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1
2부 31화 대통령 권한 대행을 수락합니다 (2)
내 발표에 내외신 기자들은 대통령 권한 대행이 대통령 시행령을 발동하는 것은 월권이 아니냐는 눈빛을 보였다. 물론 일부 기자들은 기대하는 눈빛이고 또 일부 기자들은 곧 닥칠 지방단체장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눈빛이다.
“두 가지에 대한 대통령 시행령을 발표합니다. 첫 번째는 제가 교통사고에 의해 중단이 됐던 의료보험개혁안을 대통령 시행령을 통해서 실시할 것을 밝힙니다.”
이렇게 되면 의료보험 상한제가 폐지된다. 이것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의료보험 체계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다시 한번 반석 위에 오를 수 있는 자금을 충당할 수 있다. 또한, 직장 가입자에 비해 차별을 받는 지역 가입자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
“오……!”
“대단한데……!”
모두가 이것은 반기는 눈빛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국민건강보험 이사장이었을 때 추진한 개혁안의 핵심은 국민건강보험 상한제 폐지였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자신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거였으니까.
“두 번째로는 대체복무제를 전격적으로 실행합니다.”
순간 모두가 멍해졌다.
‘그 누구도, 아니, 하나님이라도 대한민국에서는 국방의 의무를 거부할 수 없다.’
똑같은 의무에 똑같은 권리를 줘야 한다.
“일부 종교단체에서 종교적 신념에 의해 국방의 의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평화적인 목적으로 전쟁을 거부하고 또 집총을 거부합니다. 그에 따라 그들의 종교 이념을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모두가 나를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종교를 이해하면서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감당해야 하는 국방의 의무를 거부할 수는 없고, 그것을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이기도 한 대통령 권한 대행인 제가 묵과할 수도 없습니다. 그에 따라 종교적 신념을 지키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대체복무제를 시행할 것입니다. 종교적 병역 거부자들은 국방부에서 1차 대체 복부를 신청하게 되면 그 어떤 경우에도 총을 쥐지 않을 것이며 애국가 제창이나 국기에 대한 경례도 없을 것입니다.”
내 말에 충격 그 자체의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에 따라 종교적 병역 거부자들은 인도적이고 평화적인 대체 복부 활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파격 그 자체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 발표를 듣고 있는 그 종교 집단들은 환호성을 지르게 될 것이다.
“이것으로 두 가지 대통령 시행령 발표를 끝내겠습니다.”
보통의 경우 대통령은 이런 기지회견이나 담화문 발표에서 질문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오늘 내외신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을 것이다.
“대통령 직무대행님께서 기자분들에게 대통령 시행령에 대한 질문을 잠시 받겠습니다.”
정무수석이 조심히 말했고 기자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모두가 이것은 특종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 * *
여당 대표실.
“대행이 감히 대통령 시행령을 발동할 수 있나?”
여당과 야당은 백범의 첫 대통령 직무대행 일정이라고 할 수 있는 기자회견을 TV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직무대행은 현상 유지를 원칙으로 합니다.”
법률 관련 보좌관이 여당 대표에게 보고했다.
“그럼 저거 안 된다는 거지?”
“헌법적 유권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
신경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는 여당 대표였다.
“그것이…….”
“정확한 답을 가지고 와.”
“예, 알겠습니다. 대표님.”
똑똑!
그때 여당 대표실에서 노크가 들렸고 여당 대표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차진수 의원이 여당 대표실로 다급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대표님,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대통령 권한 대행이 저따위로 월권을 하는 일말고 더 큰 일이 뭐가 있다는 겁니까?”
“대통령 권한 대행의 자리를 사임한 이범성 전임 국무총리가 오늘 통일한국당 총재로 추대됐습니다.”
“뭐라고요?”
바로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는 여당 대표였다.
“그와 함께 전임 국무총리인 이범성이 통일한국당의 목표는 새로운 정권 창출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음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거야!”
“예, 공식적으로 견해를 밝힌 것입니다. 그와 함께 심은혜 의원이 공식적으로 서울 시장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와 함께 경지 도지사, 부산시장, 대구시장을 비롯한 인천시장까지 모든 시장 후보를 발표했습니다.”
폭풍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일이 진행이 되고 있었다.
“그건 예상한 일이고.”
“문제는 대통령 권한 대행직을 사임한 이범성 총재를 국민이 전폭적으로 지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거 사실이야?”
“예, 그렇습니다. 백범 권한 대행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이범성 총재에게 몰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진퇴양난이군.”
여당 대표는 괜히 자신이 대통령을 탄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구한 말씀이지만 이 상태로라면 이번 지방단체장 선거를 시작으로 다음 총선에서 통일한국당의 돌풍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말도 안 되는 여론몰이를 하는 거야. 정치가 쉬워? 정치를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것인 줄 아나!”
여당 대표는 버럭 소리만 지를 뿐이었다.
* * *
청와대 기자회견장.
“대통령 권한 대행님, 그렇다면 구체적인 대체복무제도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하나가 정무수석에게 허락을 받고 질문을 시작했다.
“국방부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대체복무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를 예로 든다면 총을 쥐지 않는 상태에서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야 하는 DMZ에 매설되어 있는 미확인 지뢰를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 그 말씀이 진정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일부 종교단체들은 세계 평화를 위해 집총을 거부하고 전쟁을 거부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대한민국과 국방부는 그 종교단체의 신념을 올바르게 이행할 수 있게 협조할 것입니다.”
내 확고한 발표에 기자들이 멍해졌다.
‘제대로 한 방 먹은 거다.’
병역 거부를 하는 종교단체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나를 악마로 규정하거나 적그리스도로 규정할지도 모르지.’
종교라는 것이 그렇다.
자신들의 주장을 위해서 성경을 오역하고 또 자기 입맛대로 해석한다.
‘성경이 만들어진 이스라엘은 여자도 군대에 간다.’
한마디로 내가 제대로 엿을 먹인 것이다.
“추가로 라오스와 캄보디아 그리고 동티모르에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또 평화를 이룩하는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미확인 지뢰 제거 단체로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해외까지 파병하겠다는 말씀입니까?”
다른 기자가 기가 찬다는 눈빛으로 내게 질문했다. 아니 나이기에 이런 발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눈빛이다.
백범이기에!
“파병이라니요. 대체복무자들은 병사가 아닙니다. 그러니 파병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습니다. 파견될 것입니다. 파견과 파병은 분명 다른 겁니다. 또한,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국방부는 전격적으로 야후와의 증인을 국방부 내 부대에서 종교행사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입니다.”
“아……!”
“만약 이런 대체복무제도가 전격적으로 시행된다면 야후와의 증인들은 이 자체도 거부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대책은 무엇입니까?”
“스스로 자신들의 신념인 평화적인 활동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주장한 평화적 종교 신념이라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와 함께 만약 대한민국과 국방부가 제시한 대체복무를 거부하게 된다면 준법 국가인 대한민국이기에 법 집행을 통해 처리할 것입니다.”
“그 말씀은 강행하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도 안보에 편승할 수 없습니다. 그와 함께 전·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한 재벌 일가들의 병역 이행 여부에 대한 전수 조사를 국방부에서 실시할 계획입니다.”
오늘은 계속 폭탄선언만 하는 것이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서 그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 대한민국의 지도층이 올바르게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
짝짝짝!
그때 기자 중 일부가 손뼉을 쳤다.
짝짝짝!
그리고 그 박수가 계속됐고 모든 기자는 기립 박수를 쳤다.
“집중해 주십시오.”
정무수석이 기자들에게 말했지만 기립 박수는 계속됐다.
“모두 조용히 해주십시오.”
정무수석이 다시 외치자 그제야 기자들이 자리에 앉았다.
“다음 질문받겠습니다.”
정무수석이 기자 한 명을 지목했다.
“대통령권한대행님. 첫 번째로 발표한 국민건강보험 상한제가 폐지되면 대통령 권한 대행께서는 얼마의 건강보험료를 내게 되십니까?”
이런 부분도 국민은 궁금할 것이다.
“정확하게는 산정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략 월에 380억을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3……. 380억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누구나 앞으로 이제는 월 소득의 3%를 건강보험료로 내게 될 것입니다.”
내 말에 기자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럼……. 대행님은 한 달에 얼마를 번다는 거야……!”
“세계 최고 재벌답군……!”
“이건 자기한테도 안 좋은 시행령이잖아.”
“대행님께서는 병원 갈 시간이나 있을까?”
기자들은 충격에 빠졌고 또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이것으로 모든 기자회견을 마칩니다.”
나는 단상 밖으로 나와서 기자들에게 머리를 숙였고 기자회견 현장을 빠져나왔다.
“대행님.”
나를 수행하는 정무수석이 나를 불렀다.
“예, 정무수석님.”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권한 대행께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것도 지금까지는 없었던 일입니다. 그리고 대통령 권한 대행께서 기자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경우도 없었습니다.”
“대통령 권한 대행이 제가 처음은 아니죠?”
“예, 그렇습니다. 두 차례의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대통령 권한 대행이 계셨습니다.”
“대통령 권한 대행은 대통령과 같은 권한을 가진다. 그래서 권한 대행이지 않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에게 대통령 권한 대행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대통령의 모든 권한은 선거를 통해서 국민에게 나오는 것이니 국민이 바로 헌법이고 국가의 주인입니다.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 대답에 정무수석은 나를 참 신기한 사람이라고 바라보는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 또 궁금해하는 눈빛이다.
“궁금하신 것 있으십니까?”
“아, 아닙니다. 아니 정말 380억이나 건강보험료로 내셔야 합니까”
모든 국민은 이것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신문이나 언론 그리고 케이블 토론 방송은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 대행이 380억이나 건강보험료를 내는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게 될 것이다.
“국민께서 놀랄 것 같아서 좀 줄였습니다.”
“금액을 줄였다고요?”
더욱 놀라는 정무수석이다.
“예, 그렇습니다. 확인해 보니 1000억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건강보험료 납부 비율이 3%니까……. 헐!”
정무수석은 입이 쩍 벌어졌다.
“그 정도로만 아시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대체복무제를 시행하실 거냐고 묻고 싶으신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반드시 실행할 것입니다. 그 누구도 안보에 편승할 수는 없습니다. 또 모든 의무를 회피하고 권리만 누릴 수 없습니다.”
사실 그 종교단체는 첫 번째로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종교적 신념 속에서는 납세의 의무도 거부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정부나 국가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 대통령권한대행님…….”
“그냥 바로 물어보십시오.”
“다음에는 어떤 파격적인 대통령 시행령을 발포하실 생각입니까?”
정무수석은 이게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기대되십니까?”
내 물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정무수석이다.
“아닙니다.”
“다음에 추진할 것은 남녀평등법입니다. 사실 대한민국은 여전히 남녀가 평등하지 않으니까요.”
나는 그저 정무수석에게 담담하게 말했지만, 정무수석은 그 남녀평등법에 또 무엇을 숨길지 걱정하는 눈빛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