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8
2부 58화 북한이 움직이다
이틀 후, 중국 북경에 있는 주석궁 주석 집무실.
“왜! 조선은 이틀 동안 왜 핫라인을 받지 않는 거야? 조선 주재 대사는 왜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하고 있는 거야.”
사실 과거 대한민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며 시쳇말로 설설 기는 것처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중국에 설설 길 수밖에 없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그렇지 않게 보이기 위해서 북한은 안간힘을 썼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의 최고 존엄인 김정일은 중국 주석의 핫라인을 이틀째 거부하고 있었고, 중국 대사의 면담 신청도 거부하고 있는 상태였다.
“조선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심상치 않은 움직임?”
“예, 그렇습니다. 대사의 보고에 의하면 일부 친중세력들의 모습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보고자의 보고에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는 중국 대사였다.
“혹시?”
“숙청일 가능성이 큽니다.”
“왜 갑자기?”
“그것까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항공 조사 위원회 위원장이 방북 후에 조선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순간 중국 주석은 싸한 느낌이 들었다.
“지… 지금 즉시!”
중국 주석은 보고자를 봤다.
“예, 주석 각하.”
“미국 대통령에게 내가 통화를 요청한다고 전해.”
“예?”
“전해.”
중국 주석은 자신들이 조선이라고 부르는 북한이 중국 정부를 등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알겠습니다.”
* * *
북한 관영 방송 뉴스 데스크.
흰 저고리와 검은 치마를 입은 북한 아나운서가 공산당에서 보낸 뉴스 전문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뉴스 전문을 가지고 온 공산당 고급 당원을 봤다.
“그대로 낭독하시면 됩니다.”
북한에는 인민 배우가 있고 또 인민 아나운서가 존재한다. 그래서 북한 공산당 고급 당원도 노년의 여자 아나운서에게 하대하지 못했다.
“예, 알겠습니다.”
“공화국의 기본이 달라졌습니다.”
“그것을 왜 당신이 내게 말하죠?”
“예?”
“위대하신 위원장 동지의 결정을 묵묵히 따르는 것이 혁명 전사의 의무이며 권리요. 자아비판을 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고급 당원은 바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생방송 진행 준비가 끝났습니다.”
뉴스 진행 기술자가 노년의 여자 아나운서에게 말했고, 노년의 아나운서는 다시 한번 자신이 받은 뉴스 전문을 봤다.
‘공화국이 변했다.’
이번 뉴스가 발표된다면 세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것이고 중국은 경악하게 될 것이다.
* * *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중국 주석이 핫라인을 통해서 대통령 각하와 긴급 통화를 요청했습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의 수석 보좌관이 부시에게 말했다.
-모든 결정은 미국과 부시 대통령의 뜻에 달려 있습니다.
백범은 김정일과 통화한 내용을 녹취해서 미국에 특급 문서 양식으로 보냈고, 그 녹취록을 부시 대통령은 들었다.
‘공통의 적……!’
중국은 당연히 미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적이라고 규정된 상태다. 그리고 대한민국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아니, 백범은 그렇게 규정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의 최우방인 북한까지 중국에 등을 지겠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들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었다.
‘악의 축이었던 북한을 완벽하게 변화시킨 최초의 미국 대통령!’
부시는 자신에게 이런 칭호가 붙으리라는 것을 생각했고, 이것이 자신의 대통령 임무 수행에서 큰 업적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핫라인 받으시겠습니까?”
“받겠소.”
부시 대통령은 수석 보좌관에게 말하며 핫라인이 연결된 책상 쪽으로 걸어가 핫라인의 수화기를 들었다.
“미국 대통령입니다.”
부시는 핫라인을 받았다.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입니다.
“말씀하십시오.”
-모든 것을 시인하겠습니다.
중국 수석의 말에 부시 미국 대통령은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이 순간 부시 대통령의 수석 보좌관은 누군가가 걸어온 전화를 받고 있었고 미국 대통령의 앞에서 개인 전화를 받는다는 것은 반드시 받아야 할 사람이 전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시 대통령은 수석 보좌관을 봤다.
“TV를 틀겠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수석 보좌관은 TV를 틀었고 TV 화면에서는 북한 관영 방송국의 담화문 발표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시인이라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미국 항공 조사 위원회가 조사하고 있는 것을 시인할 것입니다. 사죄할 것이고 그 이후에 중화인민공화국과 미국의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모색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궁지에 몰렸다고 확신하는 중국 주석이었다.
“늦은 것 같습니다.”
-미국 대통령 각하…….
“북한이 담화문을 발표하기 직전입니다. 시인을 하라고 할 때 하시지. 끊습니다.”
뚝!
미국 대통령은 바로 중국 주석의 핫라인을 끊어버렸다. 사실 이것은 극단적인 외교적 결례였다.
하지만 외교적 결례라는 것은 우방끼리 진행하는 외교에서 가능한 일이고 이미 부시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가상의 적이 아닌, 미국의 국익을 위협하는 본연의 적으로 규정한 상태였다. 물론 이것은 대한민국이 미국의 절대적 우방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국방부 장관께 통보하시오. 대한민국 국군이 고비 사막에 군대를 파병할 때 미군은 레이더 부대와 미사일 부대를 추진 배치하는 것을 내가 승인한다고 전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이것으로 미국과 중국은 되돌릴 수 없는 강은 건너게 된 것이다.
* * *
대한축구 협회 회장실.
나는 위성 TV를 통해서 북한 관영 방송국이 담화문을 발표하는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이것은 국가보안법 위반입니다.”
최민수 분석관이 내게 말했다.
“죽은 법이죠. 곧 대한민국 서울에 인공기가 펄럭일 겁니다.”
물론 평양 한복판에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휘날리겠지만 말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저지른 국제적 테러 범죄에 대해서 밝힌다.]
“저 할머니 목소리 하나는 우렁찬 것 같습니다.”
로버트 킴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러게요. 예전에는 서울 불바다 이야기나 하고 총포탄 이야기만 할 때는 밉상이더니 오늘은 목소리도 시원시원하군요.”
미소가 머금어지는 순간이다.
[중국 정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토에 중국 국적의 전투기로 영공을 침입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영공을 허락한 대한민국 대통령 직무 대행이 탄 대통령 전용기를 격추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겨레는 하나이고 한민족의 평화적 화합을 위해 위대한 영도자이신 김정일 위원장 동지께서 대승적 민족화합을 위해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광스러운 영공을 비행하여 대통령 전용기를 수호할 수 있도록 조치해 줬기에 극악무도한 중국의 전투기들이 목적한 국제적 테러를 자행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중국 주석 끝났습니다.”
최민수 분석관이 내게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하죠.”
그리고 여전히 중국은 대한민국과 한민족을 위협하는 적성국이다.
* * *
북경에 있는 중국 주석궁 중국 주석의 집무실.
[……극악무도한 중국의 전투기들이 목적한 국제적 테러를 자행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TV를 보던 중국 주석은 혈압이 상승하는 것을 느끼며 뒷목을 잡고 휘청거렸다.
“이… 이럴 수가……!”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북한이 자신들을 공격할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주석 각하, 괜찮으십니까?”
그의 보좌관들이 기겁해 중국 주석을 부축했다.
“내… 내가 괜찮을 수 있… 있겠어.”
[또한, 위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극악무도한 중국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한다. 과거 중화인민공화국의 전신인 청나라가 일본과 맺은 간도 밀약을 통해서 갈취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의 공동의 영토인 간도를 반환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주, 주석 각하.”
중국 주석궁에 모여 있는 모두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민주주인민공화국의 강력한 간도 반환 요청을 중국 정부가 거부한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중국과의 국교 단절까지 실행에 옮길 것을 경고한다.]
이것으로 김정일의 결정을 북한 관영 방송국 아나운서를 통해 전 세계에 전달됐다.
* * *
블랙홀 그룹 계열사인 인터넷 검색엔진 회사의 큐브의 회의실.
“간도 협약에 대한 검색 카테고리를 연결하고 티베트 독립 관련 인터넷 뉴스를 집중적으로 기재하라는 것이 블랙홀 그룹의 지시입니다.”
큐브의 사장이 큐브의 중역들에게 말했다.
“계열사 간섭입니다. 또한, 여론 간섭입니다.”
일부 중역들이 큐브 사장에게 말한 중역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추가적으로 중국의 지방인 신장 지역에서 일어나는 민족 말살 정책에 대해서도 기획 뉴스를 작성하고 보도해야 합니다.”
“월권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반대했던 큐브의 중역이 큐브 사장에게 말했다.
“맞습니다. 블랙홀 그룹의 월권이고 세계 여론 조작입니다. PPT 띄우세요.”
큐브 사장이 자신의 비서에게 말했고 비서는 바로 미리 설치된 PPT를 띄웠다.
“왜 이러십니까?”
“저기가 신장 공항입니다.”
“그래서요?”
“저기 보이는 간판이 중국어라서 무슨 뜻인지 잘 모를 겁니다. 인터넷 통역기 큐브를 돌려 보세요.”
큐브 사장이 말했고 큐브의 중역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이 개발한 인터넷 통역기로 검색을 실시했다.
“미, 미친……!”
“이게 말이 됩니까?”
큐브의 중역들은 통역 결과를 확인하고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긴급 장기 수송 통로.”
큐브 사장이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한번 말해줬다.
“전 세계 그 어떤 나라의 공항에도 저런 특별한 통로가 없습니다. 다음 사진.”
다음 사진이 보였고 다수의 신장 위구르인이 그보다 더 많은 중국 경찰에 의해 폭행을 당하는 모습의 사진이 보였다.
“큐브는 세계 인권 발전에 이바지합니다. 이의 있으신 분 있습니까?”
큐브 사장이 중역들을 봤다.
“없습니다.”
* * *
여당 대표실.
“대선이 코앞인데!”
북한 관영 방송국은 대한민국 공영 방송국에 자신들이 발표한 담화문 영상을 바로 보냈고, 당연히 특종일 수밖에 없기에 바로 긴급 특별 방송으로 국민에게 알렸다.
[이 모든 것이 햇볕 정책의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간도를 칭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의 공동의 영토라고 규정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꺼!”
여당 대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실 여당 대표도 햇볕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핵심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 햇볕 정책의 결과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게 됐다.
“이번 대선 필패다.”
통일한국당의 당책은 통일주도 대한민국 성장이었으니까. 그리고 백범이 특별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니까.
“아직 좌절하실 때가 아닙니다.”
여당 대표의 최측근이 조 의원이 여당 대표에게 말했다.
“그래서 뭐?”
“반전의 기회는 있을 겁니다.”
“없어, 절대 없어.”
“그래도 대선에 출마하셔야 합니다.”
“미치겠군.”
여당 대표는 인상만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