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374화 (374/415)

# 374

졸부 집 망나니 외전 9화

2031년 3월 24일 월요일, 전남 신안군에 있는 염전.

인천항을 통해서 밀입국에 성공한 티베트 무장세력의 두 테러리스트는 인천 연안부두 컨테이너 하역장에서 강제로 봉고차를 타고 전남 신안군까지 내려왔다.

그 두 명 중 한 명은 염전에서 강제로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었다.

‘내가……. 내가 소금이나 만들려고 대한민국에 온 줄 알아!’

속으로 절규하는 티베트 무장세력 소속 테러리스트였다.

[너는 뭔데 가방을 꼭 안고 있는 거야?]

전남 신안군으로 내려올 때 티베트 무장세력 테러리스트 한 명은 품에 가방을 꼭 안고 있었고, 그것을 본 대한민국 조폭이 이상하게 생각하며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외국 새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 반말이네, 어디서 한국어를 배운 거야.]

전 세계는 요즘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었고 세계공통어가 영어와 불어 그리고 한국어로 굳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언어를 꼽으라면 영어와 중국어일 수밖에 없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인이나 투자자들은 이제 한국어를 모르면 비즈니스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요즘 한국어가 세계에서 인기랍니다.]

[대통령이 잘하는 거지.]

[예, 그런 것 같습니다. 하여튼 무자격 한국어 강사들이 해외로 많이 나가서 문제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

[예, 그렇습니다. 헤헤헤!]

하여튼 이런 이야기가 조폭들의 입에서 나오니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했다.

[저 가방 좀 가지고 와.]

조폭 두목이 다시 테러리스트가 품에 안고 있는 가방을 가지고 오라고 했었고, 조폭 부하가 가방을 품에 꼭 안고 있는 테러리스트를 묵사발을 낸 후에 가방을 빼앗아서 자기 두목에게 줬었다.

[안…. 안 돼, 그 가방은 절대 안 돼……!]

봉고차를 탔을 때부터 두 테러리스트는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직감했었다.

[뭐……. 뭐냐 이거?]

가방을 연 조폭 두목은 가방 안에 10만 원짜리 지폐가 두 뭉치가 있는 것을 보고 황당한 눈빛을 보였었다. 물론 그 돈은 두 테러리스트가 백범을 암살하기 인천에서 불법적으로 총기를 사기 위해 가지고 온 군자금이었다.

[행님, 이 새끼, 웃긴데요.]

[내놔, 내놓으라고!]

퍽!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도 발악하는 테러리스트는 또 한 번 묵사발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외국 노동자들이 이렇게 돈 많이 가지고 오는 것은 처음 봅니다.]

[이건 뽀너스네, 흐흐흐!]

하여튼 세계 최강국으로 거듭난 대한민국 연방에서도 여전히 조폭은 존재하고, 또 여전히 해안가에는 염전이 존재했으며 간혹 염전에는 억울한 염전 노예들이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었다.

분명한 것은 이 조폭들에게 티베트 무장세력 두 테러리스트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그저 외국인 불법 밀입국 노동자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야, 블랑카, 일해, 어여어여, 일해-!”

염전 밖에서 덩치가 좋은 중년의 남자가 테러리스트 중의 한 명에게 소리쳤고 그 중년의 남자 역시 블랑카라는 테러리스트를 외국인 노동자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내게……. 내게 총만 있었어도……!’

하지만 총도 없고 총을 살 돈도 빼앗기고 또 싸움도 중년의 남자보다 못하는 티베트 무장단체 소속 테러리스트였다.

‘한국 사람……. 나빠요, 싸움도 졸라 잘해요……!’

블랑카는 중년의 남자에게 덤벼본 후 또 묵사발이 난 후에 이런 생각만 속으로 뇌까릴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대한민국 전남 신안 염전에서는 이렇게 신기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 * *

새우잡이 멍텅구리 어선 갑판 위.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 말에는 모순이 존재하는데 대한민국이 백범 일가(?)에 의해 고성장을 거듭했고, 그에 따라서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발생했기에 이런 노동집약적인 어업이나 농업에는 노동력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자리는 불법 밀입국자가 채우고 있었다.

“야, 내가 누군 줄 알아!”

봉고차에서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두들겨 맞은 티베트 무장세력 테러리스트는 새우잡이 멍텅구리 어선에 태워진 후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발악 아닌 발악을 하고 있었다.

“저건 진짜 어디 말이냐?”

“선장님, 베트남어가 아닐까요?”

“야, 베트남어는 앵앵거리잖아. 쟤는 앵앵거리지 않잖아.”

베트남어는 성조가 있기에 한국 사람이 듣기에는 앵앵거리는 소리처럼 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베트남과 태국,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은 장모님의 나라였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베트남이 대한민국에 뒤통수를 친 후로 국민감정이 악화되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람들은 일본 다음으로 베트남 사람들을 싫어하게 됐다.

그와 함께 베트남도 혐한 감정이 상승하면서 노동자의 인건비도 상승하고, 대한민국 기업들이 모두 탈베트남을 추진해서 새롭게 성장하던 베트남은 다시 1990년대로 경제가 후퇴해 버렸었다.

“야, 또라이, 너 싸와디 캅 해봐!”

멍텅구리 배 선원 하나가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테러리스트에게 소리쳤다.

“딱 봐도 태국 애잖아.”

멍텅구리 배 선장이 말했고 선원들도 피식 웃었다.

“야, 이 띠발놈들아! 다 죽여 버린다!”

테러리스트가 소리를 질렀다.

“저건 또 한국말로 제대로 말하네.”

“선장님, 원래 욕부터 배운답니다.”

“하여튼 저 새끼는 맞아도 지치지를 안네.”

“그러게 말입니다. 돈 벌려고 왔으면 돈이나 벌지 왜 지랄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새우잡이 멍텅구리 배에 탄 사람들 역시 길길이 날뛰고 있는 티베트 무장세력 테러리스트를 그냥 외국인 노동자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애를 잡는 것부터 일이 시작되니 어디 새우나 잡히겠어, 얼른 조지고 일하자.”

“예, 선장님.”

멍텅구리 배 선원들이 발악하는 테러리스트에게 달려들어 다시 지근지근 밟았다.

퍽퍽, 퍽퍽!

“으윽……. 으윽……!”

멍텅구리 배에 강제로 태워진 티베트 무장세력 테러리스트는 왜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나빠요-!”

맞으면서 대한민국이 나쁘다고 소리치는 테러리스트 출신 외국인 노동자였다.

* * *

대한민국 경찰청 국제 범죄 수사팀 회의실.

“외국인들의 밀입국이 늘어나고 있는 상태고 그에 따라서 밀입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신매매 범죄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외국인들의 밀입국 사건이 늘어났고, 그런 밀입국자들을 이용한 악성 범죄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태였다.

한마디로 코리아 드림을 꿈꾸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밀입국했지만, 어디에나 악인들이 존재하기에 그것을 이용해 조폭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사회적인 문제가 되겠고 국외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국격이 실추되는 일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 국제 범죄 수사팀의 회의를 주관하고 있는 사람이 경찰청 청장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청장님.”

“그러니까, 밀입국 자체를 막아야 하겠지만 밀입국이 된 상태라면 그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범죄는 경찰청 소관이니 대한민국의 국격 유지를 위해서라도 철저하게 밀입국자들에 대한 인신매매단을 뿌리 뽑아야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청장님.”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안보수석과 민정수석 그리고 국정원 원장이 내 앞에 서 있다. 그리고 서울 중앙지검 검사장이 내 앞에 긴장한 모습으로 서 있는 상태다.

그리고 내 옆의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입국 흔적이 없다는 겁니까?”

나는 세 사람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예, 그렇습니다. 신분을 위장해서 입국했을 가능성이 있기에 대한민국 출입국 사무소와 연계해서 확인했지만 의심되는 입국자는 없습니다.”

민정수석이 내게 바로 대답했다.

“혹시 국정원에서 입수한 첩보가 잘못된 첩보이지 않을까요?”

안보수석이 내게 말했고 국정원 원장이 찰나의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추가된 첩보 사항으로 두 명의 테러리스트가 입국한 것은 확실하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국정원 원장이 내게 말했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티베트 임시정부로부터 입수한 정보이기에 확실한 것 같습니다.”

“으음……!”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테러가 없는 테러 청정국으로 불려왔었다.

그러니 테러리스트가 입국했다는 첩보와 그들의 목적이 대한민국 대통령인 나를 암살한다는 것이기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지검장님,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번 수사의 중심은 서울 중앙지검이다.

“제가 대통령님과 여러분들에게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것은 수사 방향이 잘못됐다는 겁니다.”

“수사 방향이 잘못됐다고요?”

나는 중앙지검 지검장에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예, 그렇습니다. 신분을 위장하고 대한민국으로 입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국제공항 검색 시스템에 의해서 신분을 위장한 가짜 여권 소지자의 불법 입국은 99% 이상 차단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두 명의 테러리스트가 대한민국으로 침투를 했다면 밀입국일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밀입국?”

“예, 그렇습니다. 경찰청과 검찰청에서 근래에 가장 문제시 하는 범죄는 인신매매입니다.”

서울 중앙지검 지검장의 말에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한민국에 인신매매가 아직 잔존하고 있다고 지금 대통령인 제게 말하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조금 전까지 바짝 긴장했던 서울 중앙지검 검사장이 나를 보며 똑똑히 대답했다.

“불법 밀입국 조직과 인신매매 조직이 연계해서 대한민국의 법에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불법 밀입국자들을 밀입국 즉시 인신매매를 해서 대한민국 오지로 팔아넘기는 범죄가 잦아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말은 두 명의 테러리스트가 불법 밀입국을 했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입국했다면 그런 경로일 가능성이 아주 클 것이라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만약 그런 경로라면……?”

나도 모르게 어처구니가 없는 생각이 들었다.

“예?”

“두 명의 테러리스트가 조폭들에 의해서 강제로 어딘가에 팔려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말에 국정원 원장과 안보수석, 그리고 민정수석이 ‘에이, 설마 테러리스트인데?’라는 눈빛을 보이며 나를 봤다.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밀입국 조직과 인신매매단 조직부터 소탕하면서 테러리스트를 찾아보는 것도 해결 방법이라면 해결 방법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서울 중앙지검 지검장이 나를 보며 대답했다.

“대통령님, 그래도 테러리스트입니다. 테러를 위해 훈련을 받았을 겁니다. 말이 안 되는 추론입니다.”

국정원 원장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지검장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내 물음에 지검장이 나를 빤히 봤다.

“외람된 말씀이나 시쳇말로 다구리에는 장사 없습니다.”

“아……. 다구리……!”

민정수석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서울 중앙지검 지검장을 봤다.

다구리라는 단어는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올 법한 말은 아닐 것이다.

“됐습니다. 하여튼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인신매매 조직이 존재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하락시키는 일입니다. 검찰과 경찰이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검경에게 합동 조사 본부를 구성하라고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아무 말도 없던 청와대 비서실장이 바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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