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3
2부 23화 국방부 장관에 취임하다 (1)
2002년 1월 1일, 대통령 신년사 발표장.
비선으로서 움직인 1개월이었고 그 기간 일본의 경제 압박과 미국의 묵인으로 위태롭던 대한민국은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또한, 중국은 내 모든 제안을 거부했고 그것은 자존심의 문제였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모든 요구를 거부합니다.
중국 주석이 핫라인을 통해서 내 제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천명했다. 그와 함께 고비 사막 농지화 사업을 중국 자체적으로 실시하겠다는 것을 중국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합작 투자 역시 모두 철회합니다.
-합작 투자를 철회하신다면 협약서에 체결된 그대로 위약금을 지급하셔야 합니다.
중국이 부담해야 하는 위약금은 250억 달러다. 이것은 내가 아는 미래의 역사에서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중국에 대출을 받은 나라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드는 독소조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그런 독소조항을 중국이 직면해 있는 것이다.
-그 역시 알고 있소.
-태양 컴퍼니는 미국 국적 투자회사라는 것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위약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경제 조치를 미국을 통해서 받게 되실 겁니다.
이것은 협박이다. 그리고 아직 미국 부시 대통령은 1개월이 지난 상태에서도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위약금은 분명히 지급될 것이오. 그와 함께 분명하게 밝힙니다. 그 이후 중국 정부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태양 컴퍼니와 태양 그룹에 취할 것을 밝힙니다.
쓸모없는 자존심 싸움이 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다!’
19년 후에 일어날 미·중 무역 전쟁이 2002년에 일어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그것은 미국과 부시 대통령이 다시 내가 내민 손을 잡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2002년은 국운 융성의 해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와 함께 국민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대통령께서는 2002년 신년사를 통해서 대한민국이 어제와는 다르리라는 것을 발표하신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이 어제보다 더 발전할 것을 강조했다.
하여튼 그렇게 2002년 대통령 신년사가 끝이 났다.
* * *
대한민국 청와대 기자회견장.
청와대 수석 대변인이 단상에 올라섰고 신년사가 끝나자마자 이런 기자회견이 시행된다는 것에 언론들은 청와대의 급진적인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께서는 창당되는 신당인 통일한국당의 명예 총재직을 수락하셨습니다. 이것은 대통령께서 대한민국 대통령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결정하신 부분입니다. 그와 함께 대통령께서는 창당될 통일한국당과 함께 혁신의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하셨습니다.”
이번 발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여당을 엿 먹이는 일이고 자신을 그렇게 허수아비로 생각하는 여당 대표에게 강력하게 일침을 놓는 일이었다.
“통일한국당 당 대표자는 누구입니까?”
“소문에 의하면 여성가족부 심은혜 장관이 신당 창당에 참여한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백범 전 외교부 장관이 신당 창당에 참여하고 당 대표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입니까?”
기자들은 수많은 질문을 청와대 수석 대변인에게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미 신당이 창당될 것이라는 소문은 여의도에서 파다하게 나오고 있었고, 그 주축은 대한민국 국민이 사랑하는 백범이 될 것이라는 말들이 많았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은 더욱 신당 창당에 관심이 있었다.
‘관심이 곧 지지율이다!’
나는 지금 청와대 수석 대변인의 바로 옆에 서 있다. 대한민국 정부 부처에 아무런 직함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내가 이렇게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궁금증을 증폭시킬 것이고 신당 창당에 참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기자 여러분들의 질문에 대해 답하겠습니다.”
청와대 수석 대변인이 말을 하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기자들의 시선이 어느 순간 내게로 쏠렸다.
“이번에 창당되는 신당에 백범 전 외교부 장관은 참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청와대 수석 대변인의 말에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그렇다면 왜 내가 이 자리에 있냐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백범 전 외교부 장관은 청와대에 특별 수석이 되는 것입니까?”
기자 하나가 내가 청와대에 들어가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아닙니다.”
“그럼 왜 아무런 정부 직책이 없는 백범 전 외교부 장관이 이번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는 겁니까?”
“백범 전 외교부 장관은 신년 정부 개각에 참여할 것입니다.”
기자들이 또 한 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백범 전 외교부 장관은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됐습니다. 이 사실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는 것입니다.”
청와대 수석 대변인의 말에 모두가 웅성거렸다. 하지만 대부분 기자는 내게 많은 것을 기대하는 눈빛이다.
“이것으로 모든 기자회견을 마칩니다.”
청와대 수석 대변인이 단상 옆으로 나와 기자들에게 묵례하고 사라졌고 이 자리에 여전히 남아 있는 기자들을 모두 내게 쏠렸다.
“국방부 장관직은 대통령 각하의 요청입니까?”
“외교부 장관 재임 때 파격적인 외교 행보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상승시켰다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일본과의 외교적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국방부 장관이 되신다면 그와 비슷한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까?”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저는 대한민국 국군이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영토와 국민의 주권 그리고 안정을 수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이 말만 남기고 청와대 수석 대변인이 사라진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백범 외교부 장관 내정자님.”
청와대 비서실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 말씀하십시오.”
“대통령 각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알겠습니다.”
* * *
여당 대표실.
“이것은 청와대의 정치 개입입니다. 또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 것입니다.”
여당 의원들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떠받들던 대통령을 몰아붙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신당 창당에 대통령이 참여하다니요. 또 그것은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다니요. 이것은 선거 개입입니다.”
“그래서요?”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일이니 대통령 탄핵 소추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탄핵이라고 했습니까?”
여당 대표는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국민의 모든 관심은 백범에게 있고, 또 새롭게 창당될 신당에 쏠렸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이번 지방단체장 선거의 결과는 필패입니다. 필패!”
“그래서 정말 대통령을 탄핵이라고 하자는 겁니까?”
“선거 개입은 명확한 불법입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돌아오는 지방단체장 선거에 패할 것이고 그것은 다음 총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탄핵이 답이라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국면 전환이 필요합니다. 현 상태라면 여당도 그렇지만 야당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입니다. 합심해서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야 합니다.”
“으음……!
여당 대표는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긴급 임시 국회를 소집해야 합니다.”
여당의 당론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쪽으로 쏠리고 있었다.
‘여당이 대통령을 탄핵한다?’
그것은 모험이고 도박이라는 생각이 드는 여당 대표였다.
“서울 시장 후보 지지율 조사는 어떻게 나왔나?”
여당 대표가 수석 보좌관에게 물었다.
“그게…….”
“어떻게 나왔냐고?”
“심은혜 장관이 45%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습니다.”
“이지박 후보는?”
“23%입니다.”
“22%의 틈이군.”
“예, 그렇습니다.”
“이렇게 되면 서울 시장 선거부터 필패겠군.”
“……예.”
수석 보좌관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탄핵이 답인가?’
정치계에서는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여당 대표였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 시장 선거에서 패하면……. 내일은 없다!’
여당 대표는 오직 차기 대통령 선거만 생각하고 있었다.
“이지박 후보,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당 대표가 이지박 후보에게 물었다.
“현 대통령 각하의 행보를 돌이켜 보면 국정농단에 가깝습니다. 대통령제를 개헌하려는 것도 신당을 창당하기 위한 행보 중 하나고 그 모든 것의 결론은 백범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백범에게 돌아간다……!”
“그렇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백범 대통령 만들기를 시작하신 겁니다. 이것은 분명한 정경유착입니다. 또한, 국정농단입니다. 분명한 탄핵 사유입니다.”
이지박도 이 상태로는 서울 시장 선거에 승리할 보장이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돌파구를 찾아야 했고 그 돌파구가 탄핵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여야 당이 백범 국방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부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도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할 것입니다.”
“그렇겠지요. 대통령의 믿음이 남다르니까.”
“하지만 답은 있습니다.”
“답이라고 했소?”
여당 대표가 이지박 후보를 봤다.
“예, 그렇습니다. 백범은 대한민국 육군 병장 출신입니다. 대한민국 장성들이 절대 그런 백범을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지박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요. 자존심밖에 남지 않은 국군 장성들이 육군 병장을 장관으로 모실 수는 없을 테니까.”
“예, 그렇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거기서 한 번 전환하고 대통령 탄핵을 통해서 완벽하게 국면을 전환해야 합니다.”
이지박 후보의 말에 여당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탄핵……. 야당 대표에게 연락하시오. 내가 만나야겠소.”
“예, 알겠습니다. 대표님.”
수석 보좌관이 바로 대답했다.
* * *
어느 조용한 한정식 식당.
국방부 장관이 국군 수뇌부라고 할 수 있는 장성들을 소집해서 이렇게 비밀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장관직에서 밀려나실 판인데 뭐가 그리 좋습니까.”
이들은 육사 출신이다. 다시 말해서 선후배 사이로 끈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렇다고 해서 우나?”
“선배님……!”
“나는 좋아서 춤이라도 덩실덩실 출 판이야.”
“왜요?”
“검찰 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이나 대법관들이야 대통령 각하에게 맞설 수 있지만, 국방부 장관이나 경찰청장은 그럴 수가 없잖아.”
“예?”
“장관직 천년만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 말씀은…….”
모두의 눈빛이 변했다.
“백범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육군 병장 출신이라고 장관으로 모시기 갑갑하나?”
“말이야 바른 말이지, 육군 병장이 국방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그렇기도 하지. 내가 내정자를 만났는데 우리를 똥별이라고 하더군.”
“뭐라고요? 똥별이라고!”
이 자리에 참석한 장성들의 표정이 굳어졌다.