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345화 (345/415)

# 345

2부 45화 치명적인 선거 개입? (4)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피파 회장을 만나세요.”

나는 지금 박태웅 회장과 통화 중이다.

한일월드컵의 공식 후원 업체는 태양 컴퍼니와 태양 그룹이다.

‘좀 더 신경을 썼으면!’

더 정확하게 말해서 내가 몇 년만 더 앞서서 회귀를 했다면 대한민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월드컵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 몇 년 전으로 회귀를 했다면 나는 IMF 특수를 누리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이제 곧 월드컵 개막입니다.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가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에서 제안한 겁니다. 그 대가로 또 많은 것을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있는 호텔에 상시적인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접견장을 설치하기로 합의를 끝낸 상태다.

-지금까지 말 바꾸기가 너무 심한 북한입니다. 그것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물론이죠. 과거와 다른 북한이기도 하죠. 과거에는 강성군부를 통해서 북한의 체제를 유지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발전하는 경제적 이익을 통해서 독특한 체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잘 알겠습니다.

“요즘 북한 주민들의 반응에 대한 보고는 받으셨죠?”

-예, 동향보고를 받은 상태입니다.

“김정일의 인기가 김일성을 뛰어넘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거짓된 충성심이 아니라 이제는 북한 주민들의 풍요를 가져다준 위대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답니다.”

사실 북한 주민은 지금까지 겉으로는 김 씨 독재체제를 열광적으로 지지했지만, 속으로는 자기들이 살 구멍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예, 그렇습니다. 관심 깊게 본 보고 내용으로는 탈북자들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북한도 두 경제특구에 의해 먹고살 만해졌다. 그러니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이제 탈북하는 사람은!’

거의 범죄자 수준인 사람들이 상당했다.

-분명한 것은 다시 김정일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요. 이제부터 북한 체제가 붕괴하기 시작할 겁니다. 자본의 단맛을 본 사람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죠.”

-제가 분명하게 말씀을 드린 것은 김정일을 중심으로 뭉쳐지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김정일이라는 것이다.

“압니다. 하지만 과거의 독재와 지금의 독재는 다를 겁니다.”

그리고 지금의 북한 주민은 풍요로워지기 시작했기에, 아니, 최소한 굶주림에서 벗어난 상태이기에 김정일에게 더욱 열광할 수밖에 없다. 결국, 내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김정일의 선택이니까.

“북한 주민은 아직은 김정일 독재를 찬양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풍요를 맛본 사람들은 세 번째 세습까지는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사실 나는 햇볕 정책을 맹신하지 않는다. 그래도 지금은 북한의 풍요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통일자금이 덜 들어갈 테니까.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지시하신 그대로 제가 피파 회장을 만나겠습니다.

“이번 일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일입니다. 피파 회장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예, 말씀하십시오.

“일본 도쿄 시장 후보인 야마시타가 접근할 겁니다.”

-그가 다시 테러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아닙니다. 밝은 미소로 친구처럼 다가올 겁니다.”

-경계하겠습니다.

“그가 손을 내민다면 잡으세요.”

-예?

“첫 번째 목표는 중국입니다. 미국도 중국을 첫 번째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요.”

중국을 분열시키는 데 도구로 쓸 존재가 많아지면 나쁠 것이 없다.

-예, 알겠습니다.”

“이만 끊습니다.”

뚝!

나는 전화를 끊고 지금까지 확보해 놓은 야마시타의 행보 보고서와 사진들을 봤다.

“혐한에서 친한으로 돌아섰다?”

아직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나를 교통사고로 위장해서 암살하려고 했던 존재는 일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야마시타가 있을 것 같다.

“예, 그렇습니다. 야마시타가 완벽하게 노선을 변경했습니다. 자민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아서 도쿄 시장에 출마했는데 이런 돌발 상황을 만들다니 놀랍기는 합니다.”

최민수 분석관이 내게 말했다.

“이대로라면 자민당에서 축출될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일본도 선거가 코앞이죠.”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자민당도 대안이 없으니 야마시타를 품고 가겠군요.”

“그렇게 생각을 하십니까?”

“자민당으로서는 도쿄를 버릴 수 없으니 그럴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대적으로 일본 정치계가 물갈이될지도 모르겠군요.”

일본은 여전히 흑막정치가 펼쳐지는 정치적 후진국이다.

‘거기도 어르신들이 많지.’

그들이 야마시타를 선택한다면 다음 일본 총리는 어쩌면 야마시타가 될지도 모른다.

‘나를 무릎 위에 앉히겠다는 건가?’

하여튼 상황이 무척이나 재미있게 변하고 있다.

“아마 일본 정부의 태도가 바뀔 것 같으니 지켜봅시다.”

“예, 알겠습니다.”

물론 나는 곧 모든 공직에서 물러날 것이다.

“추가로 보고할 사항이 있습니까?”

“서울 시장 후보께서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발표하셨습니다.”

이것은 대통령께서 추진하시던 일이다.

“공동의 탐욕인 부분이니 단체장 선거가 끝나고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 통과가 되겠군요.”

여당이든 야당이든 대표라면 대통령제 개헌을 환영할 수밖에 없다.

왜?

‘공동의 탐욕이고!’

자신들이 꼭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 * *

미·일 정상회담을 위한 회담장.

형식적인 공식 회담은 보는 관객(?)들이 많기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끝이 났고 비밀회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사실 공식 회담을 통해서 두 정상은 실무자들이 결정한 내용에 대해 서명하는 일이 전부였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최신예 전투기를 판매하는 것은 미국이 여전히 일본을 절대적 우방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주일미군에 대한 분담금을 일본이 부담하는 것으로 공식 회담은 마무리가 됐다.

‘돌파구를 만들어야 해.’

일본 총리는 야마시타가 자신에 등을 돌린 것이 자신의 정치 입지가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핵심 계파의 원로들이 그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기에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비공식 비밀회담을 긴급하게 요청한 이유가 뭡니까?”

부시 미국 대통령이 시계를 보며 일본 총리에게 물었다. 그때 일본 쪽에 서 있던 일본 총리의 보좌관이 휴대전화를 봤고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린 후에 조심히 일본 총리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였다.

“오키나와 미군 기지로 복귀하던 미군 전차가 본국 노인을 무참히 밟고 지나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어린 소녀가 장갑차에 깔려 죽은 사건이 발생했었다. 사실 그것 때문에 반미 감정이 들끓고 있는 상태고 그것을 수습하기 위해 부시는 대한민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물론 그게 진짜 순방 목적은 아니지만 말이다.

“뭐라고?”

일본 총리가 나직이 되물었다.

“미군 헌병이 도로 통제 중인 상태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합니다.”

“빠가야로……!”

일본 총리는 자국의 국민이 사망한 사건인데도 자신도 모르게 노인을 욕했다.

‘더 관계가 악화되면 안 되는데…….’

일본 총리는 자국민이 사망한 것보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각하.”

그때 미국 쪽에서도 보좌관이 오키나와 기지 사령관에게 연락을 받았고 그래서 부시 대통령을 불렀다.

“무슨 일입니까?”

부시 역시 나직이 보좌관에게 물었다. 그리고 이 순간 부시 대통령은 일본 총리의 표정을 통해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오키나와에서…….”

부시 대통령의 보좌관이 부시 대통령에게 전차 사고에 대해 보고했고 부시 대통령은 고개만 끄덕였다.

“이대로라면 오키나와에서 반미 감정이 확산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상관없지.”

이미 미국과 부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일본이라는 존재는 무기만 팔아먹는 나라로 전락한 상태였다.

‘제주도와 고비 사막에 미군만 주둔시키면!’

그 자체가 중국을 압박하는 최고의 카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었다.

* * *

“대한민국이 군사적으로 너무 팽창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으십니까?”

외교적인 측면에서 일본 총리가 오키나와 전차 사고를 이 자리에서 거론한 필요성은 없었다.

“대한민국은 분단국가이니 국방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부시 미국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변인 역할을 자청하고 있었다.

“그렇지요.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 권한 대행은 친러주의자입니다. 그 사실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이 있기는 하죠.”

“대한민국이 군사적으로 팽창한 후에 통일까지 이룬다면 미국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힘의 균형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결론을 말씀해 주십시오.”

제대로 무시를 당하고 있는 일본 총리였다. 사실 대한민국이나 일본이나 지금까지 미국에게 끝없이 무시를 당했었다. 그런 상태에서 백범이 등장했고 대한민국은 백범의 외교력과 자본을 통해서 그런 굴욕적인 관계를 다소 개선한 상태였다.

“대마도에 미군이 주둔할 수 있는 군사기지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도 그렇지만 대마도는 일본 본토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대마도라고 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에게 제주도를 조차해 준 것처럼 일본은 미국이 대한민국을 통제할 수 있게 대마도에 단독적으로 미군 해군기지 건설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이 순간 일본 수상의 말에 미국 부시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고 일본 총리는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머금었다. 하여튼 일본 총리는 공격적 외교를 진행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군사력은 12위이고 북한은 8위입니다. 그런 나라가 통일된다면 그 군사력은 5위까지 상승합니다. 극단적인 백범이 대행이 아닌 진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동북아시아는 전쟁에 휘말리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대마도를 이용해서 대한민국을 통제하라는 말씀이시군요.”

“예, 그렇습니다.”

일본 총리는 자신의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제안을 부시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 땡큐.”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를 보며 말했다.

“예?”

“미국은 제주도로도 충분합니다. 더 이상 동북아시아를 위해 국방비를 투입할 계획은 없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말했고 일본 총리는 참담한 눈빛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으로 해서 일본 정부가 강력하게 요청한 비밀회담은 아무 성과도 없이 끝이 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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