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0
2부 50화 서울 시장 남편 백범 (2)
다음 날, 통일한국당 대표실.
이지박은 사업가 출신이다. 그래서 결심을 하면 바로 행동에 옮기는 성격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통일한국당 이범성 대표의 호출을 받아 이곳에 와서 이지박을 바라보고 있다.
“여당을 탈당하시고 통일한국당에 입당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이범성 대표가 이지박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정치 노선이 통일한국당과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왜 지난 서울 시장 선거에서 패했는지도 잘 알게 됐습니다.”
“아……. 그렇군요.”
한마디로 이지박은 철새 짓을 하겠다고 찾아온 것이다.
“대표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제가 지난 선거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35%를 득표했습니다. 서울시의 35%가 저를 지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돌아오는 대선에서 제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기도 할 것 같습니다.”
이범성 통일한국당 대표가 이지박에게 말하고 나를 봤다.
“백 당원.”
이범성 통일한국당 대표가 나를 불렀다.
“예, 대표님.”
“평당원의 관점에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범성 통일한국당 대표가 내게 물었고 나는 그를 빤히 봤다.
“대표님, 다 된 밥에 재를 뿌리고 싶으십니까? 혹시 대통령이 되시기 싫으십니까?”
“뭐, 뭐라고요?”
“통일한국당이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것은 구시대 정치를 탈피하고 적폐를 청산해 줄 새로운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돌아올 대선을 위해…….”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내 말에 이지박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똥을 씹은 표정이다. 내 말 그대로면 이지박은 구시대의 정치고 또 적폐이니까.
“제가 생각을 잘못했군요.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넓을 정치를 꿈꾸시는 줄 알았습니다.”
이지박이 나를 보며 말했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넓은 정치를 해도 적폐까지 끌어안을 수는 없죠.”
“왜 내가 적폐입니까?”
“디스는 누구의 겁니까?”
내 일침에 이지박은 아무 말도 못 했다.
디스는 이지박이 현성 건설 사장일 때 만든 회사다. 그리고 그 회사를 통해서 수많은 편법적인 일을 해왔다. 그리고 내가 아는 대한민국의 미래 역사에 의하면 디스 때문에 국민이 분노하게 된다.
“으음…….”
“이지박 씨.”
지금 이지박은 공식 직함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이지박을 이지박 씨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지박은 무척이나 불쾌한 표정이다.
“그냥 조용히 은퇴하십시오. 그게 국민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보탬입니다.”
“이 사람이 정말!”
이지박은 분노에 찬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제 이지박은 절대 내 상대가 될 수 없으니까.
“돌아가는 길은 멀 겁니다.”
“됐습니다.”
이지박이 더는 참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대표실 밖으로 나갔다.
“꼭 이럴 필요까지 있었습니까?”
“대표님, 통일한국당은 이대로 또 이 이미지대로 대선까지 간다면 대표님께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실 겁니다. 적폐를 끌어안고 가실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물론 다크호스는 존재한다.
‘그분!’
그분도 출마할 테니까. 어쩌면 이범성 대표는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는 바뀔지도 모른다.
‘그분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아직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 성숙하지 못했으니까. 이건 다시 말해 여전히 적폐가 대한민국에 남아 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예, 제가 무례했습니다.”
“아닙니다. 옳은 결정이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이범성 통일한국당 대표에게 말하고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한참이나 벨이 울렸지만, 상대방은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딸깍!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
‘받을지 말지를 엄청나게 고민을 하셨군.’
상대방으로서는 그럴 것이다.
-무슨 일로 내게 전화를 다 하셨습니까?
누구냐고?
여당 대표다.
“안녕하십니까? 백범입니다.”
-압니다.
“본론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여당의 특별 당원인 이지박 씨께서 통일한국당 대표님을 만나고 돌아가셨습니다.”
-뭐라고요?
바로 불쾌한 마음을 드러내는 여당 대표였다.
“이곳에 오셔서 통일한국당 입당을 조율하고 가셨습니다.”
내 말에 통일한국당 대표인 이범성 대표가 멍해졌다.
-왜 이런 말을 내게 해주는 겁니까?
“그러게요. 그냥 알아두시라고 말씀을 드린 겁니다.”
-으음……. 이런 전화 불편합니다.
“예, 죄송합니다.”
나는 이미 이지박에게 돌아가는 길이 멀 것이라고 말해줬다.
-끊읍시다.
뚝!
여당 대표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렇게까지……?”
“적폐는 적폐입니다.“
분명한 것은 밟고 가야 할 것은 확실히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 * *
청계천 복원사업 반대 시위자 천막 앞.
“VIP님 위험한 상황이 되실 수도 있습니다.”
태양 그룹 경호 팀의 팀장이 나를 말렸다.
“결론을 내리면 저들과 이야기를 해야죠.”
“그래도 저들은 흥분한 상태입니다.”
“됐습니다.”
나는 경호팀의 조언을 무시하고 한창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백범이다!”
그때 시위대에 합류해 있는 젊은 사람이 나를 보고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팍!
그때 젊은 사람 옆에 있는 중년의 아저씨가 젊은 사람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백범 대통령 대행이셨던 분이 니 친구다.”
대한민국 국민은 여전히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
“아……. 씨……!”
“아 씨?”
“딱 봐도 친구뻘인데요.”
“그럼 니는 대행님께서 저렇게 되실 동안 니는 뭐했노?”
“뭐하긴요. 백범 대행의 아버지가 졸부래요. 나도 아버지가 졸부라면 저렇게 됐을지도 모르죠.”
“확, 마!”
딱 봐도 부자지간인 것 같다.
“저 백범 맞습니다.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나는 천천히 시위대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태양 그룹 경호팀들은 잔뜩 긴장한 눈빛을 보였다.
“친구뻘 맞네요.”
나는 나를 보며 눈을 흘기고 있는 젊은 청년을 보며 그의 아버지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에게 말했다.
“아…….”
“저 친구가 말한 것처럼 저희 아버지 졸부십니다.”
“……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는지 그저 ‘예’라고 대답하는 중년이시다.
“시위한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존경받는 전 대한민국 대통령 대행님, 힘없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시위밖에는 없네요. 이렇게 시위를 하다가 서울시에서 강제 철거를 감행하겠죠. 그럼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여기를 복원하겠죠. 그럼 우리는 또 어디로 쫓겨 갑니까?”
친구뻘쯤 되는 청년이 말에 뼈를 담아 내게 말했다.
“우리라고 하셨습니까?”
“예, 우리는 어디로 갑니까?”
“그 우리에 저도 넣어주시겠습니까.”
“예?”
“청사진 가지고 오세요.”
내 말에 태양 그룹 비서실 실장이 바로 미리 준비해 놓은 청사진을 가지고 내게 와서 내밀었다.
“보십시오. 복원된 청계천 옆에 초고층 빌딩 두 채가 있죠?”
“그러네요.”
“그 초고층 빌딩에 뭐라고 적혀 있습니까?”
내 말에 사람들이 모두 내가 펼쳐 보이는 청사진을 봤다.
“청계천…… 종합 공구 센터……라고 적혀 있네요.”
“여기 분들 우리라는 울타리로 모두가 이곳으로 사업장을 이전하게 될 것입니다.”
내 말에 시위대는 못 믿겠다는 눈빛이다.
“우리가 무슨 돈이 있어서 저렇게 좋은 빌딩에서 장사합니까?”
“벌어서 임대료를 내시면 되죠.”
“얼마나 벌어야 하는데요.”
다시 퉁퉁거리는 젊은 청년이다.
“많이 버셔야죠.”
“야, 지금 놀리는 거야!”
퍽!
그때 젊은 청년의 부친이 청년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대통령 대행님께 왜 소리를 지르노!”
“아버지!”
“대통령 대행님이시다.”
“저도 그건 알지만, 지금은 우리를 쫓아내려고 온 사람이라니까요.”
청년은 계속 퉁퉁거렸다.
‘봐라. 국민은 대통령을 존경한다.’
물론 나는 대행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을 모두 욕한다.
얼마나 국정 운영을 못 했으면 또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으면 어린 내게도 대통령처럼 대하는 국민이 그렇게 대통령이라면 대놓고 욕을 하는지 짐작이 된다.
“비서실장님.”
“예, VIP님.”
“준비해 온 계획을 모두 설명해 드리세요.”
“예,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이 내게 말하고 시위자들을 봤다.
“모두 서서 듣기 불편하실 거니까. 앉으십시오. 시위야 나중에라도 하시면 되니까요. 앉으세요. 앉아서 이야기나 들어보신 후에 결정하십시오.”
비서실장의 넉살에 시위자들이 멍해졌고 하나둘 그 자리에 바로 앉기 시작했다.
“잘 들으십시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태양 그룹은 태양 컴퍼니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 태양 컴퍼니를 잘 모르시죠. 그럼 블랙홀 그룹은 잘 아실 겁니다.”
“압니다. 블랙홀 그룹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를 계열사로 가지고 있는 회사 아닙니까?”
내게 퉁퉁거리던 청년이 바로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그 전자상거래 회사를 통해서 전 세계에 공구를 판매할 수 있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비서실장의 말에 멍해졌다.
“물론 무한경쟁이죠. 좋은 공구만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올린다면 여러분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커지는 겁니다.”
일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네.”
“우리가 할 수 있겠어?”
“될까?”
“조용히 좀 해봐. 더 들어보게.”
시위자들의 대표쯤으로 보이는 사람이 소리쳤고 그제야 웅성거리는 것이 사라졌다.
“말씀하신 그대로 처음에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청사진에 있는 공구 센터에 인터넷 전자상거래에 등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팀을 구성할 것입니다. 사실 공구 하면 대한민국 아닙니까.”
“하모요. 그렇죠. 중국산은 못 씁니다. 독일산은 너무 비싸고요.”
점점 더 동의하기 시작했다.
“시장이 확대되면 이렇게 좋은 빌딩에서 사업을 하실 수 있고 생활하실 수 있게 됩니다.”
“장사 안 하고 살던 사람들은요?”
그때 어린 소년이 소리쳤고 나는 그 소년을 빤히 봤다.
“그런 분들도 우리라는 울타리에 포함될 겁니다. 청사진을 보세요. 정말 높죠. 장기 임대 주택도 저 빌딩 안에 있습니다.”
내가 말했고 모두가 입이 쩍 벌어졌다.
“여러분들이 서울 시민들에게 또 여러분들에게 청계천을 돌려주는 겁니다. 이대로 두면 이대로밖에는 남지 않습니다. 저 친구가 말한 것처럼 서울시가 강제 철거를 감행할 수 있습니다. 말한 그대로 불도저로 밀어붙일 수도 있습니다.”
내 말에 모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데 제가 서울 시장을 잘 압니다. 아시는 것처럼 한 이불 덮고 살잖아요.”
“하하하, 하하하!”
“호호호, 그러네요. 호호호!”
시위자들이 웃기 시작했다.
“제가 아는 서울 시장은 절대 그렇게 할 사람이 아닙니다. 끝없이 여러분들을 설득하고 기다릴 겁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서울시 예산은 소모가 됩니다. 여러분들께서 제게 물으십시오. 이게 최선입니까?라고!”
내 말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예, 그렇습니다. 이게 최선입니다. 청계천 복원사업을 시작하면서 서울 시장은 제가 부탁했습니다. 단 한 사람도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해달라고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맑은 물이 흐르는 청계천은 그 한 사람의 눈물이라고 했습니다.”
짝짝짝! 짝짝짝!
내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믿습니다.”
“당연히 믿어야죠.”
“광개토백범 아닙니까.”
사실 내 비공식 별명은 광개토백범이다.
이유는 당연히 고비 사막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편입시켰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렇게 모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과한 보상이지.’
그래서 초고층 빌딩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다. 이 과한 보상을 수익으로 바꿀 빌딩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