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지적 책사 시점-10화 (10/191)

〈 10화 〉 그게 더 예뻐

* * *

한 번, 분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니 지난 한 달 간 참았던 성욕이 쌓여있음을 깨달았다.

원래의 카인은 운동을 통해 성욕을 해소했을 지 몰라도, 나는 지난 한 달 동안 한 것이라곤 책상에 앉아 종이만 쳐다 본 것이 전부였다.

성욕의 해소가 될 리가 없는 일이었다.

가끔씩 치미는 성욕에 더욱 더 일에 집중했던 것도 있었다.

현대에선 성욕이 쌓일 일이 많지 않았다.

회계사가 된 이후엔 늘 여자친구가 있었으며, 그나마도 중간 중간 없을 땐, 원나잇을 했었다.

결코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다. 지금 이 몸과 닮은 거라곤 눈매 하나.

그래도 사회생활로 단련된 입담과 회계사 명함, 180이 조금 넘는 키는 메이저리그급은 아니더라도 1군 선수 정도의 타율은 나왔다.

이런 생각을 하자 더욱 더 성욕이 치밀어 올랐다.

방에서 나를 기다리는 시아라가 생각났다.

'어차피 여긴 한국도 아닌데...'

머리가 아닌 몸으로 생각을 하고 있자니 자기 합리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욕실을 나가고 싶었다.

'안 된다니까 미친 놈아.'

홧김에 빠르게 찬물을 퍼 머리 위로 부었다.

"앗, 차가!"

급격한 후회가 몰려왔지만, 정신이 바짝 든다.

'...시발, 한국 보내줘.'

결국, 이 방법밖에 없었다.

오랜 조강지처, 왼 손을 들어 분신을 잡았다.

찬 물을 맞았음에도 뜨거움이 느껴진다.

'이 세계에도 창관은 있겠지.'

알만 왕국으로의 상행을 기대하며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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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수건으로 쓰이는 천을 허리에 감고 나오니 시아라가 있었다.

그녀는 내 방에 있는 책상 의자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 걸렸네?"

"뭐... 안 자고 있었어?"

할 말이 궁해진 나는 말을 돌렸다.

"..."

그녀는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제야 같이 자자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대답을 안 하길래 거절한 줄 알았던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 했으면 큰일 날뻔 했네.'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내가 한 말이 진심인지 농담인지 헷갈린 듯 했다.

의자에 가만히 앉아 나를 올려다보는 눈빛이 불안해 보였다.

또 다시 내면의 가학심이 슬금 슬금 치고 올라왔다.

그녀가 난처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어쩔 줄 몰라하며 울상 짓는 표정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따라 그 기분이 평소보다 강렬하게 들었다.

이미 나는 몸에 지배 당하고 있었다.

나는 침대 위를 쳐다보곤 말했다.

"베개는?"

"진짜 오늘 같이 자려고...?"

나는 거절은 안된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얼른 가서 베개 가져와."

"...그냥 얘기만 조금 하다가 자고 싶은데...?"

"누워서 해도 돼. 얼른"

"...네에..."

시아라는 긴장을 하면 늘 존댓말을 하곤 했다.

자신이 존댓말로 대답한 것도 깨닫지 못한 듯 싶었다.

그녀는 명백히 긴장한 모습을 하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지난 이 주간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렸나 보다.

오늘은 안된다.

어림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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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 한참을 기다려도 방문이 열릴 생각을 안 했다.

안에서 들리는 인기척을 보면 방에서 자려는 것은 아닌 듯 한데 도통 나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졸음과 필사적인 싸움을 하고 있던 나는 필연적인 패배의 순리에 몸을 맡기며 조금씩 눈이 감기고 있었다.

그 때, 방문이 살짝 열리면서 그녀가 나오기 시작했다.

"안 자고 있었어...?"

그녀는 허벅지 중간까지 내려오는 하얀 슬립을 입고 있었다.

가늘고 긴 맨 다리가 사뿐거렸다.

항상 단정하게 묶여있던 머리는 풀어내려 져 얼굴을 살짝 가리고 있었다.

'와...'

슬립 아래로 가늘고 기다란 다리가 보였다.

그 밑엔 한 손으로도 잡힐 듯 한 얇은 발목과 오밀조밀한 발가락이 보였다.

잠자듯 죽어있던 순식간에 분신이 다시 일어났다.

'나는 누워있는데 니가 왜 일어나.'

내가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그녀가 더욱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침대로 걸어왔다.

나는 살짝 일어나 가까이 다가온 그녀의 팔목을 잡아당겼다.

그녀가 힘 없이 당겨져 왔다.

잡아당겼던 손으로 자연스레 팔베개를 해주자 시아라는 더욱 경직된 상태로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가만히 두 손을 가슴팍에 모으고 부끄러운 듯 눈을 질끈 감은 시아라는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누워있음에도 봉긋하게 올라온 가슴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평소 폼이 넓은 메이드복을 입은 그녀만 보다 보니 몰랐는데, 생각보다 몸매가 좋았다.

"시아라"

"..."

"시아라"

"...네."

목소리가 살살 떨리고 있었다.

나는 잡아먹을 생각이 없는데, 이미 소금에 후추 간까지 맞추고 누워있는 음식을 보는 듯 같았다.

이 순진한 처녀를 보라.

닳고 닳은 내가 그녀를 가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순수한 반응이었다.

'2년만 기다리자. 2년만'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눈감고 유혹하면 진짜 할 거야."

휘익.

가만 눈을 감고 있던 그녀가 빠르게 고개를 들려 나를 쳐다봤다.

그제야 눈이 마주친 시아라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시아라"

"응..."

"평소에도 머리 푸르고 다녀."

"왜?"

"이게 더 예뻐"

"안돼... 지르하르트 가문 내 규정이야."

"그럼 조금만 기다려. 내가 후작이 되면 그런 거 없앨 거니까."

"...그렇게 맘에 들어?"

그 말에 나는 팔베개를 했던 손을 그대로 당겨 내 품에 안았다.

자연히 내 품으로 몸이 돌아간 그녀가 쏙 들어왔다.

다시 한 번 그녀의 몸이 굳는 게 느껴졌다.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반대 손으로 희롱했다.

"너무 이뻐. 잡아먹고 싶어."

굳은 몸으로 그녀가 간신히 대답했다.

"...안돼..."

그 동안의 경험으로 더 밀어붙이면 거절하지 못할 것을 알았지만, 더 나갈 수는 없었다.

흥분한 분신을 가라앉히기 위해 다른 주제를 꺼냈다.

"2주 동안 고생했어. 네가 아니었으면 절대 못 끝냈을 거야."

"별로 어렵지 않았는 걸... 할 일도 딱히 없었고..."

"고마운 건 고마운 거야. 시아라 네가 날 도와줬으니까 나도 뭔 가를 해주고 싶은데, 가지고 싶은 거 있어?"

"가지고 싶은 거?"

"응. 아무거나."

"음... 딱히?"

"별 따다 줄까?"

지금이라도 당장 일어나려는 듯한 움직임을 주며 말했다.

그 행동에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피었다.

"푸훗. 그게 뭐야..."

"그럼 키스해줄까?"

"..."

잠시 풀렸던 그녀의 몸이 다시 굳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푸흐. 싫으면 말고."

"...그건 카인 네가 하고 싶은 거 아니야?"

"너는 하기 싫어?"

"..."

"왜 본전도 못 꺼낼 말을 하실까"

내 품에 안겨있던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째려봤다. 달빛에 비치는 은은한 붉은 빛의 얼굴과 흐트러진 머리카락은 내 마음을 진탕시켰다.

'키스 정도는 괜찮겠지.'

부드럽게 그녀를 끌어올리곤 가까이 다가갔다.

나를 째려보느라 올라갔던 눈꼬리가 급격하게 내려가더니 눈을 감았다.

그리곤...

"흐읍."

"...크흑"

감겼던 그녀의 눈이 다시 스르륵 떠졌다.

아직 키스 중에 숨을 쉬지 못하는 그녀는 키스를 할 때마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간신히 참았던 웃음이 다시 나와버렸다.

"미안해... 너무 귀여워서..."

"...너무해... 나 잘래."

그녀가 내 품에서 벗어나려고 힘을 주기 시작했다.

어림도 없지.

다리를 들어 발버둥 치는 그녀의 하체를 감싸 안았다.

"나 갈꺼...흐읏!"

내 품에서 벗어나려 버둥거리던 그녀의 눈이 갑자기 크게 떠지더니, 나와 대화하느라 잠시 제 색을 되찾았던 얼굴이 다시 한번 붉게 물들었다.

이번엔 귀까지 빨개지는 것이 심하게 당황한 듯 했다.

'왜 그러지? 다리로 감싼 게 충격이었...'

그제야 그녀의 아랫배를 찌르고 있는 내 분신이 느껴졌다.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분신이 무언가에 닿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낭패였다.

살며시 다리를 후퇴 시키고 허리를 뒤로 뺐다.

공기가 순식간에 야릿해졌다.

"..."

"..."

그 상황이 부끄러웠는지 그녀가 고개를 밑으로 숙였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틈 새로 빨개진 귀가 수줍게 인사하고 있었다.

'간신히 숨기고 있었는데.'

분위기를 환기 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화제를 돌려도 분위기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이럴수록 뻔뻔하게 나가야 분위기가 쉽게 풀린다.

부끄러움에 밑으로 움츠러든 그녀를 잡고 내 옆까지 다시 끌어올려 시선을 일치시킨 뒤 말했다.

"네 잘못이야."

"...뭐?"

"네 잘못이라고."

"그게 왜... 내 잘못이야...?"

"너 때문에 선 거잖아."

"..."

그 말에 시아라의 고개가 다시 밑으로 향하려던 찰나,

"그러니까 얼른 미안하다고 해."

"...뭐?"

그녀의 고개가 멈칫했다.

한없이 진지한 내 표정에 당황한 그녀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얼굴에 붉은 기가 조금 사라졌다.

짝!

"악!"

팔뚝이 얼얼했다.

"...놀린 벌이야."

"감히 후작가의 장남을 이렇게 때려도 돼?"

"뭐???"

짝!

"악!"

"가신의 딸은 이렇게 놀려도 되고?"

"넌 내 거잖아!"

그 말에 또 다시 얼굴이 벌게진다.

"...뭐래. 아직 아니거든..."

"왜 아니야?"

"아직..."

무언가 말을 꺼내려던 그녀의 얼굴이 다시 빨개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입을 다물었다. 이러니까 놀리는 걸 못 끊는다.

"왜 아닌데. 응?"

"아, 아직..."

"그럼 하면 내 꺼야?"

"..."

참 짓궂은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빨개질 수도 없을 정도로 붉어진 그녀는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여기서 그만해야 했다.

더 하면 정말로 못 참을 것 같았다.

'왜 18살이야. 20살이면 고민도 안 했는데. 네 잘못이야.'

속으로 잠시 투덜거리고 있는데 그녀가 내 품에 들어오며 말했다.

"히잉... 이제 그만 놀려... 더 하면 울 거야."

"푸흐흐, 너무 귀엽다 진짜. 어떡하지."

"나 놀리는 게 재밌어?"

"응. 그 맛에 살아."

"...이제 반응 안 해줄 거야."

"정말?"

그녀는 잠시 나를 째려보고는 정말 아무 반응도 하지 않겠다는 듯 눈을 감았다.

"자려고?"

"..."

그렇게 행동하면 어떻게든 또 놀리고 싶잖아. 이런 행동이 오히려 더 놀리고 싶어진다는 것을 알까 모르겠다.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

"..."

이번엔 코였다.

"..."

"흣..."

입에 뽀뽀를 하자 이번엔 반응이 왔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조용해졌다.

입술이 살짝 오므라들었다.

아, 언제 봐도 놀리기 좋은 반응이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

"더 내려 갈 거야."

흠칫.

그래도 그녀는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속눈썹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움찔.

그녀의 목에 입을 맞추자 몸이 움츠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오므라졌던 입술을 꽉 깨무는 것이 보였다.

'이제 가슴인데.'

그녀가 충분히 상상을 할 수 있게끔 잠시 기다리다가 시선을 더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얼굴을 밑으로 내렸다.

만약 이번에도 가만히 있는다면 더 이상 참을 자신이 없었다.

'이번에도 안 움직이면 그냥 해야겠다.'

봉긋한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얇은 슬립에 가렸지만, 속옷은 입지 않은 듯 봉우리의 정상이 살짝 올라와 있었다.

이미 참기엔 늦은 거 아닐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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