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6
2부 56화 북한의 선택? (4)
북한 평양 김정일 주석궁 김정일 집무실.
김정일이 드디어 결론을 내야 할 때라고 말했기에 이 집무실에 모인 북한 공산당 최고 수뇌부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북한 독재 체제에서 김정일의 결정이 진리이고 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데도 김정일은 지금 처음으로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것을 참고하여 북한의 미래에 관해 결정하려고 하니 북한 공산당 최고 수뇌부들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군부는 위원장 동지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따라야 한다.’
북한의 현 체제가 붕괴되면 가장 많은 것을 잃을 사람들은 김정일을 비롯한 백두혈통이라고 불리는 자들이고 그다음이 북한 인민군 고위층이었다.
“나는 개성공단을 비롯한 연해주 경제특구 그리고 신의주 경제특구가 없었다면 공화국은 언젠가는 중국에 병탄 될 것이라 결론을 내렸소.”
김정일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찰리 브라운이 가지고 온 중국의 최고 등급의 기밀문서를 온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그 기밀문서를 본 사람들은 이대로 계속 현 상태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공화국이 중국에 속하게 되면 나는?’
이민갑 북한 총리 역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때 자신이 잃게 될 것을 걱정했다.
“세상의 이치는 무엇 하나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없는 것 같소. 지금까지 중국이 우리를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고 또 미국을 비롯한 서방열강들의 경제 압박 및 외교 봉쇄에서도 막아준 것은 자신들의 미래 이익을 위해 우리를 냄비 속에 넣어 천천히 삶아 죽이려는 개구리로 생각했기 때문이라 나는 생각하오.”
김정일의 말에 공산당 최고위층들은 이미 김정일의 마음이 중국을 떠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위원장 동지.”
인민무력부 부장이 제일 먼저 김정일의 말에 동의했다.
“나는 이제 또 공화국은 이제 중국에 대한 모든 면에서의 의존도를 약화하려고 합니다.”
북한의 외교 정책이 돌변하는 순간이다.
“그와 함께 우리가 주장하는 주체사상에 입각한 국정 운영을 올바르게 하고자 합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단계는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소. 그에 따라 우리가 경제적인 주체 자립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민족 통합과 협력을 더욱 증진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북한이 친 중국 성향을 버리고 대한민국과 정치적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는 거였다.
“그 말씀은 대한민국과?”
“그렇소, 공화국은 대한민국과 정상적인 국교 수교를 진행할 것이고, 그와 함께 불안정한 휴전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정전협정을 체결하고자 합니다.”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는 김정일의 결정이 발표되는 순간이었다.
“아……!”
“그것이…….”
중국과 더는 친밀한 관계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는 모두가 암묵적인 동의를 끝낸 상태였지만 그것이 대한민국과의 국교 수교와 정전협정까지 진행하리라는 것은 파격 그 자체였다.
“내 생각이 잘못됐거나 실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최고 위원들은 말씀하시오.”
김정일의 결정을 거부하거나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북한 정치인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숙청을 당하고 싶어서 기를 쓰지 않고서는 반대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옳으신 결정이십니다.”
인민무력부장이 제일 먼저 김정일의 결정에 찬동했다.
“위원장 동지의 영도력을 적극적으로 따를 것입니다.”
“저는 북한 총리의 입장으로 대한민국과 외교적인 부분을 정상화하고 평화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습니다.”
북한 총리 이만갑도 당연히 동의할 수밖에 없었고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고는 하지만 김정일의 옆에 서 있는 장성택은 미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공화국에도 이제 따뜻한 돈 바람이 분다.’
하여튼 오늘 북한의 모든 정책이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나와 공화국의 결정을 나는 지금 우리의 동지인 백범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김정일에게 모든 면에서 동지일 수밖에 없는 사람은 백범이었다. 하지만 백범의 지원과 지지는 김정일의 독재 기간을 연장하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핫라인 연결하겠습니다.”
김정일의 수행 보좌관이 김정일에게 말했다.
“핫라인은 청와대와 연결되어 있지 않나?”
“예, 그렇습니다.”
“백범 동지는 대한민국 축구협회 회장이 됐어.”
김정일은 그렇게 말하고 주머니 속에서 2G 폰을 꺼냈다.
“요즘은 이걸로 통화해.”
조금 전까지 심각했던 김정일이었으나 이제는 미소를 보이는 김정일이었다. 어떤 면에서 김정일은 귀신에 홀린 듯 백범에게 홀려 있었고 그가 정치와 이념을 넘어서 한민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김정일도 느끼고 있었다.
‘체제 유지와 내 통치가 보장된다면!’
김정일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
결국, 김정일의 결정은 체제 유지와 자신의 독재를 연장하려는 방법으로 백범을 택한 거였다.
따르릉!
모든 생각을 정리한 김정일이 끝내 백범에게 전화를 걸었다.
딸깍!
휴대전화의 벨이 한 번 딱 울렸을 때 백범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김정일의 전화를 받았다.
“기다리셨소?”
-예, 그렇습니다.
“미국 대통령 특사가 왔다는 것을 통보받은 모양이군.”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거대하고 사악한 검은 속을 듣고 경악했습니다.
“나도 그렇소.”
* * *
대한축구 협회 회장실.
-나도 그렇소.
나는 김정일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왔을 때 딱 한 번 벨이 울리자마자 전화를 받았고 내 옆에 있는 최민수 분석관과 로버트 킴은 세상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눈빛으로 숨을 줄이고 있었다.
-그에 따라 나와 공화국은 중국보다 민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대한민국과 정치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또 민족적으로 조건 없는 협력을 증진하고자 합니다.
“중국과 완전히 등을 지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이것은 내가 추진하는 중국 고립 정책을 첫 번째 포석이 될 것이다.
-내가 분노하고 조선의 인민이 분노하고 공화국 전체가 분개한다고 해도 당장은 중국과 완전히 등을 돌릴 수는 없지 않겠소.
“대한민국과 미국이…….”
-됐소. 나는 대한민국도 믿지 않고 또한 미국도 믿지 않소. 나와 조선의 인민이 믿는 것은 민족이고 또 백범 동지요.
분명한 것은 김정일은 내게 홀렸다는 사실이다.
“말씀 감사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공화국을 지원하고 지지해야 할 것이고 미국이 대한민국과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나와 조선 인민이 중국을 반드시 등져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까?
“그런 뜻이 아닙니다. 오직 민족의 내일을 위해 드리는 말씀입니다.”
-민족의 내일이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위원장 동지에게 충격적인 말씀을 드릴 것입니다.”
-으음……!
전 세계에서 김정일과 이렇게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는 사람은 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김정일에게 신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사람도 나밖에는 없다. 또한, 김정일이게 직설적이고 현실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나뿐이다.
‘간도!’
이제는 간도를 거론할 때다.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백범 동지는 내 앞에서도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사람이지 않소. 듣겠소.
“과거 청나라와 일본은 간도 밀약을 체결했었습니다.”
-으음…….
다시 신음을 토해내는 김정일이다.
“되찾아야 할 민족의 고토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되찾기 위해 세계적 관심을 이끌어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 세계적인 포문을 나보고 열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송구하옵게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나와 공화국은 절대적인 우방을 잃게 됩니다.
“앞으로 공화국의 절대적인 우방은 대한민국과 미국이 될 것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대한민국과 북한은 본격적으로 국교 정상화를 실행하고 서울과 평양에 각각 대사관을 설치해야 합니다.”
만약 내가 말한 그대로 진행된다면 전 세계는 놀랄 수밖에 없고 한반도에 드디어 평화가 자리 잡게 됐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국교 정상화에 의한 대사관, 하하하!
“친 중국 정책을 포기하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에 따라 추진하시려는 정책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렇소. 나는 공화국 최고의 층과 말한 부분에 대해 논의를 끝냈소. 그 부분까지는 대한민국의 다른 정치 세력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가능할 것 같소.
만약 이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헌법을 수정해야 하고 북한의 헌법도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북 8도를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주장할 수 없지.’
이것은 다시 말해 형식적이지만 지금까지 대통령이 임명한 이북 8도 도지사들의 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대한민국은 진정으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또한, 북한의 헌법이 수정된다면 북한은 북한이 건국된 이후 자신들의 주적을 대한민국으로 규정한 북한 헌법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감사합니다. 그 이후 일사천리로 대한민국과의 일차적인 정전협정이 체결되어야 합니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대한민국과 정전협정이 체결된다면 저는 차기 대통령께 적극적으로 건의해 미국과의 정전협정을 추진하겠습니다.”
북한은 대한민국과 한국 전쟁으로 싸웠지만, 또 미국과도 싸웠다. 그러니 우리끼리만 정전협정을 체결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게 전부가 아니지.’
이 모든 대화는 간도를 되찾기 위한 첫 번째 단추고 또 중국을 전 세계에서 고립시키고 봉쇄시키려는 내 계획의 첫 번째 단추다.
-그 말에도 나는 동의합니다. 이제는 민족끼리 총칼로 싸울 때도 아니고 미국과도 대척점에 서 있을 때도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소.
내 말에 김정일이 모두 동의하는 것은 중국의 최고 등급의 기밀문서가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을 줬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김정일도 내심으로는 중국이 북한의 영토를 언젠가는 강제적으로 병합할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겠지만, 그것이 체제적인 계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문서로 확인했으니 이렇게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과 공화국이 정전협정이 맺어진다면 그 이후에는 상호방위조약을 체결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
내 말에 김정일은 말이 없다. 그리고 최민수 분석관과 로버트 킴은 넋이 나가 버렸다.
“위원장 각하, 위원장 각하!”
-상호방위조약이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충격받으니까?”
-다소 그렇소.
“대한민국과 공화국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대한민국과 미국이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상태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어떠한 공격을 그 누구에게 받게 될 경우 대한민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군대를 파병할 수 있고, 또 미국 역시 그와 같은 의무를 지게 된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
내 말에 또 김정일은 말이 없다. 아니, 충격 그 자체일 것이다. 그리고 내 의도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발언에 대해 내가 백범 동지를 의심해야 할 것 같소.
어떤 면에서 중국이 추진하는 북한 점령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김정일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현재 체제를 완벽하게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좋소, 백범 동지의 말대로 그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봅니까?
“모든 것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잠시 끊겠소.
뚝!
김정일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
‘한국 전쟁 발발에 대한 사과……!’
김정일은 그것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제 김정일의 선택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