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3
2부 53화 북한의 선택? (1)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특사가 파견됐으니 북한은 그 어떤 결정이라도 내리게 될 것입니다.”
부시 대통령의 특별 참모가 부시에게 보고했다.
“그 보고서를 보면 김정일도 깜짝 놀라겠지.”
“예, 그렇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 대통령인 부시가 북한에 파견한 특사는 보고서를 들고 갔다는 것이다.
“우리가 확보한 그 보고서가 동북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군. 으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양날의 검이라면 그 누구라도 찌르겠지.”
“예, 그렇습니다.”
“다른 보고 사항은?”
“연해주 경제특구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세 번째 항공모함 건조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러시아의 항공모함 기술력으로?”
“러시아의 항공모함 기술력과 함께 본국의 항공모함 기술력까지 포함되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백범은 그것을 위해 연해주에 경제특구를 건설했으니까.”
연해주 경제특구의 숨겨진 목적은 대한민국 해군력 강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항공모함 건조 기술을 이전받는 태양 조선이 러시아 기술자와 함께 미국이나 러시아에서 사들이는 항공모함이 아닌 자체 생산으로 항공모함 건조에 돌입한 것이다.
* * *
평양 김정일 주석궁 김정일 집무실.
김정일이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집무실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개성 공단이 정상적으로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고, 신의주 경제특구와 연해주 경제특구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공화국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소.”
김정일이 북한의 경제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전시키고 풍요를 제공하고 있는 세 곳의 경제특구를 먼저 거론했다.
“예, 그렇습니다. 위원장 동지. 이것은 위원장 동지의 위대한 영도력에 따른 결과입니다.”
장성택이 바로 아부를 했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상태지만 여전히 그 모든 공은 김정일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누구도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은 군부 통제 및 장악을 강화하기 위해 군 간부들의 월급이라고 할 수 있는 배급의 양을 늘렸고 또한 때때로 고급 사치품을 선물로 하사했다.
“또한, 모든 공화국 인민들이 위대하신 위원장 동지의 영도력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듣기 좋은 말도 여러 번 들으니 더 듣기가 좋소.”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유해지고 있는 김정일이였다.
“이런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인민무력부장.”
“확보된 경제력으로 강성대군을 육성하고 그 어떤 적국도 공화국을 절대 넘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민무력부장은 항상 이렇게 강성한 존재를 김정일은 발탁했다.
“옳소. 정말 옳은 말이오.”
“감사합니다. 위원장 동지 각하.”
“공화국이 아무리 경제적으로 발전한다고 해도 강군 육성이 공화국을 지키는 첫 번째 목표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우리가 풍요로워진다고 해도 그 풍요를 지킬 힘이 없다면 적국에 빼앗기게 될 것이오.”
과거에는 적국을 미국과 대한민국으로 규정한 북한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북한은 그 적국이라는 의미를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다. 이것도 북한이 변한 것 중의 하나였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나는 오늘 사실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중대한 일이 발생해서 공화국을 나와 함께 이끌어가는 여러분들을 불렀소.”
북한에서 김정일이 혼자 결정하지 못 하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래서 이 자리에 모인 북한의 최고 수뇌부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북한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변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미국은 북한을 완전하게 테러 지원국에서 제외했으며, 북한만을 위한 수입 쿼터를 늘려주기까지 했다.
“위대한 영도력을 지니신 위원장 동지 각하께서 결정하시지 못할 일은 없습니다. 위원장 동지께서 결정하신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무력부 소속 150만 군인은 총폭탄이 되어 기꺼이 따를 것입니다.”
“고마운 말씀이시오.”
김정일이 말했고 주변을 둘러봤다. 여전히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김정일이 어떤 말을 할지 긴장하고 있었다.
“장 부장.”
“예, 위원장 동지.”
“손님을 들어오게 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장성택도 긴장한 눈빛이 역력했다.
* * *
대한축구 협회 회장실.
-미국 대통령의 특사가 특급 기밀문서를 들고 평양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로버트 킴에 내게 보고했던 것이 떠올랐다.
-북한의 결정에 따라 동북아시아의 흐름이 달라지겠군요.
-양날의 검입니다. 북한은 쉽게 중국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럴지도 모르죠. 지금까지 북한은 세계에 고립된 고아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이라는 형제도 있고 미국이라는 껄끄러운 친구도 있죠. 그러니 중국에만 의지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북한이 중국에게 경제적으로 또 군사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북한이 미국과 대한민국에 의해 철저하게 고립됐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고립된 이유는 당연히 수만 번이 넘는 정전협정 위반 때문이고 또 핵무기를 개발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참 많이도 달라진 북한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그 보고서를 보고도 참는다면 내 동반자가 될 수 없죠. 간도를 되찾는 일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똑똑!
그때 노크가 들렸다. 그리고 정말 참하게 생긴 비서가 들어왔다.
“히딩크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나는 대한민국 축구협회 회장에 당선될 때 밝힌 그대로 히딩크 감독을 다시 대한민국 국가 대표님 감독으로 선임하기 위해서 그를 초청했고 그는 기꺼이 내 초청을 수락했다.
“안녕하십니까.”
나는 바로 집무실로 들어온 히딩크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는 내 손을 잡고 웃었다.
“앉으시죠.”
“예, 고맙습니다.”
우린 지금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더 대한민국 국가 대표님을 맡을 생각이 없습니다.”
내가 말하기도 전에 거부를 표명하는 히딩크 감독이다.
“거부하시는 이유가 있으시겠지요?”
“대한민국에만 있는 정신병이 화병이라고 하는 소리를 한국 코치들에게 들었습니다.”
“화병이요?”
“그렇소. 내가 화병에 걸릴 것 같아서 더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맡고 싶지 않습니다.”
대한축구협회의 아집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 아집 위에는 적폐가 존재한다.
“하하하, 히딩크 감독님께서도 한국 사람 다 되신 것 같습니다. 화병을 다 아시니까요.”
“매번 내가 무슨 결정을 내릴 때마다 축구협회에서 딴소리합니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손뼉 칠 때 떠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대표님이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든 것은 기적입니다. 실질적인 실력은 16강도 어렵습니다.”
“예, 저도 잘 압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감독님께서 16강에 진출하신 후 대한민국 국민께 하신 말씀을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다는 거죠?”
“나는 아직 배고프다. 대한민국 국가 대표님은 기적처럼 4강에 올랐지만, 월드컵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내 말에 웃어버리는 히딩크 감독이다.
“4강도 기적입니다. 기적은 연속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월드컵 결승에 진출하는 일은 대한민국과 북한이 통일되기보다 어렵습니다.”
“저도 그 사실을 잘 압니다. 그래서 이렇게 제안하는 겁니다. 제가 약속드립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님에 관한 모든 사항은 히딩크 감독께 전권을 드리겠습니다. 또 감독님께서 원하신다면 대한민국에서 대표님이 훈련하지 않고 네덜란드에서 항상 훈련할 수 있도록 대표팀 전용 경기장과 숙소를 건설하겠습니다.”
“무슨 돈으로요.”
“물론 대한축구협회는 그 돈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돈밖에 없습니다.”
“으음……!”
“이런 말씀을 드려서 죄송하지만, 감독님의 연봉을 100억까지 지급해 드릴 생각입니다.”
“내 연봉도 기부하는 겁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돈을 주겠다는데 왜 나한테 미안해합니까?”
“그것은 코리안 스타일입니다.”
“허허허, 그런 겁니까?”
“예, 마지막으로 제가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 속해 있는 구단을 인수할 생각입니다. 감독님께서 맨유의 퍼거슨 감독이 될 수 있게 영구적으로 감독직을 제안하겠습니다.”
“맨유라도 인수합니까?”
“감독님께서 원하신다면 맨유가 아니라 바르셀로나라도 인수해 드리겠습니다.”
“정말 집요하시군요.”
“딱 10년만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맡아주십시오. 그 기간이면 대한민국 축구협회의 비리를 뽑아버리고 새롭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10년이라……. 그럼 연봉이 1000억이군요.”
“그렇습니다.”
“백범 회장.
“예, 감독님.”
“내가 원하면 뭐든 들어줄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럼 나는 첼시.”
나를 보며 웃는 히딩크 감독이고 나는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서 태양 자동차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회장님.
“맨유가 아니라 첼시입니다. 지금부터 첼시 구단 인수에 박차를 가하시시오.”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님 감독을 사임한 히딩크를 다시 대한민국 축구 대표님 감독으로 선임하는 데 성공했다.
‘연서대 라인부터 딱 갈아엎어 버린다!’
* * *
서울 시장 집무실.
서울 시장의 집무실은 시장의 집무실이라기보다는 어린이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꾸며져 있는 상태고 백범의 모친과 유아 전문가가 백범과 심은혜의 둘째인 백현을 돌보고 있었다.
“정신이 없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시장님. 서울시가 이렇게 앞장을 서서 여직원들이 육아와 업무를 동반할 수 있게 모범을 보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은혜 서울 시장은 그냥 서울 시장이 아니라 백범의 아내고 또 통일한국당의 실세라면 실세였다. 그래서인지 부시장부터 고위 공무원들은 심은혜에게 아무 소리도 안 했다.
“말씀이라도 감사해요. 내일은 현이를 대한축구협회 회장실에 보내야겠네요. 육아는 공동이잖아요.”
“아……. 예, 그렇죠.”
내일이면 대한축구협회 회장 집무실이 난리가 날 것이다.
“환승제도 서비스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태양 시스템에서 개발을 끝냈고 시범 적용 중인데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받았습니다.”
“잘됐군요. 서민들의 교통비 부담이 줄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시장님.”
“그럼 이제 저처럼 일하는 여성들의 육아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습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적겠습니다.”
“이런 반응 당황스럽습니다.”
“죄송합니다, 시장님.”
“여기 계신 모든 분은 저를 백범의 아내로 보지 마시고 서울 시장으로 봐주십시오.”
“아……. 죄송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심은혜가 웃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서울시에 있는 관공서부터 어린이 놀이방을 신설해야 할 것 같아요. 엄마들이 마음 편하게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할 수 있어야 출산율이 올라갈 테니까요.”
“그렇기는 합니다.”
“이번 일을 추진하는 것에 특별한 문제가 있을까요?”
“다른 곳은 특별하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강남구가…….”
“거기는 좀 골치가 아프죠.”
“예, 사실 따로국밥처럼.”
“지방 자치제이니 강요할 수는 없지만, 서울시에서 받는 만큼 협조하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전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시장님.”
하여튼 심은혜 서울 시장은 자신이 공약으로 건 모든 것들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이번 지시를 거부한다면 생활 쓰레기 처리를 강남에서 직접 하라고 하십시오.”
“아……!”
“저 생각보다 독해요.”
미소를 보이는 심은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