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2
2부 62화 일본이 조건 없이 항복하다 (2)
평양에 있는 1호 초대소.
김정일 위원장은 나를 자신의 집무실로 부르지 않고 1호 초대소로 초대했다.
‘진짜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을 생각이군.’
나는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김정일을 봤다.
“백범 동지, 한잔하시겠소?”
“사양하겠습니다. 제가 위원장 각하처럼 마시면 저는 위원장 각하의 말씀을 들을 수 없게 됩니다.”
“그것은 그렇습니다. 하하하!”
“이제 저를 이곳으로 부르신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김정일 위원장을 뚫어지게 보며 물었다.
“후계자를 결정하는 데 걸림돌이 있소.”
김정일이 나를 보며 말했다.
‘장성택이다.’
북한이 개방정책을 전격적으로 펼친 후에 가장 큰 혜택을 입은 사람은 장성택이다. 그리고 엄청난 자금을 김정일 모르게 착복했다는 것도 나는 이미 보고를 받은 상태다. 그것에 대해 김정일도 이제야 알게 된 것 같다.
“후계자는 정하셨습니까?”
“정남이가 튀는 것이 많지만 연해주 경제특구를 잘 관리하고 있소.”
북한은 네 곳의 경제특구가 있다.
‘개성, 연해주, 신의주. 나선지구.’
그중 나선지구는 실패한 경제특구고 나머지 세 곳은 북한의 젖줄이 되고 있다.
“김정남 동지라면 위원장 각하의 개방정책을 잘 이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남이를 도와주시겠소?”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려면…….”
눈빛이 달라지는 김정일이다.
“신의주 경제특구를 담당하고 있는 장성택 동지에게 지원하는 사업들을 당분간 철수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제부가 미쳤어.”
정말 장성택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을 은밀하게 보고를 받은 모양이다.
“백범 동지는 아셨소?”
마치 너도 장성택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숨겼냐는 눈빛을 보이는 김정일 위원장이다.
“알았습니다.”
“허허허, 항상 솔직하군요.”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있다면 쪽팔려도 해를 가리는 척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김정일이다. 그러니 솔직한 것이 좋다.
“사람이니까, 뭐 그럴 수도 있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제부가 딴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오.”
“예?”
이것은 처음 듣는 것이다.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소.”
또 한 번 김정일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아……!”
“반동이오.”
북한에서 또 한 번의 숙청이 진행될 것 같다.
“백범 동지.”
“예, 위원장 각하.”
“나라고 변하고 싶어서 변했겠소? 나라고 경제 개방정책을 좋아서 실시했겠소?”
“그 말씀은…….”
“이 공화국이 왕국이 될 수는 없지 않겠소.”
과거 대한민국은 북한을 김씨 왕조라고 불렀다. 아니, 지금도 김씨 왕조라고 해야 할 것이다.
‘김정일은 끝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끝이 동유럽의 독재자들처럼 되지 않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민족의 통일을 위해서는 용서할 수 없는 것도 용서해야 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물론 이것은 나 백범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내 이후에 정남이가 백범 동지의 영도를 받아서 잘할 것이라고 믿소. 잘 도와주시오.”
“예, 감사합니다. 그런데 장성택은…….”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고사포에 기름칠했소.”
김정일은 내게 그렇게 말하고 위스키를 단숨에 마셨다.
‘장성택은 결국 아들이 아닌 아비한테 죽는구나…….’
북한의 일이고 내가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막고 싶지도 않다.
‘얼마나 노력해서 단절시킨 북한과 중국인데!’
자본의 단맛을 본 장성택이 쿠데타 비슷한 것을 일으키기 위해 다시 중국에 붙으려고 했다는 사실이 나 역시 괘씸할 뿐이다. 하여튼 다음 3대 세습은 내가 아는 김정은이 아니라 김정남이 될 것 같다.
* * *
2004년 4월 2일, 대한축구 협회 회장실.
내 앞에는 태양 자동차 사장이 앉아 있다.
“회장님, 프리미어리그 소속 첼시 구단을 인수하는 최종 합의를 끝냈습니다.”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는 순간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그 많은 자금으로 축구 구단을 인수하지 못했다면 제가 태양 자동차 회사의 사장일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영국인들의 자존심을 버리게 만드셨으니 잘하신 일입니다.”
“영국인들의 꺾인 자존심은 결국 자본으로 보상한 꼴이지 않습니까.”
“그렇기도 하군요.”
“이제 다음 달에 아시아축구협회 회장 선거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미리 축하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동남아지역 국가들은 이미 내게 호의적이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내가 몽골 공화국의 경제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 효과가 자신의 국가에도 연결되기 바라기 때문이다.
-현재 몽골공화국의 인구는 260만 명입니다. 물론 이것은 정확한 통계라고 말씀을 드릴 수 없습니다. 유목 민족 국가의 특성상 인구 통계를 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몽골공화국의 수도를 벗어나면 몽골공화국의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습니다.
나는 최민수 분석관에게 몽골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하라고 지시를 내린 상태다.
-세계 국토 면적 17위의 국가가 260만 명의 인구군요.
-예, 그렇습니다. 또한 현재의 몽골 공화국 정치인들은 국가를 운영할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지금 누리고 있는 경제적 풍요에 취하고 있습니다.
-언제쯤이면 가능할까요?
-예?
-대한민국이 몽골 공화국과 합법적으로 합병할 수 있는 그날 말입니다.
-그것은 침략입니다.
-몽골공화국이 자발적으로 대한민국과 합병을 원한다면 침략이 아니죠.
-과연 몽골인들이 대한민국과 합병을 원할까요?
-대한민국은 이제 단일민족국가를 벗어나야 합니다. DNA 분석을 해보면 나도 단일 혈통은 아닐 겁니다. 몽골인의 피도 섞여 있을 것이고, 일본인의 피도 섞여 있을 것이고, 중국인의 피도 섞여 있을 겁니다. 또 모르죠, 동유럽 바이킹의 피도 섞여 있을지도.
-과연 가능할까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은 몽골 공화국에 강요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스스로 원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핵심이죠.
사실 현재로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몽골 공화국은 자신들이 가진 영토에 비해 인구가 너무 작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으로 편입된 고비 사막을 제외한다면 인구에 비해 영토가 너무 좁다.
이게 핵심이라면 핵심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미래의 몽골 후손과 대한민국의 후손들이 웃을 수 있다면 그게 최선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먼 미래에 회장님께서는 몽골 후손들에게는 대한민국의 이토히로부미가 되실 겁니다.
그럴 일은 거의 희박하지만 몽골 공화국이 스스로 대한민국과의 합병을 희망한다고 해도 독립을 주장하는 몽골인들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과거 조선을 침략한 일본제국주의의 거두인 이토히로부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기꺼이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고 하면 됩니다. 가까운 미래에 국가와 민족의 의미가 오늘과 같겠습니까.
인간은 안전한 풍요를 원한다. 그리고 그 풍요를 누리게 될 때 국가보다는 개인이 되게 마련이다.
-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북한과 몽골 공화국 사이는 러시아의 영토가 있습니다.
-삽시다. 사면 되지 않습니까.
성장하지 않으면 퇴보하는 법.
대한민국은 끝없이 성장해야 한다.
“회장님.”
그때 회상에 잠겨 있던 나를 태양 자동차 사장이 불렀다.
“예, 말씀하십시오.”
“피파 회장 선거에는 언제 출마하실 생각이십니까?”
축구 분야의 최종 목표는 당연히 피파 회장이다.
“경력을 쌓아야겠죠.”
무엇이든 단숨에 되는 일은 없으니까.
따르릉, 따르릉!
그때 내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고 이제 내 휴대전화는 세계를 움직이는 정상들과만 번호를 교환했기에 그들 중 한 명이 내게 전화를 건 것이다.
‘청와대?’
대한민국 대통령께서 나를 찾고 계신다.
딸각!
“백범입니다.”
-청와대에서 좀 봅시다.
대통령 각하의 호출이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호출이십니까?”
태양 자동차 회사 사장이 내게 물었다.
“항상 있는 일이죠. 그리고 러시아에 더 지원할 방법을 찾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수소차 연구와 함께 신형 가스차 개발도 박차를 가하셔야 합니다.”
물론 현재 가스차는 오래전에 개발되어 전 세계에 상용화가 되어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가스차는 메탄하이드레이트로 움직이는 가스차다.
“속초에 연구실을 설립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여수와 창원이 7광구에서 채굴되는 원유와 천연가스로 세계 최대의 석유 화학 도시가 된 상태다. 앞으로는 속초를 시작으로 강릉이 메탄하이드레이트로 세계 최대의 에너지 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럼 이만, 저는 바쁠 수밖에 없네요.”
* * *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신임 일본 총리가 특사 방문을 정중히 요청했습니다.”
이번에도 특사 활동을 요청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이제는 스스로 자신들이 대한민국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모양입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백범 회장께서 일본을 좀 다녀오셨으면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대통령이 가라면 간다.
그것이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조건 없는 항복!’
일본이 진심으로 대한민국에 사죄하지는 않겠지만 또 내가 그 사죄를 바라지도 않지만 이제는 중국을 더욱 압박해야 할 때이기에 일본과 손을 잡을 것이다.
그리고 조건 없는 항복도 받아낼 것이다.
* * *
2004년 4월 5일, 일본 정부 청사 총리 집무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본국에 요구했던 모든 사항을 조건 없이 수용하겠습니다.”
야마시타 신임 일본 총리가 내게 말했다.
“모든 사항이라고 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위안부…….”
“일본군 성노예입니다.”
“예, 일본군 성노예로 강제적으로 고통을 겪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할 것이고 그에 합당한 배… 배상을 추진하겠습니다.”
보상과 배상은 확실히 다르다.
“그리고요?”
“또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배상 역시 그들이 만족할 수 있게 배상하겠습니다. 국가와 함께 전범기업들이 1+1의 형태로 배상하겠습니다.”
이제야 일본은 안 것이다.
자신들이 이제는 대한민국에게 오랜 세월 동안 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래서 일본이 더 무섭다……!’
자존심을 꺾어야 할 때는 이렇게 자존심을 꺾고 현재의 굴욕을 곱씹으며 미래를 준비하려는 이 모습이 먼 미래가 되었을 때 어떻게 상황이 변해 있을지 나는 두려울 뿐이다.
“좋습니다. 진심 어린 사죄는 바라지 않습니다. 말로 하는 사죄보다 그에 합당한 배상이 진짜 사죄죠.”
대한민국 사람들은 일본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항상 요구했었다. 하지만 그 진심이 물질의 위에 올려 있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예, 그렇습니다. 특사, 양국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양국의 협력과 우호를 증진하고 싶습니다.”
“조건이 있습니다.”
지금 이론은 조건 없는 항복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내가 또 조건이 있다고 하니 야마시타 일본 총리는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다.
“말… 말씀하십시오.”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되어 있는 조선인 위패를 모두 대한민국에 반환해 주십시오.”
“야스쿠니 신사는 민간 소유의 사찰입니다.”
“희생된 조선 출신 대한민국 사람들이 일본의 신이 되기를 희망하지 않을 겁니다.”
사실 이 부분은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일이다.
“민간 소유라고 한다면 일본이 알아서 처리해 주십시오. 양국의 발전을 증진하고 싶다고 하셨으니 그 정도의 요구는 따라주시기를 바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일본은 정말 조건 없는 항복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일본 총리께서 말씀해 보십시오.”
“일본의 무너진 경제를 갱생시키기 위해 7광구 일부 지역의 개발권을…….”
“드리죠.”
조건 없는 항복이라고 해도 받은 것이 있으니 줘야 한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제 전화번호입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내 명함을 꺼내 야마시타 일본 총리에게 내밀었다.
“저장하세요. 아시겠지만 세계를 경영하는 국가 정상들이 저와 통화합니다.”
내 말에 일본 신임 총리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