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359화 (359/415)

# 359

2부 59화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인은?

2002년 12월 19일 새벽 1시, 통일한국당 당사.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싱겁고 박진감 없으며 결과를 빤히 알 수 있고 지금까지 항상 있었던 색깔론이 등장하지 못했던 대통령 선거가 이번 대통령 선거일 것이다.

‘모두가 확신하지.’

나는 통일한국당 대통령 후보인 이범성 대선 후보의 옆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모든 당원은 이범성 대선 후보가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을 100% 확신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당선 확정입니다. 당선 확정! 통일한국당 이범석 후보가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개표 방송 아나운서의 당선 발표 어투로 그저 담담할 뿐이다.

와와와, 와와와!

당선이 확정됐다는 발표와 함께 당원들의 함성이 당사에 울려 퍼졌지만, 그 역시도 힘이 빠져 있었다.

‘당연하지.’

대한민국과 북한이 건국된 후 이렇게 남북이 평화적이었을 때도 없었다.

‘비무장지대는 정말 비무장지대가 됐지.’

비무장지대에서 남한을 겨누던 총구는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북한 인민무력부는 단호하게 비무장지대 철책을 지키던 인민군들을 압록강과 두만강에 전격적으로 배치했고, 비무장지대를 지키는 군대는 대한민국 국군이었다.

‘월남을 막는 조치지.’

대한민국 국군은 북한 지역에서 최소한의 경계 병력만 남은 북한군을 대신해서 탈북자들을 막고 있다. 정말 이보다 아이러니한 순간은 없을 것이다.

또한, 북한군은 대한민국으로 월남하는 북한 주민에 대해서 총을 쏘지 않게 됐다. 물론 월남하는 북한 주민의 수도 거의 없지만 말이다.

“당선인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나는 미소를 보이며 이범성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의 뜻을 전했다.

“백범 회장께서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시죠?”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 당선인께서 이 시작의 첫걸음이십니다.”

내 말에 이범성 대통령 당선인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제 총선이 남았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러니 모든 결정은 결국 국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돌아오는 총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달립시다.”

이범성 대통령 당선인이 내가 악수를 청했고 나는 기꺼이 그의 손을 잡았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이범성 대통령이 나를 긴급하게 불렀다. 그리고 그의 표정은 심각했다.

“내가 먼저입니다.”

“대통령 각하…….”

“북한이 아니라 내가 먼저 대한민국과 북한의 국교 정상화를 요청하는 형태로 진행됐으면 합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내가 먼저라니까요.”

별것도 아닌 것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대통령이시다.

“주고받으시죠.”

“무엇을 주고받습니까?”

“국교 정상화 추진은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요청하는 것으로 하시고, 대통령 각하께서는 국제 사법 재판소에 간도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소하시는 대통령으로 남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간도 문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빼앗긴 고토를 다시 찾으시는 대통령으로 기록되실 겁니다.”

“으음…….”

이범성 대통령은 고민하는 눈빛을 보였다.

“그렇게 하시죠.”

“내가 속이 좁은 겁니까?”

“아닙니다. 대통령 각하.”

“그래요. 나는 총선도 준비해야 하고 또 재임 선거 준비도 해야 합니다.”

물론 아직 대한민국은 헌법 개정을 통해서 단임제인 대통령제를 재임제로 바꾸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돌아오는 총선을 통해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알고 있습니다.”

“국민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곧 총선입니다, 총선.”

“북한에서 선물을 보내올 것입니다.”

“선물이라고 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햇볕 정책을 승계한 평화 정부에게 주는 북한의 선물입니다.”

“뭡니까?”

“들으시면 놀라실 겁니다.”

“뭔데요?”

“북한 김정일 위원장께서 한국 전쟁이 북한의 선제공격에 의한 남침이라는 것을 밝히고 한민족의 아픈 과거를 완벽하게 청산하는 사죄에 따르는 유감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농담이시죠?”

이범성 대통령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다.

“북한의 사과는 처음도 아니지 않습니까.”

북한은 이미 일본에 막대한 배상금을 받기 위해 일본인 납치 사건에 대해 사과를 했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저번 판문점 총격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해 총격을 감행한 북한 병사를 대한민국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탈북자에게 총을 쏜 병사가 있었고, 그 총탄이 남측 판문점 건물에 박히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그것을 빌미로 야당들은 일제히 북한이 지금까지 보인 모든 행보는 위장 전술이라고 선전했지만, 현명한 대한민국 국민은 아무도 그들의 흑색선전을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물론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유공자들께서는 북한의 과거 때문에 믿으셨고 대대적인 시위하셨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각각의 생각이 다름을 이제는 인식하고 있기에 평화적인 시위로 진행됐었다.

‘최소한 성조기는 없었지.’

그럼 된 것이다. 물론 현재 대한민국과 미국의 관계는 그 어떤 때보다 끈끈하다.

“또 야당에서 제대로 충격을 받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이대로면 50년 이내에 통일될 것입니다.”

“50년이라고 했습니까?”

대통령께서는 놀란 눈빛을 보였다.

“예, 그렇습니다.”

“지금 국민은 통일이 내일 된다고 해도 믿을 겁니다. 그런데 50년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니 놀랍습니다.”

“과거의 아픔들이 모두 희석되어야 하고 김일성과 김정일 위원장이 지은 죄들이 당한 사람들에게는 잊히지 않겠지만 희석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50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내 생각이 아니라 북한 고위층의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생각에 동의한 상태다.

“그렇기도 하겠군요.”

“대통령 각하, 이제 총선만 승리하면 됩니다. 헌법 개정을 위한 과반수의 의석만 확보하면 됩니다.”

“그게 당면 과제지요.”

“예, 그렇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대통령제를 개정하고 고비 사막에 파병을 국회로부터 승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 말에 이범성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는 내가 양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 언론에 발표가 됩니까?”

“제가 북한에 요청하기로는 총선 이틀 전에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백범 회장도 이제 정치인 다 됐습니다. 허허허!”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나는 이범성 대통령을 보며 웃었다.

* * *

일본 도쿄 시장 집무실.

백범이 예상한 그대로 야마시타가 도쿄 시장에 당선됐다. 그리고 그는 자민당에서 몇 되지 않는 반극우 정치인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또한, 일본 정치 원로들로부터 다음 일본 총리로 지목된 상태였다.

‘어떻게 가든 총리만 되면 되니까. 하하하!’

야마시타가 이렇게 친한 세력으로 변한 것은 자신, 아니, 그 어떤 일본인도 현재의 백범을 이길 수 없고 또 일본이 대한민국을 이길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부에 대한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이라고 했나?

야마시타는 일본 원로 정치인의 핵심에 질문을 받아야 했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와 함께 전범 기업에 대한 배상 문제도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총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일본 총리가 되기 싫다는 건가?

-전에도 말씀을 드렸습니다. 지금은 메이지 유신 시대와 같다고.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

-대한민국을 이길 수 있다고 보십니까?

-으음…….

-이제 대한민국은 본국과 경제적으로 대등한 상태까지 상승했습니다. 아마도 일 년쯤 지난다면 7광구에서 채굴되는 심해 유전과 천연가스 때문에 경제 규모가 역전하게 될 것입니다.

-경제는 경제야.

-군사적으로 이제 일본 자위대는 대한민국 국군에게 승리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군은 미국으로부터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와 폭격기를 샀습니다. 또한, 항공모함만 해도 다섯 척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독일이 왜 유대인에게 사죄하고 유럽에게 사죄를 했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렇지만…….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까지 반일본 정서가 퍼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선두에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에 무상 원조를 통해서 반일본 정서를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원로님들께서 저를 선택하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단지 일본의 미래를 생각해 주십시오. 반드시 이길 수 없는 싸움은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알았다. 그래도 야마시타 도쿄 시장이 다음 내각의 일본 총리다.

-감사합니다.

“내가 일본 총리가 됐다.”

야마시타 도쿄 사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나의 책무는 버텨내는 것이다.”

야마시타는 이렇게 짧은 시간 일본이 대한민국에게 모든 면에서 추월을 당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 현재의 현실을 가장 빠르게 받아들인 일본 정치인이었다.

* * *

대한민국 총선 이틀 전, 여당 대표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영도하시는 위대한 김정일 위원장 동지께서는 한민족이 세운 또 다른 합법적 국가인 대한민국에게 민족적 화합을 바탕으로 국교 수립을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북한 할머니 아나운서가 사용하는 말투가 변했다.

[또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영도하시는 위대한 김정일 위원장 동지께서는 과거 한민족의 아픈 역사인 한국 전쟁을 통해서 남침을 감행한 것에 대한 유감을 밝히셨습니다. 이에 한민족은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한민족의 밝은 미래를 위해 나갈 것을 촉구하셨습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한국 전쟁이 남침이었음을 시인하고 유감을 표시한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가 놀랄 것이고 야당들은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말처럼 이망생이라는 단어처럼 이망선이라고 또 말할 것이다.

이망선이 뭐냐고?

이번 선거는 망했다가 이망선이다.

“총선 직전에 이러면 막가자는 거지요?”

노무성 대표가 나를 질책했다.

‘십고초려……!’

유비는 삼국지연의에서 제갈공명을 드라마틱하게 얻기 위해서 삼고초려를 했지만, 나는 노무성 대표를 통일한국당 대표로 추대하기 위해 정확하게 9번을 거절당한 후에 승낙을 받아냈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줄 수 있으십니까?

10번째 방문에서 노무성 의원은 내게 물으셨다.

-오로지 그리할 겁니다.

-백범 회장은 정말 쇠심줄 같은 고집쟁이입니다. 싫다는 사람을 이렇게 괴롭힙니까.

-죄송합니다.

-알겠고요, 알았어요. 나는 내가 생각하는 정치를 할 겁니다. 백범 회장은 백범 회장이 생각하는 일을 하세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이런 감투는 달갑지 않아요. 그래도 어쩔 수 없다면 내가 감투를 씁니다.

이렇게 해서 통일 한국당은 노무성 대표를 당 대표자로 추대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이것은 과거 총풍 사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것 같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한민족의 화합과 평화를 위한 조치입니다.”

“그 말씀은 맞는 말씀이고요. 맞고요.”

“예, 그렇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총선 이틀 전에 북한에서 저런 요청을 해온다는 것은 이번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입니다.”

“죄송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강력하게 요청했기에 이렇게 긴급하게 발표를 하게 됐습니다.”

“구차한 변명입니다. 하하하!”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청와대 대통령께서 이번에는 양보하시다니 놀랍네요.”

“민족적 화합 차원에서 양보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이것도 정치 공작이고 여론 조작입니다. 알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다시는 이러지 맙시다. 이건 구시대의 수작입니다, 수작.”

통일한국당 당 대표자가 됐지만 노무성 대표는 바보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더욱더 모든 면에서 발전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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