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0
2부 60화 평양에 펄럭이는 태극기
통일한국당 당사.
통일한국당 모든 당원은 총선 개표 방송을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다.
‘벽에 꽂혀 있는 무궁화가 몇 개야.’
지금까지 당선 확정이 된 것은 230석이다. 국회의원 총의석수는 300석이고 이 상태라도 압승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주 갑 통일한국당 고승현 의원이 당선이 확정되었습니다.]
“231……!”
어느 당원은 이제 귀찮다는 듯 중얼거릴 뿐이다. 그리고 함정을 지를 힘도 남아 있지 않다는 눈빛이다.
“우리 이러지 말고 내일 뉴스로 확인을 하시죠?”
통일한국당 대변인이 농담처럼 말했다.
“그럴까요, 그럼.”
분위기가 정말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여튼 이런 분위기로 흐르고 있었고 통일한국당은 이번 총선에서 자그마치 250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다.
‘야당 말살이라고 하겠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은 50석만 확보했다.
* * *
국회의사당
“투표 인원 300표 중의 245표의 찬성으로, 대한민국 전투병을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인 고비 사막 지역에 주둔시킬 것을 가결합니다.”
탕탕탕!
국회의장이 고비 사막에 전투병을 파병하는 안건에 대해 가결된 것을 공표하는 순간이다. 이제 대한민국 국군은 한반도를 넘어 북한을 육로로 이용해 섬처럼 떨어져 있는 고비 사막에 파병될 수 있는 합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누구지?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통일한국당은 250석을 확보했다. 그런데 당론에 대한 이탈표가 다섯 표나 된다.
“접니다. 왜요?”
그때 여성 의원이 당차게 나왔다.
“차 위원, 당론으로 결정한 일이지 않습니까.”
반대표를 던졌다고 해도 이렇게 대놓고 내가 반대표를 던졌다고 말할 수 있는 통일한국당의 분위기다.
“여기가 과거의 북한입니까?”
“예?”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거수기도 아니고 각자의 소신에 의해서 결정하는 거지. 왜 자꾸 당론만 따르라는 겁니까?”
“이번 당론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까?”
“그렇지는 않아요.”
“그런데 왜요? 차 의원도 여군 대위 출신이니 영토 수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여군? 성차별 발언입니다. 군인 출신이라고 하셔야죠.”
“죄송합니다.”
바로 여군 발언을 한 남자 의원이 차 의원에게 사과했다.
“자꾸만 당론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지 말자고 저는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예, 잘하셨습니다. 잘했어요.”
통일한국당 의원들이 옥신각신하는 것을 보고 노무성 당 대표자가 웃으며 말했다.
“다음 의결 과제 투표하셔야죠.”
다음 의결과제는 반부패 방지법이다. 물론 여당인 통일한국당의 당론이 가결 쪽이기에 민주주의의 맹점에 의해 부패방지법도 가결될 것이다.
“또 가결이죠.”
“이번에는 의원님들의 뜻에 맡기겠습니다.”
사실 부패방지법이 가격이 된다면 재벌 총수들이나 국회의원들 그리고 고위공무원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럼 부결이 되겠네요. 다들 싫어하니까요.”
차 의원이 다른 의원들을 보며 말했다.
“차 의원, 저는 통일한국당 당 대표로서 통일한국당 의원님들이 국민의 뜻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선거 한 번에 평생 국회의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당 대표님, 지금 공천권으로 소속 의원들을 압박하시는 건가요?”
차 의원이 노무성 당 대표에게 눈을 흘겼다.
“나한테 공천권이 어디에 있습니까? 지난 총선에서도 국민이 공천했습니다. 잘 아시면서요. 갑시다. 야당 의원들 보이콧하기 전에 마무리합시다.”
사실 야당 의원들이 보이콧을 하려는 마음을 굴뚝같을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보이콧을 하면 다음 총선에서 낙마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누구도 투표에 빠지지 못한다.
그만큼 대한민국 국민의 의식이 상승한 상태다.
“반부패 방지법 이후에 소상공인 지원 대책법과 홀로 사는 노인 지원법이 투표될 예정이니까 그리 알고 우리 통일 한국당 의원님들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시는 겁니다.”
“야당 쪽이 가만히 있을까요?”
“야당 쪽 도시락도 모두 주문 끝냈습니다.”
“그 도시락도 태양 푸드겠죠?”
“제일 싸고 맛있지 않습니까.”
“저는 다음 국회에서 재벌 독점법 발의할 겁니다.”
“마음대로 하세요. 국민을 위한 법이라면 제가 동참하겠습니다. 하하하!”
“그 말씀 녹취했습니다.”
“허허허!”
바보처럼 환하게 웃는 노무성 통일한국당 대표였다.
* * *
2003년 7월 12일, 평양에 있는 고려 호텔 남북 정상회담장.
이미 실무자 회의를 통해서 대한민국과 북한의 국교 수교의 조율이 끝난 상태다.
이제 남은 것은 두 국가의 정상들이 수교에 서명하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지금 두 국가의 정상이 조약서에 서명을 했다.
“이제 대한민국 수도에 인공기가 펄럭이겠군요.”
김정일 위원장이 환한 얼굴로 이범성 대통령에게 말했다.
“피차일반이지 않습니까. 이 평양에 태극기가 휘날릴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과 북한은 정식 수교국이 될 수 있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에 대한민국과 북한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고 이 조약 체결에 전 세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그와 동시에 평양과 서울에 대사관이 설치됐으며 양국의 국기가 게양됐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는 국가보안법이 완전하게 철폐가 됐다.
* * *
2003년 11월 12일,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나는 지금 놀랍게도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두 정상들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 부시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에 왔다.
“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를 바랍니다.”
“진정입니까?”
나는 부시 미국 대통령을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
“하하하, 예전에는 그렇게 말했을 거라는 겁니다.”
현재 북한은 중국과 국교를 단절했고 그 이유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오는 시진핑 중국 신임 주석에게 미국이 제공했던 중국의 특급 기밀문서에 대해 말해줬다.
“북한은 이미 중화인민공화국과 국교를 단절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은 이제 정상국가라는 것도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됩니다.”
“적성국인 중국이 핵무장이 된 상태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북한도 핵을 보유해야 합니다. 그와 함께 대한민국도 핵무장에 돌입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도 핵을 보유하겠다고 난리를 칠 겁니다.”
“평화헌법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핵을 가지겠습니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부시 대통령이다.
“그래도 핵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래서 미국과 북한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현재까지도 미국이 다른 국가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나라는 영국과 대한민국밖에는 없다.
‘이승만이 제일 잘한 일이지.’
나는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북한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을 적대하는 남미 국가와 아프리카 국가에서 그들의 교관 역할을 하는 북한군을 철수시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국을 더욱 압박할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미리 조율을 끝낸 사항이니 그렇게 합시다.”
부시 대통령은 내 요구를 알았다고 대답했다.
‘받았으니!’
이제 줘야 한다.
“백범 특사.”
“예, 대통령 각하.”
“북한과의 상호방위군사 조약이 체결되면 북한도 미국의 동맹국이지 않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지금 떠오르는 것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 요청일 것이다.
“나는 미국 대통령으로 두 국가의 특사에게 대한민국 국군과 조선인민군이 미국을 도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종식하고 탈레반으로부터 인권 탄압을 받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의 평화를 위해 파병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줬으니 받겠다고 내게 말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승인했고…….’
나는 이곳으로 오기 전에 이미 이럴 것을 예상했기에 김정일 위원장에게 의견을 물었었다.
-동의합니다. 이미 공화국은 중국과 단교했소. 그러니 미국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소.
문제는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은 전투병 해외 파병을 위해서는 국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내 말에 부시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민국에서 곧 임시국회가 개원되겠죠?”
압박이다.
“예, 그럴 것입니다.”
“기대하고 고대하겠습니다.”
받았으니 줘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대한민국 국군과 북한군은 산악전투에 특출한 능력을 갖춘 군대다. 그리고 현재 미군은 산악지대인 아프가니스탄의 지형 때문에 고전하고 있고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예, 알겠습니다.”
하여튼 이렇게 나는 두 정상이 내게 요구한 모든 것을 미국 부시 대통령에게 얻어내고 귀국했다.
* * *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북한은 이미 미국과의 상호군사방위조약이 체결되면 미국이 요청하는 모든 파병을 수락할 수 있다고 담화문을 발표한 상태다. 그에 반해 대한민국은 전투병 파병에 대한 국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민국 국군 전투병 파병에 대한 투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국회의장의 표정이 밝다.
“찬성 141표, 반대 159표로 이번 상정 안건은 부결되었습니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의 결정이니 겸허하게 따라야 할 것이다.
‘뒷수습이 문제지.’
결과를 통보받은 나는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청년들이 다른 나라의 전쟁에 참전해서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안도하는 마음도 있다.
* * *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진짜 우방은 북한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의회에서 아프가니스탄 전투병 파병 안건이 부결되었다는 그것이 발표됐고, 그래도 북한은 우방국을 위해 전투병을 파병하겠다는 발표가 났다.
그래서 미국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허허허, 그런 것 같소.”
“북한이 많이 변했습니다.”
“그렇소.”
“현재 북한에 투자하는 국외자본 중 2위가 미국입니다.”
물론 1위는 대한민국이다.
“알고 있소.”
“북한이라도 전쟁에 참전하겠다고 의사를 확고하게 밝혔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하여튼 북한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인민군을 파병하기로 했다.
“대통령 각하. 이제는 경제 이야기를 좀 드려야겠습니다.”
경제 담당 보좌관이 부시 대통령에게 말했다.
“뭡니까?”
“사우디가 본국 세일 유전 회사들을 말려 죽이려고 감산 정책에 반대하고 증산 정책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치킨 게임이 시작됐군요.”
“예, 그렇습니다.”
이 치킨 게임에서 제일 크게 피해를 보는 국가는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가 될 것이다.
왜냐고?
수출의 60%를 원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고, 또 정부 재정의 50%를 원유와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버티는 러시아이니까.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절대적 우방국 중의 하나이지 않았소?”
“그렇습니다. 북한이 군사적 우방이 됐고 사우디아라비아가 경제적 적대국이 됐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이 모든 것은 7광구에서 막대한 유전이 채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보좌관이 부시 대통령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본국과 대한민국이 손을 잡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죽여 봅시다.”
부시 대통령이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감산은 개뿔!’
7광구에서 유전을 개발하고 원유를 채굴하는 우도 해양개발 회사의 지분을 부시 가문이 상당하게 보유하고 있기에 대한민국의 감산은 존재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