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324화 (324/415)

# 324

2부 24화 국방부 장관에 취임하다 (2)

“허허허, 그렇다네.”

“우리는 어린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를 수가 없습니다.”

“국방부 장관의 지시겠는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 각하의 지시지.”

“아, 이런 망할.”

“박 장군.”

국방부 장관이 가장 불만을 가진 박 장군이라는 자를 불렀다.

“예, 선배님.”

“예편하면 뭐할 건가?”

“예?”

“장성 연금이나 받으면서 죽은 듯이 살 건가?”

“아직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대한민국에 미국처럼 민간군사기업이 생기면 어쩔 건가?”

“민간 군사기업이라고 하셨습니까?”

이 자리에 모인 장성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네. 제주도에 민간군사기업이 창립될 것이네.”

“그 말씀은 백범 회장이…….”

장성 중 한 명의 질문에 국방부 장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정자께서 내게 말씀을 하시더군. 민간군사기업을 창립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승인하고 협조할 것이다. 제주도는 절대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과 다르지 않다. 당신이 창립 구성원을 구성해라. 단 똥별들은 배제해라.”

“아……!”

“내가 여기 부른 사람들은 똥별이 아니라는 소리야. 무슨 말인지 알겠나? 100세 시대야 장군 연금만 받고 밥충이로 살 수는 없지 않나.”

국방부 장관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다.

“그 말씀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

“군부에서 지지 선언이라도 하라는 말씀입니까?”

“안 할 이유 있나?”

“그렇기는 합니다.”

국방부 장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파격이셨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서 탈당을 선언하는 대통령은 없었다. 청와대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여당이 든든하게 지원하고 방어막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 지원과 방어막을 걷어낸 대통령이시다. 물론 내가 탈당은 내가 요청한 것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수석 대변인을 통해서 신당 창립에 참여한다고 발표한 것도 파격 그 자체다.

“자네가 원한 것이지 않는가?”

“그렇기는 합니다.”

“내 오늘 확인을 해보니 심 장관의 서울 시장 후보 지지율이 45%까지 상승했더군.”

“예, 그렇습니다.”

아직 내 아내 심은혜는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지지율이 45%까지 상승해 있었고 만약 여성가족부 장관직을 사임하고 당당하게 서울 시장에 출마를 선언하면 그 지지율은 50%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비서실장에게 인천광역 시장 후보가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는 소리를 들었네.”

“비서실장께서는 충분한 역량을 가지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능력은 출중하지.”

미소를 보이는 대통령이시다.

“좋네, 그렇다면 누가 창당되는 통일한국당의 초대 총재가 되나?”

대통령께서는 명예 총재가 되실 것이다.

“강무헌 의원을 추대하고자 합니다.”

“강무헌?”

이것은 위험한 도박이다.

‘바보 같은 사람이지만……!’

그래서 반드시 대한민국 정치계에 필요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내가 아는 역사 그대로 대통령이 되셔야 한다.

“그렇습니다.”

“그 사람이야 올바르고 공정한 것은 알지만 바보 같은 사람이네.”

“그런 사람이 세상을 바꾸지 않습니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통령이시다.

“알겠네, 신당까지 창당되는 상황에서 구시대의 정치인을 신당 총재로 추대할 수는 없겠지.”

“예, 그렇습니다. 신당의 당명인 통일한국당이라는 이름 그 자체로 통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대통령 각하의 햇볕 정책을 온전히 계승할 수 있는 분은 강무헌 의원밖에는 없습니다.”

“그래도 부침이 심할 것이네.”

대통령께서는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 역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일세…….”

“예, 대통령 각하.”

“오늘 발표로 여당이 가만히만 있지는 않을 것이네.”

“그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최악의 악수를 던질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을 하네.”

대통령께서는 최악의 악수를 여당이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

나는 이 순간 대통령 각하께서 정치 9단을 넘어 정치의 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탄핵!’

여당의 뽑을 최악의 수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탄핵 정국이 되면 당연히 국민은 여당에서 등을 돌릴 것이다. 그렇게 등을 돌린 여당의 표가 대통령에 대한 동정표가 되어 내가 창당하는 신당에 몰리게 될 것이다.

“이보시게.”

“예, 대통령 각하.”

“정치를 하면서 때로는 전부를 걸어야 할 때가 있네.”

“예, 알겠습니다.”

“여당과 야당이 야합하게 되면 자네와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정국이 변할 것이네. 그렇게 되면 내 직무는 정지가 될 것이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대통령께서도 생각을 하시는 것이다.

“그럴 것입니다…….”

“국무총리 다음이 국방부 장관이네.”

“대통령 각하……!”

“국회를 통과한 후에도 대법원의 판결까지 날 동안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야. 그 기간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생각해 보게.”

나보다 몇 수를 더 내다보는 대통령이시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이제 바쁘실 것이니 가서 일을 보시게.”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나와 대통령 각하께서는 제대로 된 정치 도박을 시작한 것이다.

* * *

하루 후, 고급 음식점 특실.

여야 대표가 한 자리에 마주 보고 앉았다.

“여당에서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한다는 말입니까?”

여당 대표의 연락을 받고 온 야당 대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사실 자신들도 선거에 명백하게 개입한 것과 다름없는 대통령을 탄핵해 정국을 전환하고자 하는 생각까지 했지만, 민주주의라는 것이 결국 표의 횡포이기에 다른 방법을 모색하려 했었다.

“그렇습니다. 이번 사태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는 민주주의의 훼손입니다. 청와대가 이렇게까지 선거에 개입한 것은 박 대통령 때나 있었던 일입니다.”

박통이라는 말이 나오자 야당 대표는 인상을 찡그렸다.

“지난 세월입니다.”

“뭐, 이제는 그렇습니다. 하여튼 이대로는 안 됩니다. 백범이 주도해서 신당이 창당되기 직전입니다. 물론 백범이 현 대통령에 의해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됐지만 그래도 백범이 주도하는 신당 창당입니다.”

“그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곧 심은혜 장관이 장관직을 사임하고 서울 시장에 출마하겠죠?”

“예, 그럴 겁니다. 우리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삼십 대도 안 된 사람이 서울 시장이라니요…….”

“사실 아시는 것처럼 젊은 혈기가 대한민국을 망치는 경우는 종종 있었습니다. 젊음 때문에 굽힐 줄 모르고 그런 상태에서 대한민국과 일본의 관계는 건국 이래 최악의 상태가 됐습니다. 그것을 백범 한 사람이 만든 겁니다. 이대로 백범에 의해서 신당이 창당되고 지방단체장 선거에서 서울을 필두로 해서 몇 개의 단체장 자리를 확보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암울해집니다.”

“그래서 합심을 하자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우선 일차로 백범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국방부 장관이 되는 것부터 막아야 합니다.”

“아무리 청문회에서 반대를 한다고 해도 청와대에서 임명을 강행하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여론몰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적으로 군부 장성들이 이제 서른세 살인 육군 병장 출신의 백범을 지지하겠습니까. 또 그의 지휘를 받겠습니까.”

“군부를 움직이자는 말입니까?”

“그렇게라도 해야죠. 군부가 국방부 내정자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뉴스를 통해서 여론몰이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대통령을 압박하자는 거군요.”

“그래야죠. 내 이런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 다음 서울 시장의 자리는 우리 당에서도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야당으로서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여당 대표의 말에 야당 대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돌풍이라면 돌풍입니다.”

“그러니 그 돌풍을 잠재워야 합니다. 선거는 분위기입니다.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다음 선거를 대비해서 창당까지 발표한 상태이니 여기서 진화해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똑똑!

그때 특실 밖에서 노크가 들렸고 여당 수석 보좌관이 심각한 얼굴로 들어왔다.

“뭔가?”

“상황이 심각해졌습니다.”

“뭐가?”

“육군을 비롯한 국군 장성들이 백범 국방부 장관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뭐라고!”

여당 대표는 버럭 소리를 질렀고 야당 대의 표정은 굳어졌다.

“현 국방부 장관이 주도한 것 같습니다.”

“선거에 중립을 지켜야 하는 청와대가 다음 선거에 개입을 하더니 이제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군이 공식 성명서를 냈다고!”

조금 전까지는 군부를 이용하겠다고 말하던 여당 대표였는데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되자 성명서를 낸 국방부 장성들을 질타하듯 말했다.

“저는 물러가 있겠습니다.”

여당 대표의 수석 보좌관이 묵례하고 밖으로 나갔다.

“우리가 준비하려던 카드는 써보지도 못하고 무용지물이 됐군요.”

야당 대표가 담담한 눈빛으로 변해 말했다.

“그럼 이제…….”

“마지막 방법밖에는 남지 않았군요.”

“임시 국회를 소집합시다. 국면 전환 없이는 다음 선거와 그다음 총선에서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야합의 정치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탄핵 정국으로 여당이 몰아가면, 흐흐흐!’

야당 대표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탄핵의 핵심은 여당이 될 것이고 그에 따른 반대급부의 이익을 야당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 대행이 국무총리가 되는 거니까……!’

탄핵 이후를 생각하는 야당 대표였다. 하여튼 이렇게 여당과 야당 대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참담한 행보를 시작하고자 했다.

* * *

강무헌 의원의 사무실.

내가 이곳을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 강무헌 의원은 놀란 눈빛이고 달갑지 않은 눈빛이다.

“오셨으니 앉으세요. 앉아요.”

강무헌 의원은 내게 자리를 권했다.

“예, 문전박대를 당할 줄 알았는데 자리까지 주시니 감사합니다.”

강무헌 의원은 재벌인 내가 외교부 장관이 될 때부터 잘못된 인사라고 질타하던 국회의원이었다.

그리고 재벌개혁을 강조하는 국회의원이기도 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렇고 싶지만 오신 손님 차라도 한 잔 대접해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청와대에 다녀왔습니다.”

“그래서요? 대통령께서 탈당을 하시고 선거에 개입하는 여지가 충분한 창당 선언까지 하시는 참담한 상황에서 제게 전할 말이라도 있답니까?”

“대통령께서는 통일한국당의 초대 대표를 강무헌 의원님께서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허허허. 내가요?”

“예, 그렇습니다.”

“각하께서는 계속 오판을 거듭하시는군요. 나는 대한민국 정치의 실세가 아닙니다.”

“물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 각하의 뜻입니까? 백범 회장님의 뜻입니까?”

강무헌 의원이 나를 뚫어지게 보며 물었다.

“국민의 뜻입니다.”

“존엄한 국민을 자신의 목적 추구를 위해 이용하는 것을 보니 백범 회장님께서도 정치꾼 다됐군요.”

바로 인상을 찡그리는 강무헌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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