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4
졸부 집 망나니 외전 시즌 2
39화
화상회의실로 이동하는 복도.
민정수석이 따라붙었고.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무슨 일입니까?”
“서울 중앙 지검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왔는데요?”
“엘리자베스 백 양의 내사를 검찰 총장의 지시로 진행하겠다고 합니다.”
“내사인데 저한테 알려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
“그리고 이제 엘리자베스 백이 아니라 백관순입니다. 다 컸다고 자기 마음대로 법원에 행정 소송을 내서 이름을 바꿨어요.”
“아, 서운하신 모양이십니다.”
“서운한 것은 없고요. 그냥 괘씸하죠, 키워놓으면 자기가 알아서 큰 줄 압니다. 하하하!”
“다 그렇습니다.”
“내사 철저하게 하라고 하세요. 그런데 공수처에서 수사하지 않고 검찰입니까?”
“두 기관이 공조 수사를 한답니다.”
“애 하나 수사하는데 국가 인력이 너무 투입되는 거 아닙니까? 낭비 같네요. 그래도 시작을 했으면 저번처럼 끝을 보라고 하세요.”
“예,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민정수석님.”
“예, 대통령님.”
“제가 요즘 영부인께 닦달을 당하고 있습니다.”
“예?”
“이번 광복절 특사로 사면해 달라고 청탁을 받습니다.”
“아…….”
“그 일이 청탁금지법에 해당이 되는지 법원에 확인해 달라고 요청해 주시겠습니까?”
“혹시 부부싸움 하셨습니까?”
나와 민정수석의 대화에 내 옆에서 걷고 있는 국무총리는 이 중요한 시점에 이런 이야기를 그것도 여유롭게 할 수 있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안 싸우는 부부 있겠습니까?”
“만약 법원에서 청탁금지법에 해당한다고 하면?”
“부부싸움에서 우위에 서는 히든카드가 하나가 생기는 거죠.”
“대통령님.”
그때 국무총리가 참지 못하겠다는 듯 나를 불렀다.
“예, 국무총리님.”
“긴장하셔야 할 때이지 않습니까?”
“이긴 싸움에 결론만 들으러 가는 중인데 긴장할 필요 있겠습니까.”
“헐……!”
척!
“그래도 이제는 긴장해야죠.”
나는 지금 화상회의실의 문 앞에 섰다.
다다닥, 다다닥!
막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65세의 국정원 원장이 급하게 뛰어오셨다.
“대통령님, 대통령님!”
“넘어지십니다. 그 나이에 넘어지셔서 뼈라도 부러지시면 큰일입니다.”
“휴우…… 헉헉…… 휴우……!”
내가 화상회의실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는 것에 안도한 듯 내 앞에 서서 길게 숨을 내쉬는 국정원 원장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잠시만…… 후우…… 숨 좀 고르고요.”
“예, 아직 5분 정도 남았습니다.”
나는 국정원 원장이 정상 호흡으로 돌아올 때까지 1분 정도를 기다려줬다.
“중국 북경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첩보 보고를 받으니 나 역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쪽입니까?”
“인민해방군이 움직였습니다.”
인민해방군 중에서도 누가 쿠데타를 감행했는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어디 쪽입니까?”
“공산당 국가 주석 쪽에서 쿠데타를 감행했고 반대파인 총리 쪽을 숙청했다는 첩보입니다.”
“다행이군요.”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 됐다.
‘중국 공산당 정권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난번 간도와 일부 만주 지역을 되돌려 받을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그때는 희생양을 이용해서 분열을 수습했지.’
하지만 이번에는 국가 주석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고.
이것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탐욕에서 시작된 것이리라.
“국무총리님.”
“예, 대통령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제가 대단한 예측을 한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 중국이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야 할 상황인데 일어나지 않는 것은 코로나 31 바이러스 때문입니다.”
“그런가요?”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국무총리다.
“코로나 31 바이러스 때문에 중국은 누구도 거리로 쏟아져 나오지 않습니다.”
“백신과 치료제를 항공 운송 준비를 하겠습니다.”
이제야 감을 잡는 국무총리시고.
이러니 72세의 나이에도 계속 국무총리의 자리에 묶여 있으실 수밖에 없다.
“백신과 치료제 여유 물량이 얼마나 있습니까?”
“3억 명 분 정도 남은 것으로 보고 받았습니다.”
“1억 명 분만 남기시고 중국 지원 준비하십시오.”
“공짜로 주시게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정상회담이 열리잖습니까. 팔아야죠.”
“아…… 그런 분이시죠.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대통령께서는 이런 분이셨습니다. 하하하!”
“준비해 주십시오.”
“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삼군 참모총장님께 비상 대기하라고 안보실장께서 요청해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번처럼 비상 대기 상황에서 골프 치다가 걸리시면 계급장 떨어질 겁니다.”
이건 경고다.
왜 장군들이 그렇게 골프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대통령도 골프를 안 치는데 말이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안보실장에게 대답했고.
그와 동시에 화상회의실 문이 열렸다.
‘거의 다 왔다…….’
이번 정상회담이 내 의도대로 결론이 난다면 나의 나머지 임기는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안정을 위해 내실을 다지는 5년이 되리라.
* * *
대한민국 청와대 화상 정상회담 회의장.
저번 화상 회담 때의 중국 공산당 국가 주석은 초조함과 긴장감이 가득했는데 지금은 여유로운 모습이다.
물론 중국 공산당 국가 주석이 왜 저렇게 여유로운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제가 중화인민공화국 국가 주석께 요청한 사항에 관한 결정된 사항에 관해서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무리한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 역사에 따라 다렌과 몽골도를 연결한 이북 지역의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토를 이양해 달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결론이군요.”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다면 제가 미국과 협의해서 유럽 연합과 아프리카 연합과 함께 행동해도 되겠습니까?”
-백범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대통령께서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끝내 깨트리시겠다는 겁니까?
“무리한 요구라고 하시니까요.”
-모든 땅을 돌려받으실 생각은 없지 않았습니까? 서로에게 합리적인 명분을 만든다면 요구 조건의 일부를 수용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명분이라고 하셨죠?”
-국민을 설득할 명분은 당연히 필요하지 않겠소?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백범 대통령께서는 국수주의라는 명분으로 자국의 국민을 선동하는 데 성공했지만 나는 공산당 국가 주석으로 과거에 추진했던 하나의 중국은 단 한 점의 땅도 줄어들 수 없다는 명분을 잃었소.
“그것은 전임 국가 주석의 결정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내 결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죠.
“명분이 필요하시면 제가 명분을 드리죠.”
이러기 위해서 나는 미국으로부터 청나라에서 철도를 놓기 위해서 발행한 채권을 샀다.
“과거 트럼프 정권 때를 떠올리셔야 할 겁니다.”
-무슨 소리입니까?
“중화인민공화국은 청나라를 계승했기에 마카오와 홍콩을 포르투갈과 영국으로부터 되돌려 받았고, 또 티베트를 무력으로 합병한다고 했습니다.”
-그…… 그래서요?
다시 긴장하는 중국 공산당 국가 주석이다.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은 미국으로부터 청나라가 발행한 철도 채권 전부를 샀습니다. 그리고 그 채권의 갚을 의무가 있는 중화인민공화국에 채권의 지금을 요청합니다.”
-백…… 백범 대통령 각하……!
“참고로 트럼프 정권 때에는 한화로 2,000조 규모의 채권이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3,500조 규모라는 것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과거 중국은 미국이 발행한 채권의 최대 보유국이었고.
그때 보유한 채권액이 한화로 1,300조쯤 됐다. 그런데 지금 중화인민공화국이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상에 갚아야 할 채무는 3,500조가 된 것이다.
-으음……!
“이 정도면 중화인민공화국의 인민을 설득할 명분은 되신 것 아닙니까?”
-한화로 3,500조라고 했소?
여기서 중국이 채권을 갚는 것을 거부한다면 중화인민공화국이 주장한 청나라를 계승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마카오와 홍콩이 분리 독립할 명분이 생기게 된다.
또한, 티베트와 신장 자치주의 독립의 명분도 생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주 전체 지역이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영토가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니 중화인민공화국은 절대 채권을 갚을 수밖에 없다.
“그렇습니다.”
-3,500조와 내몽골 자치주를 바꾸자는 겁니까?
“사막밖에는 없는 땅의 가치가 3,500조나 되겠습니까?”
-당신이 말한 그대로 사막밖에는 없는 땅에 왜 당신은 집착하는 겁니까?
“아시면서 왜 그런 질문을 합니까?”
중국 공산당 국가 주석은 긴장했고.
나는 여전히 여유롭다.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경제 전문가들이 감정한 내몽골 자치주의 가치는 최대 2,000조쯤으로 책정이 되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말이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에게는 자국의 국민을 설득하고 강요한 최소한의 명분이 필요할 테니까요.”
-그렇다면 나머지 1,500조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만주 지역 옆의 영토로 지급해 주시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건 어렵겠죠?”
-그렇소. 인민을 설득할 방법이 없소?
“그렇다면 대만을 공식적으로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것에 제가 500조를 쓰죠.”
-말도 안 되는 소리. 달러로 지급하겠소.
“중국 공산당 국가 주석 각하, 이제 중국이 주장했던 하나의 중국 정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엔에 가입한 102개 국가가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했습니다.”
-으음……!
처음 화장 정상회담을 진행했을 때와 똑같은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제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해야 저와 함께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이룩하신 분이 되시는 겁니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해야 한단 말인가……!
“이것은 제 생각인데 중국은 바짝 마른 들판과 같습니다. 홍콩에서 시작된 민주화의 열망이 이제는 중국 본토로까지 퍼지고 있고 그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입니다. 이제는 어느 이상의 결정이 필요할 때입니다. 어느 곳에서 불씨가 떨어져도 활활 타오르게 될 테니까요.”
-좋소, 이미 대세는 대만의 독립을 인정하는 쪽으로 변했으니 인정하겠소.
중국 공산당 국가 주석이 자신이 내게 지금 한 말이 중국 공산당의 붕괴에 치명적인 시발점이라는 것을 알까?
‘안다면?’
그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본토에 다른 체제를 구상하고 있으리라.
“나머지 1,000조는 백신과 치료제의 대금이라는 명분으로 받겠습니다.”
-우리에게도 천화가 있소.
“현재의 중화인민공화국이 이런 궁지에 몰린 것은 당신의 잘못된 판단에서 시작된 것이고 그 잘못된 판단을 최대한 빨리 봉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좋…… 좋소.
바로 굴복하는 중국 공산당 국가 주석이다.
‘탐욕에 가득한 눈빛이군.’
그는 지금 오로지 자신의 권력을 지켜내겠다는 생각밖에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이롭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기회에 중화인민공화국도 공산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채택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나는 슬쩍 떠봤다.
-으음…… 18억 중화 인민이 원한다면!
중국 공산당 국가 주석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하지만 18억 중화 인민은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을 희망할 것이오. 하여튼 이번 사태를 채권 배상으로 끝냅시다.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이 더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이제 양보할 것이 없으니 전쟁밖에는 없습니다.
중국 공산당 국가 주석이 나를 압박하듯 말했다.
“물론입니다. 동북아시아가 긴장 상태에 돌입하는 것은 양국에 이익이 될 수 없으니까요. 우리 두 국가가 전쟁하게 되면 미국이 제일 좋아할 테니까요.”
-그렇소. 그리고 언제까지 미국이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우방일 것이라고 자신하지 마시오.
“압니다. 저는 오늘부터 중화인민공화국이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우방국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중국 공산당 국가 주석을 보며 웃었다.
‘끝났다.’
더는 중화인민공화국에 당장 땅을 더 받아낼 방법은 없으리라.
‘하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이 과거 소련처럼 붕괴가 되고 국가가 분열하게 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지리라.
‘하나의 중국이 이제는 두 개의 중국이 됐으니……!’
16개의 국가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이리라.
무엇이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