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1
졸부 집 망나니 외전 시즌 2
36화
광화문 촛불 시위 현장.
광화문에서는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이 공식적으로 남북의 평화적인 합의에 따라서 통일이 선포되었다는 사실로 통일을 찬성하는 찬성 시위자들과 통일을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각각 양쪽으로 나눠서 평화적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광화문 광장 주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백범 대통령의 얼굴이 나왔다.
“저거 백범 아니야?”
“백범 대통령이다.”
백범 대통령을 알아본 통일 반대 시위자들은 백범 대통령의 이름만 불렀고.
한민족의 자긍심을 평화적인 통일로 높였다고 생각하는 통일 찬성 시위자들은 뒤에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붙였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백범 대통령께서 한반도 통일을 정식으로 선포하는 담화문을 발표하겠습니다.]
대형 스크린에서부터 청와대 홍보 수석의 목소리가 광화문 광장에 울려 퍼졌고.
대형 스크린 아래에서는 자막으로 상황 설명을 더했으며 백범 대통령이 단상 위에 오르자 그와 함께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수화 통역사가 바로 백범 대통령 옆에 섰다.
[존경하는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국민 여러분 오늘 저는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시대를 여는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하나의 시대를 종식하고 또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이 이제는 단일민족 국가가 아닌 다민족 국가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선포합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에 속해 있는 소수민족을 위한 백범 대통령의 배려였다.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주류를 이루는 한민족들은 자신들이 경험했던 인종적 차별과 민족적 차별을 아이러니하게도 몽골족과 쿠르드 민족에게 되돌려 주고 있었고 그에 따라 백범 대통령은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민족차별 금지법을 발동했었다.
“뭐래, 왜 우리가 다민족 국가야? 우리는 백의민족, 단일민족 국가라고!”
일부 보수층들이 백범 대통령의 발표를 부정한다는 듯 소리쳤다.
“우우우, 우우우!”
또한, 통일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대형 스크린에 보이는 백범 대통령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말은 똑바로 했네, 우리는 30년 전부터 다민족 국가였다고, 베트남 아가씨들이 시집을 오고 중국 한족들이 시집을 와서 혼혈아들이 더 많이 태어나고 있는데 언제까지 단일민족이라고 거짓말을 할 거야. 쯧쯧!”
물론 백범 대통령의 발표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또한,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중앙 정부는 오늘 이 시간으로 남과 북이 평화적인 협의를 통해서 완전한 통일을 이루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포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하나의 역사로 남게 되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합니다. 그에 따라 대한민국 행정부들은 오늘 이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행정부에 모든 권한과 책임 그리고 국민에 대한 모든 의미를 이양받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국민이었다.
이 담화문 발표는 남쪽뿐만 아니라 북쪽 지역 전체에서도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누구 마음대로 통일을 선언해!”
“국민 투표도 없이 통일을 선포하면 이 자체가 헌법 위반이야, 어떻게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하는 거야!”
통일을 반대하는 쪽이 헌법을 들고 나왔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통일을 찬성하는 쪽은 더는 말이 필요가 없다는 듯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서로 어깨동무를 했다.
그리고 통일을 찬성하는 사람 중에서 일부 탈북민 출신들은 이제야 정말 마음 편하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물론 이전에도 탈북민 출신들이 북한을 왕래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남북 정치 관계가 어떻게 돌변할지 몰라서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존경하는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국민 여러분, 지금은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이 모두 대통합을 이루어야 하는 위기의 순간입니다.]
“백범이 저랬지, 또 위기론을 들고 나왔군, 왜 이번에는 국회도 해산할 건가?”
“백범이 국회까지 해산하겠어?”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못 할 것도 없지.”
“바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백범이 왜 국회를 해산해. 웅장한 200석인데.”
“젠장, 그건 또 그러네.”
자신들이 백범의 당을 뽑아놓고서 이렇게 통일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은 제대로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는 방증이리라.
[헌법에 따라 국가의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는 국민 투표를 해야 하지만 현재 상황이 국민 투표를 하기 위급한 상황이기에 나중에 국민 투표를 진행하겠습니다.]
이것은 사실 어불성설이나 다름이 없었다.
통일되고 남쪽 정부가 북쪽 정부에게 모든 행정권을 내일부터 이양받기로 했다는데 나중에 국민 투표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리고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를 드리고 제가 왜 긴급한 상황이라고 한 것에 관한 자료 영상을 송출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백범 대통령의 화면이 작게 보이고.
대만 인근 태평양에 두 대의 항공모함이 중국을 향해 선수를 돌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또한, 태평양 창공에는 3천 기의 공격용 드론이 비행하는 것이 보였으며.
의도적으로 공격용 드론에 헬 파이어가 각각 4기씩 장착된 것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이 중화인민공화국의 국민을 납치했다면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 주석인 나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전쟁까지 불사할 것임을 밝힙니다.]
순간 중국 공산당 국가 주석이 화상 회담을 통해서 소리친 내용을 백범의 청와대는 그대로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국민에게 송출해 버렸다.
“뭐…… 뭐야 저거?”
“저 목소리는 누군데?”
“저거 중국 공산당 국가 주석 아니야?”
“아, 잠깐 그제 대대적으로 민방위 훈련하고 지하철로 대피 훈련을 한 것이?”
“와…… 소름이 돋네…….”
“우리 중국이랑 전쟁할 뻔한 거야?”
“잠깐, 그러고 보니까. 어제 미국이 핵전쟁을 하는 어느 국가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잖아.”
“젠…… 젠장…… 서울에 핵폭탄이 떨어질 뻔한 거였어?”
“아니지, 우리도 북한 때문에 핵보유국이잖아. 북경에 핵 공격을 할 뻔했네.”
국민 스스로 모든 상황의 퍼즐들이 맞춰지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초비상 상황을 청와대가 또 백범이 국민을 속여?”
“국민의 알 권리는 어디로 간 거야?”
“정말 핵전쟁이라도 일어났으면 어떻게 할 뻔했어?”
정말 제대로 난리가 나고 있었다.
물론 이 화상 회담 화면과 중국 주석의 목소리를 그대로 송출한 이유는 존재하리라.
[존경하는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국민 여러분, 저는 불경하게도 국민의 알 권리를 통제한 대통령입니다. 하지만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책무를 가진 대통령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시 이러다가 계엄령 선포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왜 중국을 압박하는 거야?”
“저번에 간도를 되돌려 받았잖아.”
“혹시 다른 고토도 받아내려고 이러는 건가?”
어느 순간 백범에 관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영토인 내몽골 자치주를 강제로 점령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저는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자국의 영토를 수호하고 되찾아야 할 임무가 있기에 당당히 중국 공산당 정부에게 내몽골 자치주의 반환을 요청했습니다.]
“와……!”
짝짝짝, 짝짝짝!
통일을 반대하던 시위자들은 망연자실했고.
통일을 찬성했던 시위자들은 백범 대통령에게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
이것이야말로 시쳇말로 국뽕에 취했다고 해야 말해야 할 것이다.
[그에 따라 전쟁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국군은 최강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아무 걱정도 하지 마시고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치시기를 바랍니다.]
한마디로 백범 대통령은 통일 관련 시위를 하려면 하라고 발표하고 있는 거였다.
또한, 이렇게 내몽골 자치주를 중국 공산당 정부로부터 되돌려 받겠다고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국민에게 선언한 것은 이 담화문을 반드시 볼 수밖에 없는 중국 공산당에게 자신이, 그리고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말한 전부가 아니라 내몽골 자치주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이후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은 이제 분단국가가 아닌 통일된 국가임을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국민께 또 전 세계 인류에게 선포합니다. 이것으로 모든 담화문 발표를 마칩니다.]
백범 대통령이 단상 옆으로 나와 담화문 발표를 보고 있을 국민을 향해 허리를 숙였고.
시끄럽기만 했던 광화문 광장은 조용해졌다.
“지금은 안에서 분열할 것이 아니라 뭉쳐야 합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통일하고 말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국이 우리의 영토를 강제로 차지하고 있는 것을 백범 대통령이 돌려받고자 하는데 국민인 우리가 분열해서 되겠습니까?”
또 한 번의 선동 작업이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물론 어떤 경우의 국민 선동도 정의라고는 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백범 대통령은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내일을 위해 국민 여론을 선동하는 작전을 국정원에 지시했다.
[국가정보원 원장입니다.]
백범 대통령 담화문 발표가 끝난 후지만 대형 스크린은 꺼지지 않았고.
바로 국가정보원 원장이 대형 스크린에 나왔다.
“저 사람은 또 뭐야?”
“국가정보원 원장이라잖아.”
[존경하는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국민 여러분, 지금부터는 지난 홍콩 항쟁에서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과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국민을 위해 장렬히 전사한 국가정보원들의 신상을 공개하겠습니다.]
벡범은 현시점에서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이 하나가 될 방법은 영웅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만들어진 영웅은 아니니라.
국가정보원 원장이 말한 홍콩 항쟁에서 전사한 블랙 요원들이야말로 조국을 위해 전사한 진짜 영웅이니까.
그와 동시에 대형 스크린과 또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모든 방송사에서 홍콩 항쟁에서 전사한 국정원 블랙 요원의 생전 사진을 한 명, 한 명 보여줬고.
[홍콩 항쟁에서 전사한 모든 국가정보원 블랙 요원들은 태극 무공훈장이 수여될 것이며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정부와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국민은 영웅들의 유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합니다.]
국정원 원장이 정중하게 머리를 숙여 유족들에게 존경을 표했다.
“국가를 위해서 희생한 영웅인데 왜 국정원장이 머리를 숙여?”
“백범이 숙여야지.”
“백범이 유공자들을 무시하네.”
완벽한 ‘빠’가 있으면 영원한 ‘까’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소수의 의견은 당연하게도 금방 무시가 됐다.
* * *
청와대 화상회의실로 향하는 복도.
“대통령님, 중국 공산당 주석을 너무 자극하신 것 같습니다.”
비서실장이 조심히 내게 말했다.
“그는 안도할 겁니다.”
“예?”
“자신들이 어디까지 양보해야 하는지 이번 담화문 발표 때문에 명확하게 알게 됐으니까요.”
“아…….”
“그건 그렇고 미국에서 청나라 철도 건설 채권은 도착했습니까?”
막무가내로 내몽골 자치주가 과거 몽골 공화국의 영토였고.
몽골 공화국이 대한민국에 흡수통일이 되었으니 몽골 공화국의 영토였던 내몽골 자치주도 이제는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영토이니 반환해 달라고 강요만 할 수는 없다.
“예, 도착했고, 한국은행 금고에 보관했습니다.”
“그럼 됐습니다. 이 정도로 중국 공산당 주석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줬으면 내몽골 자치주를 내놓겠죠.”
이 영토 반환 회담이 끝나면 중국에서는 어쩌면 권력 구도가 돌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악질이 좋을까? 아니면 구관이 명관일까?’
오늘 회담 이후의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은 동북아시아의 평화 구축(?)에 더 적극적으로 이바지해야 하니까.
그리고 그 평화적 구축은 중국 국가 분열에서 시작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