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4
2부 44화 치명적인 선거 개입? (3)
일주일 후, 일본 정부 총리 집무실.
“지금 뭐라고 했어?”
일본 총리는 도쿄 시장 선거에 출마한 야마시타의 선거 행보에서 자신을 비난하고 극우 세력들을 비난하기 시작하는 정치적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을 보고 받았다.
“야마시타 도쿄 시장 후보가 반 총리 노선으로 돌변했습니다.”
보좌관도 사실 야마시타 도쿄 시장 후보의 급작스러운 노선 변경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모든 외교 분야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일본은 앞으로 대한민국과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경제적인 협조 관계를 유지하며 또한 군사 안보적으로도 협력하여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현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것과 정반대의 주장이었다.
“야마시타가 내 뒤통수를 쳤다는 거야?”
“정치 전략으로 판단됩니다.”
사실 대한민국 총선이나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 각 후보가 가장 많이 꺼내 드는 카드는 집권자를 질책해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는 일이다. 야마시타도 그와 비슷한 전략을 채택했다고 볼 수 있었다.
“정치적 전략?”
“예, 그렇습니다.”
“나를 배신한 것이 아니고?”
사실 야마시타 도쿄 시장 후보는 절대적 극우 세력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백범에게 매번 당한 후에 생각을 바꾼 상태고, 이길 수 없다면 이용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일본인의 특성 때문에 이렇게 정치적 노선을 바꾼 거였다. 그러니 당연히 대한민국과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는 일본 총리를 질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분도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야마시타가 정치적 노선을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친한 세력으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으음……!”
일본 총리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면 외부의 적인 백범과 함께 내부의 적이 생겼다는 건가?”
“예, 그렇게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젠장, 도쿄 시장 선거가 코앞인데…….”
일본 총리가 정말 화가 나는 것은 야마시타 도쿄 시장 후보는 자민당의 공천을 받아서 지금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를 적극적으로 자민당의 공천을 받게 해준 인물이 바로 자신이었다.
‘뒤통수를 맞았어.’
이러니 화가 치밀 수밖에 없는 일본 총리였다. 하지만 지금 자민당에서 야마시타 후보를 자민당 후보에서 경질하고 다른 후보를 세울 수도 없었다.
왜냐고?
선거가 정말 코앞이기 때문이다.
‘원로들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인데…….’
일본 정치는 흑막의 정치고 또 계파의 정치다. 그래서 정치 일선에서 활동하는 현역 정치인만큼 정치계에서 물러난 존재들이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본 정치는 후진국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추가로 총리 각하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일본 총리의 보좌관이 총리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돌아섰는데 무슨 소리를 못 하겠어.”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뭐?”
“미·일 정상회담이 바로 오늘입니다. 며칠 전부터 야마시타 후보는 총리 각하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고 이것은 미·일 동맹의 와해하는 짓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야마시타가 나와 아주 끝장을 보겠다는 것이군.”
화가 치미는 일본 총리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리고 바로 야마시타에게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일본 총리가 직접 야마시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야마시타는 일본 총리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총리님, 총리님!”
그때 보좌관이 일본 총리를 불렀다.
“내가 전화를 걸고 있잖아.”
“하지만 오늘 미·일 정상회담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사실 일본 총리는 야마시타의 정치 노선이 급변한 것에 대해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나도 알고 있어.”
“추가로 아셔야 할 사항을 발견했습니다.”
“뭔데?”
“부시 미국 대통령이 본국 순방을 끝내고 계획에 없던 대한민국 순방을 감행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계획에 없던 순방을?”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백범이 또 어떤 계략을 꾸민 것이 분명합니다.”
“아이고, 머리야……!”
일본 총리는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 * *
10분 전, 도쿄 인근에 있는 저택.
“야마시타라고 합니다.”
야마시타는 공손하게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상석에 앉아 있는 노인에게 절을 했다. 지금 상석에 앉아 있는 노인의 모습은 마치 유령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는 일본 정치를 흑막에서 관리하는 존재였고 일본의 모든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또한, 이 노인은 일본 총리의 정치적 후견자이기도 했다.
“배신자라고 해야 할까?”
노인은 야마시타 도쿄 시장 후보가 신풍회의 수장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일본을 위한 미래의 대비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미래의 대비라고?”
“예, 그렇사옵니다.”
“어째서?”
“작금의 일본은 과거 메이지 유신 직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옵니다.”
“부흥할 때라는 것인가?”
묘한 눈빛으로 변하는 노인이었다.
“위태로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판단되옵니다.”
“너는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제가 메이지 유신의 지사라면 현 일본 정치와 일본 총리는 썩은 막부 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썩은 막부 세력은 절대 강대국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묘하게 말하는군.”
“그 시설 메이지 유신의 지사들이 올바른 선택을 해서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과 손을 잡지 않았다면 대일본제국은 조선이나 청나라와 같은 처지에 놓였을 겁니다.”
“그래서?”
“일본은 지금 가장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씀을 올리는 겁니다. 만약 그 시절 조선이나 청나라처럼 멍청한 선택을 했다면 대일본 제국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위태로운 이 시점에서 분명한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배신이라는 건가?”
“전략의 변경입니다.”
“친한을 하는 것이 전략의 변경이라고?”
“현재 세계 최강대국은 여전히 미국입니다. 그런 미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는 대한민국입니다. 아니, 대한민국이 현재 미국에 가장 큰 이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친한입니다.”
“이제 일본이 자존심까지 버려야 한다는 건가?”
“현재의 일본은 미국에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미국이 전쟁할 때 경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말의 뜻을 미국이 진행했던 모든 전쟁에서 일본이 돈을 댔기 때문이다.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일본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의 특수를 만끽하며 성장했고 그 시절에는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일본밖에는 없었다.
“얻은 것이 없다?”
“베트남전쟁이 끝난 후에 미국은 동맹국에 모두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뉴욕타임스지를 비롯한 주요 신문사를 이용해서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그때 일본이라는 이름은 없었습니다.”
“으음…….”
이것이야말로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보통국가라고 할 수 있는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변해야 한다는 이유를 제시한 첫 번째 사건이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일본은 백범을 이길 수 없습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여러 가지를 모두 제가 했었습니다. 하지만 백범은 불사조처럼 다시 살아났습니다. 대부님께서는 과거의 메이지 유신 때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강한 적을 적으로 삼을지 아니면 친구로 만들어서 성장할지는 선택이지 않습니까.”
“요사한 혀를 가졌군.”
“허락하신다면 저를 낮춰서 제가 친한의 세력이 되겠습니다. 또한, 백범과 우호를 다지겠습니다. 그를 통해서 실리를 추구하겠습니다.”
“으음……!”
노인은 다시 신음을 터트렸다.
“야마시타.”
“예.”
“너는 지금의 일본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예, 그렇습니다. 빼앗기지 않아도 될 7광구를 잃었습니다. 26년만 더 버텼다면 지금 대한민국이 7광구에서 확보한 유전으로 풍요를 누린 모든 것은 일본의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너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인가?”
“선택은 대부님과 실질적으로 일본을 다스리는 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야마시타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무례하구나.”
노인은 자신을 접견하면서 휴대전화도 끄지 않고 온 야마시타에 대해 불쾌하게 보며 말했다.
“총리입니다. 그가 지금쯤이면 전화할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전화를 끄지 않았습니다.”
“내게 보여주기 위함인 것이냐?”
“무능한 막부라고 할 수 있는 그는 대안도 대책도 이 상황의 돌파구도 없습니다.”
야마시타의 말에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친한이라?”
“예, 그렇습니다. 일본이 더 잃지 않고 미래를 위해 힘을 키울 유일한 방법입니다.”
“좋다. 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의 백범이 야마시타 네가 내민 손을 잡을까?”
노인이 야마시타를 보며 물었다.
“과거의 일본은 모진 인내 속에서 오늘을 만들어냈습니다.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후 미국에 조건 없는 항복이라는 굴욕을 통해서 최악을 차악으로 바꿨고 여기까지 성장해 왔습니다.”
“너는 백범에게 조건 없는 항복을 하겠다는 것이냐?”
“예, 그렇습니다. 그가 원하는 두 가지를 주고 고개를 숙일 것입니다.”
“두 가지?”
노인은 인상을 찡그렸다.
“예,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와 위안부 배상과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보상은 이미 끝났다.”
“일본은 이제 강하지 않습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야마시타였다.
“그런 굴욕을 감내하면서 우리가 얻을 것은?”
“대한민국 내부에 다시 뿌리 내릴 친일세력입니다. 또한, 대한민국과 또 백범과의 경제적 협력 및 군사적 협력입니다.”
“백범이 그리 멍청할까?”
“눈앞의 이익을 마다할 자는 없습니다. 또한, 대한민국도 올해 지방단체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진정 고민스럽다.”
“당장 결정할 일은 아니십니다. 천천히 선택하소서.”
야마시타의 말에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너의 행보를 우리가 묵인해 줄 것이다.”
이 말을 듣기 위해 야마시타는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너는 이제 백범이 무슨 일을 할 것 같으냐?”
흑막에서 일본을 지배하는 노인도 백범의 행보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몽골공화국으로부터 고비 사막의 1/2을 샀습니다. 이 일은 일본 정부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왜지?”
“평화적으로 대한민국은 백범 때문에 영토가 확장되었습니다.”
적을 제일 잘 알 수밖에 없는 것은 적일 것이다.
“백범이 고비 사막의 1/2을 대한민국에 헌납한다는 것이냐?”
“예,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자국의 영토를 보호하기 위해서 군대를 주둔시킬 것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돈의 힘이군.”
“그렇습니다. 저는 그 일을 통해서 백범에게 두 가지를 주고 새로운 것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뭐냐?”
“지금 백범은 중국을 적으로 규정했습니다. 중국의 분열을 조장할 것입니다. 티베트나 신장 지역을 은밀히 지원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일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적과 손을 잡아서?”
“평화적 영토 확장입니다.”
야마시타는 백범에게서 배우고자 했다.
“허허허, 상상이 안 되는 일이군.”
“예, 상상이 안 되는 일을 백범은 해냈습니다.”
“알았다. 당분간 너를 묵인하겠다.”
노인의 말에 야마시타 도쿄 시장 후보는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다음 일본 총리는 나다.’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면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것만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야마시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