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372화 (372/415)

# 372

졸부 집 망나니 외전 7화

2031년 3월 21일 금요일 새벽, 인천 연안 부두 컨테이너 항구.

티베트 무장 독립 세력의 지시를 받은 두 명의 티베트 남자는 정식 통로로는 대한민국으로 입국하는 것이 어렵기에 밀입국 브로커를 이용해 인도에서 중국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다시 중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수출되는 물건들이 실려 있는 컨테이너에 숨어서 대한민국 인천 연안 부두에 상륙할 수 있었다.

물론 이들만 밀입국한 것은 아니었고 이들을 포함해서 10명의 사람이 밀입국에 성공했다.

철컥!

깊은 새벽이었고 인적이 드문 상태에서 컨테이너의 문이 열렸다.

“봉고차에 태워서 바로 보내.”

컨테이너의 문을 연 남자가 옆에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이들은 딱 봐도 조폭처럼 보였다.

“예, 알겠습니다.”

컨테이너의 문이 열리자마자 사흘 동안 이 컨테이너에 갇혀 있던 밀입국자들이 긴장한 눈빛으로 컨테이너의 앞에 서 있는 한국인들을 봤다.

“와……. 구린내가 진동한다. 뭐 이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러 와야 하나?”

사실 대한민국이 발전하면 할수록 대한민국으로 입국하려고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졌고, 대한민국 정부는 동남아 국가에 할당제를 시행해서 부족한 노동력을 채웠다.

하지만 동남아인들은 대한민국으로 입국하기 위해 이렇게 불법 밀입국을 시도했고 그에 따라 이런 밀입국 조직들이 생겨났다.

대한민국이 아시아 최고의 경제 대국이 되기는 했지만 이렇게 어두운 면도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빨리, 빨리해.”

“예, 형님.”

조폭 부하가 바로 대답하고 무서운 얼굴로 변해 긴장하고 있는 10명의 밀입국자를 노려봤다.

“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 한국에 돈 벌러 왔으면 이 정도는 알아먹지?”

여기서 분명한 것은 이번 밀입국자들은 운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었다.

밀입국 조직은 놀랍게도 인신매매 사업까지 함께하고 있었다.

“뭐해? 어서 봉고차에 태워.”

“예, 형님.”

이렇게 해서 여자 4명은 왼쪽에 서 있는 봉고차에 강제로 태워졌고 6명의 남자는 오른쪽의 봉고차에 태워졌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베트남 남자가 조폭들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우리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 일자리까지 바로 만들어주지, 히히히!”

조폭의 대답에 어느 정도 한국어를 익힌 티베트 무장 단체에서 보낸 두 남자는 싸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좀 이상해.”

티베트어로 동료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인간은 불안해지면 몸이 반응하기 마련이다.

그는 티베트 무장 세력이 챙겨준 공작금이 든 가방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조폭이 놓치지 않았다.

“얼른 타.”

하여튼 이렇게 해서 10명의 밀입국자가 봉고차에 나뉘어서 태워졌다.

“다 태웠습니다, 형님.”

조폭 부하가 두목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말했다.

“나도 눈 있다. 여자들은 군산하고 흑산도로 나눠서 보내고.”

“예, 알겠습니다.”

“무조건 선불인 거 알지?”

“예, 잘 압니다.”

“인신매매에 신용거래가 어딨어? 히히히.”

“예, 그렇습니다.”

“남자 새끼들은 신안에 있는 염전하고 멍텅구리배로 나눠서 팔아버려.”

“예, 알겠습니다.”

티베트 무장 세력에서 백범을 암살하라고 보낸 두 명의 전사들은 졸지에 염전 노예나 새우잡이 멍텅구리배의 노예로 팔려가게 생겼다.

* * *

2031년 3월 21일, 북경 주석궁 주석 집무실.

중화인민공화국 왕장 주석이 바이러스 연구소 소장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계획된 그대로 실시했습니다.”

바이러스 연구소 소장의 말에 왕장 주석이 인상을 찡그렸다.

“신장 지역이 대공황 상태로 빠지겠군.”

“예, 그럴 것입니다. 그와 함께 세계로 확산이 될 것이고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과 대한민국으로 전파가 될 것입니다.”

“세상 누구도 몰라야 할 일이라는 것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인류는 2019년에 발생한 우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제 대공황을 겪어야 했다.

물론 그 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중국도 엄청난 타격을 입었고 일본은 국가 붕괴 상태까지 몰렸었는데 똑같은 짓을 반복하려는 중국이었다.

“치료제는?”

“보고를 드린 그대로 95%까지 개발에 성공한 상태입니다.”

“이것이 기회일 수 있을 것이야……. 우린 모든 준비를 끝냈으니까.”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

아니, 절대 저질러서는 안 될 일을 궁지에 몰린 중화인민공화국이 저질러 버린 순간이었다.

“치사율이 얼마라고 했지?”

“감염자 기준 35%입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류는 생화학 무기를 만들었고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사용했었다.

하여튼 중국 정부는 신장 지역의 독립 세력을 박멸하기 위해 새로운 바이러스를 퍼트렸고, 그와 함께 전 세계가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는 음모를 실행에 옮겼다.

“당신은 100% 치료할 수 있는 약 개발 성공에 박차를 가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모든 일이 우리의 뜻대로 된다면 당신은 모든 중화인민공화국 인민들의 영웅이야.”

“돌아가 보겠습니다.”

바이러스 연구소 소장이 왕장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에게 묵례하고 주석의 집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왕장 주석의 측근들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획득한 첩보 사항에 대해서 보고를 드릴 것이 있습니다.”

“뭐지?”

“티베트 무장 세력 중 한 곳에서 백범을 암살하기 위해 테러리스트를 대한민국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악마 백범을 암살하는 사람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전 세계인의 영웅이지.”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 확률은 희박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성공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혼란에 빠질 거고, 백범이 준비하는 모든 통일 준비가 물거품이 되면서 동북아시아의 상황이 돌변하게 될 것입니다.”

“그랬으면 좋겠어, 하지만 큰 기대는 걸 필요가 없을 거야, 우리가 획득한 첩보라면 대한민국 국정원에서도 확보했겠지.”

“그럴 공산이 큽니다.”

“그러니까, 다음 보고는?”

“대한민국에서 통일로 가자는 여론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인민을 선동하는 탁월한 재주를 가진 악마니까.”

왕장 주석은 백범의 얼굴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백범이 국민청문회라는 생방송에서 간도 지역을 언급한 이후 통일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했습니다.”

“백범이 주로 쓰는 전략이지, 민족주의적 감성팔이.”

“예, 그렇죠.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이 간도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게 됐다는 사실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가?”

“예, 이미 보고를 받으신 그대로 간도 지역은 대한민국과 북한 어디에도 독자적으로 흡수되지 않은 공존 지역입니다. 다시 말해 누구의 영토도 아니라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이 이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럼 통일을 부르짖겠군.”

“예, 그렇습니다. 통일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대책은 실행이 됐다.”

왕장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고 그 실행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모르는 왕장 주석의 측근들은 왕장이 무슨 의도로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보건위생 장관을 불러.”

“예?”

“불러.”

“예, 알겠습니다.”

* * *

2031년 3월 21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중화인민공화국 왕장 주석이 예상한 그대로였다.

중국 첩보 기관이 입수한 티베트 무장 단체가 보낸 테러리스트에 대한 첩보는 국가정보원에서도 입수한 것이다.

그들의 목적이 대통령 암살이기에 바로 내게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

“지은 업보가 돌아오고 있는 꼴이라고 해야겠죠.”

나는 내게 보고한 국가정보원 원장을 보며 말했다.

“입국 여부는 정확하게 확인을 끝내지는 못했지만 입국했다는 가정하에서 검거에 돌입하겠습니다.”

“국정원이 국내 수사 권한이 있습니까?”

“대통령님, 현재 상황에서는 국정원에 국내 수사권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원장이 나를 똑바로 보고 말했다.

“이게 목적인가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국내 수사권을 다시 확보하려는 겁니까?”

“그런 목적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첩보를 입수한 것입니다. 중차대한 상황입니다. 검찰이나 경찰이 은밀히 수사와 검거에 착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과거 정부 때 국정원이 시쳇말로 하도 허튼짓 아닌 허튼짓을 해서 국내 수사권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 이후 국정원은 지속해서 국내 첩보 수집 및 수사권을 확보하기 위해 발악 아닌 발악을 했었다.

‘국정원에는 이게 좋은 기회겠지……!’

국정원에 국내 수사권을 주는 것에는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왜냐고?

또 허튼짓을 할 테니까.

“그래도 국정원에 국내 첩보 수집 활동과 테러리스트 검거 작전을 위한 수사관과 체포권을 대통령 행정령으로 다시 부여할 수는 없습니다. 이 일은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일이고 이번 정부는 지난 정부를 계승한다는 것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대통령님, 저와 국정원은…….”

“국정원 원장님. 당신과 국가정보원을 동일시하지 마십시오. 제가 대한민국이 아니듯 당신은 국가정보원이 아닙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국정원은 대통령 각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또 저는 국정원이 꼭 필요한 첩보 기관이라는 것 역시 동의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공헌을 해왔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국정원의 뛰어난 활동이 없었다면 몽골도는 존재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국외 첩보 및 정보 수집 활동과 공작 활동에 전념해 주십시오.”

“아…….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첩보를 수집한 국정원 요원을 청와대 경호실에 파견 조치를 하십시오. 국정원이 직접 나설 수는 없지만, 함께할 수는 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이번 문제는 외부로 공개가 되면 안 될 일이다.

‘다음 주에 한미정상회담도 있으니까……!’

하여튼 어떤 면에서 국가정보원이 제대로 일한 것이다.

“그런데 원장님.”

“예, 대통령님.”

“그들이 절 암살하려면 무기부터 준비가 되어야겠죠?”

“예, 그렇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총기류를 얼마나 쉽게 확보할 수 있을까요?”

“여전히 인천과 부산 그리고 속초 대포항을 중심으로 총기류 불법 거래는 자행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인천과 부산에서 주로 불법 총기류가 밀거래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러시아와의 무역이 왕성하기에 어항이었던 속초 대포항이 무역항으로 발전해 있는 상태라 러시아 선원들의 입항이 많아졌다.

그래서 대포항에서도 불법 총기의 밀거래가 은밀히 자행되고 있다.

“국내 첩보 활동을 여전히 하고 계시군요.”

“아……. 대통령님, 오해이십니다. 경찰에게 받은 자료들입니다.”

“예, 저는 그렇게 믿겠습니다.”

“예, 진실입니다.”

“경호실장님.”

우리의 대화를 경호실장이 듣고 있는 상태다.

“예, 대통령님.”

“국정원이 입수한 첩보 사항이라고는 하지만 확인을 안 해볼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검찰이나 경찰이 나설 부분도 아닌 것 같습니다. 국정원에서 요원들을 파견받아서 확인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또 국민이 혼란에 빠지지 않게 비밀 유지가 우선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국정원 원장의 보고를 받아서 그런지 이상하게 마음이 찜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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