윤과 같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윤은 놀란 어투로 그에게 다가갔다.

“언제 왔어요? 아까 보건실에 가보니까 없던데.”

“나 시험보던 중에 쓰러졌잖아.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따로 시험 보러갔어.”

휴우, 신하윤이 한숨을 내쉬었다.

보건실에 가자마자 담당 학생에게 선일이 아까 전에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어디로 갔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아무 이상도 없어보였다.

눈에 띄게 밝아진 하윤을 보며 선일이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근데 너 보건실 언제 왔어?”

“...아.”

짧은 단말마와 함께 하윤의 뺨이 아주 미약하게 붉어졌다.

[‘신하윤’이 당신에게 당황합니다.]

자신의 시선을 방해하는 설계자를 간단한 손짓으로 치운 선일이 그녀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선일이 한 발자국 다가갈 때마다 하윤도 한 발자국 뒷걸음질 쳤다.

훈훈한 외모를 가진 두 사람이 만드는 장면은 선남선녀처럼 너무나 잘 어울렸기에 저 멀리서 바라보던 박대기가 불쾌한 듯 혀를 차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는 뒤에서 국궁을 손질하고 있던 황신영을 꿀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병X들이 쌍으로 지랄하는 거 보소. 그치 신영아?”

그러나 황신영은 입가를 생긋거리며 그 말을 무시했다.

그 미소가 대답이라고 생각했는지 박대기의 심장이 순간 술렁였다.

계속해서 떠들고있는 박대기를 가볍게 무시하며 활을 손질하던 황신영.

옆에서 한 여학생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근데 A반은 오전에 시험쳤잖아. 내 친구한테 들어보니까 시험이 학생들 간 대련이라던데?”

멈칫.

새하얀 손의 움직임이 멈췄다.

황신영은 그 말을 꺼낸 여학생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그게 정말이니?”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시선을 받은 여학생은 뺨에 홍조를 띄우며 무의식적으로 그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아.. 응응 신영아! 내가 듣기로는 저 스크린에 랜덤으로 뽑힌 사람이 상대를 결정하는 방식이라고 들었거든? 아마 필기시험은 문제가 달라져도 이건 그대로이지 않을까?”

“그래...?”

미리 들은 시험에 잠시 고민하던 황신영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났다.

곧이어 그녀는 자신이 손질한 국궁의 시위를 가볍게 당겼다.

팅...!

맑은 소리를 자아내는 국궁을 바라보며 그녀의 입이 열렸다.

“얘들아 부탁이 있는데...”

황신영 계획했던 생각은 순식간에 주변 학생들에게서 퍼져나갔고 두 사람을 제외한 학생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학생들이 자신을 향해 깍듯하게 예의를 챙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황신영은 시험 때 펼쳐질 상황을 떠올렸다.

이렇게만 된다면 적어도 그 두 연놈들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겠지.

자신의 설계에 빠지게 될 저 더러운 피가 자아낼 결과들에 기분이 좋아진 황신영.

그러나 그녀는 한 소년이 굳은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선일은 생각했다.

‘원작의 전개대로 흘러가는 건가?’

악사영에서 황신영은 역겹게 느끼는 하윤에게 배치고사 대련을 신청한다.

그러기위해서 그녀는 모두가 싫어하는 하윤을 가지고 놀며 괴롭히기 위해서 다른 학생들에게 미리 언질을 줘 아무도 선택하지 못하게 만든다.

아마 지금 하는 짓거리가 그 밑작업이겠지.

그러나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만약 원작대로 흘러간다면.

결과는 변하지 않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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