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2
2부 32화 대통령 권한 대행을 수락합니다 (3)
전직 대통령의 사택 응접실.
“하하하, 자가 원래 저런 놈이다. 하하하!”
전직 대통령은 호탕하게 웃었다.
“대통령님, 아무리 백범 대행을 아들처럼 생각하시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 되면 우리 당의 입지가 더 좁아지게 됩니다.”
전직 대통령을 따르는 야당 의원 몇이 전직 대통령을 찾아왔었고 그래서 같이 TV를 통해서 기자회견을 볼 수밖에 없었다.
“당이 우선이가? 나라가 우선이지.”
“하지만 그래도……. 다음 지방단체장 선거에서…….”
“이번 일은 대놓고 선거를 지원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게 누가 대통령을 마음대로 탄핵하라고 했나? 여당에 놀아나니 꼴이 참 좋다.”
“송구합니다.”
“선거는 알아서 해라. 옛날 말에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있다.”
전직 대통령이 각자도생이라는 말을 했고 일부 의원들이 본능적으로 당을 바꿔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각자도생이라고 하셨습니까?”
“지방단체장 선거야 니들이랑은 크게 상관이 없지만 그다음이 바로 총선이다. 흔들리는 당으로 되겠네. 그리고 둥지잖아.”
“대통령님……!”
“날개 펼 준비를 해라.”
전직 대통령은 마치 지시를 하듯 말했다.
“탈당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탈당은 니들 자유인데 통일한국당에서 철새를 받아줄지 모르겠다. 하하하!”
전직 대통령은 더 자신이 정치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강 건너 불구경을 하듯 말했다. 아니, 마치 현직 국회의원을 놀리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아……!”
그저 이곳에 찾아온 국회의원들은 탄성만 터트릴 뿐이다.
“그건 그렇고 니들 아들내미들은 다 군대 보냈나?”
“예?”
“대행이 병역 비리에 칼을 뽑는다고 했잖아. 서슬 퍼런 칼에 누가 목이 날아갈 것 같아?”
“저는…….”
“저도…….”
대한민국 국회의원 중에 아들을 군대에 보낸 사람은 10%로도 되지 않았다. 물론 자기도 군대를 안 간 사람은 더 많았다.
이러니 국민들 역시 군대라면 치를 떨고 돈 없고 힘없는 사람만 가는 곳이 군대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저는 괜찮습니다.”
아무 말도 없던 국회의원이 자신 있게 말했다.
“니는 괜찮나?”
“예, 그렇습니다.”
“니는 옛날에 미국에서 애를 낳았지?”
“예, 그렇습니다. 이미 미국 시민권자입니다.”
“병역 비리 척결을 위해 칼을 뽑았는데 원정출산은 그냥 두겠나?”
“아……!”
“쯧쯧! 모지리들!”
전직대통령은 혀를 찼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와?”
“제가 입대를 시킬 겁니다. 미국 시민권 포기시키고 입대시키겠습니다.”
“니 아들이 네 마음대로 해줄 것 같나?”
“거부하면 카드도 끊고 지원도 끊을 겁니다. 제가 살아야 집안이 살고 지도 나중에 편히 살 수 있다는 것을 알 겁니다. 좋은 대학을 보냈는데 그 정도도 생각하지 못하면 유학비가 아깝죠.”
“무성아.”
“예, 대통령님.”
“박무성아. 니는 그래도 이렇게 솔직해서 좋다.”
“제가 좋으시면…… 그러니까…….”
“추천서라도 한 장 써달라고?”
“예, 그렇습니다. 제가 부산 경남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쯧쯧, 너 말고도 부산 경남을 지킬 사람은 많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좀 이상하고 속되게 보이지만 그런 거로 이번 일을 퉁 칠 수는 없다.”
“예?”
“자자, 머리가 팍팍 돌아가니 나도 좀 신경을 써줄 기다.”
모두에게는 자신의 목적이 있는 법이다.
‘이제는 아비 품에 돌아올 때도 됐다.’
전직 대통령은 자기 아들을 떠올렸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대행님, 앉으십시오.”
비서실장이 내게 말했다.
“됐습니다. 저 자리는 국민이 뽑은 분만 앉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께서 허락하신 자리이니 저는 앉지 않겠습니다.”
내 말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참 이런 구석도 신기하다는 눈빛을 보였다.
“예, 알겠습니다.”
직무대행이 그렇게 말하니 다른 관계자들은 알았다고 대답할 뿐이다.
“로버트 킴.”
나는 대통령 직무대행이 된 후로 로버트 킴을 대통령 직무대행 건강 관리사로 청와대 5급 임시 행정관으로 임명했다.
‘꼼수지.’
거기다가 최민수 분석관도 이발소 보조로 청와대에 고용했다.
‘비선을 쓰면 최순실 꼴 난다.’
내가 파격적인 행보를 수행할 때마다 적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모든 일을 꼼수라고 해도 절차를 지켜야 한다.
‘시쳇말로 미국 소고기 파동도 일으킨 여당이잖아.’
정말 여당이야말로 여론몰이를 누구보다 잘하는 존재들이다. 거기다가 나만 아는 기억이지만 촛불이라면 환장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엄하게 태극기만 휘두르며 성조기랑 겹쳐서 휘날리는 지금의 야당도 꼴 보기 싫은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창당이다!.’
하여튼 오늘은 칼을 두 번 휘둘러서 신당인 통일한국당을 지원한 상황이 됐다.
“제가 바로 처리해야 할 일이 뭐죠?”
이제는 본격적으로 대행으로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 발표하시는 일이 남았습니다.”
국방부 장관을 나로 선임하신 대통령께서는 법무부 장관까지 다시 뽑으셨다. 이것은 검찰 개혁을 시작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사법부를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를 천명하는 일일 것이다.
“누굽니까?”
“주국 서울대 교수입니다.”
비서실장이 대답했고 나는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러십니까? 대행님.”
“서울대 주국 교수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그분 딸이 의사죠?”
“예, 그렇습니다.”
비서실장이 대답했고 나는 로버트 킴을 봤다.
“좀 더 심사숙고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좀 피곤합니다. 쉬어야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청와대 수석들과 비서실장이 밖으로 나갔다.
“건강관리사.”
로버트 킴도 따라 나가려고 했다가 자기를 부르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고 돌아섰다.
“예, 대행님.”
“좀 남으십시오. 최민수 이발사 보조도 부르시고요.”
“예, 알겠습니다.”
* * *
이발사로 보조로 청와대에 채용된 최민수 분석관과 로버트 킴이 내 앞에 서 있다.
“그 사람 괜찮습니까?”
나는 그가 누군지 잘 알고 있다.
“더러운 손으로 어떻게 더러운 사법부 개혁을 단행할 수 있겠습니까.”
로버트 킴이 바로 대답했다.
물론 나는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는 능력이 있고 또 깨끗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는 아버지였다. 그래서 안 되는 것이다.
“로버트, 너무 비약이 심한 것 아닙니까?”
“개혁을 단행할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자세한 설명을 하려고 그러는지 로버트가 영어로 말했다.
“스물네 살짜리 대학생이 의료과학 논문의 1저자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교육계라면 제 딸도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보내고 싶습니다.”
로버트는 빈정거리기까지 했다.
“그렇죠…….”
“개인의 능력은 출중합니다, 또한 사법 개혁에 대한 의지도 확고합니다. 또한, 법학자이기 때문에 법에 대한 해석도 명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전 경험이 부족합니다. 현실과 이상은 다른 법입니다. 아니, 다른 쪽으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대행님께서 지금까지 수많은 일을 해오셔도 국민이 지지하는 것은 깨끗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개혁들을 실행하실 때 가장 큰 손해를 보시는 분이 대행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걱정되시는 부분이 무엇인지는 잘 압니다. 하지만 대통령께서 신이 아니시니 실수하실 때도 있습니다. 실수하셨다면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알겠습니다. 최민수 분석관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개인이 능력만 믿고 가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대행님은 결국 대행이십니다.”
대통령과 척을 질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도 하군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백범이기에 백범답게 갈 것이다.
“알겠습니다. 이제 점심시간이니 개인 시간이나 다름이 없으니 대통령님을 제가 만나겠습니다.”
로버트 킴의 의견을 따를 생각이다.
‘주국은 죽어도 안 돼.’
왜냐고?
수신제가가 우선이니까.
‘수신만 잘하실 것인데……!.’
제가도 잘하셔야 했다.
그리고 이 순간 나도 엘리자베스의 아버지이고 또 태어날 아들의 아버지이기에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혹을 이길 수 없을 때!.’
그때가 찾아오면 깔끔하게 모든 것을 버리고 물러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순간 어느 영화에서 나온 대사가 떠오른다.
“영웅이……. 늙으면 악당이 된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고 로버트와 최민수 분석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참, 그린란드에 대한 분석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그린란드는 유럽과 북미 대륙 사이에 있는 면적 약 217만 5,600㎢ 규모의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그린란드를 소유한 나라는 덴마크다.
‘국토의 85%가 얼음으로 덮여 있는 얼음의 땅이지.’
그래서 경작이 가능한 땅은 2%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과거의 알래스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덴마크 정부의 입장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유추해 보고 있습니다.”
로버트 킴이 내게 말했다.
“얼마면 될 것 같습니까?”
“가격은 덴마크의 의지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 무한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겠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들 하시죠.”
“예, 알겠습니다. 대행님.”
* * *
대통령 관저.
“으음……!”
법무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 내 의견을 대통령님께 말씀을 드렸다.
“대행께서는 그렇게 생각을 하십니까?”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때 대통령님께서도 사람이기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이래서 최민수 분석관이 그런 의견을 낸 것이지.’
내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자마자 대통령이 정해 놓은 일들을 바꾸고 있으니까.
“송구합니다. 대통령님께서 모든 국민의 지지를 받으시는 것은 청렴하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들이 그 사람의 집안에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나도 몰랐소.”
“예, 잘 밝혀지지 않는 부분이니까요. 하지만 내정자가 발표되고 인사청문회가 준비되면 여당이나 야당이나 모두 물고 늘어질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교수는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힘이 들 겁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나도 물고 늘어진 여당과 야당이다. 그러니 나에 비해 힘이 없는 교수는 만신창이가 될 수 있다.
“그 능력 있고 깨끗한 사람이 왜 그랬을까……!”
대통령께서는 안타깝다는 눈빛이시다.
“아버지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군요. 아버지라서 그런 실수를 했겠군요.”
사실 따지고 보면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썩은 부분은 항상 자신에게 도움될 사람에게 알아서 해주는 그런 것들이 존재한다. 그런 것을 거부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일 것이다.
“스스로 바로 잡을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 대통령님의 임기는 2년이나 남지 않았습니까.”
“바로 잡으면?”
“그때 내정하시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통령이시다.
“교수에게는 내가 전화를 따로 하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그런데 말입니다. 빚을 졌으면 갚아야 하지 않습니까.”
“예?”
“그분께서 많은 일을 해줬습니다.”
누구를 말하는지 알겠다.
“제가 해야 할까요?”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칭찬만 듣는 일만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욕먹는 일도 때로는 해야죠.”
“예, 알겠습니다.”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서 특별 사면권도 발동하게 생겼다.
‘그래, 빚이지. 빚!.’
빚을 졌다면 털고 가는 것이 맞다.
‘백범아, 너도 정치꾼 다 됐구나.’
나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