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7
2부 27화 강력 대응? (2)
2002년 1월 20일, 북한 평양 김정일 주석궁.
“이번 서해 작전은 화전 양면정책의 하나라고 했나?”
김정일 앞에는 인민무력부장이 정자세로 서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위원장 동지. 남조선이 햇볕 정책이라는 간사한 계략으로 공화국의 주체사상을 말살하고 부르주아식 개방개혁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국이 강성대국이라는 것을 보여줄 때라고 판단했습니다.”
인민무력부장의 보고에 김정일은 웃고만 있었다. 하지만 그의 옆에 서 있는 장성택은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장성택을 보며 김정일은 묘한 미소를 보였다.
“옳은 말이오.”
“감사합니다. 위원장 동지.”
“주체 사상적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조선인민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오. 서해 작전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고민할 것이고 가장 파괴력이 강한 시점을 잡아 실행할 수 있게 결정하겠소.”
인민무력부장은 자신이 보고한 사항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김정일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사실 연해주경제특구와 신의주경제특구 건설이 한창 진행되면서 북한 군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었고 그 대신 장성택 세력의 입지는 높아졌다. 이런 북한의 내부 상황 때문에 인민무력부장을 비롯한 북한의 강경 군부는 대한민국에 대한 무력도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남조선과 친해지면!’
군부가 김정일에게 홀대를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민무력부장이었다.
“공화국의 군대가 남조선 괴뢰군과 교전하게 된다면 반드시 승리해야 할 것이오.”
“예, 물론이옵니다.”
“혹시라도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공화국의 해군이 남조선 괴뢰군 해군에게 패하게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 공화국의 수치라는 것을 명심하시오.”
순간 김정일의 눈빛이 변했고 인민무력부장은 긴장했다.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대한민국 해군은 백범 때문에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태였고 거제도와 울산에 있는 태양 조선소를 통해서 준항공모함급인 상륙함들을 건조하고 있었다.
또한, 이지스함급 구축함도 10대 이상 건조에 착수한 상태고 그 모든 것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게도 태양 그룹의 기부채납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인민무력부장 동무.”
“예, 위원장 동지.”
인민무력부장이 바짝 긴장한 눈빛을 보이며 대답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겠소?”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백전백승할 것입니다.”
“나도 그럴 것이라고 믿소.”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 연평도에 포격을 감행해서라도 조선인민군의 강성함을 보이겠습니다.”
“연평도?”
“예, 그렇습니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연평도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다.
연평도에는 자주포 부대가 배치되어 있고, 그 반대로 북한 해안에도 포병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남조선 인민도 공화국 인민이오.”
물론 대한민국도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조선인민군이 공화국의 인민에게 포격하는 것은 말도 안 되오.”
“예, 그렇습니다. 저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서해 작전 준비나 철저하게 하시오. 나는 이번 작전에 대해 기대가 큽니다. 당장은 실행할 수 없으니 5월 이후에 감행일을 잡고 보고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인민무력부장은 김정일에게 경례하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
“연해주 경제특구와 신의주경제특구가 가동 준비를 70% 이상 끝낸 상태입니다.”
“그 두 곳은 국내 정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나?”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에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겠습니다.”
“내가 5월이라고 했어.”
눈빛이 변하는 김정일이였다.
“예,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미국이 우리를 악의 축에서 제외한 이런 상황에서 무력 투쟁을 감행하는 것은 체제 유지에 이롭지 않고 경제 발전에도 이롭지 않다는 것을 나도 잘 알지.”
“……!”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답이 서지 않는 장성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인민무력부장의 계획을 바로 묵살할 수도 없지.”
김정일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군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군부에도 현재의 인민무력부장의 반대파가 있지 않나?”
“예, 있습니다.”
“4개월 남았으니 숙청해.”
김정일은 대한민국에 대한 무력도발보다는 경제성장을 통한 체제 유지 쪽으로 완벽하게 돌아선 상태였다.
‘배부른 인민은 배신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리 표정이 밝지 않은 김정일이였다.
‘하지만 배가 불러지면…….’
다른 것을 갈망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정일이였다.
* * *
몽골공화국 대통령궁 대통령 집무실.
몽골의 인구는 대략 3,080,000명이라는 것을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박태웅 회장은 보고 받았다.
‘넓은 영토에 비해 적은 인구를 가지고 있지……!’
국력의 증강을 위한 기본 조건은 넓은 영토와 그에 합당한 인구수일 것이고 그런 인구를 통해서 경제활동을 확대하고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경제력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것이 백범과 박태웅 회장의 생각이었다.
“대통령 각하를 뵈어서 영광입니다.”
몽골 대통령이 귀빈실로 들어오자마자 박태웅 회장에게 악수를 청했고 박태웅 회장은 바로 정중하게 악수를 한 후에 몽골 대통령에게 말했다.
사실 이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었다.
그와 함께 이 자리가 만들어진 이유는 백범의 요구를 거부한 중국 정부에 의해서 중국에서 시작하는 고비사막 농지화 사업이 백지화됐기 때문이다.
-중국 진출 계열사들이 핍박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주석은 백범의 제안을 거부하고 바로 경제보복에 돌입했다. 이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일본과 중국에 동시에 경제보복을 당하고 있는 상태였고, 그 때문에 국내 보수 언론들은 극우민족주의에 빠진 백범이 대한민국의 외교를 망치고 있다고 떠벌리고 있었다. 물론 백범과 연결된 언론들은 그런 보수 언론들과 다른 보도를 내놓고 있지만 말이다.
-태양 그룹의 계열사는 물론, 태양 컴퍼니에서 투자한 모든 사업 역시 검열을 시작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문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태양 컴퍼니까지라고 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올가미에 걸려들었군요.
-예?
-태양 컴퍼니는 미국 국적 기업입니다. 이것은 중국이 미국 국적 투자기업에 불합리한 보복을 시작했다는 의미이니 미·중 무역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것을 위해 백범이 중국 주석에게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한 것이었다.
“나도 태양 컴퍼니 회장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몽골 대통령이 말했고 통역관이 바로 통역을 해서 박태웅 회장에게 말해줬다.
“앉읍시다.”
몽골 대통령이 박태웅 회장에게 자리를 권했다.
* * *
“중국에서 추진하던 고비사막 농지화 사업이 백지화됐다는 것은 보고를 통해서 받았소.”
당연한 일일 것이다.
몽골 영토에 포함된 고비사막이니까.
그리고 그 고비사막을 개발하겠다고 태양 컴퍼니가 몽골 정부에 제안했으니까.
“예,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내가 보고를 받기로는 그 개발 사업에 투입된 모든 인력과 장비들이 국경 지대에 집결해 있다고 들었소.”
“예, 그렇습니다. 몽골 정부 농산부와 협약을 통해서 고비사막을 초지화할 계획을 수립한 상태입니다.”
중국 정부에게는 고비사막 농지화 사업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계획이 수정되면서 몽골 정부에게는 고비사막 초지화 사업이라고 말하는 박태웅 회장이었다.
물론 그 이유는 간단했다.
몽골은 목축업이 핵심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초지화를 계획한다는 것은 태양 컴퍼니가 몽골공화국 내부에서 거대 목축 사업을 실시하겠다는 의지로 생각해도 됩니까?”
“예, 그렇습니다. 태양 컴퍼니는 장기적으로 고비사막 초지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몽골을 세계 3대 육류 수출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캐시미어 사업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 모든 사업을 진행해 줄 테니까. 고비사막의 개발권을 달라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박태웅 회장이 바로 대답했고 몽골공화국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몽골공화국 통합군은 12,000여 명입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 태양 컴퍼니 미래전략기획실 실장에게 몽골의 군사력에 대해 보고를 받은 박태웅 회장이었다.
-대한민국의 1개 사단 규모도 되지 않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중에 국경수비대가 9,000명 정도이고 경찰이라고 할 수 있는 전투경찰이 20,000여 명입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 몽골공화국의 국방력은 부실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또한 경찰 병력이 2만밖에는 안 되기에 치안도 불안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을 사전에 확인한 것은 박태웅 회장 이후 백범이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의 자격으로 몽골공화국을 방문할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태양 컴퍼니는 몽골공화국을 농업 목축 국가에서 산업화 국가로 또 자원수출 국가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해외에서 투자를 받는 일은 좋은 일이지요. 내가 각 부처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지시를 하겠소.”
“감사합니다, 대통령 각하.”
“단도직입적으로 태양 컴퍼니는 고비사막을 얼마에 사시겠소?”
의외의 발언을 하는 몽골공화국이었다.
“고비사막을 파시겠다는 말씀입니까?”
“해외 투자가 국내 경제 발전에 이롭기는 하지만 그것은 남의 돈이지 않습니까.”
“그런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본국의 경제적 역량으로는 고비사막을 개발하거나 변화시킬 역량이 없소. 그러니 국가발전을 위해 파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몽골공화국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중국의 내몽골 자치주에서 꾸역꾸역 한족이 몽골 지역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와 함께 중국에서 생산이 되는 공산품이 몽골 경제를 장악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 * *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대한민국으로 입국하려고 했던 스티븐 유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스티븐 유께서는 입국 금지 조치를 받으셨습니다.”
법무부 공무원이 다시 한번 스티븐 유에게 확인사살을 하듯 통보했다.
“왜, 왜 이런 일이 생긴 겁니까?”
정신을 차린 스티븐 유가 법무부 공무원에게 말했다.
“국방부 요청으로 입국이 금지된 것입니다.”
“왜 갑자기?”
인상을 찡그리는 스티븐 유였다.
“왜 갑자기라니요.”
그때 가만히 있던 국방부 공무원이 스티븐 유를 보며 말했다.
“스티븐 유께서는 미국 시민권자입니다. 외국인이 국내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절차가 필요하고 승인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외국인이 대한민국에 그 어떤 피해를 줄 수 있다면 입국이 거부될 수 있습니다.”
“왜 나를 스티븐 유라고 부르시죠?”
“미국 여권을 보니 스티븐 유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스티븐 유께서는 대한민국에 입국하실 수 없습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국방부 공무원이었다.
“또한, 그 어떤 형태로도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을 하실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순간 스티븐 유는 뭐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백범은 국방부 장관으로 병역 기피자들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시작으로 국방부 장관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