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지적 책사 시점-169화 (169/191)

〈 169화 〉 당신을 증오해요

* * *

****

신이 빛은 듯 군살 하나 없는 몸매가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났다.

"벗어."

"...제발."

"벗으라고."

두 팔로 간신히 가슴을 가린 헤일리가 절망에 가득 찬 눈빛으로 카인을 바라봤다.

또 저 눈빛이다.

그 눈빛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저릿하다는 걸 알까. 카인이 얼굴을 굳히고 옷을 벗었다.

"오, 오늘은... 제발 부탁이니..."

"내가 왜?"

자신의 가슴을 헤집어놓고 너무 양심 없는 부탁 아닌가. 적어도 그런 부탁을 하고 싶으면, 저런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면 안 된다.

여전히 식탁 앞에 서 있는 그녀를 잡아끌어 침대로 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카인이 완전히 옷을 벗었다.

"...히익."

마침내 카인이 속옷까지 완전히 벗었을 때, 헤일리가 짧은 경악성을 터트리며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아, 안 들어가요..."

"처음도 아니고 이제 와서."

너무 컸다. 크기도 크기였지만, 자신의 팔목과 비슷한 굵기는 보기만 해도 무서웠다.

"오늘 아침에도 신음을 터트리면서 헐떡인 게 누군데?"

"..."

"억지로 당하는 걸 좋아하나 보지?"

"그, 그렇지..."

"제국민들이 알면 깜짝 놀라겠어. 제국을 대표하는 유라페스 공작이 이런 치녀라니."

하얗게 질렸던 헤일리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매도하니까 흥분했나? 변태 맞군."

"절대 아니에요..."

헤일리의 말끝이 늘어졌다.

사실, 자신을 변태라고 부른 카인의 말에 꽤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경험도 없고 이런 교육 역시 받은 적 없었다. 쾌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여자들은 아니라는 건가?

혼란에 빠진 헤일리의 표정을 본 카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녀 위에 올라탄 카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적어도 증오하는 남자한테 안겨 앙앙거리는 게 정상은 아니지."

"..."

물건을 잡고 천천히 균열에 비볐다. 그녀의 몸이 바짝 굳는 게 느껴졌다.

"오늘도 나에게 안겨 앙앙거릴 건가?"

"...그럴 일 없어요."

"정말?"

균열을 비비는 물건이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다시 느껴지는 묘한 감각에 헤일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벌써 느끼나?"

"그렇지 않아... 흐윽?!"

고개를 저으려던 헤일리는 갑작스레 들어온 그의 물건에 신음성을 삼켰다. 첫 경험도 아니건만 첫 삽입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들어올 때마다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크기였다.

"...절대 반응할 일 없어요."

몇 번 경험을 해봤다고 그런 걸까. 조금 여유가 있었다.

헤일리가 숨을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여유롭다면, 어쩌면 오늘은 견딜 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의 예상은 겨우 삼 초 만에 깨지고 말았다.

"조용히 해."

"흐윽?! 흣!!! 방금 뭐, 뭐를...?"

조금 뻑뻑했다. 균열을 비비며 윤활액을 묻혔는데도 반 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손을 들어 클리토리스를 꾹 눌렀다. 흥분을 하지 않았기에 꽁꽁 숨은 콩알을 찾기란 요원했으니 말이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여유롭게 입을 열었던 헤일리가 허리를 바짝 들며 신음을 터트렸다.

생각보다 꽤 예민한 듯싶어 카인이 다시 클리토리스가 있을 만한 부분을 꾹 눌렀다.

"흐윽?!? 자, 잠깐만...!"

"여유로워 보이더니?"

"하악...! 머, 멈춰요!"

그러고보니 아직 그녀의 성감대를 몰랐다. 조금의 애무도 없이 삽입만 했었으니 그럴 만 했다.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누를 때마다 물건이 꾸욱 조였다. 버튼을 누르는 듯한 기분에 카인이 미소를 지었다.

"제, 제, 제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죠?"

아직도 처녀티를 못 벗었다. 별수 있나. 무식하게 삽입만 했던 내 잘못인걸.

분노와는 별개로 그녀가 흥분하는 모습을 보니 물건이 점점 더 커졌다. 젖기 시작한 질내를 넓히며 천천히 전진을 시작했다.

"하악...! 왜, 왜 더 들어... 흐윽?!"

그리고 마침내, 끝과 끝이 닿았다. 뿌리 부분이 조금 남는 게 시아라와 비슷한 깊이였다. 카인이 허리에 힘을 주고 꾹 눌렀다.

"흐윽...! 어, 어디까지 들어오... 하악!"

"아까는 여유로워 보이더니."

"하아... 하아..."

카인의 조롱에도 헤일리는 가쁜 숨을 내쉬며 정신을 차리기 바빴다. 그 모습을 본 카인은 결국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거 아나?"

"하아... 하아..."

"네가 방어력이 가장 약한 걸?"

겨우 끝까지 삽입만 했다고 버거워했다.

물론 엘라나 시아라 역시 첫 삽입은 여전히 적응하지 못해 헤일리처럼 숨을 가쁘게 쉬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흐윽! 자, 잠깐만...! 좀만 천천히..."

천천히 움직이던 허리가 다시 멈췄다. 카인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하아... 네?... 그러니까... 적응이 될 때 까지만..."

날밤 새겠다. 뭐, 허리만 안 움직이면 되나? 속으로 웃음을 터트린 카인이 손을 움직였다.

그녀는 그 말을 꺼낸 걸 분명히 후회하게 될 거다.

"아까보다 조금 커졌네?"

엄지로 능숙하게 표피를 벗긴 카인이 부드럽게 클리토리스를 쓰다듬었다. 그와 동시에 헤일리가 갈라지는 신음을 흘리며 몸을 비틀었다.

"아, 아까 샌드위치가...! 이상했던...! 흐윽?!"

무슨 샌드위치를 먹어야 여기를 만지면 쾌감을 느끼나. 순서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원래 이게 정상이야."

"네, 네...? 흣!"

카인의 엄지에 눌린 콩알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희롱당했다. 두꺼운 기둥에 박힌 질벽이 애액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무, 무슨 짓을 한... 거... 흐읏!... 죠?"

"이게 정상이라니까."

남은 한 손을 들어 가슴을 움켜쥐었다. 자세가 바뀌며 그녀 몸 안에 있던 물건이 질벽을 긁었다.

"흐윽...! 흣! 가, 가슴도...!"

정상은 이미 단단해진 상태였다. 엄지와 검지로 첨단을 살짝 잡자 헤일리가 몸을 움찔 떨었다.

"이제 움직여도 돼?"

"아, 안 돼.. 하윽! 자, 잠시만..."

뭐가 됐든 쾌감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잠시 쉬고 있던 클리토리스를 다시 굴리자 질벽이 물건을 꾸욱 조이기 시작했다.

"이, 이상한...! 버, 벌써... 흐읏! 와요...! 제발... 멈... 흣!"

처음 느껴보는 노골적인 쾌락에 헤일리는 정신이 없었다. 자신의 신체 부위에 그런 부분이 있는 줄도 몰랐다.

손가락 하나에 온몸이 덜덜 떨렸다. 넓어질 대로 넓어진 질은 그녀가 몸을 비틀 때마다 질벽이 긁히며 쾌감이 올라왔다.

헤일리가 충격에 빠진 얼굴로 카인을 바라봤다.

벌써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겨우 손가락 하나에 절정에 도달할 줄은 몰랐다. 정말 그의 말대로 변태인 걸까.

"자, 잠깐...! 제발...! 흐윽?"

헤일리의 외침에도 카인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빨리는 손놀림에 헤일리가 고개를 필사적으로 흔들었다.

이렇게 절정하면 그의 말대로 변태라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될 것 같았다.

"변태 맞군."

"아, 아니...! 흣! 제발! 제발!!! 멈춰줘요...! 제발...!"

강한 파도가 몰려왔다. 그녀가 허리를 비틀며 벗어나려 애썼지만, 오히려 질벽이 긁히며 쾌감만 가중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카인의 어깨를 붙잡은 헤일리가 허리를 띄우더니, 신음과 함께 고개를 치켜들었다.

"흐으으으으윽!!!"

"..."

설마 조수를 뿜을 줄은 몰랐던 카인이 난감한 얼굴로 헤일리를 바라봤다.

목까지 사과처럼 붉어진 그녀가 입을 헤 벌린 채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시작도 안 했는데 침대가 다 젖었네."

뿌리까지 삽입을 한 상태였기에 하복부를 때린 조수가 몸을 타고 매트릭스를 적셨다. 잠시 그 모습을 보던 카인이 다시 엄지를 움직였다.

"흐윽?!? 아, 안 돼요...! 이제...! 흣! 갔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야."

빨갛게 부어오른 클리토리스 엄지와 검지로 살짝 잡았다. 바들바들 떨리던 그녀의 몸이 펄떡 뛰며 다시 신음을 흘렸다.

"하악...! 제, 제발...! 조금만 쉬었다가... 흑!"

이건 섹스가 아니다. 고문이다. 카인을 붙잡은 두 팔이 덜덜 떨렸다. 절정의 여운이 채 가기도 전에 또다시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흐으으으윽!!!"

결국, 불과 일 분도 안 돼 헤일리가 다시 허리를 띄우며 절정에 도달했다. 정신이 날아갈 것 같은 쾌감에 헤일리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제발... 부탁이에... 흐윽?!"

헤일리의 간절한 부탁에도 카인은 계속해서 클리토리스를 희롱했다.

연속해서 절정하면 무슨 기분일까.

어느 순간 쾌감을 넘어 불쾌감을 느낀다는데, 그것도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

"하아아아!!!"

그녀가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어깨를 눌린 헤일리는 도망갈 방법이 없었다. 그저, 끊임없이 절정에 오를 뿐.

"최면을 걸 생각이 좀 들었어?"

"하악...! 그건 절대...! 흑!"

흐릿해지던 정신을 붙잡은 헤일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절대 안 된다.

한번 최면을 걸면 돌이킬 수 없다.

어제보단 낫다. 그래도 저녁부터 시작했으니까.

이렇게 며칠만 더 버티면...

"아직 삽십 분도 안 지났는데 지쳤어?"

"...뭐라구요?"

그 말을 들은 헤일리의 눈동자가 급격히 떨리기 시작했다.

이미 몇 번이나 절정에 올랐는지도 기억도 안 났다. 한계까지 예민해진 몸은 자신의 질을 넓힌 그 감각만으로 쾌락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기다렸다는 듯 카인의 허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헤일리는 다가올 미래를 예견한 듯 공포에 질린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제발... 살려주세요..."

"마음은 바꼈어?"

"...제발."

"아직인가 보네"

카인이 손을 들어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녀가 얼마나 버틸까.

일주일? 사흘? 그것도 아니라면 오늘?

그래도 오늘 굴복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시간도 아낄 겸.

"내기 하나 할까?"

"흐읏...! 내, 내기라니 어떤..."

"내가 사정할 때 네가 깨어있으면 밖에 쌀게."

절망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깨를 붙잡은 두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근데 만약 네가 중간에 정신을 잃으면..."

"제발..."

"어제처럼 안에 쌀 거야."

아무리 성 지식이 없어도 생리 주기나 배란 주기는 알고 있을 거다. 생각보다 거칠지 않았던 어제의 저항을 생각해보면 그랬다.

"흐읏... 제발... 그건 정말..."

"위험한 날이 며칠 안 남았나?"

"..."

"그럼 열심히 정신을 차려봐."

점점 속도를 높였다.

삼십 분 동안 감질나던 기분을 풀겠다는 듯 단단하게 발기된 물건이 그녀의 질을 강하게 파고들었다.

"하악...!"

첫 왕복이 시작되자마자 헤일리는 패배를 직감했다.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감각은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흐윽! 제발... 부탁이에요...!"

못 버텨.

절대 못 버틸 거야.

그의 말대로 위험 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러다 정말...

쾌락에 바들바들 떨리는 몸이 한심스러웠다. 가장 깊은 안쪽을 두드릴 때마다 혼이 쏙 빠질 것 같았다.

"저, 전 당신의... 흣! 저, 적이예요...! 제가 아이를 가지면...!"

단순한 협박일 것이다. 그와 자신은 원수 사이다. 설마 진짜로 임신을 시키지는 않겠지. 그 아이는 누가 책임을...

"그러니까 최면을 걸어."

"뭐, 뭐라고요?"

헤일리의 두 눈이 커졌다. 그녀는 그제야 카인의 진짜 속마음을 알 수 있었다.

"네가 최면을 걸면 모든 게 끝나."

"다, 당신은 미쳤어요..."

"날 미치게 만든 건 너야!"

"하악...!"

깊은 곳을 강하게 두드린 충격에 헤일리가 달뜬 신음을 터트렸다. 순간 흐릿해진 정신을 간신히 붙잡았다.

그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자식의 아비를 죽이려는 엄마가 되던가, 아니면 정말 그를 좋아하게 되던가.

"제, 제가... 흐읏! 당신을 못 죽일 것... 같나요?"

"나중에 자식이 아비를 찾으면 네가 죽였다고 꼭 전해."

"..."

"아니, 태어난 아이한테도 최면을 걸 건가? 너라면 그럴 수 있겠군."

카인의 움직임이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몰아치는 쾌감에 헤일리가 필사적으로 정신을 붙잡았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였다.

이미 넘기고 넘겼던 절정의 파도가 다시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헤일리가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이번엔 버틸 수 없어.

파도의 크기가 너무 컸다. 무조건 휩쓸릴 게 분명했다.

"자, 잠시만...! 흐윽!"

그녀가 다시 카인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어깨를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흣! ...제발!"

정신이 점점 흐릿해졌다.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의 강한 쾌감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허리가 붕 뜨며 다가올 절정에 대비하는 그 순간,

"흐으읏...!"

"..."

눈앞에서 파도가 사라졌다. 바로 눈앞에서.

절정에 대비하던 헤일리가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카인을 바라봤다. 그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갈 뻔했어?"

"..."

"지금 가버리면 무조건 정신을 잃을 것 같아서."

아까는 억지로 절정에 다다르게 해 몸을 달궈놓고는, 이젠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뭐를 하고 싶은 걸까.

정말로 자신을 생각해 허리를 멈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안에 사정한다고 협박했던 사람이 누군데.

그리고 그때 헤일리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묘한 웃음을 지으며 카인을 바라봤다.

"하아... 역시 당신도 아이가 생기는 게 무서운 거죠?"

자신의 아이를 밴 여자를 죽여야 한다. 그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을 사랑하고 있지 않은가.

"뭐? 크크큭."

헤일리의 말을 들은 카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로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짓는 카인을 보며 헤일리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여유로운 척 웃지마요. 이미 당신 속내는... 흐윽?!"

그의 밑에 깔린 이후로 처음으로 빠져나갔던 물건이 쑤욱 들어왔다. 자궁벽을 두드리는 갑작스러운 쾌감에 헤일리가 달뜬 신음을 터트렸다.

"어때?"

"뭐, 뭐가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향해 최대한 의연한 척 표정을 굳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허리가 자동으로 들릴 정도로 강한 쾌감에 헤일리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악...! 뭐, 뭐를...!"

이전보다 훨씬 큰 쾌감이었다. 벽을 두드릴 때마다 느껴지는 감각에 헤일리의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흐읏...! 잠시만...!"

아까보다 훨씬 빨리 파도가 몰려오고 있었다. 조금 전보다 더 큰 파도였다.

이번엔 정말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벌써부터 허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헤일리가 갈라지는 신음을 터트리며 다가오는 절정에 대비했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 혀를 씹으려 했는데, 입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파도가 몸을 덮치며...

"흐으으읏!!!......"

"큭큭."

헤일리가 절망적인 시선으로 카인을 바라봤다. 뭐가 그렇지 즐거운지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몸이 달았다.

벌써 두 번이나 절정 직전에서 멈춘 쾌감에 애가 탔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은 헤일리의 표정이 굳었다.

"어디까지 버티나 볼까."

"..."

"끝까지 해줬으면 좋겠어? 그럼 정신을 잃을 텐데... 안에 싸도 괜찮은 거야?"

"전혀 안... 느끼고 있었어요."

노리개 취급을 받은 게 분한지 헤일리의 눈동자엔 분노가 가득 차있었다. 그러나, 얼굴부터 목까지 사과처럼 붉었다. 분노 깊은 곳에 보이는 갈증도 보였다.

"계속해보면 알겠지."

"지, 진심이에... 흐읏...!"

남자든 여자든 절정 직전에 멈추면 애타는 건 마찬가지다. 게다가 그녀는 이미 몇 번이나 절정에 오른 상태였으니 느끼고 있는 쾌감의 수준이 다를 것이다.

카인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시 움직인 허리에 맞춰 신음을 내뱉던 헤일리가 다시 허리를 띄우기 시작했다.

어깨를 꽉 잡은 그녀의 손 악력이 점점 강해졌다. 절정이 오고 있다는 신호다.

분노에 찬 시선으로 카인을 보던 헤일리가 몰아치는 쾌감에 초첨이 흐려졌다. 처음보다, 그리고 방금보다 더 큰 파도가 몰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카인은 절정 직전에 허리를 멈추고 물건을 뽑았다.

아직 사정은 하지도 않았는데 질에서 나온 애액에 침대가 흥건했다.

"가고 싶어?"

"하악... 하악... 전... 혀요..."

최면을 능력으로 써서 그럴까. 생각보다 정신력이 강하다. 잠시 고민하던 카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거 알아?"

"하아... 하아..."

"이제 한 시간 지났어."

"뭐... 라고요?"

헤일리가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봤다. 산 정상에 걸쳐진 세 개의 달이 보인다. 저 달이 천장을 향했다가, 다시 떨어져야 아침이 온다.

"그리고."

몸의 떨림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절망에 물든 그녀가 떨리는 눈동자로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이 끝이 아닌 거 알지?"

"제발..."

그녀의 절규를 들으며 다시 물건을 박았다. 완벽하게 풀어진 질은 부드럽게 물건을 받아들였다.

태도에 비해 솔직한 몸이다.

"계속해서 절정 하는 거랑 못 하는 거. 뭐가 더 힘들 거 같아?"

섹스는 게임과 비슷하다.

한쪽의 실력이 압도적으로 좋다면,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리고 어제까지 처녀였던 그녀가 카인보다 실력이 좋을 확률은 0에 수렴했다.

"넌 여길 벗어날 수 없어."

"..."

"네가 믿던 최면은 내게 쓸모없으니까."

그 무엇보다 최면에 관한 신뢰가 강했던 여인이다. 그 능력으로 제국을 삼키고, 황제를 삼켰다.

그랬던 자신감이 모조리 박살났다.

최면에 모든 걸 의존하던 그녀가 받았을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이제 그 누구한테 최면을 걸든 불안에 떨 터이다.

언제 나처럼 최면을 깨고 그녀를 압박할지 모르니까. 이미 전례가 생긴 이상, 그건 필연적인 미래였다.

흐트러진 헤일리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카인이 미소를 지었다. 붉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흑..."

헤일리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달뜬 신음을 터트리며 흐르는 눈물에 묘한 가학심이 생겨 더 강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그녀의 허리가 다시 붕 뜨기 시작했다. 점점 절정이 다가오는 타이밍이 빨라지고 있었다.

이제 슬슬 한계에 도달했을 것이다.

좌절에 휩싸인 사람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 힘드니까.

"흐윽... 흣! 당신은... 증오해요...! 하악...!"

"나도."

신음을 터트리며 그녀가 카인을 노려봤다. 절망과 슬픔이 공존하는 그녀의 갈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카인이 더 강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그 역시 슬슬 한계였다.

한 번쯤 사정을 해도 되겠다 싶어 마지막으로 속도를 높이자 그녀가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좋다. 사이야 어떻든 동시에 절정에 오르는 건 꽤 큰 만족감을 주니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안에 쌀 수 없다는 것. 속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헤일리 역시 카인의 등을 껴안으며 절정에 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사정감을 느낀 카인이 허리를 빼려는 순간, 헤일리의 다리가 그의 허리를 휘감았다.

"크윽...!"

"흐으으으윽!!!"

참고 참았던 정액이 자궁벽을 두드렸다. 잔뜩 수축한 질이 물건을 붙잡고 짜내는 기분이었다. 그 압박감을 느끼며 계속해서 사정했다.

등줄기를 훑는 짜릿한 쾌감이 물건이 울컥거리는 감각마다 느껴졌다.

사정의 쾌감과 별개로 카인은 조금 놀란 상태였다. 설마 그녀가 다리로 허리를 감을 줄 몰랐으니까.

참고 참았던 절정에 오르며 무의식적으로 행한 행동인지, 아니면 정말 마음을 굴복한 건지 헷갈렸다.

고개를 치켜든 채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헤일리를 잠시 바라보다 천천히 몸을 움직여 옆으로 누웠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