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0
2부 30화 대통령 권한 대행을 수락합니다. (1)
태양 빌딩 최고층에 있는 초호화 오피스텔.
태양 그룹은 63빌딩을 한하 그룹으로부터 샀고 그 최고층은 내가 쉴 수 있고 또 다른 업무들을 볼 수 있도록 초호화 오피스텔로 개조했다. 그리고 이곳에는 태양 컴퍼니 전략 기획실 핵심 인원들과 태양 그룹 전략 기획실 핵심 인원들이 합동 본부를 구성하여 나를 위해 또 대한민국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물론 서민들이 상상할 수 없는 막대한 연봉을 받고 있기에 대한민국과 전 세계 모든 분야의 엘리트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국방부에 속해 있는 한미연합사령부 비슷한 위치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모든 것들이 결정된다.
왜냐고?
내가 이곳에서 진두지휘하고 있으니까.
하여튼 대한민국에서 절대 일어날 법하지 않은 초유의 사태가 두 번이나 연속으로 일어났다.
‘결국, 대통령을 탄핵했군.’
물론 대통령 각하께서는 자신이 여당과 야당의 야합 때문에 정치적 목적 때문에 탄핵을 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게 말했었다.
‘그게 쓰러지기 전이지……!’
사실 처음에는 헌법 개헌을 통해서 대통령제를 단임제에서 재임제로 바꿀 때만 하더라도 여당과 야당은 대통령 각하를 지지했었다. 그런데 내가 깨어나기 전에 나를 대신하고자 했던 내 아내 심은혜가 여성가족부 장관이 된 후부터 많은 것이 달라져 버렸다.
“이 모든 결과는 결국 서울 시장 선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미국 국적자인 로버트 킴이 어눌한 한국어로 내게 보고했다.
“그렇겠지.”
“예, 그렇습니다. 서울 시장 당선이 대한민국 다음 대통령 후보의 잣대가 되기에 여당과 야당이 최악의 상황을 만든 것입니다.”
로버트 킴의 의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다른 로버트는 잘하고 있을까?.’
내가 추진하는 궁극의 목적은 대한민국을 강성한 국가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은 그만큼의 해외 영토가 필요하고 또 그 영토를 유지할 군대가 필요하다. 그 모든 것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또 그만큼의 인구가 필요한 법이다.
‘최소 1억 5천만 명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3배 이상 인구가 늘어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인구를 가장 빠르게 늘릴 방법은 딱 한 가지다.
북한과의 통일.
그리고 중국 조선족의 흡수.
그 이후로는 단일민족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다. 물론 출산 장려 정책도 지속해서 이어가야 할 것이다.
하여튼 사하라 사막을 영토로 가진 인근 국가에서 몇 년째 로비 활동을 하는 태양 토지 개발 회사의 사장인 로버트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그들에게 최악의 상황이라면 내게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나온 거군요.”
“예, 그렇습니다. 뉴스에서 보도가 된 것처럼 VIP께서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되실 겁니다. 아마 전 세계 국가들은 놀랄 것입니다.”
“주식 시장도 요동을 치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이미 미국 주식 시장과 유럽 주식 시장 그리고 홍콩과 일본까지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특히 일본 주식 시장 주가 종합지수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이 말의 뜻을 다른 국가의 주식 시장은 상승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런 상승을 견인하는 것은 태양 컴퍼니와 태양 그룹이 상장시킨 회사들 때문일 것이다.
‘이게 또 부수입이 되는군.’
달가운 일이다. 그리고 나는 그만큼 세계에서 이제는 영향력을 가졌다는 의미다.
“일본 주가 종합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군요.”
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민족주의자다. 그리고 이것은 일본이 나를 싫어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 이유가 될 것이다.
‘진정한 사죄와 반성을 하고 또 배상한다면!’
나는 일본과 손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일본이기에 이렇게 궁지로 자꾸 몰아가는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그럼 이제 내가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알아야 할 것이 무엇입니까?”
“대통령 권한 대행은 대통령의 부재시 현상 유지를 목표로 국가를 운영하셔야 합니다.”
“현상 유지?”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것들을 시작할 수는 없다는 거군요. 예를 들면 대통령 시행령을 발포할 수 없다는 의미인가요?”
“그것은 유권 해석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헌법 연구 학자들이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 살피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래서 저들이 막대한 연봉을 받는 것이다.
알아서 착착 일을 진행하니까.
“대통령 행정 시행령을 발동할 수 있게 되어야 합니다.”
“예, 법적 근거를 확인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던 한국인 최민수 분석관이 내게 보고했다.
“내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은 얼마 정도 될 것 같습니까?”
“짧게는 3개월입니다. 그리고 길게는 6개월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6개월까지 권한 대행께서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 대행을 수행할 수 있도록 태평양 법무법인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그 6개월 동안 무엇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렇군요.”
그리고 나는 내가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임무를 수행할 때 알아야 하는 모든 것들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보고를 받았다.
“VIP께 가장 시급한 것은 예정되어 있던 대통령 각하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주에 예정된 미국 순방이고 한미 정상회담입니다.”
딱 좋은 상황이다.
국방부 장관보다는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미국 부시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
‘이제 제대로 군비 확장이다!’
미국은 끝내 대한민국이 내민 손을 잡게 될 테니까.
‘내일, 또 다른 일들이 시작되겠군.’
내일이면 내가 대통령 권한 대행직을 수락하고 청와대에 임시지만 주인이 될 테니까.
* * *
서울 외곽에 있는 고급 음식점.
태평양 법무법인 대표가 백범을 위해서 헌법재판소 대법관 중 몇 명을 만나고 있었다. 사실 이런 일이 언론에 보도가 된다면 세상이 뒤집힐 일이겠지만 이런 일은 이전에도 비일비재했다.
“내일이면 백범 국방부 장관께서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됩니다.”
태평양 법무법인 대표는 처음 백범이 태양광 패널 사업을 추진할 때부터 손을 잡았던 동업자 관계였다. 하지만 이제는 동업자 관계가 아니라 백범의 지시를 받는 대한민국 최고의 법무법인으로 거듭난 상태였다. 또한, 이 모든 일은 백범의 지시가 아닌 태평양 법무법인 대표가 알아서 충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리였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이런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대통령 각하께서 원하신 결과물이라는 말이 청와대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 각하께서 원하셨다고요?”
이 자리에 모인 대법관들은 세 명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예, 그렇습니다. 저는 그런 줄로 알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가진 약점, 아니, 오류라고 해야겠군요. 다수의 표에 의해 대통령 각하께서 탄핵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무리 헌법을 확인하고 살펴봐도 이것은 탄핵 사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태평양 법무법인 대표의 말에 세 명의 대법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은 대법원에서 기각되지 않겠습니까?”
“예, 그럴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선거 개입이라는 것으로는 대통령 각하를 탄핵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요.”
“그런데 왜 저희를 이리 불렀습니까?
법조인들은 이제 태평양 법무법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사나 판사를 끝낸 후에 어디든 이직을 해야 했고 최고의 대우와 최고의 줄이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태평양 법무법인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린다면 대법관님들의 의견을 일차적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각하의 의중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각하의 의중이라고 했습니까?”
대법관 셋은 표정이 달라졌다.
“예,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더군요. 백범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 각하의 칼이라고.”
태평양 법무법인 대표의 말에 대법관 셋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린다면 대법원에서 탄핵 심사를 오랜 시간 신중하게 검토하시기를 희망하실 겁니다.”
대법관들은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국정 공백이 발생합니다.”
“권한 대행이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 권한 대행과 대통령 각하께서 긴밀히 협조하실 겁니다.”
이제야 무슨 의도로 자신을 불렀는지 알겠다는 눈빛을 보이는 대법관들이었다.
“올해 6월에 지방단체장 선거가 있습니다.”
“그때까지 판결을 내리지 말라는 겁니까?”
“제가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하겠습니까? 대한민국의 통수권자에 대한 탄핵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좀 더 신중하게 살펴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예. 그리고 태평양 법무법인에 새롭게 특별 고문 자리가 다섯 자리나 신설이 됐습니다.”
태평양 법무법인 대표의 말에 대법관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딱 넘어올 사람만 불렀다.’
때로는 대쪽 같은 대법관들도 분명하게 존재하니까.
* * *
일본 정부 총리 집무실.
“이렇게 되면 백범이 임시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는 거잖아.”
일본 총리는 또 한 번 인상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권한 대행입니다.”
야마시타는 이제 도쿄 시장 선거를 위해 총리 특별 보좌관을 사임했고 선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다른 수석 보좌관이 선임됐지만, 야마시타만큼 통찰력이 없었다.
“그게 그거잖아.”
“예, 그렇기는 합니다.”
“이렇게 되면 무슨 문제가 발생하게 되겠나?”
“우선 일본 주식 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이?”
“예, 그렇습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백범 대통령 대행은 반일주의자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와 함께 다음 주가 되면 예정된 미국 순방에 대통령을 대신해서 정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한미 정상회담이 있지.”
“예, 그렇습니다.”
“총체적 난국이다.”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일본 총리였다.
* * *
다음 날 아침.
나는 청와대로 출근을 해야 했다. 그리고 청와대 비서실에서 이제부터 나를 경호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되셨습니다.”
비서실장이 내게 말했다. 물론 이 청와대 비서실장은 신임 비서실장이다. 전임 비서실장은 인천광역시 시장 선거에 출마 선언하며 비서실장직을 사임했다. 물론 신임 비서실장도 내 세력에 속해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됐네요. 각하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관저에 계십니다.”
“그럼 우선 인사를 드려야겠군요.”
“아닙니다. 우선 기자회견부터 하시고 권한 대행을 수락하라고 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기자회견장으로 모시겠습니다.”
하여튼 오늘부터 나는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대통령에 따르는 예우와 경호를 받게 됐다.
* * *
대통령 권한 대행 수락 기자회견장.
수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모두 모였다.
그리고 단상에 서 있는 나를 숨죽이고 바라보고 있다.
“대통령 각하에 관한 여야 협의에 따른 국회의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국정 공백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이 발표는 한마디로 여야 당을 모두 엿 먹이는 것이다.
“또한, 국무총리께서 이번 탄핵이 부당한 조치라는 것을 강조하시며 국무총리직에 사임하시게 되어 제가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됐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통령 권한 대행직을 수락합니다.”
어느 순간 대통령 권한 대행 수락 연설이 된 상태다. 물론 그렇게 하려고 이런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거지만 말이다.
“이에 저는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써 정무를 수행할 것이고 국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게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에 따라 대통령 행정령을 발동합니다.”
내가 권한 대행직을 수락하자마자 대통령 행정령을 발동한다고 하자 기자들이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국회를 해산시켜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