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9
졸부 집 망나니 외전 4화
2031년 3월 18일 화요일, 한반도 통일 준비 위원회 의장실.
대한민국 연방 대통령인 나는 한반도 통일 준비 위원회 의장도 겸하고 있고, 한반도 통일 준비 위원회는 청와대 직속 기관이 된 상태다.
‘아직도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 많군.’
한반도 통일 준비 위원회 의장실은 청와대 내부에 있다.
어떤 면에서는 특급 통제 구역인 이곳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통령 각하, 국민 여론이 대한민국이 연방제 국가가 된 상태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흡수 통일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국민 청문회가 내일이죠?”
“예, 그렇습니다. 국민 청문회에서 특급 보안 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여론을 돌릴 방법이 없을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렇기는 하죠.”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 통일 준비 위원회가 계획하는 특급 보안 사항을 국민에게 공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북한을 통일하고……. 연해주 특구를 러시아에서 산 후에!’
중화인민공화국의 내몽골 자지 주를 편입한 후 빼앗긴 고토인 만주 지역까지 대한민국 연방에 합병하는 것이, 실질적인 한반도 통일 준비 위원회의 최종 목표다.
“첫 시작이 가장 험난하겠군요.”
“예, 그런 것 같습니다.”
“강산 부의장.”
한반도 통일 준비 위원회의 의장은 나지만 준비 위원회가 세운 실질적인 계획들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부의장인 강산이다. 그는 국정원 소속이었다가 내게 발탁된 인물로, 동북아시아 전문가다.
“예, 대통령님.”
“이번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작용하는 변곡점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외부라고 하셨습니까?”
“국가의 내부가 분열할 때 국민의 불만을 내부가 아닌 외부로 돌리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죠.”
내 말에 강산 부의장이 나를 빤히 봤다.
“대통령님……. 지금 대통령님께서는 독재자처럼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래서 강산을 한반도 통일 준비 위원회의 부의장으로 선임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사실 10년 동안 나와 함께 일해왔다.
‘국정원의 구호대로!’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해 왔던, 숨어 있을 수밖에 없는 애국자다.
“외부에서 변곡점을 만들어내자는 것이 아니라 잘 파악해 보시라는 겁니다.”
“구차한 변명이십니다.”
“압니다. 구차한 변명이라는 것을! 그래도 가야 하는 길이죠.”
사실 나는 이제 과감하고 공격적인 행보 때문에 이미 독재자에 가깝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 내부의 민주주의를 훼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내가 독재자라고 불리는 것은 외부의 평가지.’
특히 일본과 중국은 나를 그냥 악마라고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이번 발표에 관해 북측은 어떤 상황입니까?”
잠정적으로 남북이 통일에 대한 합의를 끝낸 상태라고 해도 북한의 권력자들은 또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과거의 북한과 달리 지금의 북한은 경제 개방과 경제 발전 때문에 북한 주민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폐쇄 국가가 아니기에 통일 상황을 뒤바꾸는 돌발 행동은 할 수가 없다.
“현재 북측은 통일에 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사소한 잡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소한 잡음이라면?”
“통일 후에 실시될 처벌 관련 문제에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나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부분인데 북측 최고위층은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남에 대한 부관참시(?)를 걱정하는 것이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다음 북한 총선이 중요하겠군요.”
이제 북한 역시 선거로 주석을 선출한다. 김정일의 아들인 김정남이 현재 내 지원 때문에 북한의 주석으로 권력을 잡고 있지만, 다음 북한 총선 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다음 총선에서 집권자가 바뀌면 그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거군요.”
“가진 권력을 쉽게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죠.”
“제가 딱 한 명 그런 사람을 아는데 대통령이십니다.”
이것은 나에 대한 강산의 맹신이다.
“10년이 지나면 50이고 국민에게 재신임을 받아서 10년을 더 연장하면 환갑입니다. 늙어서까지 머리 아픈 일에 집중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 말뜻을 알겠다는 듯 강산 부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님.”
“예, 말씀하세요.”
“일본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조짐이 보입니다.”
물론 중국과 일본과 사이가 좋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전임 대통령이 집권한 후부터 일본과 중국은 국교만 유지가 되어 있을 뿐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왜?
그 두 국가는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에 당한 것이 너무 많으니까.
“일본 정부는…….”
“새롭게 설정된 한일공동개발 수역 문제 때문에 혐한 감정이 극도로 상승한 상태입니다. 중진국으로 전락한 일본이 다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려면 한일공동개발 수역에 매장되어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대한 개발 착수가 절실한 실정입니다.”
사실 일본 경제는 2000년부터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2020년 이후 완벽하게 무너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팬더믹 상황이 기름을 부은 꼴이지.’
물론 내가 보유하고 있는 그룹에 의해서 철저하게 일본 산업 분야가 무너진 것도 이유라면 이유지만, 아베 신조의 고집이 결국 일본을 중진국으로 끌어내린 것이다.
‘마지막 한 방을 날린 것은!’
일본 정부가 자기 마음대로 엔화를 무제한으로 찍어내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그 조약이 체결될 때 미국의 지원이 상당했고 엔화를 무제한으로 찍어내지 못하게 된 일본은 국가 부채 때문에 결국에는 중진국이 되어버렸다.
“미국이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개발은 미국 셰일 가스 혁명을 무너트릴 레지스탕스 같은 존재이니까.”
사실 대한민국이 독도에, 또 이어도 남단에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채굴하지 않는 것도 미국 때문이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의 관계가 이 정도라도 유지가 되는 것은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채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미국 정부에서 동북아시아에 관한 정책을 변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뻔하죠. 대한민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일본을 지원하려는 거겠죠?”
“예, 그렇습니다.”
“이미 시체에 무슨 짓을 해도 되살릴 방법은 없죠. 미국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지원할 수도 없으니 미국과의 현재 관계만 유지하면 됩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이제는 내가 대한민국 대통령이기에 국무회의에 참석해야 할 시간이다.
* * *
인도 지역에 있는 티베트 독립 무장 세력의 근거지.
“결국, 밀약을 깨고 티베트를 배신한 것은 악마 백범입니다.”
티베트 독립을 위한 무장 세력은 인도 정부의 빈약한 지원 속에서도 티베트의 독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중화인민공화국과 약속한 그대로 티베트 독립 문제에서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달라이라마께서 평화를 강조하셨지만,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거짓된 평화로 독립된 국가는 없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무장 세력이 티베트 임시 정부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무장 집단이라는 사실이다.
“옳소.”
티베트 무장 세력의 단장이 모두의 의견이 옳다는 듯 짧게 말했다.
지금까지 인도에 거점을 둔 티베트 임시 정부는 달라이라마와 함께 비폭력 독립운동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백범과 중화인민공화국 주석과의 북경 밀약을 체결한 후 무장봉기에 의한 독립을 달성하자는 세력이 만들어졌다.
그들의 1차 목표는 백범 암살이었다.
“백범 그 야차의 암살 성공이 티베트 무장봉기의 첫 시작이 될 것이니, 차질 없이 준비하고 한 번에 성공해야 합니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혁명 전사들을 파키스탄 근로자로 위장하여 대한민국에 잠입시킬 예정입니다.”
대한민국과 파키스탄 정부는 근로자 취업 자율화 협정이 체결되어 있었다.
대한민국은 영토가 확장되면서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기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근로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성공만 한다면 지옥은 우리의 몫이겠군요.”
티베트 무장 단체의 단장이 백범을 암살하면 자산들은 지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티베트 불교를 믿는 존재들은 이슬람교를 믿는 테러리스트와는 또 다른 부분이 존재했다.
이슬람의 자하드 세력들은 폭탄 테러를 하거나 누군가를 암살하다가 죽으면 천국으로 간다고 믿고 있으니까.
하여튼 대한민국 대통령 백범은 그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악마였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일본 정부가 다시 한번 한일공동개발 구역의 개발을 추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 왔습니다.”
외교부 장관이 일본 정부의 입장을 내게 전달했다.
“그 부분은 국제 에너지 패권이 달린 문제라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니, 이러한 우리의 입장을 일본 정부에 잘 전달하십시오.”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입니다.”
“그건 일본 정부의 입장이고요.”
“아……. 죄송합니다.”
“국무위원 모두 잘 생각해 봅시다. 현재 미국의 경제는 조금씩 셰일 가스에 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상태다. 물론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이며 누구도 무시할 수 있는 시장 규모를 가진 국가라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렇기는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러시아나 중국이 아닌 일본과 대한민국이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채굴하기 시작하면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잘 알겠습니다.”
“경제 부총리님.”
“예, 대통령님.”
“일본 정부에 유상 차관을 제공해 주겠다고 제안해 보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바로 제안해 보겠습니다.”
달랠 수 있을 때까지 달래야 하고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틸 생각이다.
‘자기들은 40년이나 7광구 개발을 미뤄놓고서는……!’
이렇게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다.
“국방부 장관님.”
“예, 대통령님.”
“개인적으로 드리는 질문입니다.”
내 말에 국방부 장관과 다른 국무위원들이 더 긴장한 눈빛을 보였다.
“아……. 예.”
“현재 대한민국의 국방력으로 중국과의 전면전이 가능합니까?”
“대……. 대통령님……!”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개인적인 질문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물론 내가 대한민국 대통령이기에 개인적인 질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죄송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국방예산이 매년 1,000조 가까이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국방력이 어느 정도로 국가 순위를 유지하는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미국이 무척이나 우려하는 부분이고 중화인민공화국과 일본은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