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5
2부 55화 북한의 선택? (3)
대한축구협회 회장실.
히딩크 감독은 기쁜 마음으로 감독직 재계약을 약속하고 돌아갔고, 나는 태양 자동차 사장에게 맨유 구단을 인수하라고 히딩크 감독 앞에서 지시했다. 그리고 지금은 북한에서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저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걱정이 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전직이 많은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최민수 분석관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는 브라운 킴과 함께 대한축구협회 회장 직속 분석관이라는 직책으로 나를 보좌하고 있다.
“신의 한 수가 될지 장고 후에 둔 악수가 될지는 기다려 봐야 하겠죠.”
“북한과 김정일로서는 미국이 제공한 기밀문서를 확인해도 단칼에 중국을 등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동맹 관계 이상의 관계였으니까.”
“예, 그렇습니다. 비록 중국 정부의 북한 합병 계획이라고는 하지만 북한이 중국을 버리고 대한민국을 선택할지 의문입니다.”
“힘의 논리!”
그때 아무 말도 없던 로버트 킴이 나를 보며 말했다.
“힘의 논리?”
“예, 그렇습니다. 북한 경제는 이제 과거와는 다릅니다. 사실 따지고 본다면 개성 공단 말고는 대한민국과 협력할 필요가 없을 정도죠.”
맞는 말이다.
연해주 경제특구와 신의주 경제특구는 이제 자체적으로 발전하고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니 과거의 북한 경제력과 지금의 북한 경제력은 확실히 달라졌다.
‘세계는 대한민국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지.’
그리고 북한이 이룬 단시간의 경제 성장은 백범의 기적이라고 하면서 또 압록강과 두만강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은 위대한 김정일의 영도력에 의한 당연한 결과라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그렇기도 하군요.”
“그러니 중국의 기밀문서를 보고 북한은 정말 자기들이 말하는 주체사상에 의한 독자노선을 걸으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로버트 킴의 예상도 가능성이 분명 존재하는 추측이다.
“그 추측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 말에 묘한 미소를 보이는 로버트 킴이다.
“하지만 VIP는 다른 생각을 하고 계시겠죠?”
로버트 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맛본 자본이라는 마약은 더 큰 성장을 요구하고 갈망하는 법입니다. 북한이 비록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하위권이고, 필리핀보다 또 앙골라보다 못한 수준입니다.”
물론 나는 두 나라를 비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옳은 말씀이시기는 합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 것은!”
내가 두 사람에게 말을 하다가 잠시 말을 끊었고 두 사람은 한없이 궁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 * *
서울시청 시장실.
“강남구청이 시장님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부시장이 심은혜 시장의 눈치를 보며 보고했고 심은혜 시장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럼 이제부터 강남구청에 나오는 생활 쓰레기를 모두 거부하세요.”
“시장님, 이러다가는 강남구에 쓰레기 대란이 발생합니다.”
“강남 구청장님께서도 그 정도는 예상하셨겠죠?”
“예, 그럴 것입니다.”
“내가 생활 쓰레기 수거 거부를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나오는 것이고요. 그러니 생활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겁니다. 강남구청 건물에 어린이 보육시설 하나 설치하는 것이 강남구청으로서는 뭐가 어렵겠어요.”
“그렇기는 하지만…….”
“강남구청은 그다음이 두려운 것 같네요. 지금까지 거부했던 자신들만 혐오시설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다시 서울시청에 의해서 추진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기에 자존심 싸움을 시작하려는 거죠.”
“그럴 겁니다.”
“그러니까, 싸움이 시작됐으면 이겨야죠.”
“시장님…….”
“말씀을 드렸잖아요. 저 독하다고.”
서울시장인 심은혜가 부시장에게 말하고 바로 앞에 놓인 전화기를 이용해서 인천광역시 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하하, 서울시장님께서 무슨 일로 다 전화를 주셨습니까?
인천광역시 시장은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이면서 통일한국당 당원이고 또 백범의 핵심 세력이기 때문에 심은혜의 전화는 항상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부탁을 드릴 것이 있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지방자치제가 출범한 이후 수도권 지역의 단체장들이 이렇게 화합하고 단결했던 경우는 없었을 것이다.
-예, 말씀하십시오.
인천광역시 시장이 심은혜에게 말했고 심은혜 서울시 시장은 강남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까, 강남구청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를 서울시가 아닌 인천에 버릴 수 있게 요청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심은혜 서울시장의 통화 내용을 듣고 있는 서울시 부시장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안 되는 일이죠. 거부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실 구청장들 때문에 저도 골치가 아픕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시장님.”
-예, 알겠으니 대차게 나가십시오
“저는 전화를 드릴 곳이 많아서 끊겠습니다.”
-경기도 도지사께 전화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예, 충청북도 및 충청남도 도지사님들께도 부탁을 드릴 생각이에요.”
-하하하, 역시 대차시군요. 그럼 이만 끊습니다.
뚝!
그렇게 통화가 끝이 났고 심은혜 서울시장은 다시 전화기에 달린 수화기를 들었다.
“시장님……!”
“저 독해요. 항복 선언 받아낼 때까지 밀어붙일 생각이고요. 저번에 강남구 주민들이 거부한 장애인 학교 설립까지 추가해서 최종 결정을 하라고 하세요.”
강남구청의 반대에 더욱 강한 강수를 던지는 심은혜 서울시장이었다.
“왜 이렇게까지……?”
“잘사는 사람이 지금까지 수많은 혜택만 누렸죠. 그것을 개선하려고 해요.”
“시장님께서 사시는 곳도 강남이지 않습니까.”
부시장이 눈치를 보며 심은혜 서울시장에게 말했다.
“그렇죠, 내일부터는 출근할 때 쓰레기 가지고 오고 조만간 강북으로 이사를 하겠습니다.”
“아……!”
부시장은 그저 탄성만 터뜨릴 뿐이었다.
* * *
북한 평양에 있는 김정일 주석궁 집무실.
미국 대통령이 보낸 특사인 찰리 브라운은 주석궁 집무실을 나갔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중국이 공화국에 경제지원을 할 때마다 무상으로 지원한 적은 없었습니다.”
장성택이 김정일을 보며 말했지만, 이것은 군부와 노동당 최고위층이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다.
“나도 알고 있소.”
“이제 공화국은 대한민국의 약간의 도움과 미국의 묵인을 통해서 경제 봉쇄가 완벽하게 풀린 상태입니다. 이 모든 것은 위원장 동지의 뛰어난 영도력의 결과입니다. 이제는 위원장 동지께서 공화국과 조선을 위해 강력한 결정을 내리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정?”
“그렇습니다. 또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중국일 것인가? 아니면 같은 민족인 대한민국일 것인가?”
“예, 그렇습니다.”
장성택이 단호하게 말했다.
“인민무력부장.”
장성택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김정일이 인민무력부장을 불렀다.
“예, 위원장 각하.”
“어떻게 생각합니까?”
“미국 대통령의 특사가 준 기밀문서가 사실이라면 중국은 더 동지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선택하는 것 역시 쉬운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민무력부장의 말에 김정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만갑 총리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김정일이 북한 총리에게 물었다.
“저는 위원장 동지의 뜻을 따를 것입니다.”
“그것은 나도 잘 알고 있소. 내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냐고 묻는 거잖아.”
“저는 중국보다는 대한민국과 임시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저의 생각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과 협력하라?”
“예, 정확하게 말하면 백범 동지와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김정일이 오만갑 총리에게 다시 물었다.
“연해주 경제특구와 간도를 연결하고 또 그곳에서 몽골공화국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로 변한 고비사막을 연결하면 거대한 공화국이 건설됩니다. 잃어버린 고토고, 위원장 동지께서 다시 찾으셔야 할 땅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도……?”
김정일이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그렇습니다. 중국은 이미 모든 결정을 내린 상태고 공화국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티베트처럼 강제로 점령할 계획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 망설일 것이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주장을 말하지 않으려고 했던 오만갑 북한 총리였지만 말을 시작하자 엄청난 발언을 계속했다.
“좋소, 그렇다면 미국이 왜 이런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했을까?”
김정일이 북한 첩보 기관 총책에게 물었다.
“찰리 브라운 특사는 미국 대통령의 특사 이전에 미국 항공조사위원회 위원장입니다. 그리고 미국 항공조사위원회는 과거 백범 동지가 탄 항공기에 대한 격추사건을 치밀하게 조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사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겠군.”
“요구가 아니라 부탁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첩보 기간 총책의 말에 김정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김정일의 책상 위에 연결된 몇 대의 핫라인 전화기 중 중국 주석과 연결된 핫라인이 요란하게 울렸다.
“북경입니다.”
김정일의 수행원이 김정일에게 보고했다.
“브라운이 공화국에 와서 북경이 똥줄이 탔구나야.”
김정일은 예정과 다른 눈빛을 보였다.
따르릉, 따르릉!
“어떻게 합니까? 위원장 동지.”
김정일의 핵심 수행원이 김정일에게 물었다.
“전화선 뽑으라우.”
“예, 알겠습니다.”
김정일의 지시에 핵심 수행원은 북경 주석궁과 연결된 핫라인을 뽑아버렸다.
“이제 결정합시다.”
이 순간 김정일의 눈빛이 변했다.
** *
대한축구협회 회장실.
“회, 회장님……!”
내 말을 들은 최민수 대한축구협회 분석관은 기겁한 눈빛으로 나를 불렀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로버트 킴도 내 말을 듣고 부정적인 의견을 말했다.
“왜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까?”
“북한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내 결정이 아니라 북한의 결정이겠죠.”
“하지만…….”
“북한의 영토를 확대하는 일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성공 확률이 아주 낮습니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간도 지역을 북한에 이양할지도 의문입니다.”
내가 말한 것은 간도 수복이다. 그것도 전쟁이 아닌 협정에 의한 고토 수복이기에 두 사람은 저렇게 놀라고 있다.
“우리가 노력해서 일본에 빼앗길 뻔한 7광구 지역을 되찾았습니다. 우리가 또 남북이 합심해서 노력하기에 따라 중국과 일본이 몰래 맺은 간도 밀약을 이용해서 다시 고토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간도라……!”
“신의주 경제특구가 만들어진 진짜 목적은 간도 수복입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내 계획을 말해주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다.
‘어떤 결정이든 빨리 내리셔야 합니다.’
왜냐고?
그래야 북한의 결정에 따라서 플랜 B를 추진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