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6
2부 46화 치명적인 선거 개입? (5)
청와대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 대행의 관저.
내가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 대행이기에 내 아내 심은혜는 영부인 권한 대행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영부인 권한 대행으로 공식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하고 또 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터라 서울 시장 선거 유세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걱정이다.
‘홑몸도 아니니까.’
하여튼 아이러니하게도 내 아내 심은혜는 자신이 임신할 때마다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여보.”
내 아내 은혜가 나를 불렀다.
“예.”
“나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녀도 내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서 걱정됩니다.”
“나는 당신의 아내잖아요.”
이미 내 아내 은혜는 임신 때문에 배가 많이 나온 상태다.
‘서울 시장에 당선된다면!’
출산 휴가도 못 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은혜의 상황을 상대편인 이지박 후보는 국민에게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는 상태다.
“이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나도 잘 압니다. 그래서 영부인 대행의 일정은 일부분 취소하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내 말에 내 아내 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까지는 거부하지 못하겠네요.”
“많이 힘들죠?”
“당신만큼 힘들겠어요.”
내가 대한민국의 기둥이 되고 있듯 내 기둥은 항상 내 아내 은혜였다.
‘정말 은혜로운 여자!’
그래서 내 아내다.
“하여튼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예, 노력할게요. 그리고 내일 저는 수현이 무덤에 갈까 해요.”
수현이?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안타까운 꽃이다.
“공식적인 선거 일정은 아니고요. 개인적으로 가서 참배할 생각이에요. 엘리자베스가 자꾸 생각이 나네요.”
내 아내 은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민국의 모든 소녀는 대한민국의 꽃이다.’
소녀를 꽃이라고 비유한다면 수많은 사람이 또 내가 여성을 비하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꽃이 펴야 열매가 맺히는 법이다.
“내일 오전 10시에 방문 예정이네요.”
10시라고요?”
“예, 그렇게 다녀오려고요.”
“12시쯤이 어떨까요?”
나는 은혜에게 시간을 늦추라고 말했다.
“왜요?”
내가 하는 모든 말에는 그 이유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내 아내 은혜다.
-내일 부시 대통령은 평택 미국 기지에 도착해서 12시에 그곳으로 가겠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이것은 비공식 통보다.
물론 이것을 요구한 것은 나다.
-알겠습니다.
-일차로 미군 평택 기지에서 수현 양을 추모 묵념을 거행하고 이동하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언론은 모르게 해야 합니다.
-물론 그게 계획이지만 언론이 부시 대통령의 행보를 따라가게 될 것입니다.
-그럴 테니까요.
미국 부시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수현을 추모해야 한다. 그래야 반미 감정이 축소된다. 이런 일도 소녀의 죽음을 내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인데 이제는 내 아내의 당선을 위해 이용하게 됐다.
“그게 그러니까요…….”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아내 은혜에게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알려줬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다 들은 은혜는 처음으로 나를 째려봤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이런 소리를 들을 줄 알았다.
“그러게요.”
사실 부끄럽다.
“저는 개인적인 일정을 취소할래요. 그 누구라도 그 죽음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요.”
“당신이 원하는 것처럼 내일 오전을 제가 쉴 수 있겠네요.”
“반성할게요.”
“오늘은 소파에 가서 주무세요. 꼴도 보기 싫으니까.”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 대행도 집에 오면 한 여자의 남편이기에 잘못했을 때는 이렇게 벌을 받는다.
‘당신이 진정한 대통령의 재목이군요.’
* * *
수현의 묘비 앞.
미국 대통령 해외 순방 역사상 한 번도 없던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고 수많은 내외신 기자들은 미국 부시 대통령의 행보를 취재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수현 양의 묘비에서 묵념을 끝낸 부시 대통령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내외신 기자들을 봤다.
“미군은 지금까지 해왔듯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또한 그 어떤 사고와 사건도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나는 모든 미군을 대신하여 안타깝게 사망한 수현 양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사실 백범이 알고 있는 진짜 대한민국의 미래 역사에서 미군은 공식적인 사과를 발표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백범이 회귀한 이후 이런 초유의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렇게 부시 대통령이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은 대한민국의 백범이 미국과 자신에게 끝없는 이익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 * *
대한민국 대통령 집무실.
“부시 대통령이 수현의 묘지를 찾았답니다.”
청와대 수석 보좌관이 내게 보고했다.
“이것은 미국 대통령 해외 순방 역사상 초유의 상황입니다.”
“그렇군요.”
나는 덤덤하게 말했다. 사실 나는 바쁜 일정 때문에 묘지를 다녀오지 못했다. 아니, 안 갔다.
“이렇게 되면 전국에서 들끓는 반미 감정이 희석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추가로 제주도 한미합동 해군기지 건설 시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됩니다.”
“잘된 일이군요. 부시 미국 대통령이 급한 불을 꺼줬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 수석 보조관이 나를 요상한 눈으로 봤다.
“왜 그렇게 저를 보시죠?”
“대행님, 정말 모르셨습니까?”
“뭐가요?”
“부시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이런 일을 할…….”
“그렇습니다. 미국은 절대 자발적으로 이런 일을 하지 않죠.”
“대행님이셨군요.”
수석 보좌관은 놀랍지도 않다는 눈빛이다.
“자발적인 행동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으니까요.”
미국 부시 대통령의 방한에서 추가로 얻을 이익 중 하나를 소파 개정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죄를 지은 모든 미군은!’
대한민국의 법에 따라 처벌받게 될 것이다. 이것이 부수적인 목표다.
* * *
일본 총리 집무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부시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순방하면서 첫 번째 공식 일정이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소녀에 대한 공식적인 애도였다는 보고를 받은 일본 총리는 화가 치밀 수밖에 없었다.
“보고 드린 그대로입니다.”
현재 일본 여론은 오키나와에서 미군 전차에 의해 사망한 노인에 대해 대대적으로 방송을 하며 반미 감정을 확산시키고 있었다.
“이런 망할!”
일본 총리는 이대로라면 반미 감정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 자신의 지지율도 하락하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본을 이렇게 우습게 봤단 말이지.’
속에서 울화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일본 총리였다.
“오키나와 미군 기지에서는 어떤 관점을 밝혔나?”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습니다.”
“뭐라고?”
“비공식적으로는 노인의 돌발적인 행동에 의한 사고라고 합니다.”
보좌관이 일본 총리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이런 젠장……!”
하지만 화가 치밀어도 다른 대안이 없는 일본 총리였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일본 총리의 개인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고 일본 총리는 인상을 찡그리며 보좌관을 봤고 보좌관은 일본 총리에게 묵례하고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바로 일본 총리가 휴대전화를 받았다.
“총리입니다.”
최대한 공손히 전화를 받는 일본 총리였다.
-현 일본 정부를 막부에 비유하는 사람이 있소.
이 순간 일본 총리는 야마시타 도쿄 시장이 떠올랐다.
“그것은…….”
-무능한 애도 막부, 작금의 상황은 일본이 가장 위태로운 순간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제가 찾아뵙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똑같은 사건이 일어났는데 미국의 태도가 다르군.
“그 역시 찾아뵙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총리께서는 이번만 총리를 하세요.
일본 총리로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대부님.”
-그리고 앞으로 총리께서 하셔야 할 일은 메이지 유신 지사처럼 일본을 이끌 다음 총리를 지명하시고 지지하시는 일입니다.
올 것도 없다는 투로 말하는 노인이었다.
“그, 그렇다면 다음 총리는……?”
-누가 떠오릅니까?
이 순간 일본 총리는 야마시타가 떠올랐다.
‘야마시타?’
그리고 일본 총리는 야마시타가 일본 정치계의 흑막들을 어떻게 자기편으로 만들었는지 미치도록 궁금했다.
“대부님……!”
뚝!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노인이었다.
‘망했다……!’
* * *
선거 유세를 위해 청와대를 빠져나가고 있는 심은혜가 탄 자동차.
“정말 절호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비공식적으로 수현 양의 묘소를 방문하려던 심은혜라고는 하지만 핵심 보좌관들은 알아야 할 일이라고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침에 심은혜가 그 일정을 취소해 버렸고 그 이후에 부시 대통령이 수현 양의 묘소를 방문했기에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선거 수석 보좌관이었다.
‘비밀리에 언론에 흘렸는데……!’
선거는 이런 거였다.
“알았습니다.”
“예?”
“부시 대통령이 방문할 것을 어제 알았어요.”
“아……. 그런데 왜?”
수석 선거 보좌관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심은혜 서울 시장 후보를 봤다.
“제가 생각하는 정치는 국민이 이용당하는 대한민국이 아니니까요.”
단호하게 말하는 심은혜였다.
“아……. 그렇다면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 모든 행보가 대행님의 외교적 결과물이라는 것이군요.”
“어제 제 남편께서 제안하더군요. 같은 시간에 묘소를 찾으라고.”
“그랬으면 서울 시장 선거를 당선되셨을 겁니다.”
“제가 부끄러운 줄 알라고 했어요.”
심은혜의 말에 넋이 나갈 수밖에 없는 수석 선거 보좌관이었다.
‘부창부수다.’
그리고 이런 부부가 있기에 대한민국의 내일은 오늘보다 밝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수석 선거 보좌관이었다.
“정말 제가 후보님을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말씀이라도 고맙네요.”
* * *
한미 정상 회담장.
갑작스럽게 계획된 일정이기에 회담 시간은 길 수가 없다.
“고비 사막은 미리 말씀을 드린 것처럼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가 될 것입니다.”
내 말에 부시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대한민국의 영토인 고비 사막의 안보와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미군의 일대 연대가 주둔하기를 희망합니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미국의 안보와 직결합니다. 내가 돌아가서 국무회의를 통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겠소.”
“감사합니다, 대통령 각하.”
이제 이 사실이 중국에 알려지면 중국 정부는 또 한 번 난리가 날 것이다.
‘네놈들은 사면초가다!’
나는 당한 만큼 돌려준다.
“대통령 각하.”
“예, 말씀하십시오.”
이미 위성 전화를 통해서 고비 사막을 통해서 미국이 어떤 이익을 얻게 될지 충분하게 설명을 끝낸 상태다.
그래서 고개를 숙인 것이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서 불평등한 소파 규정을 개정하기를 희망합니다.”
내 말에 미국 부시 대통령은 묘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와 함께 미국은 대한민국의 절대적 우방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드리기 위해서 미국의 모든 전쟁에 전투병을 파병할 수도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힙니다.”
항상 당근과 채찍이다.
‘할 수도 있다고 했지, 한다고는 안 했다.’
물론 대한민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전쟁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소파 협정 개정이라고 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이 제안도 본국으로 돌아가신 후에 국무회의를 통해서 검토해 주십시오.”
고비 사막이 걸려 있다. 그러니 내 뜻대로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이 순간에는 내 요구사항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부시 대통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