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7
2부 57화 북한의 선택? (5)
“회, 회장님……!”
“항상 회장님은 상상을 초월하십니다.”
두 사람의 반응도 충격이었다.
“북한이 한국 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를 할 수 있을까요?”
내 물음에 두 사람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빛을 보였다.
“북한이 한국 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영원한 수령인 김일성을 비난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또한, 김정일 위원장은 아시는 것처럼 김일성의 아들입니다. 어떻게 아들이 아버지의 행적을 잘못된 일이라고 시인하고 사과하겠습니까. 이것은 북한 체제를 근간을 흔드는 일입니다.”
최민수 분석관이 내게 말했다.
“그것까지 내 포석에 들어가 있습니다.”
내 말에 더욱 충격을 받은 눈빛을 보이는 두 사람이다.
“아……. 좋습니다. 만약 김정일 위원장이 회장님의 제안을 수락하고 대한민국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사죄, 아니 사과, 그것도 아니군요. 유감을 표시한다고 해도 대한민국이 과연 헌법까지 개정하고 북한과 국교를 수립할 수 있을까요? 과거의 앙금은 현재에도 앙금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앙금의 고리를 끊어내고 고토인 간도를 수복하는 초석이 될 일입니다.”
“상상과 현실은 다릅니다.”
로버트 킴이 내게 말했다.
“상상이 있어야 현실이 되고 미래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역시 회장님은 몽상가이고 능변가입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 좋습니다. 다 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어떻게 북미방위 상호조약을 체결하게 만드시겠습니까? 이것은 시쳇말로 온 우주의 기운을 다 모아서 염원해도 안 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옳은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앞으로 자신들 최대의 적이 중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에 따라 저와 함께 중국 붕괴 정책을 펴 나갈 것입니다.”
“미국도 대통령은 5년마다 바뀝니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책무는 미국의 국익입니다. 또한, 영원히 세계를 주도하는 강대국이 되는 것 또한 미국 대통령의 의무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중국과 미국은 10년 이내에 빅 투가 됩니다. 그리고 모든 분야에서 대결 구도를 만들 겁니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두려워합니다. 그러니 미국의 걱정에 저는 올인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중국 분열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까?”
“대만을 이용하고 홍콩을 이용하고 또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며 신장 지역의 독립주의자들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대한민국과 국교를 단절할 것입니다.”
“그렇겠죠.”
“그 이후를 생각해 보셨습니까?”
“예.”
“대안이 있으시다는 겁니까?”
“대안은 있죠.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 그리고…….”
나는 말을 하다가 인상을 찡그리고 잠시 말을 끊었다.
“혹시……?”
로버트 킴이 나를 보며 말꼬리를 흐리며 물음표를 던지는 눈빛을 보였다.
“회장님, 제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시죠?”
최민수 분석관도 지금까지 내가 해온 행보와 반대의 행보를 걸으려고 그러냐는 눈빛을 보이며 물었다.
“일본이 무릎을 꿇고 항복을 해온다면 대한민국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또 세계평화를 위하는 측면에서 관계 정상화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회장님……!”
“과연 일본이 그렇게 할까요?”
야마시타 도쿄 시장이 당선됐다. 그리고 그는 아마도 내가 짐작하건대 차세대 일본 총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 매우 공격적으로 친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의도된 거지만!’
야마시타가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가 되고 그가 대한민국, 아니, 나 백범이 추진하고 있는 모든 일본 봉쇄 정책에 굴복해서 무릎을 꿇는다면 나는 기꺼이 그가 내민 손을 잡아줄 생각이다.
“나는 관대합니다.”
내 한마디에 두 사람이 모두 멍해졌다.
* * *
북한 평양 김정일 주석궁 김정일 집무실.
백범이 자신에게 한 말은 김정일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왜 그러십니까? 위원장 각하.”
김정일의 표정이 돌변했기에 장성택이 김정일에게 조심히 물었다.
“으음……!”
“혹시 백범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온 것입니까?”
“그렇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내게 말했소.”
“죄송하지만 어떤 것을…….”
“공화국이 대한민국과 국교 수교 후에 각각의 수도에 대사관을 설치하자고 했소.”
사실 이것은 김정일이 말했던 것이기에 충격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위원장 각하께서 계획하셨던 일이지 않습니까.”
“그랬지. 국교 수교 이후에 대한민국과 공화국이 정전협정을 체결하고 그 이후에 조대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자고 내게 제의를 했소.”
김정일의 말에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입이 쩍 벌어졌다.
“어…….”
“가능, 가능한…….”
북한의 최고위층들은 충격을 받았는지 자신도 모르게 김정일 앞에서 혼잣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 놀랐소?”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이만갑 북한 총리가 김정일이게 말했다.
“지금 백범이 위원장 동지께 제안한 것은 반동 중국과 똑같은 것을 추진하기 위한 술책입니다.”
인민무력부장이 김정일을 보며 말했고 김정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대상호군사방위조약이 체결이 된다면 대한민국이 유사시 적국의 침략을 받게 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동적으로 참전하는 권한을 가지게 됩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공화국 땅에 군대를 파병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고, 그것은 한미상호군사조약에 의해서 미군이 주둔하는 권리를 가지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인민무력부장이 정확하게 파악했다.
“그렇소. 이것은 양날의 검이지.”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공화국은 미국의 우방이 되고, 그 어떤 경제 제재와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우리가 중국 정부로부터 간도 문제를 거론했을 때 미국은 우리의 편에 서서 중국을 압박해 줄 것이오.”
김정일의 말에 북한 고위층은 모두 다시 한번 기겁했다.
“간……. 간도라고 하셨습니까?”
“우리 땅이잖아.”
김정일이 단호하게 말했다.
“일본과 중국이 우리 몰래 체결한 간도 밀약 때문에 중국의 땅이 된 곳이지. 거기는 우리 땅이야. 위대하신 김일성 수령님께서도 항상 그렇게 말씀을 하셨소.”
“그렇기는 하지만 현재 중국이 실효 지배를 하는…….”
“힘이 있다면 못 찾을 것도 없지 않겠소.”
“위원장 각하, 그 말씀은 혹시 백범 동지의 제안을 수락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조금 전 장성택은 백범을 칭할 때 동지라는 단어를 빼고 백범을 칭했지만, 이제는 백범의 이름 뒤에 동지라는 단어를 넣었다.
“심장이 뛰는 일이니까. 또한, 공화국이 완전한 국가라는 것을 전 세계에 공표하는 일이고, 또 전 세계에게 인정받는 일이니까.”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김정일의 눈빛이 달라졌다.
“조건이 있습니까?”
장성택이 김정일의 눈치를 살폈다.
“한국 전쟁에 대한 선제공격의 시인과 사죄를 요구했소.”
이것은 김정일이 자신의 아버지가 한 일을 부정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물론 지금 김정일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태지만 말이다.
“절대 안 됩니다.”
인민무력부장이 김정일에게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모두가 김정일에게 말했다. 하지만 김정일은 여전히 고민하고 있었다.
‘미국과 대한민국이 중국을 적으로 규정했다.’
이 순간 김정일은 핵심 중의 핵심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곧 미국에 의한 또 대한민국에 의한 상상을 초월하는 중국 분열 정책이 시행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순망치한의 관계였지만……!’
중국과 북한은 같은 이념을 가진 국가로 순망치한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는 김정일이다.
‘그래도 순망치한이지.’
하지만 중국이 분열되고 구소련처럼 여러 개의 국가로 쪼개진다면 미국과 대한민국은 북한의 체제를 붕괴할 술책을 꾸밀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김정일이었다.
‘나는 언젠가 죽겠지……!’
-죽어서도 민족이 기록한 역사에 영원한 영웅으로 남으실 것입니다.
그 언젠가 백범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오르는 김정일이였다.
-영원한 영웅이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내가 죽기를 고대하는 것 같소. 하하하!
-위원장 동지께서는 민족의 무궁한 미래를 위해 그 누구보다 오래, 오래 사셔야 합니다.
-무슨 의미로 그렇게 말하는지 알겠소.
북한 체제가 가장 흔들렸을 때가 김일성의 사망 후였다. 그렇다면 김정일이 사망한 후에 다시 북한 체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김정일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백범의 입을 통해서 들었던 김정일이다.
-민족의 영원한 영웅의 아드님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령이 되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유훈 통치가 될 것입니다.
-백범 동지는 공화국의 체제를 인정하는 겁니까?
-민주주의라고 해서 모두 옳고 공산주의라고 해서 모두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왕국이 될 수 없다……!’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부자세습의 독재도 언젠가는 막을 내릴 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드는 김정일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한민족의 영웅으로 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모두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수많은 생각을 했던 김정일은 무슨 결심이라고 한 듯 무거운 눈빛으로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북한 최고위층을 봤다.
“예, 위원장 동지.”
모두가 긴장하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진행한다. 또한, 정전협정도 추진한다. 그 이후에 조대상호군사조약도 체결한다.”
북한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지금 놀랍게도 일어나고 있었다.
“위원장 도… 동지…….”
인민무력부장이 김정일을 불렀다.
“당신 아들은 대를 이어서 인민무력부장이 될 거이오.”
김정일의 말에 인민무력부장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이만갑 총리.”
“예, 위원장 각하.”
“당신도 당신의 혈통도 백두혈통이 되어 누렸던 모든 것을 누리게 될 것이오. 아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나와 함께 새로운 백두혈통이 될 것이다.”
이것은 김정일이 다음 세습을 준비하겠다는 말로 모두에게 들렸다.
“사과한다. 그리고 더 많은 것을 가진다.”
김정일의 결정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인민무력부장.”
“예, 위원장 각하.”
“이제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할까?”
“중국에 협력하는 반동을 색출하여 공화국의 이름으로 처단하겠습니다.”
인민무력부장의 말에 김정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버튼을 눌렀다.
따르릉!
딸각!
“한민족의 이름으로 빼앗긴 고토 간도를 되찾읍시다.”
-…….
백범은 김정일의 결정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