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3
2부 43화 치명적인 선거 개입? (2)
다음 날,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 각하께서 하실 수 없는 일을 내가 다 해놓고 정치계에서 물러날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법무부 장관과 검찰 총장 그리고 경찰 총감을 불렀다.
‘자기를 불러놓고 왜 검찰 총장까지 불렀냐는 눈빛이군.’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당연한 눈빛이다.
“바쁘신 걸음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내 말에 법무부 장관과 검찰 총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닙니다, 대행님.”
법무부 장관이 먼저 대답했다.
“청와대로 세 분을 부른 것은 논의할 사항이 있어서 모셨습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이 순간 법무부 장관과 검찰 총장은 복잡 미묘한 눈빛으로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리고 경찰 총감은 모두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대한민국의 사법은 공소시효가 존재하지 않습니까?”
내 말에 셋이 모두 인상을 찡그렸다가 담담해졌다.
‘감 잡았네.’
내가 자신들을 왜 불렀는지 알겠다는 눈빛이다.
“예, 그렇습니다. 공소시효가 존재합니다.”
“범인이 밝혀져도 공소시효 때문에 처벌을 못 한다면서요?”
“예, 그렇습니다.”
공소시효는 형사시효 중 하나다.
“공소시효가 완성되면, 실체법상 형벌권이 소멸하기에 검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됩니다.”
검찰 총장이 내가 알기 쉽게 설명해줬다.
‘그것을 몰라서 불렀을까.’
나는 공소시효 자체를 폐지하고자 한다. 물론 그렇게 되면 엄청난 업무 과중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렇군요.”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25년,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는 15년의 공소시효를 가지고 있습니다.”
“죽을죄를 지은 범죄자가 잘만 피해 다니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저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모두가 동의한다는 눈빛이다. 하지만 실행해서는 안 된다는 눈빛이기도 했다.
“중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와 경제사범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들을 불렀으니 본론을 꺼내야 한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공소시효 제도가 폐지되면 많은 인력이 미제 사건에 매달려 있어야 합니다.”
검사도 수사하지만 실질적으로 범인을 잡는 것은 경찰의 몫이기에 제일 먼저 경찰 총감이 거부하는 의사를 밝혔다.
“그런 문제도 있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법무부 장관께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공소시효 폐지는 행정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각도에서 고민한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경제사범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하신다면 경제계에서 반발이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경제계가 반발할 것이라고 말하며 나를 압박하는 법무부 장관이다.
“경제계야 제가 다 알아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대행님.”
검찰 총장이 나를 불렀다.
“예, 말씀하십시오.”
“죄 안 짓고 사는 사람 없습니다. 특히 경제인은 더욱 그렇습니다. 만약 대행님께서 대통령 행정령으로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또 그것이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대행님을 향한 올가미가 될 것입니다.”
검찰 총장이 이 정도로 말하면 한마디로 막가자는 소리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면 막가자는 거죠?”
내 말에 검찰 총장의 눈빛이 변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압니다. 농담입니다. 하하하!”
정권은 계속 바뀐다. 그리고 만약 다음 대선에서 여당이 정권을 잡으면 나를 표적 수사하라고 검찰에 지시할 것이다.
물론 확률은 희박하지만, 야당에서 대통령이 나온다고 해도 똑같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은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으니까.
“저는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검찰 총장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가장 많은 죄를 저지르는 존재는 경제인들이죠. 물론 대한민국의 법이 어느 부분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처럼 기업을 경영하기 어려운 나라도 없으니까요.”
나는 기본이 경제인이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을 저렇게 저들이 경청하고 있다.
“하지만 말입니다. 법이 느슨하고 빠져나갈 방법이 있으니 힘을 가진 사람이 또 돈을 가진 사람이 그런 법을 이용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부분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검찰 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내 말에 거의 동의하는 것은 저들이 은퇴했을 때 돌아갈 곳이 바로 태평양법무법인이기 때문이다.
“경제사범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것은 보이는 부분이고 제가 진정 원하는 것은 피의자에게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공소시효가 있지만, 피해자와 피해자 유족들에게는 자신들이 죽을 때까지 공소시효가 없다는 겁니다. 범죄자들에게 피해를 보았는데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겠습니까?”
“역시 대행님께서는 국민만 생각하시는군요.”
법무부 장관이 내게 말했다.
“모든 공직자가 그런 마음이지 않습니까.”
“초심만 그렇죠.”
대학교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삐딱하게 보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저도 점점 초심을 잃어가고 있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이 나면 정계에서 물러나려고 합니다.”
의도적으로 내 향후 계획을 흘렸다. 그리고 이 순간 모두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그리고 이것은 대통령 각하의 뜻이기도 합니다.”
내 말에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소시효가 폐지될 방법을 모색하겠습니다.”
“인원만 충원될 수 있다면 경찰은 열심히 범죄자들을 잡겠습니다. 또 그러기 위해서 자체적인 수사권이 확보됐으면 좋겠습니다.”
경찰 총감이 검찰 총장의 눈치를 보며 내게 말했고 검찰 총장은 바로 불편한 눈빛을 보였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이번 정권이 끝나기 전에 처리가 됐으면 합니다.”
이번 정권이 끝이 나도 내가 가진 부는 지속될 것이니 저들은 내가 원하는 그대로 공소시효를 폐지하게 될 것이다. 물론 국회에 상정되어야 하고 또 통과해야 할 것이다.
‘시작은 이번 정권에!’
결론은 통일한국당이 과반수 여당이 된 후에 끝을 낼 참이다.
“참, 화성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개구리 소년 사건은요?”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공소시효가 없어야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대행님.”
하여튼 조율을 끝냈다.
* * *
중국 북경 주석궁 주석 집무실.
“미국 항공 조사 위원회가 제대로 조사를 시작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보고자의 보고에 중국 주석은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안심할 수 있나?”
“예, 출격한 조종사들에게 함구령을 내렸고 미국 항공 조사 위원회 위원들이 그들을 소환할 권한은 없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결국 증거를 찾겠지.”
“증거 자체가 없습니다. 미확인 전투기였습니다.”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들이 봤잖아.”
“그들 역시 함부로 중국 전투기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아무런 증거는 없습니다.”
“이 시대가 증거로 결론이 나는 세상인가!”
중국 주석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보다 더 급한 것은 미국이 슈퍼 301조를 추가로 발동했다는 사실입니다. 처음 300개 수입 물품에 대해서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제는 500개 품목으로 늘렸습니다.”
경제 담당 보좌관이 보고하자마자 중국 주석의 표정은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젠장!”
“앞으로도 품목이 더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미국과 협상을 통해서 이 험난한 국면을 돌파해야 합니다.”
“말이야 쉽지.”
중국 주석은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아니면 백범 대행과 다시 손을 잡는 방법입니다.”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우리의 손을 그가 잡을까?”
“국익을 위해서라면 잡을 것입니다.”
이것은 얼마 전에도 했던 소리였다.
“어떤 것을 내줘야 하지?”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중국 주석이었다.
“왜 말을 못 해? 백범에게 그냥 장백산이라도 던져줄까?”
답답하기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중국 주석이었다.
“장백산을 준다면 백범은 웃으며 손을 내밀 수도 있습니다.”
경제 보좌관의 말에 중국 주석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이고 머리야……!”
정말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중국 주석이었다.
* * *
청와대 2별관에 있는 숙소.
대통령께서 청와대 관저를 사용하고 계시기에 나는 청와대 2별관에 있는 숙소를 사용하고 있고 이곳에서 최민수 분석관과 로버트 킴과 급변하는 동북아시아의 상황을 회의할 때가 많다. 물론 이 자리에서 내가 알아야 할 사항도 보고를 받는다.
“미국 항공 조사 위원회에서도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버트 킴이 내게 먼저 보고했다.
“증거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북한은 미확인 전투기라고 말했다. 물론 이것은 여전히 북한이 중국을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습니다. 북한이 증언하지 않는다면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북한이 내가 탄 전용기를 격추하려고 했던 미확인 전투기가 중국 국적의 전투기라고 밝히는 것은 중국을 등지고 미국과 완벽하게 손을 잡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쪽은 증인이 될 수 없겠죠?”
“그렇습니다.”
“그럼 출격한 중국 전투기 비행사가 답을 쥐고 있다고 보면 되겠군요.”
이 순간 떠오르는 것은 그 전투기 조종사의 미국 망명이다.
‘쉬운 일이 아니지.’
하지만 얼마를 제시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봅시다.”
중국의 죄악이 밝혀져야 간도를 되찾는 다음 행보를 진행할 수 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박태웅 회장께 연락하겠습니다.”
“다음 사항 보고 받겠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일본 쪽이다. 그리고 일본도 지금 한창 선거 때문에 열도가 뜨거워진 상태다.
“결국, 일본 정부가 미국이 요구한 주일미군 분담금 요구를 수용했습니다.”
일본은 그럴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과 일본이 연결된 끈은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주일미군밖에는 없으니까.
“예상했던 일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대행님.”
최민수 분석관의 눈빛이 달라졌다.
“돌발상황이 있군요.”
“예, 그렇습니다. 변절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새로운 정치 국면을 모색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야마시타 도쿄 시장 후보가 일본 총리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극우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극우의 탈을 벗을 생각인 모양입니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그의 행보 때문에 일본 총리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까지 비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사람이?”
야마시타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보고를 받고 있다.
‘정치인의 변절은 무죄지?’
대한민국의 정치인들도 철새처럼 이 당 저 당 날아다닌다. 하지만 일본 정치인들은 그럴 수가 없다. 그런데 야마시타가 새로운 행보를 시작했다는 것이 놀랍다.
“또한, 주일미군 주둔 분담금을 일본 정부가 100% 부담하는 것 역시 비난하고 있습니다.”
“쇼일까요?”
“모든 정치는 쇼이지 않겠습니까.”
“총리와 짜고?”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야마시타는 일본 총리의 최측근이다.
‘왜지?’
사람이 변하는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정치인이 변하는 것은 몸담은 곳에 더는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야마시타 후보를 더욱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겠습니다.”
최민수 분석관이 내게 말했다.
“그렇게 해야겠군요.”
그리고 나는 이 순간 야마시타 도쿄 시장 후보가 극우의 탈을 벗어 던지고 어쩌면 친한의 거짓된 탈을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겉과 속이 다른 일본인이지.’
하여튼 자신의 목적을 위해 또 그것을 실행시키려 변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