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333화 (333/415)

# 333

2부 33화 대행으로 한미정상회담 (1)

일주일이 지났고 나는 미국 순방을 위해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사실 이 대통령 전용기도 내가 기부를 했기에 대한민국 국가 재산으로 등록됐고, 지금 타고 있는 전용기는 미국 대통령이 타는 에어포스 원과 같은 기종이며 같은 성능을 가진 항공기다.

“법무부 장관 내정자를 정말 낙마시킬 생각입니까?”

최민수 분석관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동행하고 있다.

“그래야겠죠.”

이미 대통령 각하께서도 동의한 부분이다.

“어떤 부분이 정말 마음에 걸리시는 겁니까?”

이미 끝난 이야기인데 최민수 분석관은 미국으로 향하는 이 전용기 안에서 다시 법무부 장관 내정자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잘난 사람이고 다른 이들보다는 훨씬 깨끗한 사람이라는 것 압니다.”

“한쪽 이야기만 들으시고 감정적으로 너무 치우치신 것은 아닌가 합니다.”

“나는 두 분의 분석을 참고했습니다.”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불법을 저지른 적이 없습니다. 대행님께서 편법이라고 하셨지만, 편법을 저지른 적도 없습니다. 대한민국 교육계가 장려하는 교육 사업을 법무부 장관의 딸이 열성적으로 했다는 생각은 못 하십니까?”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일반 서민의 아들딸이 그런 환경에서 그런 인턴을 할 수 있을까요?”

“대행님.”

최민수 분석관이 나를 봤다. 그리고 그의 눈빛이 달라진 상태다.

“예, 말씀하세요.”

“지금 제 마음에서는 이 전용기를 당장 세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전용기에서 내리고 싶습니다.”

솔직하다.

“으음……!”

“마음은 그렇다는 겁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대행님께서는 사회주의 국가를 원하십니까? 어떻게 기준을 그렇게 잡고 계십니까?”

“기회는 평등해야 합니다.”

“그 어느 세상도 평등한 기회는 없습니다.”

“잘못된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만들어질 때부터 그랬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답습할 수는 없습니다.”

“공산주의신가요? 세계 최고의 재산가가 공산주의자처럼 말씀하시니 놀라울 뿐입니다. 무엇이 그렇게 걸리십니까? 무엇이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겁니까?”

“세계 최고라는 재벌이라는 타이틀이겠죠.”

“인정하시는군요.”

“불법과 편법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입니다. 공평한 기회부여라는 미명으로 검찰 개혁의 칼이 될 사람을 버리실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그 일주일 전에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대행님께 전화를 걸었습니까? 대행님의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가 번복하라는 겁니까?”

“세상 어디에도 공평한 기회부여는 없습니다. 단지 서민들이 올라갈 사다리만 차지 않게 만드십시오.”

“사다리라고 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검찰 개혁을 생각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로스쿨로 가실 생각이시겠죠.”

“로스쿨을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검찰 개혁을 생각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니 개인적인 생각과 다르게 결국 깊이 고민하시고 로스쿨로 가실 겁니다. 그렇게 되면 서민들의 사다리가 사라집니다. 고민스럽지 않으십니까? 아마도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려고 할 겁니다. 또한, 사법시험을 폐지하려고 할 겁니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법무부 장관 내정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로스쿨 도입까지 이야기가 번졌다.

‘나는 사법시험을 지지한다.’

물론 그 사법시험 때문에 검찰들이 하나로 뭉쳐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권력을 쌓고 있다. 그리고 당당하게 청와대에 맞서고 정부에 맞선다. 물론 그들이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검찰 그들이 검찰에서 퇴직하거나 사표를 던진 후에도 갈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서!’

경찰은 청와대의 진정한 하수인이 되어 일한다.

시키는 일도 잘하고 시키지 않는 일도 잘한다.

왜냐고?

고위 경찰 관계자들이 퇴직한 후에는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자가 주는 낙하산 인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군부 별들이!’

내게 충성하기로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나는 곧 제주도에 미국과 함께 합법적인 민간군사기업을 설립할 것이니까. 사실 그것을 위해 미국으로 가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종합하셔야 합니다. 또 결국 의혹만 있는 일로 인사를 단행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처음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되신 겁니다. 그래서 좀 더 공명정대하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으음…….”

“검찰 개혁 중단하실 생각입니까?”

최민수 분석관이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실수하신 겁니다. 그리고 대통령 각하께서는 백범 대행님이 실수하신 것을 스스로 되돌리시기를 바라시며 기다리고 계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임명하라는 겁니까?”

“대한민국의 법을 어긴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최민수 분석관은 내가 실수를 했단다.

‘대행이 되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는 건가……!’

고민스럽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니 의욕만 앞세웠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 능력은 인정했잖아!’

내 결정을 번복해야 할까?

내가 그럴 수 있을까?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개혁이다.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나는 괘씸했다. 서민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는 것이 싫었다.

왜냐고?

내 딸이 그리고 내 아들이 서민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고 있으니까.

‘거울을 본 거겠지.’

결국, 나는 법무부 장관 내정자에게서 나를 본 것이다. 그래서 그랬다.

‘나는 얼마나 깨끗한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태양광 패널로 정부 지원금을 받아내려고 했던 나다. 그리고 그 전에 편법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달러 환율 상승에 대한 환차익을 얻었던 나다.

지금 내가 많은 것을 내놓고 있지만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편법과 불법 때문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시는 것이 개혁의 시작이고 혁신의 시작이지 않을까요?”

고민하는 나를 보며 최민수 분석관이 말했다.

“비서실장님.”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되돌려야 한다. 그러지 않고 계속 앞으로만 향하면 돌아가는 길이 멀다.

“예, 대행님.”

“주국 내정자에게 위성 전화 연결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 * *

-예, 대행님.

주국 내정자의 목소리가 담담했다.

“오늘 전격적으로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을 강행할 것입니다.”

-임명을 철회하실 것이라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이다.

-그래서 제가 오늘 사임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습니다.

여전히 목소리는 담담하다.

-어떻게 됐든지 의혹에 오른 것은 제 처신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제 실수입니다.”

-실수라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할 것입니다.”

-왜 갑자기?

“제가 내정자님보다 덜 깨끗하다는 것을 구름을 보며 깨우쳤습니다. 죄송합니다. 괴로우셨을 겁니다.”

나는 사과했다.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사법부 개혁에 앞장을 서겠습니다.

법무부 장관이 될 사람은 검찰 개혁이라고 말하지 않고 사법부 개혁이라고 말했다.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제는 지시라고 하셔야 합니다.

“예, 그럼 지시합니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지 않게 또 사법시험이 그대로 유지되게 해주십시오. 서민들의 사다리를 차지 맙시다.”

-검찰 개혁을 포기하신다는 말씀입니까?

“검찰은 개혁해야겠죠. 하지만 서민들의 기회를 빼앗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공부만 잘하면 각종 국가 고시를 통해서 검사도 되고 외교관도 되고 5급 공무원도 될 수 있다. 물론 회계사도 될 수 있고 법무사도 될 수 있으며 감리사도 될 수 있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가 시행되고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상징성 하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국민의 희망을 빼앗고 싶지 않다.’

이게 내 진짜 마음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사법시험 제도를 유지하고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내 말에 동의한 법무부 장관 내정자다.

“또 하나 지시할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국민에게 칭찬만 들을 일만 할 수 없는 자리가 그 자리다.]

대통령께서 내게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 * *

-거부해도 되는 사항입니까?

나는 전직 대통령의 아들을 특별 사면을 통해서 수많은 민생사범 속에 끼워 넣고 사면하겠다고 말했었다.

“안 되는 겁니까?”

-국민을 속이지 말라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이니 대행께서도 사용할 수 있으십니다. 하지만 정면 돌파를 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면 돌파를 하란다.

꼼수를 쓰지 말란다.

‘쪽팔리네…….’

처음으로 쪽팔려 봤다.

“좋습니다. 일차로 김현수만 특별 사면합니다. 법무부 장관이 되신 후 실행하실 첫 번째 임무입니다.”

-이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은 또 여당은 정치적 야합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받은 것이 있으니 돌려줘야 한다.

‘또 한 번 재를 묻히는군.’

* * *

청와대 대통령 관저.

직무가 정지가 되신 대통령은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뉴스에서는 미국 순방을 통해서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할 백범 대통령 대행이 법무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

“이래야 백범이지.”

대통령은 자신의 실수를 바로 잡는 백범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다음 뉴스입니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수 씨를 백범 대통령 권한 대행께서 사면권을 발동하여 사면했습니다.]

드디어 백범도 국민에게 욕을 먹을 짓을 했다.

“꼼수를 안 썼군.”

다시 웃는 대통령이시다.

“비서관.”

“예, 대통령님.”

“재도 묻어서는 안 될 사람이네.”

“……?”

비서관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눈빛이다.

“기자회견 준비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 * *

통일한국당 당사 총재실

이범성 총재가 뉴스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이렇게 되면…….”

“백범 대행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하락할 겁니다. 지방단체장 선거 직전에 이런 발표를 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이범성 총재를 보며 말했고 또 심은혜를 보며 말했다.

“이것 때문에 여러분들께서 입당하신 것 아닌가요”

심은혜가 통일한국당 당원들을 보며 말했다.

“으음……!”

“아무리 그래도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방법이 틀렸다는 겁니다. 딱 한 사람을 위한 사면권이 발동된 적은 없습니다. 각종 민생사범 속에 끼워 넣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다고 국민께서 모르겠습니까.”

따박, 따박 자기 생각을 전달하고 있는 심은혜 서울시장 후보였다.

“알기는 알지만 그래도…….”

“쪽팔리기 싫었나 보죠.”

심은혜의 말에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멍해졌다.

“뭐, 뭐라고요?”

“대행께서 쪽팔리기 싫어서 이러신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허허허, 서울시장 후보께서 말씀이 격하시네요. 맞아요. 우리가 왜 신당을 창당했습니까. 시쳇말로 쪽팔리지 말자고 뜻을 모은 것 아닙니까.”

이범성 총재가 말했고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은혜 후보, 보통은 넘어. 허허허!’

이범성 총재의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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