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손 떼
* * *
잠시 멈춰있던 슬립이 조금 더 밀려났다.
아까보다 더 올라간 슬립이 거의 끝 부분에 다다른 뒤에야 멈췄다.
몸의 중심을 따라 조금씩 두꺼워지는 허벅지의 마지막 부분이 끝내 보이지 않았다.
"카인 이제 나 쳐다봐."
"..."
시아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얀 허벅지를 핥고 싶었다.
'가끔 술을 마셔야겠어.'
수줍어하는 시아라의 모습도 좋지만, 부끄러움 없이 도발하는 그녀의 모습은 새로운 느낌이었다.
만약, 술을 한 잔만 더 마셨더라면 손을 뻗어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는 마지막 부분을 들어 올렸을 것이다.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손에 힘을 주고 버티고 있었다.
여전히 허벅지만 보고 있으니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들어 올리며 그녀가 가볍게 애교를 부렸다.
그녀의 손 때문에 두 눈이 가려졌다. 너무 아쉬웠다.
"아앙, 부끄러워 이제 그만 봐..."
'부끄러우면 슬립을 내려...'
하지만 속마음과 실제로 하는 말은 달라야 했다. 이 분위기에 산통을 깰 수는 없었다.
"시아라."
"응?"
"너무 예뻐. 또 보고 싶어."
"...안돼~ 카인이 화내서 보여준 거야..."
'아냐, 너 취해서 보여준 거야.'
이것도 역시.
"...아직 화 안 풀렸어."
"흐흥. 뻥쟁이"
"진심인데"
"이제 안돼~ 자주 보여주면 효과 떨어진단 말이야."
술에 취하더니 이상한 곳에서 통찰력이 늘었다. 부끄러움이 사라진 시아라는 자신의 몸이 무기임을 알고 있었다.
그 때... 그녀가 조심스레 나를 불렀다.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카인. 나 궁금한 거 있어."
"뭔데?"
여전히 내 얼굴을 감싸고 있는 그녀의 손 때문에 가만히 눈을 감은 채로 대답했다.
"카인은 나 좋아해?"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한다고? 술을 마셔서 그럴까. 그녀는 나에게 계속해서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당연히 좋아하지."
내 말에 잠시 침묵하던 그녀가 조금 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면, 내가 카인이랑 안 잔다고 해도 좋아해 줄 수 있어?"
"...왜?"
"나... 솔직히 가끔 무섭다? 카인이 내 몸만 바라는 건지. 정말 나를 좋아하는 건지 헷갈려."
"..."
"평소 행동만 보면... 내 몸에만 관심 있는 것 같은데... 막상 그런 기회가 오면 안 하니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근데 있잖아... 나는 카인을 너무 좋아해서... 내 몸만 좋아한다고 해도 행복하다?... 근데 있잖아... 나랑 자고 나서 카인이 이제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내 얼굴을 감싼 그녀의 손이 어느새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도 나와 술을 마시길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의 힘을 빌려 속에 있는 말을 꺼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그녀는 내 표정을 보는 것이 두려워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계속 가리고 있었다.
"...시아라"
"사실 나는... 카인이 내 몸만 원한다고 해도 거절 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래도... 그래도... 흐윽... 그래도 좋으니까... 솔직하게 말해줄래...?"
그녀는, 시아라는 내 생각보다 겁이 많았고, 내 생각보다 속이 깊었다.
나는 말 없이 두 팔로 그녀의 겨드랑이에 끼워 내 허벅지 위에 앉혔다. 그녀는 별다른 반항 없이 내 위로 올라앉았고, 우리는 서로 마주 보고 앉은 자세가 됐다.
그 상태로 더듬 더듬 손을 뻗어 시아라의 팔부터 훑어 올라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시아라..."
"응..."
"솔직하게 말할게."
"...응."
잠시 진정됐던 그녀의 손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머리 속이 궁금했다. 그녀도 내 머리 속이 궁금하겠지.
"난 오늘 너랑 잘 거야. 술 마시기 전에도 생각했고, 술 마실 때도 생각했고, 지금도 할 생각이야."
"...응..."
"내일도 할 거고, 모레도 할 거야. 네가 원할 때도 할 거고, 내가 하고 싶을 때도 할 거야. 난 너랑 자고 싶어"
내 말이 충격적이었을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나는 그녀의 표정이 궁금했다.
"...그...렇구나..."
"...다음 주에도 할 거고, 다음 달에도 할 거야. 내년에도 할 거고, 10년 후에도 할 거야."
"...응?"
"그러니까 내 옆에 있어. 시아라. 난 너 없으면 안돼."
"..."
"어디까지 내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오늘 아들 하나 만들까?"
난 여전히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기 때문에 내 손을 통해 그녀의 얼굴이 뜨거워 지는 것이 느껴졌다.
"읏..."
"너를 닮은 딸이 더 이쁠까? 딸 만들까?"
"이, 이제 알았으니까 그만..."
얼굴을 잡고 있던 손을 당겨 입을 맞췄다. 서로의 몸이 밀착했다.
그녀의 입술에선 짠 맛이 났다. 입술 위로 흐른 눈물을 혀로 닦아내었다.
"시아라."
"...응"
"사랑해."
"...흐윽, 흑..."
안도감이었을까.
그녀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얼른 대답해줘."
"흐윽, 나, 나도, 흑, 사랑해... 흡..."
"그러니까 이제 그런 생각 하지 마. 지금까지 참은 내가 뭐가 돼."
"...흐아앙"
그제서야 내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풀고는 나를 껴안았다. 내 품에 안긴 그녀를 두 손으로 감싸 토닥였다.
사실, 원해서 참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그 소리를 할 분위기는 아니다.
그렇게 가만히 그녀를 달래주고 있는데, 다리를 벌리고 있는 탓에 슬립이 모두 말려 올라간 것이 보였다. 자연스레 하얀색의 속옷이 보인다.
속옷처럼 하얀 엉덩이도 보였다.
딱딱한 내 가슴에 뭉개진 그녀의 가슴도 느껴졌다.
분신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주인이 앉아있는데, 지가 먼저 일어난다.
'아직 아니야 미친놈아.'
그녀를 달래고 나서 다시 분위기를 잡을 생각이었는데, 내 분신은 눈치가 없었다.
"..."
"..."
그녀도 나도 얇은 옷만 입고 있었기에 분신은 그녀의 아랫배에 눌려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떡하지...'
"...푸훗."
"..."
"카인은 내가 울면 흥분 돼...?"
그녀가 울다 말고 웃으면서 이야기 했다.
아직 목소리엔 물기가 남아있었는데, 더 울 생각은 없는 듯했다. 발기가 돼서 분위기가 이상해진 적은 많았는데, 분위기가 좋아진 적은 처음이었다.
'니가 한 건 했다.'
처음으로 분신이 기특한 일을 했다.
처음으로 준 기회니 잘 이용해야 했다.
마침 좋은 생각이 났다.
"시아라."
"응?"
"내가 울다 웃으면 어떻게 된다고 했지?"
"...갑자기 그 얘기는 왜 해...?"
"확인해 보려고."
나는 등을 감싸던 팔을 내려 그녀의 엉덩이를 가볍게 쥐었다.
"히익...!"
시아라가 깜짝 놀라 나에게 더 안겨왔다. 손가락 사이로 엉덩이살이 부풀었다.
끝도 없이 말랑거리는 엉덩이에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던 손까지 내려 양 쪽을 모두 희롱했다.
"카, 카인..."
나에게 안겨있는 자세였기 때문에 그녀가 도망칠 곳은 없었다. 그녀는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얌전히 내 손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속옷 위로도 이렇게 부드러운데 맨 살은 무슨 느낌일까.
살며시 손을 속옷 안으로 집어넣었고, 역시나 맨살의 엉덩이는 극상의 부드러움을 자랑했다.
손을 크게 펴 엉덩이의 전체를 주물렀다.
"아, 안돼..."
부끄러움에 그녀가 얼굴을 내 목에 묻었다.
"털은 안 났네."
"히잉... 당연하지...어...? 흐윽!"
손을 더 밀어 넣어 중지로 균열을 훑자 격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속옷 중심은 이미 젖어있었다.
덕분에 그녀의 아랫배에 눌려있던 분신이 마침내 끝까지 커졌다.
"...히익"
끝을 모르고 커지는 분신에 그제야 그녀가 눈치챘는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카인..."
"왜?"
"안 들어가지 않을까...?"
"..."
"나 죽을지도 몰라..."
그건 지금 해보면 안다.
그녀의 엉덩이를 만지던 손 그대로 그녀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꺄악!"
떨어지지 않기 위해 시아라가 자연스럽게 나를 껴안았다.
엉덩이를 움켜쥐며 나는 조금씩 침대로 걸어갔다.
시아라의 몸이 긴장으로 굳은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오늘이 첫 경험이었다.
오늘만 날은 아니다. 오늘은 좋은 추억으로 남겨주고 싶었다.
가볍게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올라탔다. 떨리는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천천히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키스를 했다.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와 깍지를 껴주자 긴장된 몸이 조금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천천히.
유리를 만지듯 조심스럽게 키스했다.
아주 조금씩 그녀의 혀가 나에게 반응했다. 그녀의 입 안에서 놀던 내 혀를 따라 처음으로 내 입으로 들어왔다.
조금씩 긴장을 풀리자 여유가 온 듯 했다.
깍지를 끼고 있던 손을 풀어 팔을 가볍게 스치며 올라갔다. 가볍게 그녀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흐읏..."
깍지를 끼던 손이 다급하게 따라와 가슴을 잡은 내 손등을 덮었다.
얇은 천 위로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B?, C?'
누워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구별이 안됐지만, 한 손에 딱 들어오는 만족스러운 크기였다.
시아라의 가슴을 더 가까이서 만지고 싶었다. 부드러운 맨가슴은 무슨 느낌일까.
천 위에서 손을 떼 밑으로 내렸다.
말려 올라가 아랫배 쪽에 뭉쳐있던 슬립의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배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가슴까지 다시 올라갔다.
"하윽...!"
깜짝 놀랐는지 그녀의 혀가 멈췄다. 가슴까지 들어 올려진 슬립에 부끄러웠는지 몸을 둥글게 움츠렸다.
드디어 그녀의 가슴을 만질 수 있었다. 봉우리의 정상은 이미 딱딱해져 있었다.
유두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쓰다듬자 그녀가 몸을 비틀었다.
"흐윽... 카, 카인... 잠시만..."
붉게 상기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부끄러운 듯 가슴을 움켜쥔 내 손을 떼려고 했다.
어림도 없지.
키스를 멈추고 그녀의 귀를 입술로 살짝 물었다.
"흐으읏..."
내 팔을 잡아당기던 두 손에 힘이 풀렸다.
'역시 여기가 약점이네.'
혀로 귓바퀴를 훑자 그녀가 올라타 있는 나를 꽉 끌어안았다.
"하악... 자, 잠시만, 카인 잠시만..."
처음 느껴보는 간지러운 감각에 그녀가 당황한 듯 했다. 그 말을 무시하고 한 손으론 젖꼭지를 만지고 귀를 핥았다.
"느낌이 이상해애... 흐읏.. 흑, 흐윽..."
경험이 없는 처녀가 성감대만으로 절정 하기를 바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개발하면 된다.
이제 슬슬 밑으로 내려 갈 차례였다.
귀에서 입을 떼고 그녀를 쳐다봤다. 눈물이 살짝 맺힌 그녀가 붉은 얼굴로 신음을 삼키고 있었다.
여기서 급하게 하면 내가 몸만 바란다는 오해를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차근차근 천천히 단계를 밟았다. 얼굴을 밑으로 내리기 전에 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
쪽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고 입을 열었다.
"사랑해."
"흐읏... 나도 사랑해..."
쪽
다시 입을 가볍게 부딪혔다.
천천히 키스를 하며 그녀의 슬립을 위로 들어 올렸다.
잠시 쉬어가는 듯한 내 행동에 진정 중이었던 그녀가 깜짝 놀라며 내 팔을 다시 붙잡았다.
"자, 잠깐만..."
"손 떼."
"..."
내 팔을 붙잡고 있던 그녀의 손에 힘이 살짝 풀렸다.
내 손에 의해 서서히 올라가는 슬립을 따라 그녀의 기다란 다리와 하얀 속옷, 얇은 허리를 거쳐 가슴까지 드러났다.
속옷만 입은 채 내 밑에 깔려있는 그녀가 부끄러운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사실, 지금이라도 강하게 박아 끝까지 밀어 넣고 허리를 흔들고 싶었다. 그녀가 내 밑에 깔려 신음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안된다. 오늘은 천천히 해야 한다. 그녀가 무섭지 않게.
"가슴 예쁘다."
"그런 말 하지마...!"
그녀는 부끄러운 듯 이번엔 양 팔로 가슴을 가렸다. 두 팔로 인해 뭉개진 가슴이 답답한 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잠시 그녀에게서 떨어져 옷을 전부 벗었다. 마지막으로 팬티를 내리자 밑으로 잠깐 눌렸던 분신이 다시 위로 튀어 올랐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히익..."
"..."
"카, 카인... 진짜 안 들어갈 것 같은데... 너무 크, 큰데..."
지금 해보면 알지 않을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