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4
2부 64화 죄 지은 자들은 모두 죽었다
2011년 12월 6일, 모스크바 러시아 대통령 궁 푸틴 대통령 집무실.
오늘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역사상 가장 웅대하게 기록될 수도 있는 날일 것이다.
현재 북한의 국가 경제력은 세계 70위까지 올라선 상태고 러시아는 세계 경제 규모 15위에 올라선 상태다. 이것은 모두 이 자리에 참석하고 있는 내가 러시아와 북한의 경제를 돕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축소하고 있고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행사하려고 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제 공업 후진국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보유국이면서 선진 공업화를 빠르게 이룩한 국가로 거듭났고 군사력 역시 여전히 미국 다음으로 강대하다. 또한, 불확실한 경제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대한 영토가 국가의 성장에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소.”
지금 이 자리는 러시아가 연해주 경제특구에 대한 모든 권한을 북한에 이양하는 조약이 체결되는 자리다. 러시아가 노릇 자위라고 할 수 있는 연해주 경제특구를 포기할 수 있는 것은 유럽과 가까운 지역에 러시아만의 경제특구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투자를 하지.’
자그마치 3조 달러의 투자다. 대한민국의 외한 보유액은 12조 달러로 확대됐고, 그중 3조 달러를 북한에 차관으로 제공하여 북한이 러시아에 연해주 경제특구의 모든 권리를 이양받는 중이다.
이게 무슨 의미냐고?
연해주 경제특구의 땅을 러시아가 북한에 완전하게 이양하면 그 지역은 북한의 영토가 되고, 이렇게 되면 북한과 몽골 공화국이 국경을 마주 보게 된다.
‘몽골 공화국 합병 계획의 하나다.’
그것을 위해 나는 3조 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러시아가 추진하는 3개의 경제특구 개발 지역에 3조 달러를 투자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투자에 대한 모든 지분은 러시아가 보유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겠습니다.”
내 말에 김정일 위원장은 아무 말도 없이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지쳐 보여……!’
만성 피로가 역력해 보인다. 아마 내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이때쯤에 김정일 위원장은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다시 말해 이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나와 함께 한민족을 위해 이룬 마지막 업적이 될 것이라는 소리다.
“좋습니다.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은 이미 러시아의 영향력을 벗어났고, 대한민국과 북한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소. 과감하게 나는 러시아의 발전을 위해 연해주 경제특구 지역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겠소.”
그래서 받는 돈이 3조 달러다. 이것은 러시아로서는 현명한 선택이다.
세계 최대의 영토 대국인 러시아에 연해주지역은 그저 작은 점에 불과하니까. 그에 반해 유럽과 가까운 지역에 러시아가 주도하는 경제 중심지가 만들어진다면 러시아는 그렇게 소망하던 유럽 국가로 거듭나게 된다.
“감사합니다, 푸틴 대통령.”
“아닙니다, 김정일 국방 위원장.”
저 둘은 나를 끝까지 믿었기에 이런 풍요를 끌어내는 국가 원수로 자신들의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앞으로도 미국이 계속 긴장하겠군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여전히 미국은 강대국입니다.”
“그것은 나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는 곧 무너지게 될 겁니다. 러시아와 북한 그리고 대한민국에 의해서 말입니다. 하하하!”
푸틴 대통령의 말에 김정일 위원장도 미소를 머금었다.
“푸틴 대통령 각하.”
김정일 위원장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불렀다.
“예, 김정일 위원장.”
“미국을 더욱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어떻게요?”
“러시아가 유럽 국가이니 EU에 가입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러시아가요?”
“현재 독일이 EU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그 역할을 인계받는다면 미국은 더 세계 질서의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가 아니게 됩니다.”
이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제야말로 동북아시아에서 발을 빼라고 하는 소리다.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선수를 쳤다.
“하하하, 이미 추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꿈은 웅장했다. 그리고 구소련 이후 잃어버린 강대국의 이미지를 되찾으려고 한다.
“이제 러시아는 동북아시아에서 철수하고 중앙아시아와 유럽에 집중할 것입니다. 영토가 크다고 세계 최강대국은 아니니까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기에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 둘이서 싸워라.’
그럼 대한민국에 이롭다.
“예, 옳으신 판단인 것 같습니다. 러시아가 동북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축소하시겠다고 말씀을 하셨으니 쿠릴 열도 문제는 어떻게 진행하면 좋겠습니까.”
내 물음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나를 빤히 봤다.
“으음…….”
그는 신음을 토해냈다.
“연해주가 북한의 영토로 편입되면 쿠릴 열도도 북한의 영토에 귀속되어야 한다고 내게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게 되물었다.
“야마시타 일본 총리께서 제게 푸틴 대통령께 조심히 물어 달라고 했습니다.”
현재 일본은 대한민국에 조건 없는 항복을 한 상태지만 국내 문제로 혼란스러운 상태다.
-오키나와가 독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나는 이 순간 야마시타 일본 총리가 내게 요청한 일을 떠올리고 있다.
-오키나와가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오키나와의 입장에서는 민족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니 당연히 그렇게 추진할 수밖에 없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키나와 독립주의자들이 나를 비밀리에 찾아와서 오키나와 독립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이다.
-오키나와가 독립하면 일본은 과거로 퇴보합니다.
물론 내가 바라는 것이다.
-오키나와를 잃는 대신에 센카쿠 열도를 되찾은 것은 어떻습니까?
-회장님…….
-일본 정부가 무력으로 오키나와 독립 의지를 꺾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요즘은 독립주의가 대세입니다. 그러니 민주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십시오. 오키나와를 잃는 대신에 센카쿠 열도를 얻게 될 수 있도록 제가 돕겠습니다.
물론 이 독립주의를 퍼뜨린 존재는 나다.
‘중국을 겨냥했는데!’
일본이 피탄을 맞고 휘청거린 꼴이다.
‘그러니까, 오키나와인들에게 잘해 줬어야지.’
일본은 무너지고 있다.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의 독립을 묵인하게 됐고 그 후 도쿄 인근의 후쿠시마 원전이 터졌다.
한마디로 일본은 엎친 데 덮친 꼴이 됐다.
“그렇군요. 요즘 일본은 오키나와의 독립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죠?”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과 북한은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데 일본은 분열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역시 분열 조짐을 보인다.
“1조 달러입니다.”
이제는 훅 들어갈 때다.
“1조 달러라고 했습니까?”
돈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제가 동양식 표현으로 속물입니다.”
“속물?”
“물질만능주의자라는 뜻입니다.”
“하하하, 그게 가장 솔직한 인간의 면모죠. 나는 북한의 영토가 된 지역에 신경 쓸 정도로 한가하지 않습니다.”
푸틴 대통령에게 답을 얻어낸 것이다. 하여튼 이렇게 연해주 경제특구 이양 조약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그 조약을 성공시켰다.
* * *
2011년 12월 16일 저녁, 북한으로 돌아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안.
모스크바에서 항공기를 타고 대한민국으로 귀국할 수도 있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자신의 3대 세습에 대해 논의할 것이 있다고 해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북한으로 가고 있다.
‘평택을 시작으로 평양을 지나 연해주로 연결된……!’
한몽 횡단 열차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고 평택에서 시작되는 열차 노선은 몽골 공화국의 수도까지 연결되고 있는 상태다.
“백범 회장.”
“예, 국방 위원장 각하.”
“정남이는 지은 죄가 없습니다.”
참 많이도 늙어 보이는 김정일 위원장이다.
“…….”
이럴 때는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 젊을 때 잘못된 통일 정책으로 한민족에게 많은 아픔을 줬소.”
김정일이 내게 이런 발언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늙으면 이렇게 사람은 약해지는 법이다.
“……”
“전 세계는 내가 3대까지 세습을 하겠다고 하면 놀랄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세습 체제에서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남이를 통해서 백범 회장과 함께 한민족이 통일되기를 희망합니다.”
“제가 김정남 부위원장을 돕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시면 나는 감사하겠소.”
이렇게 김정일은 3대 세습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꽤 많은 권력이 김정남에게 넘어간 상태다. 그리고 김정은은 김정남이 두려워 스위스에서 도망쳐 동남아 지역을 돌며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백범 동지.
북한에서는 공식 석상에서는 아무에게나 동지 칭호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지금 김정남이 나를 찾아왔을 때를 떠올리고 있다.
‘김정일과 김정남 그리고 나!’
나는 북한의 특별 시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 김정남 부위원장 동지.
-정은이가 중국 정부와 접촉하는 반동행위를 일삼고 있소.
내게 말했던 김정남의 눈빛에는 살기가 느껴졌다.
-죽이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때의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암울했던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 않소?
-그러니까요. 그러니 그냥 지켜보십시오. 저는 김정일 위원장 각하의 뜻에 따라 절대적으로 김정남 동지를 지지합니다.
-고맙소.
북한 정권의 세습에 내가 이렇게 중요한 위치가 될 줄은 나도 상상도 못 했다.
“쉬십시오. 피곤해 보이십니다.”
“그래야겠소.”
나는 김정일 위원장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 열차 칸으로 왔다.
* * *
2011년 12월 17일 오전 8시 40분, 열차 안.
열차 안의 분위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싸늘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백범… 동지…….”
혼자 식사를 위해 식사 칸으로 왔는데 김정일의 수행 보좌관이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얼굴로 내게 달려왔다.
‘죽었나?’
아마 이때쯤이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렇지 않게 되물었다.
“김… 김정일 위원장 각하께서…….”
“왜요?”
“심장마비 쇼크로 사망하셨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북한 공산당 고위층들이 나를 북한 공산당 최고위층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비공식 북한 권력 서열 7위에 내가 올라 있다.
“뭐… 뭐라고요?
이미 짐작한 일이지만 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민족과 조선 인민을 위하셨던 위원장 각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물론 김정일의 말년에는 민족과 조선 인민을 위해 일했던 김정일이다. 하지만 그는 분명 죄 많은 자다.
그리고 그런 자가 죽었다.
‘죄지은 자가 죽었다.’
죽은 자에게는 누구도 과거의 죄를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오직 역사가 민족에게 죄지은 자를 질타하고 기록할 것이다.
‘이제 통일이 목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