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8
졸부 집 망나니 외전 시즌 2
33화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동북아시아 안보담당이 미국 대통령과 함께 TV에서 생중계되는 게임 방송을 보고 심각한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물론 이 방송을 대통령이 시청해 주기를 요청한 사람은 CIA 국장이었다.
‘백범에게 약점이 잡혔어.’
놀랍게도 CIA 국장은 어느 순간부터 백범의 편에 서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범이 제공하는 상상 이상의 자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백범이 제시한 뇌물은 악마라도 거부할 수 없는 엄청난 자금이었다.
[버진 아일랜드의 비밀 계좌에 1억 달러가 입금되어 있습니다.]
[지금 나를 매수하려는 겁니까?]
[미국과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영원한 협력과 우방 체제의 유지를 위한 윤활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는 CIA 국장으로서 이적 행위를 할 수 없소.]
[국장님께서도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이 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적이라고 말한 적 없소.]
[방금 이적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잖습니까?]
[으음……!]
[1950년 이후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은 미국과 절대적인 혈맹 관계를 유지해 왔었습니다. 미군이 피를 흘렸던 곳에서 대한민국 청년들도 같이 피를 흘렸습니다. 베트남 전쟁을 떠올려 보십시오. 또한, 이라크 전쟁은 어떻습니까?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전신인 대한민국은 항상 미국과 같이 있었습니다.]
[그 사실은 나도 잘 압니다.]
[앞으로도 같이 갈 것입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사하라 분도에 병력을 추가 배치한 겁니까?]
[반군 소탕이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내놓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특급 비밀 협약 때문에 사하라 분도는 미국에 이양하기로 하지 않았소?]
[때가 되면 이양할 겁니다. 그것은 사하라에 거주하는 쿠르드 민족의 독립과 함께 친미 정권을 세운 후로 합의한 겁니다.]
백범의 말에 그때의 CIA 국장은 할 말이 없었고.
끝내 1억 달러라는 거금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드론에 장착된 미사일, 헬파이어 아닙니까?”
미국 대통령이 놀란 눈빛으로 동북아시아 군사안보담당에 물었다.
“헬파이어 미사일이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리퍼와 성능이 같습니다.”
CIA 국장이 미국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사실 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게임 생중계 방송 관계자들은 하늘에 떠 있는 드론을 확대해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되면 드론 게임 방송이 아니잖아.”
미국 대통령이 심각한 표정으로 변했다.
사실 온라인 드론 격추 게임인 ‘창공’은 몇 년 전부터 대현 그룹의 적극적인 지원 때문에 세계적인 인기 게임으로 발전한 상태였다.
그것을 통해 백범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상황에서 무인 공격 드론의 조종사를 양성했고.
이렇게 수천 명의 공격용 무인 드론 조종사를 양성해 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을 과시하기 위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실전 게임을 진행하고 있기에 미국 대통령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헬파이어 미사일이 장착된 저 드론 한 기의 가격이 500만 달러입니다.”
CIA 국장이 미국 대통령에게 말했다.
“지금 떠 있는 것만……?”
“천 기에 가깝습니다.”
“정말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이 중국을 공격하겠다는 건가? 그게 가능한가?”
미국 대통령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보였다.
“현대 대한민국 국군의 전투력은 아시아 1~2위를 다툽니다. 특이한 것은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국군의 핵심은 미사일 사령부라는 사실입니다. 최대 15만 기의 중장거리 미사일을 확보해 놓은 상태입니다.”
동북아시아 군사 담당 보좌관이 조심히 말했다.
“15만 기?”
“예, 그렇습니다. 실전 배치된 15만 기의 중국의 영토에 날아든다면 중국 역시 치명적인 피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렇겠군요.”
어느 순간 여유로운 표정으로 변한 미국 대통령이다.
‘중국이랑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이랑 전쟁하면 좋은 거잖아.’
미국이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을 경계하는 것은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중국과 대등하게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3년 전 F-22 K를 백악관에서 대한민국에 수출하는 것을 승인했고…….”
“그랬나?”
“예, 전임 대통령의 가장 큰 실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전임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에 너무 큰 힘을 실어줬다는 생각이 드는 미국 대통령이었다.
“현재 F-22 K를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공군이 120대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경제력이 상승한 건가?”
무기를 사려면 당연히 돈이 있어야 하고.
그 돈은 대부분 백범의 대현 그룹에서 나왔다.
“그렇습니다. 세계 식량 패권은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에서 쥐고 있고,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사하라 사막을 농지화 사업에 성공했기 때문이고 또 고비사막을 녹지화해서 호주를 능가하는 육류 생산 국가가 됐기 때문입니다.”
사실 처음 백범이 사하라 사막을 녹지화 사업을 진행한 후에 농지로 바꾸겠다고 했을 때 세계는 미친 발상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상상이 현실이 됐고.
그 이후 종자 개발 사업에도 성과를 낸 백범의 대현 그룹은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대현 그룹의 계열사인 대현 제약은 세계 제약 산업에 선두 주자로 올라선 상태여서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막대한 자본을 백범은 오로지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증강에 사용했다.
“알고 있소.”
미국 대통령은 사하라 분도 침공을 계획하고 실행도 못 한 것이 떠올라서 인상을 찡그렸다.
“한 시간 후에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 백범 대통령과 3차 화상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CIA 국장이 조심스럽게 미국 대통령에게 말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생중계를 보여준 후에 회담한다? 하하하!”
백범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이 되는 미국 대통령이었다.
“대통령 각하.”
CIA 국장이 미국 대통령을 불렀다.
“왜요?”
“세계는 넓습니다. 그리고 본국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영토를 가진 미치광이 국가와 그 국가 옆에서 경제력과 군사력이 팽창하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입니까?”
“저의 짧은 생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계 1차, 2차 대전 이후 초강대국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씀을 드린다면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세계 대전으로 국가의 모든 역량을 소모한 이후에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됐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중국과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이 싸우게 두라?”
“예, 그렇습니다. 모든 경쟁은 어떠한 경우에도 소모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과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이 모든 부분에서 소모전을 펼칠 수 있게 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하군요.”
“그와 함께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은 최소한 말이 통하는 국가입니다. 중국과 다르게 말입니다.”
CIA 국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미국 대통령이었다.
“CIA의 정밀 분석에 의하면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이 대만을 정상국가로 인정한 것은 중국을 고립시키고 분열시키려는 조치가 분명합니다.”
“중국의 분열?”
“그렇습니다. 과거 소련처럼 정권을 붕괴시킨 후에 여러 국가로 분리시킨 것처럼 현재 하나로 통일된 중국을 몇 개 이상의 나라로 분열시키고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하려는 의도 같습니다.”
“중국이 여러 개의 나라로 분열하면?”
“미국과 경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힘이 더 팽창하겠지.”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처럼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기에는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민주주의가 뿌리 깊게 내려 있고 정권은 대한민국 헌법이 정한 그대로 교체될 수 있습니다.”
CIA 국장의 말에 미국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켜보자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중국과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이 저렇게 팽팽하게 경쟁하게 되면 둘 다 힘이 빠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본국의 이익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그때 동북아시아 군사 담당 보좌관이 미국 대통령을 보며 말했다.
“문제가 있다?”
“양국은 핵무기로 무장한 국가입니다. 핵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은 이성적인 존재이지만 중국은 다릅니다. 궁지에 몰리면 핵 단추를 누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예, 그럴 확률이 0%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미국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 평화에 그리고 인류 안보에 절대적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CIA 국장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저는 대통령 각하의 의지와 미국의 선언이 두 국가에 핵전쟁의 결심을 절대 못 하게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나의 의지와 미국의 선언?”
“핵전쟁을 시작한 그 어떤 국가라도 미국이 핵으로 공격한다고 선언한다면 누구도 핵을 전쟁에 사용할 생각을 못 할 겁니다. 이와 함께 유럽 연합에도 동의를 요구하신다면 누구도 핵을 생각하지는 못합니다.”
“그건 당연한 소리고.”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각하.”
“말해 보시오.”
“코로나 31의 진원지가 중국이라는 사실은 세계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또한, 자연 발생적 전염병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에서 일으킨 테러라는 사실도 증거만 없을 뿐 모두가 짐작하는 사실입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 단지 증거가 없을 뿐이지.”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이 증거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저렇게 강경하게 무력시위를 한다?”
“예, 그럴 것입니다. 본국의 이익을 위해 그냥 지켜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누구의 편에 서지 않고?”
“이왕이면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편에 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만 하면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이 알아서 중국에 공산당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할 것이며 10개 이상의 신생 독립국을 만들어서 중국을 분열시킬 테니까요.”
1억 달러의 뇌물을 받은 값을 톡톡히 하는 CIA 국장이었다.
“3차 화상 정상회담을 한 후에 국무회의를 소집해서 최종적인 결정을 하겠소.”
미국 대통령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대한민국 청와대 화상회의실.
시계를 보니 미국 대통령과의 3차 화상 정상회담 30분 전이다.
“백악관에서도 ‘창공’의 실전 게임 생중계를 보고 있겠죠?”
“전 세계가 보고 있을 겁니다.”
안보실장이 최대한 담담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나는 미국 대통령이 이이제이라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물론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편에 서서 중국을 압박해 주면 더 좋을 것이다.
‘전쟁은 안 되니까.’
전쟁을 막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는 무력시위를 게임 실전 중계라는 이름으로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으니까.
“대통령님께서 생각하시는 그대로 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미국은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과 중국이 전면전을 펼치기를 바라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겠군요. 두 국가가 동시에 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일 테니까요.”
다시 말해 이번 3차 화상 정상회담이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미래가 달렸다는 의미다.
‘사하라 분도를 포기해서라도!’
미국의 지지를 받아내리라.
[쿠르드 민족의 국가를 건설하려면 반드시 친미 정권이 들어서야 합니다.]
나는 쿠르드 민족 지도자들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언젠가는 또 쿠르드 민족이 원한다면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은 사하라 분도를 평화적으로 독립시킬 의지가 있소. 하지만 그것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진행될 것이고 그러니 친미 정권이 들어서야 합니다.]
나는 이미 사하라 분도의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쿠르드 민족 지도자에게 독립을 이야기했었다.
그래서 쿠르드 민족 지도자들은 아직도 아무런 반군 활동이나 독립 활동을 펼치지 않고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소속으로 남아 있는 것이리라.
“대통령님…… 지금 상황에서 미국이 반드시 대한민국 연방 공화국의 편에 서야 합니다.”
안보실장이 조심스럽게 내게 말했다. 나는 덤덤히 답했다.
“그래서 3차 화상 정상회담을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